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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님의 서재입니다.

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11.17 20:41
최근연재일 :
2021.01.13 13:49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86,00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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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5,543

작성
20.08.0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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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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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66. 재생(再生) (2)

DUMMY

“크게 신경쓰진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할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니까요.”


이심도는 굳이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런 그의 말에 웃고 있던 왕전해의 표정은 삽시간에 굳어졌다.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왕전해는 방금 전과는 사뭇 다른 어조로 입을 열었다.


“후우, 이거 참··· 쉽지 않은 분이시구려. 좋소, 그렇다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도록 하지. 묻고 싶은 것이 많을 듯 한데, 궁금한 것을 먼저 말해 보시오. 내가 신세를 진 것은 사실이니.”


말이 이어질수록 점점 목소리가 바뀌어가는 왕전해.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살아있는 사람이 말한다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딱딱하고, 어조에 높낮이가 없었다.

그야말로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그런 목소리였다.


“일단 첫 번째, 가장 치명적인 일격을 가한자는 누구입니까?”


이심도는 그런 왕전해의 말에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가 다른 인격으로 깨어났다는 것을.

그러나 지금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짐작하고 있을텐데. 둘째의 짓이지. 아니 정확하게는 그 뒤에 있는 자들이 그 놈을 휘둘렀다고 할까? 넷째도 완벽하게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고. 짐작이지만, 두 사람의 뒤에는 같은 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네.”


“특별한 증거가 있습니까?”


“비록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아주 희미하게 의식은 남아있었지. 그런데, 어느 날 둘째가 다가와서 말 하더군. ‘그러게 자신에게 실권을 넘겨주셨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으셨겠습니까?’ 라고 말이야.”


왕전해의 목소리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자신의 아들에게 그런 일을 당했다면 어떤 의미에서건 감정적인 동요가 있을텐데, 그는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게다가 내 자식들끼리 경쟁해서 남은 것이 둘째와 넷째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네. 그 둘의 자질을 합쳐봐야 다섯째의 털끝에도 미치지 못해. 그런데, 다섯째가 힘도 못쓰고 황실로 시집을 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지. 그것도 아비인 내가 쓰러져 있는 상황에서 말이야.”


그랬다.

부모가 멀쩡히 살아있는데, 동의없이 결혼하는 것은 보통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규모가 큰 가문일수록, 예의와 절차를 중요시하는데 가장 규모가 큰 가문이라 할 수 있는 황실에서 그런 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공자와 사공자의 뒤에 있는 자들이 적어도 황실에 어느 정도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힘 있는 자들이란 소리군요.”


“혹은 황실 그 자체일 수도 있겠지.”


이심도가 지금 이 곳에서 싸우고 있는 것은 음살문을 노렸던 마련에 대해 파헤치고, 진팔미를 되찾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자들이 평안상단을 넘어 황실에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라고 하니, 생각보다 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저한테 그런 이야기를 해서는 안되는 것 아닙니까? 황실이 적이라면 누구도 쉽게 생각할 수 없을텐데요.”


“그래서 이대로 물러날 생각인가?”


살짝 빼는 듯한 이심도의 발언에, 이번에는 왕전해가 직설적인 질문을 던져왔다.


“여기서 물러날 것이었다면, 지금까지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반대로 묻죠. 당신은 어쩔겁니까?”


이심도는 조금은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

상단주에게 상단을 좀 먹는 자들을 어쩔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다니, 일반적인 질문이라 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왕전해의 반응이었다.

이제까지 무표정하던 표정에 웃음이 피어났고, 이어지는 말에서는 감정이 다시 묻어나기 시작했다.


“하하. 역시나 알고 있었군. 내가 본래의 왕전해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야.”


“그야, 워낙 단서를 많이 주셨으니까요.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이쪽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본래의 왕전해냐 아니냐가 아니니까요.”


“그래, 같이 싸울 것인지 말 것인가 하는 것이겠지.”


“그래서 어쩌실겁니까?”


이심도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

그가 전력을 다해 도와도 이긴다는 보장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기에, 그가 싸움을 포기한다면 이심도 역시도 물러날 생각이었다.


“아예 터놓고 말하지. 나는 본래의 왕전해와는 달라, 특별히 평안상단이나 자식들에게 애착이 없지. 아니, 본래에 비해서는 감정이 그다지 없다고 해야 하겠군. 그러니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도록 하지. 내가 여기서 저들에게 평안상단을 넘겨준다고 내가 무사할 수 있겠는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래. 그러니 어쩌겠나, 맞서 싸울 수 밖에.”


왕전해는 감정이 아닌 이성적인 이유로 적과 싸울 것을 이야기 했다.

지금의 왕전해는 감정적인 부분이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가 드러내는 감정은 기존의 기억을 통해서 흉내내는 것일 뿐, 진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도 맞서 싸우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

도리어 본래의 왕전해라면 자식들의 목숨 때문에라도 그냥 포기했을 수도 있을 것이었다.


“방법이 있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지금 대부분의 실권이 넘어간 것 같습니다만.”


이심도가 느끼기에는 그러했다.

왕전해가 쓰러져 있는 사이에 평안상단의 실권은 크게 세개로 분리된 상태였다.


이공자

사공자

용집사


이렇게 세개.

그나마 용집사는 상단주를 대행한다는 명분으로 실권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났어도 결국은 모든 실권을 빼앗겼을 터였다.


“정말 그럴까? 이 평안상단은 왕전해가 처음부터 키워온 곳이야. 기다려 보게. 상황은 반전될 테니까. 아, 그리고 하나만 부탁하지.”


“무엇을?”


“만약 우리가 승리한다면, 두 사람의 목숨만은 붙여주게.”


이심도의 생각에 지금 왕전해의 말은 뜬금없는 부탁이었다.

스스로 감정이 없다고 말하는 자가, 자신을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는 아들의 목숨을 부탁하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왕전해의 부탁이었네. 아들의 목숨만은 붙여달라고, 그것이 내가 쉽게 주 인격이 될 수 있었던 이유야.”


그 이야기를 듣고, 이심도는 납득할 수 있었다.

아마도 본래의 인격이 스스로를 포기한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기억을 유지한 채로 인격이 바뀔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저런식으로 넘어온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자칫 다시 인격이 분리될 수 있는··· 아니, 아예 다중인격이 되어버릴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왕전해는 다소 이른 시기에 저런 부탁을 내뱉음으로써 스스로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의말

물난리가 난 곳에 사시는 독자 분들이 있다면

무사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일부 지역은 비가 그친 모양인데,
일부 지역은 여전히 물 피해가 상당한 모양이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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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팔대절학(八大絶學) (6) 21.01.13 106 3 7쪽
80 79. 팔대절학(八大絶學) (5) 20.12.28 122 1 7쪽
79 78. 팔대절학(八大絶學) (4) 20.12.14 147 2 7쪽
78 77. 팔대절학(八大絶學) (3) 20.11.17 206 3 7쪽
77 76. 팔대절학(八大絶學) (2) 20.11.04 213 4 7쪽
76 75. 팔대절학(八大絶學) (1) 20.10.19 274 6 7쪽
75 75. 귀존(鬼尊) (6) 20.10.05 255 5 12쪽
74 74. 귀존(鬼尊) (5) 20.09.29 257 4 7쪽
73 73. 귀존(鬼尊) (4) 20.09.22 270 5 7쪽
72 72. 귀존(鬼尊) (3) 20.09.16 291 5 7쪽
71 71. 귀존(鬼尊) (2) 20.09.07 442 5 7쪽
70 70. 귀존(鬼尊) (1) 20.08.31 346 5 7쪽
69 69. 재생(再生) (5) 20.08.28 333 6 7쪽
68 68. 재생(再生) (4) 20.08.23 344 5 7쪽
67 67. 재생(再生) (3) 20.08.17 361 5 7쪽
» 66. 재생(再生) (2) 20.08.09 380 5 7쪽
65 65. 재생(再生) (1) 20.08.05 397 6 7쪽
64 64. 기억(記憶) (6) +2 20.08.03 382 7 8쪽
63 63. 기억(記憶) (5) 20.08.02 388 9 7쪽
62 62. 기억(記憶) (4) +2 20.07.24 394 12 7쪽
61 61. 기억(記憶) (3) 20.07.12 428 14 8쪽
60 60. 기억(記憶) (2) +1 20.07.04 458 15 7쪽
59 59. 기억(記憶) (1) 20.06.28 463 10 8쪽
58 58. 마련(魔聯) (10) 20.06.22 416 11 9쪽
57 57. 마련(魔聯) (9) 20.06.15 392 13 8쪽
56 56. 마련(魔聯) (8) 20.06.07 425 13 7쪽
55 55. 마련(魔聯) (7) 20.05.31 442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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