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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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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최근연재일 :
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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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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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1. 묶인 천사-귀신 소동(2)

DUMMY

“뭐, 뭐야?”

베였다고 생각한 창연은 넘어져 있었다. 소인은 고개를 돌려 자신이 무엇을 벴는지 확인했다.


“시, 시영이 형!”

시영이었다. 시영은 창연에게 날아든 공격을 구체로 막아냈지만, 그 급한 상황에서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었기에 어깨가 베는 것은 감내해야만 했다.


“사람을 죽일 생각이야!?”

시영은 소리쳤고, 소인은 그가 반가웠지만, 만나자마자 화를 내자 울컥했다.


“저 녀석이 소민이를 다치게 했어요! 용서할 수 없다고요!”

“그렇다면 네가 할 일은 소민이 곁에 있어 주는 거야! 그 아이의 곁에서 미소를 잃지 않게 같이 있는 거라고!”

시영이 입을 열자 어깨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럴수록 그는 어깨를 세게 움켜쥐었다.


소인은 입술을 앙다물 채, 검은 다시 봉인시켰다.


“소인아, 아직은 늦지 않았어.”

시영은 숨을 거칠게 쉬었고, 소인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어서 가!”

시영은 간절한 눈빛으로 부탁하듯 소인을 바라보았다. 소인은 그 모습에 뭔가를 느껴 몸을 떨며 집으로 달려갔다.


“당신은 어제 공원에서 본, 검은 모자분이 아닙니까?”

창연의 물음에 시영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기사 님, 이게 무슨 일이죠?”

“소인 공의 누나분께서 절 먼저 공격했습니다. 제가 그분을 쓰러뜨리지 않았더라면, 아마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그 일에 대해서 대충은 알아요. 그런데 소인이가 왜 당신을 공격한 거죠?”

“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소인 공은 굉장히 분노했습니다.”

“그렇군요.”

잠시 생각하던 시영은 수첩을 꺼내 뭔가를 적었다.


“제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기사 님.”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사과한 시영은 조심스럽게 자리를 떠났다.




“시영.”

이터널이 시영을 찾아왔다. 시영은 근처 카페에서 뭔가를 적고 있었다.


“이터널 씨,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이터널은 시영의 앞에 앉았다.


“혹시 방금 일어난 귀신 소동에 대해 알고 있나?”

“귀신 소동이요?”

“방금 번화가를 중심으로 귀신이 나타나는 소동이 일어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지만, 논란이 될만한 일이자, 질서가 충분히 무너질 수 있는 일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거죠?”

“갑자기 나타난 영혼이 의식 불명 사건의 피해자들의 영혼일 수도 있다.”

“네?”

시영은 잠시 눈을 깜빡거렸다. 진지한 이터널의 눈빛은 진심이었던 것 같았다. 워낙 변화 없는 표정이었기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어쨌든 그는 항상 진지한 것 같았다.


“고려해 볼게요. 아, 잠깐 이것 좀 보실래요?”

시영은 적고 있는 수첩을 건넸지만, 이터널은 거절했다.


“역시 잠깐 일어난 소동인 것 같군.”

“아하하, 역시 그렇겠죠?”

“그리고 교수님께서 한 번 연락해달라고 부탁하더군.”

“그 정도는 유마 씨가 해도 되지 않나요?”

“교수님은 지금 바쁘시다. 그분은 시작한 연구는 확실하게 끝내는 분이지. 물론 지금 네가 전화한다면 받겠지만, 어쨌든 바쁘시다.”

“아, 알겠습니다.”

시영은 유마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터널은 자리를 옮겼다.


“여보세요? 아, 시영 군.”

유마는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전 시영인데요. 혹시 지금 시간 되시나요?”

“아, 지금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습니다.”

“예?”

시영은 바쁘다는 일이 고작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었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연구를 위해서입니다. 일단은 연구차 맛을 보는 중이죠. 녹차 맛을 연구하기 위해서 마트나 편의점에 있는 녹차 관련 제품을 전부 사서 분석하는 중이거든요.”

유마는 누군가 남긴 녹차 맛 단백질 블록이 맛이 없다는 문의 때문에 그 맛에 대해 분석 중이었다. 녹차 티백, 녹차 초콜릿, 녹차 앙금 빵 등 갖가지 제품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이스박스 3개를 가볍게 채운 녹차 아이스크림이 독보적으로 많았다.


“아, 역시 바쁘셨군요. 죄송합니다. 다음에 걸게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시영 군의 전화인데 당연히 받아야죠.”

유마는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를 책상에 놓고 복도로 나왔다.


“예, 무슨 일로 전화하셨죠?”

“이터널 씨가 유마 씨한테 전화해보래서요.”

“아, 참 그랬죠. 제가 부탁드렸는데, 까먹고 있었군요.”

“무슨 일이세요?”

유마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소인 군에 대한 일입니다. 이터널 군에게 들었는데, 이걸 시영 군에게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많이 했습니다.”

“소인이 이야기요?”

“소인 군이 시영 군의 메모리 스크롤을 빼앗았다는 그 말입니다.”

“아, 그거요?”

시영은 별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고, 유마는 눈을 깜빡거리며 코를 훌쩍거렸다.


“그거 제가 빌려준 거예요.”

“시영 군, 거짓말이 너무 서툽니다. 어색한 시영 군의 얼굴이 너무나도 잘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닐 것 같군요.”

“네, 맞아요. 뺏겼죠.”

시영은 체념하듯 말했다.


“화가 나지 않는 겁니까?”

“화는 나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편하십니까?”

시영은 수첩을 품속으로 집어넣고 입을 열었다.


“저는 솔직히 소인이에 대해서 잘 몰라요. 하지만 이런 저라도 한 가지 알고 있는 건 있어요.”

“그게 뭡니까?”

“소인이가 괴로워하고 있다는 거예요.”

시영의 말에 유마는 수긍했다. 그와 달리 소인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 최소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기에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유마는 어제 시영과 대화 중에도 계속 소인에게 눈길이 갔었다. 그는 소인이 가진 위험한 생각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소인이 시영의 메모리 스크롤을 노린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를 공격한다는 위험한 생각과 그러면 안 된다는 두 가지의 상반된 생각이 그를 옥죄었고, 결론적으로 힘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괴로워했다.


유마는 소인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단지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소인은 평소 민폐를 끼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세상은 사슬과도 같아 그를 점점 옥죄었고, 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게 몰아넣었다.


“그렇습니까?”

유마는 안타까운 마음에 이해는 했지만, 모른 척했다.


“제가 소인이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알았더라면···”

“시영 군···”

유마는 미안함을 느끼는 시영에게 이렇게 할 조언을 해주지 못했다.


“어쨌든, 제가 시영 군에게 알려드릴 건 천사에 대해서입니다.”

“천사요?”

“이미 아실지도 모르지만, 요즘 혜성에 나타나는 천사에 대해서 알려드리려 합니다.”

시영은 새벽의 하늘을 날아다니던 천사를 떠올렸다.


“결론적으로 그 천사는 소인 군의 기억에서 해방된 존재입니다.”

“기억에서 해방된 존재?”

“뭐, 그렇습니다. 천사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신가요?”

“아뇨, 없어요.”

단호한 대답에 유마는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어, 없다고요?”

“지금 유마 씨가 말씀하신 게 소인이에게 해방된 천사가 밤마다 혜성을 날아다니는 그 천사라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그거면 됐어요.”

유마는 시영의 단호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말 이걸로 된다는 겁니까?”

“네, 그거면 충분해요.”

시영은 어느새 꺼낸 수첩에 유마의 말을 적었다.


“정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습니까?”

“그건 맞는데, 소인이의 기억에서 해방된 존재라면, 곧, 그 천사의 행동이 소인이의 행동과도 같다는 거죠?”

“그렇게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은 이걸로 충분해요.”

시영은 다 적은 수첩을 도로 집어넣었다.


“시영 군, 제가 잘 이해되지 않아서 그러는데, 이유를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시영은 유마에게 소인이 처한 일을 알렸다. 굳이 유마의 정보를 더 듣지 않으려는 이유도 그것과 관련이 있었다. 천사의 행동이 곧 소인의 행동이라면, 그가 괴인을 쓰러뜨린 이유가 어쩌면 의식 불명 사건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였다.


그랬기에 시영은 의식 불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소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하나, 시영은 소인의 진심을 알고 싶었다.


“묶인 천사로군요. 자신의 어리석음에 발이 묶인 천사.”

“그런 것 같아요.”

시영과 유마는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소인의 어리석음이 아닌, 그의 안타까움에 대해서였다.


“그런데 소인 군이 이번 의식 불명 사건과 정말 관련이 있습니까?”

“정확하게는 소인이가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에요.”

“소인 군이?”

유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유하자면, 가로 9줄, 세로 9줄의 총 81조각의 퍼즐이 있는데, 퍼즐이라는 게 전부 모이지 않으면 완성되지 않잖아요? 지금 상황에서는 그 81조각의 퍼즐 중 정중앙의 한 조각만 없는 것 같아요.”

“그럼, 그 한 조각이 소인 군이라는 말씀인가요?”

“맞아요.”

“어째서죠?”

유마는 이해할 수 없었다. 소인은 자신에게 처한 일로 괴인을 쓰러뜨리고 있었고, 오히려 시영을 방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시영은 의식 불명 사건, 소인은 괴인 사건으로 서로 다른 사건에 관련되었다.


그 어떠한 것도 연관되지 않은 두 사건, 그리고 두 사람, 유마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우선, 제가 본 게 있고, 경찰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점, 마지막으로 절 부른 이유라면, 소인이가 관련이 있을 거예요.”

“어떤 의미에서 관련이 있다는 거죠?”

“그건 바로 이번 의식 불명 사건 피해자들의 공통점이 인간이라는 점이죠.”

“인간이요?”

유마는 콧바람을 내쉬었다. 시영의 추리는 허무맹랑했다. 명탐정 해성의 제자가 아니었다면 당장 끊었을지도 모르는 추리였다. 현실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해성과는 달리, 시영의 추리는 수수께끼를 푸는 게 아닌, 오히려 수수께끼를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 의미를 자세히 알려주세요.”

“경찰들이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건, 이번 사건의 원인 자체를 찾지 못했다는 거죠. 그래서 유마 씨에게 부탁했다는 거 잘 아실 거예요.”

“그, 그렇죠.”

유마는 긴장을 삼켰다.


“하지만 의외로 힌트는 잔뜩 있었어요. 그래서 전 생각을 다르게 해서 한 가지 가설을 세웠을 뿐이에요. 그건 피해자는 전원이 인간, 용의자는 인간이 아닌 존재란 거예요.”

시영은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갔다.


“중앙의 퍼즐 한 조각이 소인이라는 이유는 소인이가 처한 괴인 사건과 유마 씨가 해결하려는 의식 불명 사건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소인이라는 거죠.”

“소인 군이 두 사건의 연결점?”

유마는 눈을 깜빡거렸다.


“천사가 나타난 자리에서 쓰러진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이 있죠. 유마 씨는 이 사람들이 의식 불명에 빠졌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처음 알았습니다. 애초에 천사가 소인 군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알아낸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천사가 지나간 자리의 의식 불명에 빠진 사람들, 원인을 모를 의식 불명 사건. 이제 감이 좀 오시나요?”

“그렇다면 왜 천사가 지나간 자리에 쓰러진 사람들이 있는 건가요?”

유마의 물음에 시영은 숨을 골랐다.


“유마 씨가 천사는 소인이의 기억에서 해방된 존재라는 힌트를 주셨죠. 소인이는 무슨 이유로 괴인들을 쓰러뜨리고 있고, 천사의 행동이 곧, 소인이의 행동이라면, 천사는 괴인을 쓰러뜨렸고, 쓰러진 괴인은 사람들로 돌아오게 돼요. 이렇게 쓰러진 사람들은 의식 불명에 빠지게 되는 거죠.”

“그게 정말인가요?”

“다만, 지금으로선 가설일 뿐이에요. 제가 직접 본 건 있지만, 천사가 괴인을 쓰러뜨리는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어요. 어쨌든, 이런 이유로 소인이가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일지도 모른다고 하는 거예요.”

유마는 그제야 시영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소리 없이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경찰에는 유능한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모두 이번 사건에 대해 파악하지는 못했죠. 부상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건 오컬트가 용의자라는 추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당연히 오컬트는 존재 자체가 의문 가득한 이종족이고, 경찰들이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이유는 오컬트가 범인이라는 생각까지는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설사 도달한

다고 해도 잘 모르는데 증거를 찾을 수도 없죠.”

“그래서 해성이가 시영 군을 불렀군요.”


“솔직히 이게 맞는 건지 확신이 들지는 않아요. 저런 이유로 경찰이 하지 못했을 용의자는 ‘오컬트’라는 전제로 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의 퍼즐이 맞춰지긴 했어요. 물론 다른 요인도 있었지만, 만약 이걸 전제로 하지 않았더라면 퍼즐 조각을 찾지 못했을 거예요. 다만, 아직 확신하기에는 일러요. 이 추리가 언제든 뒤집힐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일단 지금까지 종합하자면 용의자는 오컬트예요.”

시영은 수첩을 꺼내려다 도로 집어넣었다.


“괴인이 무슨 이유로 나타나는지도 아직 잘 몰라요. 하지만 사람들 괴인으로 변하게 했다면, 그 용의자는 오컬트일 확률이 높아요. 소인이는 뭔가 알고 있을 거예요. 만약 정말 오컬트와 관련이 있다면,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이자 마지막 조각이 될 거예요.”

유마는 꽤 그럴싸한 추리에 감탄했다. 확실히 해성의 제자다웠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의문이 드는 게, CCTV가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CCTV요?”

“네, CCTV요. 그거만 작동했으면 더 확실하게 뭔가 알아냈을 텐데···”

시영의 말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유마의 실수로 전화가 끊기자, 그 즉시 유마는 시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왜 끊으셨어요?”

“뭘 잘못 만지다가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네. 그래서 천사의 행동이 찍히지 않아서 아쉬워요. CCTV만 있었어도 훨씬 빨리 해결됐을 텐데···”

유마는 잠시 말이 없어졌다.


“누가 의도적으로 고장 낸 걸까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군요. 우리가 상관할 일도 아닌 것 같고.”

“그건 그렇죠?”

“아무튼, 그래서 시영 군은 소인 군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힘들 것 같아요. 소인이는 왜인지 절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소인이가 마음을 열어준다면 대답과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소인이가 사건을 해결할 퍼즐을 가지고 있길 바라고 있어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군요.”

유마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이건 정말 만약인데요. 제 생각이 맞으면 이번 사건의 결과에 따라 소인이의 미소를 빼앗을지도 몰라요.”

“소인 군을 걱정하는 겁니까? 시영 군은 소인 군의 걱정이 아닌, D-Zero의 정보를 위해서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유마는 자기가 말해놓고도 어이가 없었다. 이미 시영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저런 말이 나온 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어쩌면 정말 해결이 가까워졌다는 희망이 보여서일까, 기쁜 마음이 표출된 것만 같았다.


“D-Zero도 중요하지만, 소인이의 미소를 지키는 것도 중요해요. 정보? 엄청 중요하죠.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누군가의 미소를 지키는 거예요. 저는 정보는 잃어도 사람의 미소는 잃을 수 없어요.”

시영의 말은 강한 확신으로 차 있었다.


“미소입니까?”

내심 유마는 그가 왜 미소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궁금했지만, 확실한 건, 유마의 생각은 달랐다. 미소보다도 더 중요한 건 정보다.


“시영 군, 만약 시영 군은 정의가 원하는 대답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정의요?”

어제와 같은 물음이었다. 시영은 어제는 경황이 없어 대답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저를 정의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선이든 악이든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제가 옳다는 일을 할 뿐이에요. 유마 씨가 무슨 의도로 말씀하는지 알아요. 어쨌든 의식 불명 사건의 원인을 찾는다는 건 변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렇군요. 멋진 대답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시영 군.”

그렇게 전화가 마무리됐다. 유마는 시영과의 통화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조만간 해결될 것만 같다는 기대감이 가득 차올랐기 때문일까, 이미 기대감은 솟구치다 못해 넘쳐 흘러버렸다.




같은 시각, 집에 도착한 소인은 서둘러 소민에게 다가갔다.


소민은 웃는 얼굴로 소인을 반겨주었다. 그녀는 의식을 잃은 채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다녀왔어, 소민아.”

소인은 무릎을 꿇었고, 그저 소민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억지로 미소를 지은 채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달이 붉네.”

모자를 벗은 시영은 옆머리를 넘기는 시늉과 함께 달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느껴지는 혜성의 위화감은 저 붉은 달이 정점이었다. 유독 오늘의 달은 너무나도 붉게 물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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