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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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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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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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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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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2. 블러드리아의 마석-힘(3)

DUMMY

시영이 점점 조심스러워진 이유는 잘못하면 소민이 처벌을 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소인이 말하는 사실에 따라 그럴 가능성은 충분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자칫 시영은 소인의 미소를 알아갈지도 몰랐다. 그랬기에 더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야기의 시작부터 시영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진실이 드러나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잘못 들었다고 여겼지만, 소인은 확실하게 소민과 오컬트가 친구라고 공언했다.


“어, 어느 정도로?”

소인의 공언에도 시영은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소인이 지금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기에 생각할수록 혼란만 가중되었다.


“둘이 뭐, 거의 가족처럼 친해요. 일주일에 여섯 번은 같이 다녔으니까요. 가끔은 저랑도 다녔어요.”

설상가상, 보통 친구 사이는 아니었다. 가족에 가까운 친구, 인간끼리라면 이상한 일은 절대 아니었지만, 오컬트와 인간이었기에 시영은 점점 생각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마석 관련 이야기도 조금은 알아요. 복부를 쳐서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건, 정말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거든요.”

“그 오컬트가 알려 준 거야?”

노바가 물었다.


“아니, 오컬트에 내려온 한 가지 전설 때문이야.”

“그게 뭐죠?”

해성의 물음에 소인은 긴장을 삼켰다.


“마석을 복부에 넣는 것으로 강대한 힘을 얻는다는 거예요.”

“그건 처음 듣는데?”

시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영이가 모르는 오컬트도 있어?”

노바가 시영을 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라고 다 아는 건 아니야. 내가 많이 안다는 건 부정하지 않지만. 오컬트 슬레이어라고 불릴 정도로 아는 건 절대 아니라고.”

“알겠어.”

노바는 입술을 삐쭉 내밀며 우유를 마셨다.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하지만 그 오컬트는 분명 그렇게 말했어요.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자기를 포함한 몇 명만이 만들 수 있다고요.”

“애초에 왜 복부지? 아니, 그것보다도 오컬트는 꺼림칙하지 않아?”

시영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인상을 찌푸렸다.


“시영아, 몇 번이나 이야기했잖니. 그건 네가 과하게 반응하는 것뿐이란다.”

“하지만···”

이내 지그시 입을 다문 시영은 인상만은 쉽게 펴지 않았다. 해성은 콧바람을 내쉬었고, 소인은 두 사람의 반응을 보며 최소한 시영은 오컬트를 좋게 보지는 않는 사실을 짐작했다.


“왜 복부냐면요. 복부가 새로운 장기 역할을 할 마석의 중심축 역할을 하기에 제일 알맞대요.”

“그, 그래?”

시영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수첩에 그 말을 적었다.


“그, 그리고 이종족이니까 거부감이 들지 않아? 나처럼 꺼림직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해도···”

“그게, 오컬트라는 사실을 잊고 생각하면, 사람이랑 똑같이 생겼어요.”

“그렇구나.”

시영은 그제야 억지로 사실을 받아들이며 인상을 풀었다.


“소인아, 그게 경찰한테 말한 허무맹랑한 이야기야?”

노바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뭐가?”

“오컬트가 친구라는 거.”

“당연히 이야기했지. 그런데, 아무도 안 믿더라고.”

소인은 한숨을 쉬었다. 분명 사실이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기에 답답했었다.


시영은 그의 도움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해성에게 연락이 왔다.


“죄송합니다.”

밖으로 나간 해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곤란한 표정과 함께 돌아왔다.


“이거, 죄송합니다. 일이 생겼군요.”

“아, 정말요?”

소인은 내심 아쉬워했다.


“바쁘신데도 시간 내주셔서, 오히려 저희가 더 감사드려요.”

“그러니?”

해성은 머쓱하게 웃었다. 이어 소인을 바라보았다.


“소인 씨, 여기, 전에 부탁하신 책입니다.”

해성이 내민 책은 [태양의 대지에서의 14일]이었다.


“아, 어제···”

소인은 잠깐 잊고 있던 책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해성은 보란 듯이 책에 사인했고, 존경하는 사람의 사인이 담긴 책이라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상황에 소인은 긴장해버렸다.


“어제 소인 씨와 나눈 대화는 무척 즐거웠습니다. 탐정 사무소는 언제나 열려 있으니 부담갖지 말고 언제든 찾아오셔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제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저야말로 감사드려요.”

“시영이와 함께 꼭 사건을 해결하길 바랍니다.”

소인의 손에 넘겨진 사인이 담긴 책, 두 사람에게 격려의 엄지를 치켜세운 해성은 노바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그럼, 이제 그 친구라는 오컬트를 찾아가면 되는 건가?”

시영은 옆머리를 넘기는 시늉을 했다.


“시영이 형, 이거 잠시만 맡아주세요.”

소인은 해성에게 받은 책을 시영에게 건넸다.


“갖고 싶은 거 아니었어?”

“맞아요, 평소 존경하던 탐정님께 직접 받은 책이죠. 하지만 지금은 받을 수 없어요.”

“왜? 스승님이 직접 사인한 책은 나도 없는데?”

“소민이를 구하지 못한 제가 이 책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요?”

소인은 시영을 바라보았다.


“그건···”

시영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에게 하는 질문일 수도 있었다.


이미 D-Zero라는 사건을 겪었지만, 시영에게 그 사건에서 무엇을 했냐고 물어본다면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소인도 마찬가지다. 소인에게 있어 D-Zero란 바로 지금이었고, 소민을 구하지 못한 그의 마음은 어쩌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형을 힘들게 하려고 한 질문은 아니에요.”

“그건 알아.”

시영은 시선을 돌렸다. 소인은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사건이 해결되면 받을게요. 부탁드려요, 시영이 형.”

거절할 수 없었다. 만약, 시영이 소인의 상황이었어도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때와 지금, 시간은 달랐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건 같았다.


“알겠어.”

시영은 기꺼이 그의 책을 맡았다. 어쩌면 그에게서 6개월 전, 자신의 모습을 겹쳐봤기 때문일까, 기억도 나지 않는 그 날의 자신은 여전히 희미하게만 느껴졌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전 그 ‘블러드리아’라는 애랑 별로 친하지 않아요.”

“블러드리아?”

“네, 그 오컬트의 이름인데, 지금 상황에서 소민이가 저렇게 된 원인은 블러드리아에게 있잖아요. 마음 같아서는 걔를 찾고 싶지만, 집도 모르고···”

소인은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쉬었다. 많은 사실을 알아낸 시영과는 달리 간단한 것조차 도움이 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친구 아니었어?”

“친구라고 모두 집을 아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

“사실, 마음 같아서는 걔를 공격하고 싶기도 한데, 그러면 소민이가 슬퍼할 테니까 그럴 수도 없고···”

소인은 소민을 바라보았다. 블러드리아의 이야기가 나왔음에도 미동 없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꽉 막혀버리는 느낌이었다.


‘블러드리아, 그 오컬트가 이 사건의 진범이구나.’

시영은 천천히 수첩에 이름을 적었다.


“하기야, 소인이, 네가 그 블러드리아의 집을 알았더라면, 굳이 괴인을 쓰러뜨릴 필요도 없었겠네.”

“죄송해요.”

소인은 한숨을 쉬었다.


“에이, 죄송할 건 없지, 누가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예상이나 했겠어?”

“그, 그렇죠?”

소인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 그렇지.”

시영 역시 억지로 미소를 지었지만, 두 사람 모두 다시 한숨을 쉬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말이야.”

“네.”

“우리라면 꼭 찾을 수 있을 거야.”

시영은 진심을 말하자 다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인은 여전히 미소를 짓지 못했다.


“그전에 저는 그 기사 녀석을 쓰러뜨릴 거예요.”

“뭐? 소인아, 그건···”

“어제처럼 그런 행동은 안 해요.”

어째서일까, 분명 소인은 지금 해야 할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소민을 쓰러뜨린 기사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단지, 그 녀석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요.”

시영에게 마음을 연 그 순간부터, 소인은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진심이었지만, 이 마음만은 특히 더 진심이었다.


“소인아.”

시영은 소인을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복수는 결코 올바른 해결을 낳지 않지만, 진심인 그를 말리기도 어려웠다. 어쩌면 기사와의 싸움은 그에게 있어 블러드리아를 찾는 것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두 사람이 싸웠을 당시를 생각하던 시영은 의외의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 해방기 소지자였지?”

소민과 창연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던 해방기, 그 당시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를 알게 된 지금은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네, 맞아요.”

“소인아, 해방기를 가졌다는 의미가 뭐니?”

시영은 해방기가 언급되자 미묘하게 변한 고속의 태도와 소인이 자신의 해방기를 가져가려던 것을 생각했다. 소인의 경우에는 힘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고속의 태도와 더불어 이터널이 말한 싸워야 한다는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현재로서 왜 그래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도 있었지만, 해방기라 불리는 이 하얀 기계장치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판에 그런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서로가 적이라는 걸 증명해요.”

소인은 해방기를 들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해방기를 들고 있었다. 마치, 자칫하면 싸울 수도 있는 상황, 시영은 그런 생각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소인은 별생각 없이 해방기를 집어넣었다.


“겨우 그런 이유야? 그런 이유로 내 해방기를 훔쳤다고?”

“그건, 죄송해요. 하지만 제가 말한 게 맞아요. 해방기를 가졌다는 건 서로가 적이라는 말이에요.”

“적이라는 건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어. 더군다나 그걸로 소민이랑 싸울 것도 아닐 테고, 해방기로 스크롤의 힘을 해방하잖아. 소인아, 그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 아냐?”

“그 해방이라는 것 자체가 힘이에요. 당시에는 무엇이라도 힘이 필요했고요.”

“그렇구나.”

시영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최소한 해방기 자체에 무한한 힘이 있다는 건 확실해 보였다.


“그럼 소인아, 해방기를 여러 개 가지고 다니면 좋은 점은 있어?”

시영은 수첩에 새로 알게 된 사실을 적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렇구나.”

그렇게 메모를 마친 시영은 입을 열었다.


“뭐, 그 사람과 싸우고 싶으면 빨리 다녀와.”

“정말요? 안 말리세요?”

“어차피 말려도 다녀올 거잖아. 난 소인이 너랑은 다투기 싫어.”

“맞아요. 저도 시영이 형이랑은 이 이상 다투고 싶지 않아요.”

시영과 소인은 서로를 보며 피식 웃었다. 두 사람 모두 어제만 해도 이렇게 마주 보며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도 의식 불명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다녀왔으면 좋겠어. 지금까지 그 사람들의 몸 상태는 좋게 유지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거니까.”

“의식 불명, 확실히 그 자체로도 좋은 건 아니죠. 알겠어요.”

그렇게 소인은 해방기와 체인 메모리 스크롤, 그리고 소민의 메모리 스크롤을 챙겼다.


“그리고 시영이 형, 여러 가지로 정말 죄송했어요.”

소인은 시영에게 빼앗은 6장의 금빛 테두리 스크롤을 돌려주며 정중하게 사과했다. 어쩌면 가장 먼저 해야 했을 사과였다.


“난 괜찮아, 그리고 지금이라도 사과해줘서 고마워, 소인아.”

시영은 미소로 받아주었고, 6장의 금빛 테두리 스크롤 중 [돌풍]이라는 이름의 스크롤을 꺼냈다.


“이거 가져가, 이거라면 도움이 될지도 몰라.”

“감사합니다!”

소인은 그의 마음이 담긴 돌풍의 메모리 스크롤을 조심스럽게 움켜쥐었다. 그렇게 소인은 무거운 마음을 품은 발걸음을 옮겼고, 시영은 그의 뒷모습에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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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마술사(2) 20.08.06 27 0 12쪽
42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마술사(1) 20.08.06 26 0 13쪽
41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3) 20.08.04 30 0 14쪽
40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2) 20.08.03 34 0 18쪽
39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1) 20.08.02 33 0 13쪽
38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오싹한 동영상(3) 20.08.02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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