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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236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13 23:30
조회
383
추천
8
글자
11쪽

(30)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DUMMY

청와대. 관저.


“보고에 의하면 구청 내에서도 교통과가 아니라 고통과로 불릴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한 부서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선 담당자가 짧으면 두 달에 한 번씩 교체될 정도로요.”

“주차관련 민원이 그렇게 많다구요? 주차관련이면 그거 거의 다 불법 주정차 과태료 관련해서 이의제기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준중형 기준으로딱지 한 장에 사만원도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분명이 걸릴만해서 걸렸을 거고, 그걸 못 내겠다고 시간 쪼개가며 구청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구요?”

“대부분은 전화를 걸고 구청까지 직접 찾아오는 사람은 극소수겠지요. 하지만 그 정도입니다.”


정말 세상인심 사납다.


“정말 사람들 못됐네요.”


하지 말라는 짓 해놓고 되려 성질을 낸다.

저런 사람들 중에서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소방서 앞에 연락처도 안 남겨놓고 주차를 해놓는 사람들도 있겠지.


“일단 알겠습니다. 고생하셨어요.”

“네, 그럼.”

“잠시만요, 센터장님.”

“네?”


난 보고를 마치고 돌아서는 서연희 센터장을 불러 세웠다.


“식사는 하고 하시는 거죠?”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배가 고픈 건 아니고 장이 쪼그라드는 소리입니다.”

“음... 밥 드세요. 먹고 살자고 하는 일입니다.”


난 당부하듯 콕 집어 말했다.

내가 일을 너무 많이 시켜서 끼니를 거를까 문득 겁이 난다.


“청와대 직속기구 전용 법인카드라도 만들어서 줘야 하나.”


서연희 센터장이 돌아간 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주차 문제는 어느 나라를 가든 대도시일수록 고질적인 문제인데...’


대도시가 더 심각하지, 지방으로 가도 어디든 있는 문제다.

이를 없애거나 최소화를 하려면 방법은 세 가지다.


‘차를 국내에서는 그만 팔거나, 주택 당 주차 공간 확보에 대한 규제를 더 심하게 하거나, 과태료를 엄청 세게 물려야 되겠지.’



###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

어차피 주차는 편의의 문제이고, 자기 편하자고 꼼수를 부리는 인간들을 백퍼센트 잡아낼 수는 없으니.


“그건 그렇고... 내일 구청에 한번 가야 되겠습니다.”

“네? 구청을요?”

“구청장 한번 봐야 되겠는데요. 일선 공무원 격려도 하고 현장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찰도 하고.”

“음...”

“네. 뭐 문제될 거라도 있습니까?”

“...”

“정확하게는 격려는 아니겠죠. 윗대가리가 한 번씩은 떠야 현장 근무자들도 긴장을 한 번씩 하니까 그 차원이라고 해둡시다.”


한 나라의 원수로서 일선공무원에게 믿고 맡겨야 하겠지만, 긴장이 없는 곳에 나태는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별일이 없는 곳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을 푸는 게 인간이고, 대통령이 출현하는 것은 공무원에게는 군인 앞에 사단장이 나타나는 느낌일 테니.


“알겠습니다.”

“티 나니까 차는 관용차 말고 일반 차량으로 섭외 좀 해주시고, 경호는 최소한, 의전은 아예 없이 하죠.”

“증거 목록은 팀하이드에 지시해서 내일 이동하는 차안에서 보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



광동구청 앞.

똑똑똑.

두건만 순경은 구청입구 코너에 세워진 고급 승용차에 다가가 차창을 두드렸다.


“선생님.”


다시 차창에 노크를 하며 조심스럽게 운전자를 불렀지만 반응은 여전히 없었다.


“뭐야? 이대로 세워놓고 없어진 거야?”


두건만 순경은 차 앞으로 가서 내부를 확인했다.


“진짜 없네. 하여간 외제차 타는 새끼들은 이게 문제야. 도로가 지들 주차장인줄 알아요.”


그는 주인 없는 차의 번호판을 확인하며 과태료 스티커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거 끊어봐야 또 던져버리겠지?”


실제로 예전에 목격을 했다.

근무 중은 아니었지만 인도에 세워져있던 포르쉐에 구청 주차단속원이 과태료 스티커를 발부했지만, 잠시 후 돌아온 차주는 내용만 확인하고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바닥에 버려버리는 것을.


“난 내 할 일을 하는 거야.”


빳빳한 스티커를 전면 와이퍼 사이에 끼워 넣을 찰나였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어? 차주세요?”

“네. 제 차입니다. 너무 급해서 잠깐 세워놓는다는 게.”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다니는 구청입구에 이렇게 세워놓으시면 안되죠.”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그럼 수고...”


두건만 순경은 차주에게 인사를 하고 가려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고 차주의 얼굴을 쳐다봤다.


“어?”

“네?”

“어어...? 혹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대통령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두건만 순경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


###


광동구청. 주차민원과.


‘여긴 건물이 많이 허름하네. 알뜰해서 좋군.’


관공서 건물이 쓸 만한데도 허물고 새로 짓는 걸 많이 봤다.

불필요한 지출이라고 늘 생각했다.

딩동.

내 손에는 아까 순경에게 받은 주정차 과태료 통지서가 들려 있었다.


“십오 번 선생님!”


내 차례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과태료 납부하려고 왔는데요.”


난 그 말을 하며 창구를 슥 훑어봤다.

지금 어디서 요양을 하고 있을 주차만 계장의 빈자리가 보였지만 나머지는 모두 제자리에 앉아서 업무 중이었다.

가장 안쪽은 비어 있었다.

‘과장 손아타’ 의 자리였다.


“네, 신분증이랑 과태료 통지서... 어머!”

“안녕하세요.”

“혹시... 저... 그...”

“대통령입니다. 오늘은 연차를 쓰고 요기 앞에 볼일이 좀 있어서 왔구요.”

“아...”


내 앞에 있는 직원은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렸다.

이게 실제상황인가 싶은 거겠지.

흔히 생각하는 대통령하면 떠오르는 경호원이 일단 없으니 이상할 것이다.

TV에서만 보던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 그것도 단순 유명인이 아니라 대통령이 있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 느껴지겠지.


“괜한 긴장 마시고 업무 보시면 됩니다. 정말 여기 앞에 볼일 있어서 왔다가 이거 때문에 들린 거라니까요?”


난 장난스럽게 손에 과태료 딱지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런데 여긴 이렇게 번잡하군요. 힘 드시겠습니다.”

“아, 네...”

“저쪽 빈자리는 휴가 가셨나 보죠?”

“네?”

“왜 놀라세요? 휴가는 쓰라고 있는 거고. 이렇게 현장인원들은 스트레스 많이 노출될 텐데 쉴 땐 푹 쉬어 줘야죠. 청와대 콜센터 생긴 건 아시죠? 공무원도 국민이니까 힘들 때는 직장 상사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012 걸어주세요?”


청와대 콜센터라는 말에 나를 상대하던 직원의 긴장가득한 표정이 살짝 풀린다.

괜한 긴장 말라고 농담을 섞었는데 다행이다 싶다.


“그런데 진짜 과태료 납부를 하러 오신 거예요? 직접이요?”

“네, 그렇습니다. 기간 내에 자진 납부하면 감면되잖아요.”


내가 그렇게 말을 하는 중에도 민원인의 고성은 들렸다.


“쌍년이! 야! 너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아이고, 내가 누군지 아냐도 아니고 우리 아빠?


‘나이가 서른도 훨씬 넘어 보이는데 인생을 공짜로 살았나?’


눈치를 보니 대통령이 지금 여기 와 있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공무원들이 인지를 한 상태인 것 같았다.


“너 이름 뭐야! 내가 오늘 너 같은 년한테 이런 수모를 당하고 가만히 있을 것 같애?”


난 대통령이지만 인권변호사 출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런 그지같은 꼴을 보고 가만히 있을 정도로 소심한 성격은 아니다.


“저기요?”

“뭐야!”

“좀 시끄럽네요. 그냥 볼일만 보고 가면 될 것 같은데 뭐가 이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소리를 지르실까?”

“넌 또 뭔데 참견이야?”

“그렇게 소리 지르다가 고혈압으로 쓰러지는 건 내 알바 아니지만, 여기 공무원들은 무슨 죕니까? 주차 벌금 내러 온 거 아니예요?”

“이런 씨... 니가 뭐...”


거기까지 말을 하던 진상이 나를 그제야 알아본 모양이다.


“알아봤으면 조용히 하고 집에 가세요. 공공장소 소란 죄로 신고하기 전에.”


아빠를 들이밀던 진상은 금새 사라졌다.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무슨.”

“아니예요. 정말 감사해요.”


진상의 면전에서 쌍년 소리를 듣던 공무원은 거듭 감사표시를 했다.


“그런데 진짜 그것 때문에 오신 거예요?”


아무래도 대통령이 주차단속 과태료를 내러 왔다는 게 비현실적이기는 하지.


“정확하게는 일선 공무원들 격려차원에서 현장 시찰 나왔습니다. 책상머리에서 하는 일처리는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제야 납득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정말 심하네요.”


아빠를 들이밀던 진상이 있던 시간에 함께 있던 몇 민원인들도 만만치 않았다.


“원래 이렇습니다. 오늘이 좀 심한편이기는 한데요.”

“혹시 아까보다 조금 더 심한 경우도 있을까요?”

“있지요... 멱살을 잡는 경우도 있고, 손찌검을 하는 경우도 아주 가끔...”


말을 하던 공무원은 잠시 주위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그런데 아마 오늘 이후로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싶네요.”

“왜요?”

“대통령이 다녀갔다는 소문이 나면요. 매일 온다는 생각은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스러워지지 않을까요?”

“그런가요? 그렇다면 다행이기는 합니다만. 그런데요.”

“네?”

“민원인이 과한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욕설을 하는 경우는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다니요?”

“설마... 맞으면서도 민원인 달래기 바쁘거나 그런 건 아니겠죠? 괜히 문제 만들지 않으려고 쉬쉬하신다거나...”


그 말에 서로 눈치를 보는 광동구청 주차민원과 공무원들.


“어? 이러면... 긍정인데...?”

“아무래도 우리는 공무원이니까요. 우리가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내가 세금내서 니들 월급 주는데 일을 이따위로 밖에 못하냐.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 당신 이름이 뭐냐... 뭐 그런 말들이라서요.”


이러면 안 된다.

공무원은 사람 아닌가?


‘이거 조치를 취해야 되겠는데.’


말을 해놓고도 그래도 대통령에게 괜한 소리를 한 것 같다는 자책들을 하고 있는 표정이다.


“여러분.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내말에 근무하던 공무원뿐 아니라 업무를 보러온 민원인도 멈칫했다.


“욕을 하면 하지 말라고 하세요. 때리려하면 하지 말라고 하시구요. 못 참겠으면 똑같이 대꾸해주세요.”


하지만 과연 그게 가능한 소리냐는 표정들.


“하면 됩니다.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안 하니까 실천이 안 되는 거예요.”

“...”

“여러분들도 누군가의 부모이고 자식입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타인에게 어이없는 대우를 당해도 참아야 합니까?”

“...”

“공무원들도 사람입니다. 맞고 가만히 있을 이유 없어요. 욕설이나 모멸감을 느끼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을 필요 없습니다.”


생각하니 화가 난다.

언제부터 우리는 타인에게 이렇게 무례해졌단 말인가.

예전처럼 먹고살기 힘들어 성장이 우선순위인 시대도 아니다.


“아픔은 본인밖에 모릅니다. 아픈 건 아프다고 말하세요. 제가 청와대 들어가는 대로 공무원들의 민원인 대응 매뉴얼도 만들겠습니다. 법률적인 지원도 검토해보겠습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공무원이다.

하면 한다는 것을 계속 봐왔을 것이니.


“제발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세요. 자기 자신이 가장 우선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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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23.11.13 384 8 11쪽
30 (29) 견디기 힘들면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23.11.13 418 9 13쪽
29 (28) 개인의 총량 23.11.12 413 10 12쪽
28 (27) 주차민원과 공무원 23.11.12 431 10 12쪽
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8 10 15쪽
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1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4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0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8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8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8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2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6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5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1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6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79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3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7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1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2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4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4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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