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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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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최근연재일 :
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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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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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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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복수자의 눈(1)

DUMMY

마이크를 앞에 두었음에도 아미는 도통 녹음을 할 수 없었다. 어제 시영을 잡지 못했기 때문일까, 여러모로 복잡해진 마음 때문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아미는 녹음실 밖, 연습실을 바라보았다. 이른 시간이었기에 연습실에 있는 연습생들도 적었다. 그중에는 어제 조언해준 종희와 의도도 있었다. 연습생 중 한 명 정도는 녹음실에 방문할 만도 했지만, 아미가 있음을 확인했기에 아무도 녹음실 근처로 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미는 혼자서도 녹음실을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그녀의 선배들도 그녀가 사용할 때는 녹음실에 갈 수 없었다. 이건 아미만의 특별한 권한으로 음악의 천재인 그녀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아미는 오늘처럼 녹음실에 혼자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운 건 처음이었다.


평소 자기관리도 잘했고, 연습도 성실하게 나온 덕분에 선후배 관계없이 모두가 아미를 훌륭한 아이돌로 여기고 있었다. 그랬기에 오늘처럼 컨디션이 나쁜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


오늘까지 녹음을 마쳐야 했지만, 아미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은 어제 PC방에서 있던 일 때문이었다.


아미는 시영이 그렇게 빠른지 처음 알았다. This Illusion의 영향으로 계속되는 두통에도 어디론가 달려가는 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This Illusion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소인도 그를 쫓을 수 없었다. 그에게 예상가는 위치를 물으려 해도 그 역시 아무것도 몰랐기에 정보는커녕 어제는 그를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었다.


아미는 초조해졌다. 일이 자기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This Illusion 때문에 시영이 두통을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랬기에 기뻤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아픔을 느끼는 건 자신이 아픈 것보다 몇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


“역시 나가봐야겠어.”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간 아미는 후배들의 인사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아미가 녹음을 일찍 끝냈다고 생각하며 녹음실로 들어갈 뿐이었다.



평소와 같이 기약 없는 이끌림을 찾아 무작정 길을 나섰다. 오늘따라 불안했기 때문일까,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나쁜 생각이 들었다. 그를 볼 수 없다는 무서운 생각.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음에도 두려워진 마음은 조용히 푸는 바람에도 벌벌 떨었다.


그저 시영이 무사하기만을 바랐다. 그렇게 이끌림을 찾던 아미는 한참 만에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조용한 커피숍 안에서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었다. 인상까지 쓰며 뭔가에 집중하는 모습은 앞에 놓인 밀크티를 마시는 것조차 잊은 것처럼 보였다. 아미는 그의 존재에 안심하며 그곳으로 들어가려 했다.


때마침 느껴진 살기, 아미의 걸음은 자연스럽게 멈춰졌다. 그 바람에 누군가 커피숍 안으로 들어갔고, 아미는 그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이터널!’

영원이라 불리는 파수꾼, 어쩌면 복수자 그 자체. 해방기 소지자 중 가장 위험한 녀석이라는 사실은 아미도 알고 있었다.


설상가상 이터널은 시영에게로 다가갔다. 아미는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두려움에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몸이 떨렸다.


“시, 시영 씨가··· 위험해!”

걱정을 담은 외마디 외침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영은 이터널을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이터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그의 앞으로 합석했다. 아미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스러워했지만, 무엇보다도 시영의 미소를 주시했다.


그것은 처음 만났을 때 지었던 미소, 하지만 지금은 전혀 보여주지 않는 미소였다. 마치 빛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빛나려는 따스한 미소. 아미는 그 미소에 반해버렸다.


그래서일까 아미는 화가 치밀었고, 질투에 휩싸였다. 그 즉시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어제는 바빠 보이더군.”

“어제요? 아.”

시영은 어제를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돌아오니 머릿속을 조이듯 다가오는 두통, 그건 시영만이 느낀 게 아니었다. 고통 때문에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최소 3명 정도는 두통을 느꼈다. 그 누구도 동영상에 가까이 가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이 그가 끌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문제는 심각했다.


“그럴 일이 있었어요.”

“그렇게 보이더군, 뭐, 어제처럼 여유가 없어 보이는 모습도 처음 보기도 했고.”

“여유가 없어 보인다. 뭐, 맞는 말이죠.”

시영은 얼핏 보았던 두통을 느낀 사람들을 생각했다. 단순히 머리를 식히기 위해 찾은 PC방이지만, 가지 말았어야 했음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뭘 보고 있는 건가.”

이터널은 시영이 집중하는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혹시, 이터널 씨는 This Illusion이라고 들어보셨어요?”

“This Illusion? 그게 뭔가.”

시영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곳에서는 This Illusion을 연주하는 얼굴 없는 가희가 있었다. 어두운 화면에서 똑같은 다섯 명이 노래와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에 이터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영상인가?”

“네.”

“그런데 왜 소리를 켜지 않는 건가.”

“그게, 이 노래를 들으면 두통이 일어나서요.”

“두통?”

이터널은 눈을 깜빡거렸다.


“소문의 그 동영상인가.”

“알고 계셨어요?”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소문을 모를 리 없지. 단지 This Illusion이라는 노래를 몰랐을 뿐이다.”

“그렇군요.”

시영은 끝나가는 This Illusion을 바라보았다. 이내 이터널을 지그시 보고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이터널 씨, 이거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이 노래를?”

이터널이 되물을 때, 이미 시영은 이어폰을 꺼냈다.


“상관은 없다.”

이터널은 그의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받고는 이어폰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번들 이어폰이군.”

천천히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연결하고는 This Illusion을 처음부터 재생했다.


“아직 멀쩡해서요.”

“그렇군.”

얼마 지나지 않아 감상을 시작한 이터널은 시선을 압도하는 도입부에 사로잡히듯 눈길을 빼앗겼다.


“시영 씨.”

마침 다가온 아미. 시영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미 씨? 여긴 어떻게 오셨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아미는 한참 음악에 빠진 이터널을 노려보았다.


“저 녀석은 위험해요. 어서 도망치세요!”

“네?”

그것은 소인에게도 들었던 말이다. 상황은 달랐지만, 마찬가지로 아미도 이터널을 적대하고 있었다.


“빨리요!”

“자, 잠깐만요.”

시영은 혼란스러웠다. 그가 겪어본 바로 이터널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하다고 느낄 정도였지만, 아미와 소인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은 기다려 주세요.”

곧 이터널을 바라보는 시영. 이미 시간은 두통을 느꼈던 그 부근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분이 지나도 이터널은 두통은커녕 흥미롭게 노래를 감상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끝까지 듣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돌려주었다.


“어떠신가요?”

이미 수첩을 꺼낸 시영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훌륭한 노래다.”

쓸데없는 수식 없는 칭찬. 이터널은 여전히 This Illusion의 여운을 느꼈다.


“시영, This Illusion은 누가 부른 노래인가.”

“얼굴 없는 가희요. 아마, 뮤즈라는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뮤즈?”

이터널은 눈꺼풀을 두어 번 깜빡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내 어느샌가 다가온 아미를 발견하고는 지그시 바라보았다.


“시영, 혹시 이번 의뢰는 뮤즈의 정체를 밝히는 것인가?”

“This Illusion의 두통의 원인이요.”

“그렇군. 아쉽게 됐다. 만약 뮤즈의 정체를 밝히는 거라면 이 몸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뮤즈가 누구인지 알고 계세요?”

“목소리를 듣고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뮤즈라는 이름에 감을 잡았지.”

“그게 누구죠?”

시영은 긴장을 삼켰고, 이터널은 귓속말로 용의자의 이름을 댔다.


“네?”

분명 의문이 해결되어야 했지만, 정작 시영의 의문만이 더욱 증폭되었다.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에요?”

“이 몸은 항상 진지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확신에 찬 이터널과는 달리 시영은 더욱 의구심을 느끼며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그렇게 그의 시선은 아미를 향했다.


“시, 시영 씨!”

눈이 마주친 순간 가만히 있던 아미는 입을 열었다.


“저 녀석한테서 떨어져 주세요!”

더군다나 이터널을 견제하는 아미 때문에라도 시영의 머리는 This Illusion을 들은 것처럼 복잡해졌다.


“이터널, 당신도 시영 씨에게서 떨어지세요!”

아미의 당당한 요구에 이터널은 그녀를 노려보았다.


‘···무, 무서워!’

그것은 악의 없는 공포와도 같았다. 이터널의 눈은 아미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공포를 유도하도록 했다. 한순간 당당했던 아미는 지레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 그쪽은 해방기 소지자. 적이잖아요. 저리 가세요.”

점점 줄어드는 아미의 목소리. 이터널은 콧방귀를 뀌며 가게 밖으로 나섰다. 하지만 시선은 계속해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터널 씨!”

자리에서 일어난 시영이 움직이려는 순간, 아미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아미 씨!”

“가지 마세요. 저 사람은 적이에요.”

“적이라뇨? 이터널 씨는 그럴 분이 아녜요.”

“아뇨, 시영 씨,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이터널이 사라짐에 따라 공포가 사라진 아미의 탁한 눈빛이 시영을 가득 담았다.


“해방기 소지자라고 했죠? 대체 그게 무슨 뜻이죠?”

“서로가 적이라는 말과 같아요.”

“대체 왜죠? 유마 씨가 다툼을 유도하기 위해 해방기를 만든 건 아닐 텐데···”

“그분은 잘못이 없어요. 문제는 해방기를 가진 사람들이에요.”

아미의 단호함에 시영은 답답했다. 비록 해방기 소지자들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지만, 소인과 소민, 고속, 그리고 노바와 이터널까지 모두가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해 못 하겠어요.”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미는 슬며시 그의 양손을 잡았다. 이내 시선을 마주하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저만은 언제나 당신의 편이에요. 그 누가 당신을 상처 입히려 한다면, 전 당신의 상처를 치료할 거예요.”

“···어째서죠?”

“그야, 당신을 사···”

아미의 입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 어떠한 마법도 물리적 행동도 없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

시영은 아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작 아미는 그 이후로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단 한 마디였지만, 아미는 말할 수 없었다.


“이해를 못 하겠어요.”

시영이 입을 엶과 동시에 아미는 입을 다물었다.


“다만,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전 아미 씨의 적도 아니고, 이터널 씨를 비롯한 해방기 소지자 모두의 적도 아니에요.”

“시영 씨, 왜 제 말을 안 믿어주시는 거죠? 해방기 소지자는 적이에요. 분명, 한 번은 그것 때문에 곤란하셨을 것 같은데···”

“그건 맞아요.”

시영은 고속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하지만 전 싸우기 싫어요. 적을 만들기도 싫고요.”

“전 시영 씨만 곁에 있으면 돼요.”

아미는 그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나중에 한가할 때 놀러 오세요. 지금은 아미 씨의 의뢰를 해결해야 하니까요.”

“아, 아니 제 말은···”

아미는 당혹스러워함과 동시에 시영의 손을 놓쳐버렸다.


“의뢰인이 위험해지는 건 바라지 않아요. 그러니 몸조심하고 계세요.”

“시, 시영 씨!”

아미의 외침에도 시영은 먹다 남은 밀크티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서둘러 그를 쫓아갔지만, 어제와 같이 그는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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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도움(2) 20.08.14 27 0 14쪽
47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도움(1) 20.08.12 28 0 16쪽
46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복수자의 눈(2) 20.08.10 36 0 13쪽
»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복수자의 눈(1) 20.08.08 43 0 12쪽
44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마술사(3) 20.08.07 26 0 16쪽
43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마술사(2) 20.08.06 27 0 12쪽
42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마술사(1) 20.08.06 25 0 13쪽
41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3) 20.08.04 29 0 14쪽
40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2) 20.08.03 34 0 18쪽
39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1) 20.08.02 33 0 13쪽
38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오싹한 동영상(3) 20.08.02 33 0 12쪽
37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오싹한 동영상(2) 20.08.01 41 0 15쪽
36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오싹한 동영상(1) 20.07.31 32 0 12쪽
35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Zero Memory(3) 20.07.29 44 0 16쪽
34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Zero Memory(2) 20.07.28 33 0 12쪽
33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Zero Memory(1) 20.07.27 32 0 12쪽
32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진실은 가까운 곳에 있다.(2) 20.07.27 36 0 14쪽
31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진실은 가까운 곳에 있다.(1) 20.07.26 41 0 13쪽
30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철의 기억(2) 20.07.26 29 0 14쪽
29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철의 기억(1) 20.07.25 36 0 13쪽
28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제미니 20.07.24 31 0 14쪽
27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블러드리아(2) 20.07.23 33 0 14쪽
26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블러드리아(1) 20.07.22 35 0 14쪽
25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힘(3) 20.07.22 32 0 12쪽
24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힘(2) 20.07.21 36 0 12쪽
23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힘(1) 20.07.21 31 0 12쪽
22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Game Over(2) 20.07.19 38 0 15쪽
21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Game Over(1) 20.07.19 26 0 12쪽
20 Episode 01. 묶인 천사-귀신 소동(2) 20.07.19 3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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