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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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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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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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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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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Zero Memory(2)

DUMMY

“그 전에 밥부터 먹을까요?”

“알겠습니다.”

유마와 하는 식사에 승혁이 빠질 리 없지만, 그는 오늘 일찍 퇴근했기에 오랜만에 둘이서 하는 식사가 되었다.


더불어 이터널은 오랜만에 고민 상담을 요청했고, 유마는 흔쾌히 수락하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


“여기서 먹고 싶습니다.”

“여기서요?”

유마는 연구 때문에 엉망이 된 연구실을 둘러보자 본능적으로 고개가 저어졌다.


“그냥 밖에서 먹죠. 여기서 먹기도 어수선하고, 결정적으로 여기는 배달 음식밖에 못 시키니까요.”

“여기서 먹고 싶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유마는 웃는 얼굴로 주문을 시작했다. 같이 먹을 음식을 고르는데 신중을 다한 유마는 한참 만에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그래요. 고민이 있다. 당연히 들어야죠.”

“이 몸은 시영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뭐가 이해되지 않았던 건가요?”

유마는 이미 그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른 척했다.


“녀석은 해방기를 가진 다른 이들과는 달리 교수님과 의식 불명 사건의 해결에 관한 이야기만 나눴습니다.”

“뭐, 그렇죠. 필요한 이야기만 했었으니까요.”

“다른 이들은 해방기, 스크롤 등 궁금한 걸 적극적으로 물어봤습니다. 그 역시 마찬가지로 해방기와 스크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음에도 그런 걸 묻지 않았습니다.”

이터널은 고개를 저었다.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그렇게 고생했음에도 원래 목적을 포기하다니···”

이터널은 지금까지 그를 좋게 생각했고, 긍정적으로 보았음에도 직접 쟁취한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려는 순간부터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확실히 D-Zero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뭐든 할 사람이었습니다. 적어도 그때는 그랬죠.”

“교수님은 녀석을 이해할 수 있습니까?”

“확실히 이터널 군이 보기에는 이상하겠군요.”

유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영 군은 계속 고민했습니다.”

“무슨 고민입니까.”

“D-Zero의 진실이 우선일지 소인 군과 소민 양의 미소가 우선일지 고민했습니다.”

“역시···”

이터널은 이미 아는 이야기에 고개만 끄덕거렸다.


“시영 군은 정보는 잃어도, 미소는 잃을 수 없다고 말했죠.”

“이해할 수 없습니다. 최소 6개월은 염원하던 정보일 텐데···”

“생각의 차이일 뿐입니다. 시영 군은 미소가 조금 더 중요했을 뿐이죠.”

“그래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계산해도 말이 안 됩니다.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위해 포기하다니···”

이터널은 고개를 저으며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낯선 뜨거움을 움켜쥐었다.


“그건 계산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겁니다.”

“하지만! 정확한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이터널 군, 당신은 기계가 아닙니다. 사람이죠. 사람이 변덕 좀 부릴 수 있고, 계산에 벗어나도록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물며 시영 군은 어떻겠습니까?”


이터널은 여전히 그와 대화했을 때 느껴진 마음속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이 느낌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딘가 고장 난 것일까 생각했지만, 괴인의 공격으로 외부만 손상된 걸 빼면 나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이터널 군이 깨닫는 겁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면 알아가면 그만이겠죠.”

유마는 이터널이 갖는 의문과 마음속에서 느끼는 뜨거운 무언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고민은 여기까지입니다. 교수님, 바쁜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마는 이터널의 행동이 은근히 귀엽게 느껴졌다. 잠깐의 대화로 아무것도 해결된 건 없었다. 이터널의 의문은 여전했고, 단지 유마만이 그의 마음속을 읽어 무슨 생각인지 잘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둘이서만 이야기하니 좋군요. 종종 고민 상담하러 와주세요.”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죠.”

유마는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밥 오려면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으니, 이야기나 조금 더 해볼까요?”

“좋습니다.”

“이터널 군은 요즘 기억에 남는 일이 뭔가요?”

“여러 가지 있지만, 우선 시영이 가진 6장의 메모리 스크롤입니다.”

“오, 안 그래도 그 이야기 저도 하려고 했는데.”

유마는 손뼉을 치며 입꼬리를 올렸고, 이터널은 건조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중 한 장의 주인을 만났습니다.”

“주인? 누구인가요?”

“호야라는 이름의 모험가였습니다.”

“호야?”

유마는 낯선 이름에 대해 생각했다. 뭔가 알 것 같았지만, 결론적으로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호야는 메모리 스크롤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교수님이 모르는 사람이 메모리 스크롤에 대해서 알 리가 없습니다. 하물며 어디에서 온 지 모르는 모험가가 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확실히 이상하긴 하죠.”

유마는 시영이 가진 메모리 스크롤의 금빛 테두리를 생각하며 생각에 빠졌다.


“그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그가 10년 전, 오컬트와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오컬트 슬레이어인 시영도 그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애초에 호야도 시영이 자기 기억이 담긴 메모리 스크롤을 가졌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호야라는 사람이 정말 그것 중 하나의 주인입니까?”

“그에게 대지의 메모리 스크롤이 반응했습니다.”

“정말인가요?”

유마의 눈이 커다랗게 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확실히 그 호야라는 사람이 주인은 맞는 것 같고, 문제는 시영 군이 가진 스크롤의 출처인데···”

“그건 모르십니까?”

“이터널 군도 알다시피 메모리 스크롤 자체는 D-Zero가 일어나기 전에도 일단 개발은 되었었죠. 그래서 저조차도 언제 만들어졌는지 정확히는 모릅니다. 그래도 꾸준히 만들어온 거 아시잖아요.”

“이 몸도 압니다. 하지만 금빛 테두리의 스크롤은 처음 봅니다.”

유마는 일단 말을 아꼈고, 이터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뭐, 결론적으로 시영 군은 모른다는 뜻이니, 다른 방법으로 알아야겠죠.”

“알겠습니다. 이제 교수님이 말씀할 차례입니다.”

“저는 뭐 별거 없습니다. 방금 이야기가 나온 대지의 메모리 스크롤을 비롯한 6장의 스크롤이 시영 군의 기억이 아닐 것 같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유마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시영 군이 가진 여러 장의 메모리 스크롤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했었습니다. 이터널 군이 말씀해주신 것까지 생각해보면, 결론은 이곳에서 만든 제로 메모리 스크롤만이 시영 군의 기억, 나머지는 다 다른 사람의 기억이라는 겁니다.”

“교수님은 그걸 어떻게 아신 겁니까?”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유마는 매드 판타지 메모리 스크롤을 가져왔다.


“전 이미 [매드 판타지] 말고도 메모리 스크롤이 한 장 더 있죠. 시영 군이 가져온 6장의 메모리 스크롤을 보고 한 사람에게서 여러 장의 메모리 스크롤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품었습니다.”

“사람의 기억은 하나가 아니었습니까?”

“어쩌면, 한 사람에게서 여러 기억이 나올 수 있다는 발견하지 못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편견 때문에 사람의 기억은 하나라고 생각했던 제 생각이 짧았을 수도 있죠.”

유마의 말끝은 은근히 녹차 맛 단백질 블록의 맛이 남아있는 것처럼 씁쓸했다.


“어쨌든, 시영 군이 가지고 온 기억의 종류들이 하나로는 정리될 수 없는, 각기 다른 사람의 기억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단적으로 대지 말고도 불꽃, 바다, 번개 등 통일되지 않은 기억이잖아요?”

“그런 것 같습니다.”

이터널은 수긍했다. 그가 분석해도 자연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은 없었다. 특히나 불꽃과 바다, 번개와 대지는 상극이라는 느낌이 강했고, 본인 기억이라기에는 상성이 맞지 않았다.


사람마다 살아온 삶이 다르듯, 메모리 스크롤로 복사할 수 있는 기억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어쩌면 유마는 그 점을 시영에게 배운 것 같았다. 그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사람의 기억을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있다는 편견에 사로잡혔을지도 몰랐다.


하나의 발견, 하나의 깨달음, 그리고 하나의 의문. 유마는 세 가지를 얻었다.


“밥이 오늘따라 늦게 오네요.”

유마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많은 차가 지나갔지만, 이곳 미르 코퍼레이션으로 오는 차는 없었다. 오히려 늦게나마 퇴근을 위해 나가는 차들 뿐이었다. 고개를 돌려 불빛에 반사되는 강을 바라보았다. 이곳을 지켜주듯 둘러싸인 반짝이는 강은 언제봐도 멋진 절경이었다.


“교수님.”

“예, 이터널 군.”

“포우를 봤습니다.”

“포우? 아, 조금 전에도 이야기하셨죠.”

유마에게는 썩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이미 포우와 관련된 많은 거짓 정보를 접해봤고, 이번에도 그저 그런 말과 다를 바 없엇다.


“이터널 군을 포우가 구해주셨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괴인과 싸우던 쭝 그에게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이터널 군, 천사는 말이죠.”

“교수님은 천사를 생각하신 겁니까?”

이터널은 평소와 같은 우직한 표정으로 유마를 바라보았다.


“그럼, 이터널 군을 구한 포우는 누구죠?”

“붉은 눈을 가진 초인이었습니다.”

“붉은 눈···”

이터널의 눈은 당시 포우가 괴인을 공격하는 걸 비추고 있었다. 유마는 그것까지 읽지 못했지만, 적어도 포우가 이터널을 구해준 것과 적지 않은 충격을 준 존재라는 건 읽을 수 있었다.


“포우는 어떤 사람이죠?”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괴인을 적대한다고밖에는···”

정작 이터널은 그때 받은 충격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을 잃기 전 포우를 봤지만, 그게 누군가를 본 것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었다. 포우의 붉은 눈은 어쩌면 이터널의 피에 묻은 모습일지도 몰랐다. 오히려 포우가 아닐 가능성도 존재했다.


“정말 포우가 맞는 건가요?”

유마의 조심스러운 물음, 이터널은 고민 끝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곳에는 아직 포우가 필요합니다.”

이터널은 유마와 마찬가지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왜 자신에게 포우가 나타났는지 의문을 품었다.


“동감입니다. 잠깐이나마 이터널 군의 이야기를 믿지 못한 건 사과드립니다.”

“괜찮습니다.”

“포우를 사칭하는 자들이 너무 많아서··· 죄송합니다.”

이터널도 이점에는 동감이었다. 정체불명의 존재, 포우. 그 점을 노린 수많은 사람 때문에라도 그 스스로 포우를 만났다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의 감이 확신했다. 대지가 요동칠 정도의 강력함, 붉은 눈의 초인은 포우임이 분명했다.


“D-Zero에 나타난 진짜 포우가 6개월 만에 나타났다. 재밌지 않나요, 이터널 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드네요. 저 또한 진짜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유마는 입꼬리를 올리며 꿈속에서 붉은 눈의 초인이 내민 손을 떠올렸다. 잡힐 듯 잡히지 않던 그 손을 향해 손을 내밀었지만, 아무것도 잡히는 건 없었다. 그저 허공, 혹은 허상이었다.


때마침 유마가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다. 오늘은 이터널이 좋아하는 담백한 고기 도시락이었다.


“배고프네요.”

“그렇습니다.”

이터널이 음식을 받으러 나가자, 유마는 스마트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잠시 통화 가능합니까, 시영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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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복수자의 눈(1) 20.08.08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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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마술사(2) 20.08.06 27 0 12쪽
42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마술사(1) 20.08.06 26 0 13쪽
41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3) 20.08.04 30 0 14쪽
40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2) 20.08.03 35 0 18쪽
39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1) 20.08.02 34 0 13쪽
38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오싹한 동영상(3) 20.08.02 33 0 12쪽
37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오싹한 동영상(2) 20.08.01 41 0 15쪽
36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오싹한 동영상(1) 20.07.31 3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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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Zero Memory(2) 20.07.28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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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힘(2) 20.07.21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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