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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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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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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34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0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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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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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1쪽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DUMMY

서울. 광남구의 어느 식당.


“아니 그러니까요. cctv 확인하면 끝나잖아요.”


서른쯤 돼 보이는 젊은 남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을 한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이어 말했다.


“아까 우리 일행들 데리고 잠시 담배 피우러 나갈 때 저 사람이 룸에 들어가는 거 내가 똑똑히 봤다구요.”

“그렇기는 한데... 하지만 손님. 요새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경찰 대동하지 않으시면 함부로 보여 드릴수가 없어서요.”

“하아... 정말 답답하시네. 그럼 나보고 언제까지 여기 이러고 있으라는 건데요? 나 내일 아침 일찍 미국 가는 비행기 타야해서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 없거든요? 내가 지금 이거 때문에 잠 못 자서 내일 비행기 놓치면 티켓 값 물어내실 거예요?”

“아니 그걸 저희가 왜...”


식당 주인은 계속해서 난감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원래대로라면 cctv 한번 보여주면 끝날 일이지만, 지난번에 아무 생각 없이 보여줬다가 고소를 당했기 때문이다.


“배달민족. 너 진짜 아닌 거 맞아?”


식당주인은 손님들의 의심을 받고 있는 남자직원에게 다시 물었다.


“네...”


남자직원은 그렇다는 말과 함께 고개만 끄덕일 뿐 다른 반응은 없었다.


“아니 지금 이런 외국인 불체자 새끼 때문에 여기서 이게 무슨 지랄이야? 아저씨 저 사람 외국인 노동자 불법체류자 맞죠? 아 맞네. 불법 외국인 근로자 채용으로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하면 되겠네. 나 지금 전화합니다?”


식당 주인에게 계속 따지는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열었다.

그러자 잠자코 있던 배달민족이라 불린 남자는 격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나 한국 살암입니다! 외국인 노동자 아니예요. 불법체류자 아니라구요! 말조심 하세요!”

“어쭈? 뭐야? 귀화라도 한 거야?”


남자는 가소롭다는 듯 그렇게 물었고,


“네! 나 대한민국 국민이예요!”

“허...”


어이없다는 표정의 남자.

그러자 옆에 있던 일행들이 짜증나는 표정을 지으며 남자를 부추겼다.


“야, 그냥 경찰에 신고해라. 언제까지 이러고 있으려고 그래?”

“그래. 클럽에 자리도 맡아놨단 말이야.”


일행들의 재촉에 남자 역시 기다리기 지친 듯 휴대폰을 들었다.


“너 어디서 왔어? 필리핀? 캄보디아? 까무잡잡한 게 아무튼 그쪽인거 같은데. 동남아 새끼가 어디서 지랄을 떨어?”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다?”


남자의 비아냥에 배달민족은 이제 참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받아쳤다.


“어쭈? 반말?”

“니가 먼저 했잖아 새꺄!”


남자는 이런 상황이 생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잠시 말이 없었다.

남자가 배달민족을 벌레 보듯 쳐다봤다. 얼굴에 경멸이 서려 있었다.


“저기요.”


갑자기 끼어드는 젊은 여자.


“넌 또 뭔데?”


남자는 이제 기본 예의를 잊은 듯 끼어드는 여자를 보자마자 반말시전을 했다.


“이 남자 와이픈데요. 저희 남편 그럴 사람 정말 아니거든요. 괜히 경찰에 전화하면 서로 피곤해질 텐데 그러지 마시고...”

“웃기네. 뭐가 서로 피곤해? 우리 피해자야. 지갑 도둑맞았다고.”

“진짜 확실해요? 아니면 무고로 맞고소 할 겁니다?”

“허... 이거 뭐. 근데 아가씨는 뭐야? 딱 봐도 한국사람 같은데. 아닌가... 하긴 그러든 말든 벌레 같은 것들이 어디서. 어디서 응?”


남자는 그 말을 하며 끼어 든 젊은 여자의 가슴께를 손으로 툭 찔렀다.


“어머! 뭐하시는 거예요?”

“말 하는 게 한국사람 맞는데? 한국 살암 이러지는 않잖아. 얘들아 니네들이 보기에는 어때?”


남자는 일행들에게 의견을 묻기라도 하듯 고개를 돌렸지만 그 순간 쓰러졌다.

퍽!


“윽!”


옆에서 보고 있던 배달민족은 주먹을 날린 후 흥분한 표정으로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한 대맞고 바닥에 넘어진 남자는 악을 썼다.


“이 동남아 새끼가. 감히 한국에서 한국 사람을 때려? 니네 오늘 다 잡혀갈 줄 알아. 다 죽었어!”



한 시간 후 광남 경찰서.


“지구대 순경한테 얘기 들었는데요. 지갑은 선생님 차안에 있었다면서요?”

“뭐 그렇긴 한데... 이건 폭행으로 따로 걸어야죠.”

“뭐 그렇기는 한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순경의 입회하에 cctv 영상을 볼수 있었고,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는 남자의 말과 달리 룸에 들어갔던 배달민족의 손에 들여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가씨는 무고로 맞고소를 하시겠다구요?”

“네. 내 남편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억울한 일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죠. 우리는 아까 분명히 있을만한데 다 찾아보신 거 맞냐고 물어봤어요. 그것도 세 번이나! 결국 저 사람들 옷 속에 있었잖아요!”

“그래요. 고소를 하면 되기는 하는데... 어쨌든 지갑은 찾았고, 이쪽 분들만 괜찮으면 그냥 서로 합의를 하시는 게 어때요?”


형사가 양쪽을 보며 피곤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소리예요? 나 폭행으로 고소하겠다니까?”

“별로 다친 데도 없어보이시는데. 꼭 고소를 하셔야 되겠어요?”

“이런 동남아 새끼한테 멸시나 받으려고 내가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 딴 줄 알아요? 저 새끼 내가 꼭 콩밥 먹이고 말랍니다!”

“휴... 그럽시다. 일단 잠시만요.”


형사는 조서작성을 위해 컴퓨터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형사님 잠깐만요.”


배달민족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응? 뭡니까 또?”

“저사람 성추행으로도 고소하고 싶은데요?”

“네? 성추행? 아무말씀 없으시더니 갑자기.”

“저 남자가 아까 식당에서 우리 와이프 가슴위쪽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어요. 이렇게.”


배달민족은 시범까지 보여 가며 상황 설명을 했다.


“아...”


형사는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고발한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성추행? 내가?”

“아까 우리 와이프 가슴 쪽 이렇게 찔렀잖아. 분명히.”

“내가? 언제?”

“그거야 당신이 그렇게 보자고 한 cctv 돌려보면 나오겠지. 형사님 성추행으로 고소 추가하겠습니다.”


배달민족은 이것만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형사 아저씨. 이 자식 말이 맞아요? 고작 그걸로 무슨 성추...”

“휴... 이제 생각이 좀 바뀌시려나? 이 아저씨 말 맞구요? 요새 옛날 그 미투 이후로 남의 몸에 손 함부로 대면 안돼요. cctv영상에 증거 영상 있으면 빼박입니다.”

“하... 모국이라고 엄마 보러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이게 무슨 왓더헬! 좆같은 경우야 씨발.”

“어떻게... 합의 보시겠어요?”


형사는 다시 한 번 합의를 권했다.


“형사님 무슨 말씀이세요? 합의 같은 건 없습니다.”


옆에서 와이프가 말리고는 있었지만 배달민족은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이 동남아 새끼가 어디서 건방지게! 형사님 절차대로 진행 하세요 그냥. 난 변호사 바로 부를 라니까!”



###



세상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별의별 일이 많았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도.


“검은머리 외국인과 한국국적을 취득한 캄보디아 사람이라.”


밥을 먹다가 지갑이 없어졌다며 식당 종업원을 의심했다.

경찰을 부르는 과정에서 성추행이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추행을 당한 여자의 남편이 손님을 한 대 때렸다.


“배달민족? 이름을 특이하게도 지었네요.”


정말 특이한 이름이다.

성씨가 특이한건 봤어도 이름이 이렇게 독특한 건 처음 봤으니까.


“그 사람의 아내는 토종 한국인입니다.”

“그래요? 돈 벌러 같이 왔다가 한국으로 귀화한 게 아니라?”

“네. 여자가 배낭여행을 갔다가 금품을 노린 그곳 갱에게 납치를 당했는데 당시 숙소 주인의 아들이었던 배달민족씨가 목숨을 걸고 구해줬다고 합니다.”

“아... 로맨틱한 만남이네요.”


목숨이 위급한 상황.

그것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국에서.

이런걸 보통 운명이라고 한다.


“여자가 운명의 남자라고 생각해서 캄보디아에서부터 꾸준히 구애를 해서 결혼에 성공한 케이스라고 하네요.”

“음... 그렇게 해서 한국에 왔으니 잘 살아야 될 텐데...”


피부색이 다르지만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은 점점 늘고 있다.

그 와중에 국적까지 취득하는 사람도 종종 생긴다.

하지만 가방끈 긴 전문직이 아니고서는 여전히 주류사회에 편입은 어렵다.


‘인식 바뀌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외국 국적 그대로 한국 땅에서 주민번호만 받아서 사는 사람도 있고, 이름은 자국 이름을 유지한 채 아예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들은 ‘우리’에게 외국 사람이다.

‘우리’에게 ‘외국사람’ 이 아니려면 흔히 말하는 셀럽이 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 맞았다는 남자는요?”

“미국 영주권자입니다. 아버지가 지방소도시 국회의원이구요. 국민연합당 소속의원인걸로 파악됐습니다.”

“영주권자? 몇 살인데요?”

“우리 나이로 서른입니다.”

“혹시...”

“중학교 때 미국으로 갔고 쭉 살았답니다. 당연히 군대는 안 갔다왔구요. 곧 시민권도 취득할 예정인걸로 보입니다.”


확고한 원칙이 하나 있다.

내가 진행하는 모든 일들은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


“성추행과 폭행이라...”


청와대 콜센터를 운영하기로 하면서부터 세운 절대적인 원칙 하나.

그건 바로 약자의 편에 선다는 것이다. 각자의 잘못을 따지며 고소에 맞고소를 하면 일상이 꽤 피곤해진다.

그런 일에 익숙한 사람들은 견딜만하겠지만, 평소에 경찰서에 올 일이 별로 없는 대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은 생활이 망가질 것이다.

피치 못하게 범죄혐의가 입증되는 일이어도 별게 아니라면 넘어가기로 했다. 가령...


“눈앞에서 와이프가 성추행을 당하는데 남편이 이런 저런 이유로 참고 있어야 한다면 그것만큼 서러운 것도 없겠죠?”


우리나라 법이 정말 거지같은 게 어떤 상황이어도 빌미가 있으면 쌍방으로 고소가 가능하다는 거다.

와이프가 추행을 당해도, 순수한 호의로 쓰러져 넘어져 있는 사람을 도와줘도 그렇다.


‘정말 더러운 법이야. 싹 다 고쳐야 돼.’


거짓말이 아니라 고쳐야할게 한두 개가 아니다.


“비서실장님은 아내 분께서 그런 일을 당한다면 보고만 있을 겁니까? 아니실 거잖아요 당연히?”

“전 아직 미혼입니다.”

“아...”


몰랐다.


“몰랐어요. 정말 미안합니다.”


진짜다.

내가 미혼이어서일까.

우리는 사생활 얘기를 거의 해본 적이 없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사이라고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맨날 일 이야기만 했다.

우리나라를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어떤 걸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그런 이야기만 해도 늘 시간이 부족했다.


“흠흠. 어쨌든. 배달민족, 그분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할까요. 어렵게, 어렵게 정붙이고 어떻게든 아내와 한국에서 잘 살아보려고 했을 텐데요.”


솔직히 배달민족이라는 캄보디아 출신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상대고소인이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내 마음의 추는 기울었다.


“지금 상당히 당황하고 있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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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8 10 15쪽
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1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4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0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7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8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8 11 12쪽
»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2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6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5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1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6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79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3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7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1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2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4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4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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