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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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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최근연재일 :
2021.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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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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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2)

DUMMY

쌍둥이와의 대화로 확신을 얻은 아미는 강해성 탐정 사무소를 향했다. 시영을 생각하며 기분 좋게 걷다 보니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조금은 예스러운 2층 건물인 강해성 탐정 사무소. 세련된 건물이 많은 혜성에서 몇 안 되는 독특한 분위기를 갖는 장소였다.


평소 이 근처를 자주 지나가는 아미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주는 장소였는데, 의외로 혜성의 현재 분위기와도 조화롭게 어울리는 덕분이었다.


그 외에도 독특한 분위기를 갖는 장소는 마왕성이라고도 불리는 서양식 저택과 현 가문의 고풍스러운 한옥 정도가 있었다. 다만, 아미는 이 장소에서는 특별한 영감을 얻지 못했다.


기대를 품고 문을 연 아미, 그녀가 처음 본 사람은 보고 싶은 시영도, 소장인 해성도 아닌 정보상, 고속이었다.


‘잘못 찾아온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아미는 큰 눈으로 이곳이 강해성 탐정 사무소임을 확인했지만,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고속의 모습에 혼란을 느꼈다.


“당신은 페어리의 아미 씨?”

다행스럽게도 이내 다가온 해성의 존재에 안심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강해성 탐정님.”

“세상에! 아미 씨가 여긴 무슨 일로 오셨나요?”

처음에는 놀란 해성도 유명인의 등장에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의뢰가 있어서 찾아왔어요.”

아미는 미소로 대답하고는 슬그머니 고속이 앉은 자리를 곁눈질했다.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고속과 그의 앞에 놓인 커피잔. 아미는 해성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 모습을 봤기에 정황상 고속과 해성이 대화하고 있었다는 걸 눈치챘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미의 예상대로였다. 양해를 구한 해성은 고속의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요한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그녀에게 있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탐정님, 오래 걸리나요?”

“아, 그게··· 아미 씨가 바쁘신 분이라는 건 알지만.”

해성은 곤란한 표정으로 아미와 고속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바쁘시면, 탐정님의 제자분에게 부탁해도 괜찮을까요?”

“제자라면, 시영이?”

조금은 당돌한 아미의 물음에 해성은 눈썹을 긁적거렸다.


“시영이는 지금 의뢰를 맡을 상황이 아닌데···”

해성은 시영의 방을 바라보았다. 닫혀있는 그의 방처럼 해성의 입은 차즘 침묵했다.


“무슨 일 있나요?”

걱정스러운 목소리의 아미는 시영의 방을 바라보았고, 고속도 차를 마시며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런 게 있습니다. 어쨌든 시영이는 힘들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알려주세요.”

단호해진 아미, 해성은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시영 씨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죠?”

“궁금하면 직접 알아보세요.”

업무를 보던 서연이 입을 열었다.


“아무리 당신이 유명인사라고 해도 소장님을 곤란하게 하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서연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아미를 노려보았고, 아미는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시영 씨는 어디에 있죠?”

“방에 있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괜히 우리 시영 씨를 자극하지 말길 바랍니다.”

“우리 시영 씨?”

순간적으로 아미의 눈빛은 격하게 흔들렸다.


“당신은 대체 시영 씨와 무슨 관계죠?”

“무슨 관계? 이상한 소리군요.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 한 소리입니다. 뭘 생각하신 겁니까?”

정색하는 서연. 아미의 뺨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죄, 죄송합니다.”

아미는 정중하게 사과하고는 부끄러워진 발걸음을 그의 방으로 옮겼다. 서연은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 앞에 도착한 아미는 여전히 아른거리는 것 같은 서연의 시선을 의식하며 심호흡했다. 마음이 안정될수록 그녀의 시선은 점차 사라졌고, 그저 문 뒤에 시영이 있을 거라는 기대가 두근거렸다.


그가 근처에 있을 때마다 느껴지는 이끌림, 거짓 없이 느껴지는 그 이끌림에 아미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들겼다.


“누구세요?”

문 뒤에서 들리는 시영의 목소리. 아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시영 씨···”

수줍게 열린 문틈으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아미. 그것은 시영에게 있어 진혼곡과 다름없었다. 목소리부터 느껴지는 오싹한 느낌에 자연스럽게 몸은 떨렸고, 이윽고 아미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뒤로 넘어져 버렸다.


“보고 싶었어요, 우흣.”

그렇게 닫힌 문과 함께 아미는 수줍게 손을 내밀었다.


“아야.”

뒤통수에서 퍼져나가는 아픔이 시영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참아보려 했지만 이미 흘러내린 한 방울은 그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아미 씨.”

시영은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 아미는 무안해진 손을 자연스럽게 모았다.


“안녕하세요, 시영 씨.”

“여긴 무슨 일이세요?”

“의뢰가 있어서 왔어요.”

미소와 함께 모은 두 손을 비비는 아미. 시영은 부담스러움에 쓰던 공책을 덮어버렸다.


“의뢰요?”

“여기가 시영 씨 방이구나.”

아미는 눈을 빛내며 방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깔끔해서 좋네요.”

“아, 예. 잠시 편한 곳에 앉아주시겠어요?”

시영은 넘어진 의자를 책상 아래로 넣고는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와서 부끄러워서 저러시나? 귀여워!’

아미는 그를 지그시 바라보고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영이 넘어진 책상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아미가 들어온 문, 왼쪽에는 책이 빼곡하게 있는 책장이 있었다. 책장과 침대 사이에는 누울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이 밖에도 옷장이나 수납 상자가 있었다.


하지만 생각을 거듭한 아미가 선택한 곳은 시영의 침대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푹신한 침대에 앉았고, 시영은 그것을 확인하자 정리를 계속했다.


시영이 앉아 있는 책상을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아미가 들어온 문, 왼쪽에는 듬성듬성 놓인 책장이 있었다. 책장과 침대 사이에 누워있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이밖에도 옷장이나 수납 상자가 있었다.


아미는 잠시 생각하더니 시영의 침대로 다가갔다. 푹신한 침대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시영은 그녀가 앉은 걸 확인하자마자 공책을 열어 남은 걸 마저 적기 시작했다.


‘이 침대에 누우면 어떤 느낌일까?’

지금 아미는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을 정도로 호기심이 넘쳤다. 시영의 옷장에는 어떤 옷이 있을지, 그가 읽는 책은 무슨 장르일지, 지금은 덮인 노트북에는 무엇이 잠들었을지, 모든 것이 궁금증투성이였다.


“잠시 실례할게요.”

아미는 속삭이며 조심스럽게 시영의 침대에 누웠다. 그냥 침대였지만 그의 침대였기에 하늘 위 구름에 누운 것처럼 포근했다.


‘이불 속은 따뜻하겠지?’

아미는 내친김에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고선 숲의 맑은 공기를 마시듯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하아,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곧 숨을 내쉬며 헤벌쭉 웃는 아미. 자신을 껴안으며 지그시 눈을 감으며 빠져나올 수 없는 행복한 상상에 사로잡혔다.


“아미 씨?”

정작 시영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미는 상상의 나래에서 즉시 빠져나왔다. 이불 속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며 그를 바라보았다.


당황한 시영의 눈빛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아미에게는 그 의미가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의뢰가 있다고 하셨죠?”

“네! 의뢰요!”

“그, 일단 내려오실래요? 아니면 거기서 이야기할래요?”

“지, 지금 침대로 오신다고요?”

쾌속 직구에 아미의 두 뺨은 붉게 물들었고, 그녀는 이불을 다소곳이 끌어안으며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할지 생각했다.


“네? 아, 아뇨. 거기서 이야기하실 거냐고 물었어요. 아미 씨가 피곤하신 것 같아서요.”

시영은 손사래를 치며 차분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어졌다. 그저 서로에게 느껴지는 이끌림과 묘한 분위기에 취해 서로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시영아!”

그 분위기는 노크도 없이 들어온 노바의 등장으로 깨져버렸다. 시영은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지만, 반면, 아미는 아쉬워했다.


“먹으면서 해!”

노바는 주스와 과자가 가득 든 쟁반을 두 사람 사이에 내려놓았다. 컵을 시영에게 건네고, 의뢰인에게 건넸다. 그리고 의뢰인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노바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아미?”

“맞아.”

아미는 익숙한 듯 미소를 지었다.


“와! 아미다! 페어리의 아미야!”

아미는 신나서 날뛰는 노바를 보며 피식거렸다. 노바는 즉시 자기 방으로 달려가 펜과 종이를 가져왔다.


“사, 사인해줘!”

“알겠어, 이름이 뭐야?”

“노바라고 해!”

“그래, 노바. 받아.”

여유롭게 사인을 마친 아미는 싱긋 웃으며 노바에게 건네주었다.


“신난다!”

노바는 더욱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고, 때마침 서연이 방으로 찾아왔다.


“노바, 조용히 하렴.”

“아, 네.”

노바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 아미는 낯설지 않은 모습이 괜히 긴장감을 느꼈다.


“오랜만에 우리 장미가 놀러 왔단다.”

“장미가 왔어요?”

노바는 아미의 사인을 소중하게 잡은 채 밖으로 나갔다. 시영은 방문을 조용히 닫아버렸다.


“잠시 소란스러웠죠?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오히려 제 팬이니 좋은걸요? 참, 장미가 누구인가요?”

“장미는 방금 오신 서연 씨의 동생이자, 노바의 친구예요. 아마, 학교 끝나고 놀러 온 것 같네요.”

“아, 그렇군요.”

아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영은 아미의 잔에 주스를 따라주었다.


“고마워요.”

“그나저나 무슨 의뢰인가요?”

한결 편해 보이는 아미와는 달리, 여전히 시영은 어색해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이 탐정 사무소에서 그가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서운해요.”

“네?”

뜬금없는 발언에 시영의 눈은 커졌다.


“시영 씨는 제가 싫은 건가요?”

“시, 싫은 건 아녜요. 그것보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우리, 지난 사흘간 자주 마주쳤잖아요.”

“그랬었죠.”

시영은 침을 삼켰다.


“항상 길을 걷다 보면 아미 씨가 있었죠.”

“오늘도 21번째에요.”

“벌써 그렇게 됐군요.”

시영은 주스를 단숨에 들이켰다. 21번이라는 적지 않은 숫자에 주스의 맛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자, 다시 묻겠습니다. 무슨 의뢰로 찾아오셨죠?”

“혹시 This Illusion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디스 일루전? 혹시 그거 동영상인가요?”

“알고 계셨구나! 다행이에요!”

“친구한테 들었거든요. 본 적은 없고요.”

“친구요?”

아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민화라고 하는 친군데, 어렸을 때부터 친했어요.”

“아, 그렇구나.”

한순간 불어오는 한기. 시영은 묘한 추위에 팔을 쓰다듬었지만, 정작 닭살조차 올라오지 않았다.


“민화라는 사람은 어떤 분이죠?”

“네? 그냥 좋은 친구예요.”

“남자와 여자 사이에 그냥 친구란 있을 수 없어요.”

아미는 단호했고, 시영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이쯤 되니 그녀가 의뢰하러 온 것인지도 의심되었다.


“진짜라니까! 아미가 여기 있어!”

다시 한 번, 노바가 문을 벌컥 열었다. 시영은 어깨를 들썩이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진짜네?”

서연과 똑같은 나비 모양 머리핀을 한 소녀가 말했다. 그녀는 아미의 존재에 놀람이 만연했지만, 곧 표정을 도도하게 바꾸고는 헛기침했다.


“하지만 여기 온 이상 저 사람은 의뢰인의 입장으로 온 게 아니야.”

“그럼 장미는 사인 안 받을 거야?”

“그, 그건.”

장미는 몸을 움찔거렸다. 노바가 보여주는 사인을 보자 눈빛마저 급격하게 떨렸다.


“모, 몰라!”

그저 장미는 문을 세게 닫아버릴 뿐이었다. 시영은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아, 진짜··· 아미 씨,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시영은 목소리를 깔며 양해를 구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멋있어!’

아미는 처음 보는 모습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이미 마음속은 그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정작 시영은 그 멋진 목소리로 버릇없는 노바와 장미를 혼내고 있었다. 오늘만 해도 세 번째였기에 열이 오를 대로 오른 만큼 확실하게 혼냈다. 그렇게 다시 돌아왔을 때는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여러 가지로 죄송합니다. 원래 의뢰인 앞에서 이러면 안 되는데···”

시영은 고개를 숙였고, 아미는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요.”

정작 아미는 그가 돌풍처럼 화내는 모습에 당황했지만, 생각해보면 색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그저 좋기만 했다.


“그나저나 그 동영상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우리 소속사 연습생 두 명이 그걸 보고 두통을 느꼈어요.”

“두통이요?”

동영상을 보고 두통을 느낀다. 어딘가 석연치 않은 말이었다.


아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 얼굴 없는 가희라는 업로더가 올린 동영상이 문제였다. 시영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에 그녀가 말하는 말을 차근차근 적었다.


문제가 되는 건 동영상을 보고 두통을 느끼는 것이다. 아미는 잠깐의 두통이라고 설명했지만, 정황상 문제 될 내용이 없는 동영상에 두통을 느끼는 건 어딘가 잘못된 부분이 있음이 분명했다.


시영은 This Illusion을 시청하기로 했고, 아미는 직접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동영상이 재생되자, 어두운 화면에서 얼굴을 검은 천으로 가린 여인이 나왔다. 정황상 저 여인이 업로더인 얼굴 없는 가희였다.


‘저 무늬, 장미인가?’

시영은 그녀의 얼굴을 가린 천에 새겨진 검은 장미에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은 5개로 나뉘었다. 5개의 화면에서 얼굴 없는 가희는 각자 다른 악기를 들었다.


기타, 베이스 기타, 드럼, 키보드. 그리고 중앙의 화면에서는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혼자서 밴드라도 할 생각인가 보네요.”

“밴드에 관심 있으세요?”

아미는 집중하는 시영을 바라보았다.


“관심은 있는데, 지금은 할 수 없어요. 그나저나 이 사람 편집 잘하네요.”

시영은 시간을 돌려 화면이 다섯 개로 나뉘는 부분을 다시 보았다.


“편집이요?”

“어두워서 자세히는 안 보이는데, 자연스럽게 다섯 명으로 나뉜 느낌이라서요.”

시영은 심각한 표정으로 화면에 집중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편집 덕분일까, 시영은 어떤 부분에서 두통을 느꼈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사람이 얼굴 없는 가희가 맞나요?”

시영은 아미를 바라보았고, 아미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드럼이 연주를 시작하자 키보드, 기타, 그리고 베이스 기타가 뒤를 이었다. 그렇게 10초가 흘러 보컬이 노래를 시작하자 아름다운 음악 그 자체가 흘러나왔다.


“노래 좋네요.”

귀를 사로잡는 음악에 시영은 잠시 본문을 망각했다. 그저 연주회를 감상하는 것처럼 조용히 음악을 감상했다.


그렇게 1분이 지나자 시영의 머릿속이 욱신거렸다. 영문 모를 두통에 괴로워하며 머리를 움켜쥐자 아미가 동영상을 꺼버렸다.


“시, 시영 씨!”

당황한 아미는 두통약을 찾으려 했지만, 이곳은 그녀의 방이 아니었다.


“괘, 괜찮아요.”

시영의 눈은 커졌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입안은 점점 말라갔다. 아미는 그에게 주스를 따라주었다. 떨리는 손으로 주스를 들이켰지만, 절반 이상을 옷과 바닥에 흘려버렸다.


그로부터 2분이 흘렀음에도 시영이 받은 두통의 여파는 여전해 보였다. 살면서 이따금 두통을 느껴봤지만, 지금 느낀 고통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었다.


“저, 내키지 않으시면 다음에···”

“아뇨, 이건 빨리 조사해야 해요.”

“네?”

“심각한 일이에요. 지금 당장 조사해야 해요.”

“아, 네! 감사합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아미. 반면, 시영의 표정은 심각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아미는 방을 나섰다. 시영과 이렇게까지 대화를 오래 나눠본 건 처음 만난 그날 이후 처음이었다. 지금은 단순히 의뢰인과 해결사로 만났을 뿐이지만, 오히려 밖에서 아미와 시영으로 만난 것보다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잠깐이었지만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스를 따라주거나, 좋아하는 사람의 침대에 눕는 등 사소하다면 사소한 행동이지만, 아미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저, 저기요!”

어느새 장미가 다가왔다. 그녀는 종이와 펜을 들고 입술을 움찔거리고 있었다.


“장미라고 했니?”

“네, 네! 제가 장미에요!”

“그래, 장미야. 사인받고 싶니?”

“해주실 수 있어요?”

“그럼~”

자신에게로 공손하게 향한 종이와 펜, 아미는 능숙하게 사인에 장미의 이름을 적어주었다.


“앞으로도 우리 페어리의 노래를 응원해줘. 알겠지?”

아미는 장미와 눈을 맞추며 사인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아미는 기뻐하는 장미의 모습에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안 가셨어요?”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시영이 방에서 나왔다. 방금과 같은 검은 재킷이었다.


“네, 헤헤.”

아미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지만, 정작 시영의 시선은 장미에게 향했다.


“오, 장미, 사인받았네?”

시영의 감탄에 장미는 쭈뼛거렸다.


“혼난 거 때문에 그래?”

“네···”

“손님 계시는데 그렇게 문 세게 닫는 건 잘못된 거지?”

“네.”

“다음부터는 안 그럴 거지?”

“죄송합니다.”

“그럼 됐어.”

시영은 미소와 함께 장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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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pisode 03. 얼굴 없는 가희-뮤즈(3) 20.08.04 3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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