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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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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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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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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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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마술사(2)

DUMMY

“마술사라니··· 날 말하는 거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을 가리키며 되묻는 고속, 다른 건 바라지 않았다. 단지 장미가 묻는 대상이 자신이 아니기를 바랐다.


“네, 마술사님!”

안타깝게도 자신을 향한 말이었다. 정작 어이없게도 지금 이렇게 된 이유는 결국 마술사 때문이었다. 마술사의 정보만 아니었다면 심란할 이유도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 자신에게 마술사냐고 묻는 소녀의 존재는 황당하기만 했다.


더군다나 고속은 장미가 누군지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탐정 사무소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찾아온 초등학생이다.


“미안하지만, 난 마술사가 아니야.”

“네?”

장미의 믿음은 깊었던 만큼, 고속의 부정에 혼란을 느꼈다.


“난 마술사가 아니야.”

“하지만 그 5초는!”

장미는 다섯 손가락을 쫙 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낀 이해할 수 없는 5초를 설명하려 했지만, 같이 있던 어른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능력을 작은 소녀가 설명하기는 힘들었다.


정작 당사자인 고속은 그 말을 이해하고는 지그시 손목시계를 보여주었다.


“이 시계로 5초 정도만 빠르게 움직인 거야. 이건 마술이 아니야. 과학 기술이지.”

“과학이에요?”

허탈한 진실을 알게 된 장미는 입을 삐쭉 내밀었고, 고속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원리의 진실은 쉽게 안 알려주는 정보인데?”

“그런 정보라면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어요!”

“모르는 게 더 낫다?”

상황은 다르지만, 고속은 그 말에 공감했다. 차라리 시영이라는 사람에 대해 몰랐더라면 이렇게 답답할 이유도 없었다.


“마술이라고 기대했는데, 과학이라니···”

크게 실망했는지 장미의 말끝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꼬마 아가씨, 혹시 마술사가 되고 싶니?”

“네, 마술사가 돼서 용용이들을 다루고 싶어요!”

“용용이? 혹시 용을 말하는 거야?”

“네! 용이요! 용용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장미의 목소리는 개화한 꽃처럼 밝아졌다.


“용 마술사라···”

공교롭게도 고속은 이미 용을 다루는 현 가문에 다녀왔었다. 그곳에서 장미가 원하는 용 마술사는 보지 못했지만, 현 가문에 어울리지 않는 후드를 쓴 마술사를 봤었다.


용과 마술사, 미묘한 키워드에 고속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꼬마 아가씨, 용을 얻고 싶니?”

“제 이름은 장미에요.”

“그래, 장미 양, 용을 얻고 싶니?”

“그거 비싸잖아요.”

장미는 침을 삼켰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어린아이도 알고 있을 정도로 용은 비싼 애완동물이었다.


“난 정보상이야, 네가 아는 정보가 내게 필요하다면 용 한 마디 정도는 구해줄 수 있어. 무슨 말인지 알겠니?”

“제 정보를 팔겠다고요?”

장미는 몸을 움찔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아, 아냐. 나는 네 개인정보 같은 건 필요 없어.”

“그럼 무슨 정보를···”

“마술사.”

“마술사요?”

단호한 대답에 장미는 고속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그래, 마술사. 내 생각에 장미 양은 마술사가 되고 싶으니까, 마술사에 대해 알고 있겠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데, 그게 용을 얻을 정도로 비싼 건지는 모르겠어요.”

“아유, 당연히 가능하단다.”

고속의 확신에 정작 장미는 혼란스러워했다. 더군다나 아닌 것 같으면서도 구미를 간지럽히는 느낌에 넘어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좋아요. 거짓말 아니죠?”

“난 원래 거짓말 안 해. 내게 있어 마술사의 정보는 용, 아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정보지. 물론 장미 양이 내게 거짓말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정보상이 정당하게 거래하는 게 뭐가 문제야?”

“저, 저는 거짓말 안 해요!”

“그래,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줘.”

고속은 손목시계의 초침을 5초 앞으로 당겼다. 마술이 아닌 과학임을 알게 되었음에도 장미는 그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달리기 직전, 고속은 아미와 노바가 공원에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 두 사람이 같이 있는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별 신경 쓰지 않고 현 가문으로 향했다.




고속이 찾아왔다는 소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용수의 귀에도 들어갔다. 더군다나 자신을 찾아온 것이 아닌, 용을 사러 왔다는 의외의 이유에 당장 그를 찾아갔다.


용수는 신중하게 용을 고르는 고속을 발견했다.


“고속 님?”

익숙한 돌풍 같은 목소리에 고속은 고개를 돌렸다.


“용수 님?”

고속은 자신을 찾아온 용수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용수도 마찬가지였다. 용을 사러 오는 행동은 이상한 건 아니었지만, 하필이면 고속이 그랬기에 그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저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 번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누구도 의도한 상황이 아니었다. 단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갑자기 용을 사러 오셨다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용수는 차를 마셨다.


“아, 예.”

고속은 억지로 웃으며 시선을 돌린 채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오싹한 동영상 일은 잘 진행되는 겁니까?”

“노력 중입니다.”

“그렇군요. 하기야 오늘 의뢰했는데, 잘 진행되는 걸 묻는 것도 웃기는 일이군요. 죄송합니다. 뭐든 쉽게 되는 일이 없는 걸 알면서도···”

용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차를 마셨다. 뜨거웠지만, 답답한 마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용수 님, 조카분과 사이는 어떠셨습니까?”

“인영이랑 제 사이라···”

용수는 피식거렸다.


“평범한 가족입니다. 모난 것도, 특별한 것도 없죠.”

“그렇군요.”

고속은 점점 목이 말라갔다. 뜨거운 차를 마셔도 갈증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그저, 남 일 같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남 일 같지 않다?”

용수는 고속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내 그가 의도적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고는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용을 사러 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건, 마술사 때문입니다.”

“마술사? 이상하군요. 제가 정보를 드린다고 한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교롭게도 그 정보를 얻을 기회가 생겨 이렇게 용을 사러 온 겁니다.”

고속은 당당하게 용수를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그를 주시하던 용수는 그와 눈을 마주쳤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곧 누군가를 불러 뭔가를 지시했다.


“마술사의 정보가 꽤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수 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고속 님이 그럴 분이 아니라는 건 말이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앞으로 차가 배달되었다. 신비한 향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붉은 차였다.


“식기 전에 드시지요.”

“이건, 홍차입니까?”

고속은 새로 나온 차의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홍차라고 하기엔 꽤 상큼한 향기가 콧속에 오래 머물렀다.


“우리 현 가문이 자랑하는 용의 잎사귀 차입니다. 정신을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죠.”

용수는 차를 음미하며 한 모금 마셨다.


“용의 잎사귀 차? 그, 그 귀한걸···”

반면, 고속은 마셔달라듯 향기로 유혹하는 차에 손조차 대지 못했다. 정보대로라면 용의 잎사귀 차는 만드는 데 상당한 노력이 들어가며, 그 용의 잎사귀라고 불리는 풀도 꽤 값이 나가는 품종이었다.


현 가문의 사람이니 부담 없이 용의 잎사귀 차를 마실 수 있겠지만, 고속은 아니었다. 혜성의 일부 카페에서는 용의 잎사귀 차를 팔긴 했지만, 잔당 평균 5만 원 정도의 적지 않은 가격이었다. 급격하게 다가오는 가격의 압박 때문에라도 쉽게 손댈 수 없었다.


“실례라는 건 알지만, 고속 님이 마술사의 정보를 얻으려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시죠?”

고속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용의 잎사귀 차를 두고 용수를 바라보았다.


“조금, 무서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용수는 정중하게 고속의 눈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바람은 고속 씨의 눈빛에서 나오는 불길을 더욱 거세게 만들었습니다.”

“네?”

“거세고 강렬한 불길, 그것이 지금 고속 씨의 눈에서 타오르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이해할 수 없는 소리에 고속은 말라가는 목으로 긴장을 삼켰다. 정작 혼란을 가중시킨 용수는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


“고속 씨도 한 모금 하시죠.”

“···알겠습니다.”

마지못해 차를 마신 고속, 혹여나 흘릴까 조심스럽게 들이켰다. 처음 느껴보는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지며 식도를 타고 내려가 전신을 따스하게 만들었다.


“맛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탄. 조금이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지금도 고속을 주시하던 용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금 진정되셨습니까?”

“진정이라니···”

고속은 긴장을 삼켰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최소한 마음이 차분해졌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고속 님의 눈에서 보인 불길이 조금 잔잔해졌군요.”

“불길이요?”

그때, 고속은 이터널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역시 불길을 언급했었고, 당시 심란한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지금도 그게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최소한 단순히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한 말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저로서는 잘 모르지만, 고속 님이면 그 불길이 누구를 향한 건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가요?”

“제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존을 우선으로 하는 현 가문의 대표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기도 했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죠.”

용수는 고개를 숙였다. 고속은 용수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고속을 조사했다는 용수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최소한 많지는 않아도 그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하는 소리였다.


“말 나온 김에 여쭤보겠습니다. 고속 님은 공존이라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존···”

평소 생각해본 적 없는 단어였다. 공존이란 용수가 말했듯 그가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고속은 잠시 생각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


“원수와는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일입니다.”

“그렇습니까?”

“공존이란 더불어 살아가는 것, 싫어하는 녀석과는 별로 어울리고 싶은 생각도 없는 마당에 공존이라···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확실히 그렇기도 하죠.”

용수는 눈을 감은 채 그의 의견을 수긍했다.


“혹시, 고속 님께서 마술사의 정보를 얻으려는 이유가 두 눈의 불길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그건 여전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제가 마술사의 정보를 얻으려는 건, 정보상이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보상이 된 이유.”

용수는 조용히 차를 마셨다.


“용을 사러 오셨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고속은 여전히 조심스럽게 차를 마셨다.


“원하신다면 그냥 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고속은 귀를 의심했다.


“다만, 한 가지만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게 뭡니까?”

고속은 심호흡했고, 용수는 입을 열었다.


“고속 님의 두 눈에서 타오르는 불길, 그 이유에 대해서 다음에 올 때까지 깨달아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대체 그 불길이 뭐길래···”

“그 누구도 그것의 해답을 줄 수 없습니다. 그 불길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입니다.”

용수는 말했고, 고속으로선 이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불길이라는 말이 궁금하기도 했을뿐더러, 지금 상황에서는 용을 구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용의 알을 구한 고속은 용을 키우는 데 필요한 각종 장비를 사비로 구입하고 현 가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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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마술사(3) 20.08.07 26 0 16쪽
»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마술사(2) 20.08.06 27 0 12쪽
42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마술사(1) 20.08.06 25 0 13쪽
41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3) 20.08.04 29 0 14쪽
40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2) 20.08.03 34 0 18쪽
39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1) 20.08.02 33 0 13쪽
38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오싹한 동영상(3) 20.08.02 3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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