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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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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최근연재일 :
2021.06.22 22:00
연재수 :
2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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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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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오싹한 동영상(3)

DUMMY

한산한 곳에서 This Illusion을 시청하던 고속은 틈틈이 This Illusion에 대한 글을 쓴 사람들의 SNS를 확인했다.


제목이 This Illusion이었음에도 오히려 오싹한 동영상이라고 쳤을 때 검색 결과가 더 많았다. 물론 어느 쪽이든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기에 고속은 천천히 SNS를 확인했다.


절반 정도는 진실, 나머지 절반은 거짓이었다. 눈치 빠른 고속은 관심을 끌기 위해서, 혹은 헛소문을 퍼뜨리기 위해서 올린 글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절반의 진실에서 두통을 느낀 사람들의 표현은 대부분 비슷했다.


고속이 정리하면 [정신이 분열되는 느낌의 두통]이었다. 증상의 편차는 있었지만, 대체로 그랬다.


SNS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이게 끝이었다. 다음으로는 This Illusion에 올라온 댓글을 확인했다. 한눈에 봐도 SNS보다 훨씬 다양한 반응이었다.


노래가 좋다는 댓글이 각종 언어로 가장 많이 올라와 있었다. 조금 오글거릴 정도로 찬양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완성도를 비롯해 상당히 훌륭한 곡은 맞았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그런 사람들도 있었지만, 두통으로 인해 불만, 심하게는 욕설을 쓴 댓글도 상당히 있었다. 당연하게도 노래가 좋다는 반응이 불만을 노래하는 반응보다 미안할 정도로 많았다.


“내가 못 느끼는 건가?”

고속은 This Illusion을 처음부터 다시 들었다. 한두 명이면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두통을 느낀 많은 사람의 호소에 반복하여 듣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This Illusion을 반복해서 들어도 두통은커녕 머릿속이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단순한 기분이라기에도 머릿속의 회전이 빨라지는 느낌이 확연했다.


아예 노래 가사마저 보지 않고 다 외울 정도로 시청하던 중, 근처에서 똑같은 영상을 보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의도야, 이것 좀 봐.”

종희는 친구인 의도에게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그의 스마트폰에선 This Illusion의 한 장면이 멈춰 있었지만, 정작 의도는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기다려봐.”

종희는 스마트폰으로 실을 찾아보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것을 확인한 종희는 입을 열었다.


“외국 사이트네?”

“아, 바느질할 게 많이 생겼거든.”

“바느질?”

“응, 바느질. 바늘과 실로 꿰매는 거 말이야.”

“알고 있는데, 수선집에 맡기면 되잖아?”

종희의 물음에 의도는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꽤 섬세하게 다뤄야 하거든. 수선집이 얼마나 잘하는지는 몰라도 직접 꿰매야 해.”

“그래? 엄청 중요한 물건인가 보네.”

“중요하지, 그래도 우리 우정이 더 중요하잖아.”

의도는 반짝이는 황금색 실이 나오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꺼버렸다.


‘우정, 좋지.’

근처에서 이야기를 듣던 고속은 그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제아무리 중요한 물건이라도 소중한 친구와의 우정에 비할 바 되지는 못한다.


우정이라는 단어에 동료들의 생각이 가득해지자, 조심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하지!”

종희는 주먹을 쥐었고, 의도는 한껏 올라간 입꼬리와 함께 그와 주먹을 맞댔다. 그렇게 오늘도 두 사람의 우정은 한층 더 깊어졌다.


“근데, 종희야, 뭐 보여주려고 한 거야?”

“이거.”

종희는 멈춰 있는 This Illusion을 보여주었다.


“앞부분만 조금 들어봤는데, 꽤 좋을 것 같아서.”

이어 친구를 생각하는 배려로 영상을 처음으로 돌려버렸다.


“됐어, 뭘 그런 걸 보냐?”

“너, 노래 못 부르잖아.”

종희의 진심 어린 일침에 엉뚱하게도 근처에 있던 고속의 웃음이 터져버렸다. 두 사람은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사레에 걸린 것처럼 콜록거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다른 사람도 있는데 그런 말을 하니···”

“의도야, 솔직하게 지금 이대로 네가 데뷔할 수 있어?”

연달아 날아오는 사실을 담은 종희의 직구에 의도의 입은 삼진을 당한 타자처럼 다물어졌다.


“솔직히 못 하잖아.”

“그러는 종희, 너도 춤 못 추잖아.”

친구의 걱정이 서로를 깎아내리는 싸움으로 변하는 건 시간을 잴 필요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잠깐이지만, 그 이야기를 듣던 고속이 느끼기에는 한참 동안 이어졌다.


‘말려야 하나?’

고속의 생각과 동시에 두 사람은 이내 그만두었다.


“노래 연습 좀 해.”

종희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너도 춤 연습 좀 해.”

의도가 그 손을 잡았고, 두 사람은 언제 싸웠냐는 듯 서로를 격려했다. 고속은 방금 이름을 알게 된, 종희와 의도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의도야, 우리의 꿈, 기억하지?”

종희가 미소 지으며 묻자, 의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뭐였더라?”

“응?”

의도의 행동에 종희는 심각할 정도로 당황하여 식은땀을 흘렸다. 의도는 그 모습에 피식거리며 친구의 등을 세게 쳤다.


“안 까먹었어, 인마!”

의도는 얄밉게 혀를 날름거렸다.


“진짜, 이 자식이!”

한순간 울컥한 종희는 의도에게 마음을 담아 응징했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의도는 연신 항복을 외치며 고속의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단순한 장난이었지만, 종희는 화가 단단히 났다. 의도는 쓰린 옆구리를 쓰다듬으며 친구의 화를 달래려 했지만, 제대로 화난 그의 기분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장난 좀 쳐봤어, 미안해, 친구야.”

“아니, 장난은 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우리들의 꿈을 가지고 그럴 수 있어?”


‘우리들의 꿈?’

그들을 주시하던 고속은 더욱 집중했다.


“같이 세계를 무대 삼아 춤추고 노래하자는 거잖아. 당연히 안 까먹었지.”

“우리는 그걸 이루려고 지금까지 노력했잖아.”

“알아, 아는데··· 종희야, 솔직히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가 열심히 해도 아이돌이 되지 못할 수도 있어. 지금 상황에서는 서로 부족한 면이 너무 크지. 내 말이 틀려?”

이번에는 종희의 입이 닫힐 차례였다. 반박하고 싶어도 의도의 말이 맞았다.


종희는 노래는 소름 돋을 정도로 잘했지만, 그에 비해 춤은 잘 추지 못했고, 의도는 화려하게 춤춘다는 말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표현했지만, 정작 중요한 노래 실력은 심각하게 모자랐다.


“그래서 잘해보자는 거야. 목표가 잘 안 될 수 있어. 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건 바란다면 당연한 거야.”

“그래, 그래. 그 말이 맞지.”

의도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부족하니까, 잘해보자 친구야. 이거 요즘 유명한 영상인데, 보면서 노래 연습도 하고 그러는 게 어떨까?”

“종희야.”

의도는 종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솔직히 아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종희, 너 춤 실력 많이 늘었어.”

“그래, 그러니까 이번에는 네가 발전해야지. 내가 했으니까 너도 할 수 있어.”

“난 아마 안 될걸? 지금은 할 의욕도 없고···”

“비관적으로 생각해야 슬퍼질 뿐이야. 그리고 의욕이 없다니.”

“친구야, 알고 있니? 우리의 무대인 세상이 빛나고 있지 않아.”


의도의 한 마디는 종희뿐만이 아닌, 고속의 눈까지 개안하게 했다. 세상이라는 무대, 포부가 넓은 의도의 각오와도 같은 말이었기에 종희의 눈은 반짝거렸지만, 고속은 묘하게 D-Zero가 떠올랐다.


‘그나저나, 이거··· 아니다.’

고속은 D-Zero 이후로 떠오르는 나쁜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세상이 빛나지 않으면, 우리가 밝히면 되잖아. 아이돌이 뭐야? 바로 어두운 세상을 노래와 춤으로 밝게 비춰주는 희망의 상징이야.”

“알겠어, 알겠어.”

긍정적인 종희에게 미소를 짓는 의도, 그렇게 두 사람은 This Illusion을 시청했다. 다시 듣는 종희, 처음 듣는 의도도 리듬에 박자를 맞추며 흥미롭게 연주를 감상했다.


그로부터 1분도 지나지 않을 시점, 종희가 미리 본 시간은 이미 넘었을 때였다. 잘 감상하던 두 사람은 갑작스럽게 두통을 느꼈고, 고속은 그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이거 뭐야!”

“으으···”

종희는 괴로워하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의도는 인상을 쓰며 동영상을 꺼버렸다.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고통은 30초 정도 지속되었다.


‘소문은 사실이었나 보군.’

고속은 단순한 소문이라 생각하던 This Illusion, 통칭 [오싹한 동영상]을 듣고 두통을 느끼는 모습을 처음 마주했다. 만약 이들을 보지 못했더라면 소문을 단순한 거짓으로 판단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상태가 좋지 않아진 두 사람은 근처 소속사 연습실로 걸음을 옮겼다. 의도의 의욕과 상관없이 연습할 상황이 아님을 누구보다도 서로가 잘 알고 있었다.


고속이 그들에게 다가가려 발걸음을 뗀 순간, 누군가 연습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종희가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의도는 여유롭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종희, 의도 안녕? 너희들 연습하러 가니?”

그녀는 인기 아이돌 페어리의 멤버인 아미였다. 후배 연습생들의 정중한 인사에 아미도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아, 네···”

“역시 종희는 열심히 하네. 그런데 다들 표정이 왜 그래?”

“그, 그게···”

“바람이 차가워서 머리가 아프네요. 하하하.”

의도의 거짓말에 아미는 그들을 흘겨보았다.


“정말이야?”

아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종희는 노래를 잘 불렀지?”

“네, 선배님.”

“아이돌이 노래를 잘하는 건 그 무엇보다도 큰 축복이야. 찬 바람은 목에 안 좋아. 그러니까 목 상하지 않게 조심하렴.”

“네, 선배님, 감사합니다!”

종희는 고통도 잊은 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의도는 엄청 열심히 하고, 알았지?”

“네, 네. 선배님.”

선후배 사이 피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끝나자, 고속은 종희와 의도에게 다가갔다.


“잠깐만요?”

아미의 제지, 고속은 걸음을 멈췄다.


“여긴 저희 MS 엔터테이먼트 연습실이라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어요.”

“압니다. 단지 저 친구들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무슨 일이죠? 제가 좀 알아야겠는데요?”

“저 친구들 두통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물어볼 게 있어요.”

“두통이요?”

아미는 두 사람이 들어간 출입문을 바라보았다. 이미 두 사람은 들어간 지 오래였다.


“찬 바람 때문에 아프댔는데요?”

“아닙니다. 제가 보고 있었는데, 저 친구들은 This Illusion을 시청하고 두통을 느꼈습니다.”

“This Illusion?”

아미의 표정은 묘했다. 그녀가 오싹한 동영상의 소문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속은 알지 못했다. 다만, 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보건대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연습생에게 일어난 일은 이쪽에서 해결할게요.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아미. 고속은 당황스러웠지만, 마땅히 해야 할 조치였기에 그들에게 정보를 얻으려는 시도는 포기해야 했다.


아쉬움 마음에 자리를 떠나려는 고속.


“저기, 정말 This Illusion 때문에 두통을 일으켰나요?”

아미는 그런 그에게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제가 봤습니다. 조금 보더니 괴로워하더군요. 저 역시 걱정되는 마음에 다가갔을 뿐입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화는 끝났다. 공교롭게도 고속은 자신의 앞에 있던 사람이 인기 아이돌이었음에도 개인적으로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대화가 빨리 끝난 걸 다행으로 여겼다.


그녀가 해방기 소지자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해방기 소지자는 적이었기에 별 좋은 감정은 없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아미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전혀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후배들에게 신경은 쓰는 것 같아 조금은 다시 보게 되었다. 최소한 착실하다는 사실 하나만은 인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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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도움(3) 20.08.16 30 0 14쪽
48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도움(2) 20.08.14 27 0 14쪽
47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도움(1) 20.08.12 28 0 16쪽
46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복수자의 눈(2) 20.08.10 36 0 13쪽
45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복수자의 눈(1) 20.08.08 42 0 12쪽
44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마술사(3) 20.08.07 26 0 16쪽
43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마술사(2) 20.08.06 27 0 12쪽
42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마술사(1) 20.08.06 25 0 13쪽
41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3) 20.08.04 29 0 14쪽
40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2) 20.08.03 34 0 18쪽
39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1) 20.08.02 33 0 13쪽
»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오싹한 동영상(3) 20.08.02 33 0 12쪽
37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오싹한 동영상(2) 20.08.01 41 0 15쪽
36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오싹한 동영상(1) 20.07.31 32 0 12쪽
35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Zero Memory(3) 20.07.29 44 0 16쪽
34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Zero Memory(2) 20.07.28 33 0 12쪽
33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Zero Memory(1) 20.07.27 32 0 12쪽
32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진실은 가까운 곳에 있다.(2) 20.07.27 36 0 14쪽
31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진실은 가까운 곳에 있다.(1) 20.07.26 41 0 13쪽
30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철의 기억(2) 20.07.26 28 0 14쪽
29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철의 기억(1) 20.07.25 35 0 13쪽
28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제미니 20.07.24 31 0 14쪽
27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블러드리아(2) 20.07.23 33 0 14쪽
26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블러드리아(1) 20.07.22 34 0 14쪽
25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힘(3) 20.07.22 32 0 12쪽
24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힘(2) 20.07.21 36 0 12쪽
23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힘(1) 20.07.21 31 0 12쪽
22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Game Over(2) 20.07.19 38 0 15쪽
21 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Game Over(1) 20.07.19 26 0 12쪽
20 Episode 01. 묶인 천사-귀신 소동(2) 20.07.19 30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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