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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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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2,510

작성
23.11.0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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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4) 암행경찰

DUMMY

“안녕하세요. 청와대 24 서연희입니다.”

“거기가 진짜 청와대 콜센터예요?”


남자의 목소리는 더할 수 없이 어둡고 음침했다.

하지만 베테랑 상담사의 목소리는 의연했다.

조금은 사무적이긴 하나 당황한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네, 맞습니다 선생님.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나요?”

“아... 저기... 이런 말씀 드리기 좀 쑥스러운데...”

“괜찮습니다. 편하게 말씀해보시겠어요?”

“음... 나 좀 외로운데...”

“네?”


그제야 여자의 목소리에 떨림이 느껴졌고, 청와대 콜센터인걸 알고 전화를 한 남자의 입에서 어처구니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사랑한다고 말 좀 해주면 안돼요?”



###



“큭큭큭!!”

“풋!”

“푸핫!”


주변에서 참지 못한 웃음이 그제야 터져 나왔다.


“전대문 상담원님.”


서연희도 웃음을 참지 못한 얼굴로 하지만 조금 엄중하게 앞에 있던 남자를 불렀다.


“네, 센터장님.”

“기발한 멘트를 개발하라고 했지, 이런 음침하고 어이없는 멘트를 하라고 했어요?”

“이런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아직도 114 그런데는 전화하면 그런 사람 있다고 하던데요.”


실제로 한동안 상담원들의 ‘사랑합니다 고객님’ 멘트를 악용해서 민원인들의 얄궂은 장난질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인사말이 수정되었다고 듣기도 했다.


“이런 사람이 여기는 안 들어오겠죠? 그래도 청와대 콜센터에 어떤 간 큰놈이 장난질을 하겠어요.”

“그야 모르지 않을까요? 콜센터 상담사는 어디를 가나 욕받이던데.”

“그리고 술 먹고 실수로 그랬다고도 할 것 같아요.”


청와대 콜센터의 총 책임자 연희는 교육생들의 말을 경청했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콜센터에서 전화 업무를 진행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연희 역시 콜센터 유경험자였고, 전화를 받다보면 세상에 정말 별의별 인간들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그냥 끊어도 됩니다.”


서연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대통령의 지시사항 중 하나였다.

국민들의 고충을 실시간으로 보다 다이렉트로 처리가 가능하도록 만든 게 스물네 시간 운영하는 청와대 콜센터였지만 어이없는 요구까지 들어줄 생각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일하는 상담원들을 욕설이나 폭언 혹은 희롱 같은 악성민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정말요?”

“콜센터에서 어떻게 그래요?”

“두 번이나 세 번 경고하고 뭐 그런 것도 없어요?”


믿을 수 없다는 교육생들의 말.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연희 역시 같은 생각이었으니까.


“단호하게 끊어야 하는 통화에 대한 기준은 없습니다.”


기준은 없다는 말에 다시 한 번 교육생들이웅성이기 시작했다.


“기준이 없다는 말씀은 그냥 개개인에 느끼기에 따라서 판단하란 말인가요?”

“맞습니다.”

“일을 대충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려구요?”

“그런 분은 없기를 바래야 되겠지만.”

“...”

“만약에 정말 도움이 필요해서 전화한 민원인이 상담사의 근무태만으로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서 백업 상담팀이 있습니다.”


다시 웅성거렸다.

말이 백업 상담팀이지 통화 내용을 체크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그 말이 상담팀에게 어떤 뜻일지 연희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혹시 저지를지 모르는 실수에 대한 든든한 존재로, 누군가에게는 항상 지켜보고 있는 감시하는 존재로 느껴질 것이다.



###



“고생하셨습니다. 어깨가 무거우시겠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난 콜센터 책임자 서연희에게 교육종료에 대한 보고를 받고 막 사인을 마친 참이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연희 센터장님이 보기에 어떨 것 같습니까?”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묻는 건데요.”


정부에서는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일.

아마 상상이 잘 안되지 않을까.

이들이 최전선에서 국민의 고충을 들어야 한다.

별의별 전화가 다 올 것이다.


“음... 막중한 책임감?”

“맞아요 책임감. 간단하고 흔한 단어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말이기도 합니다.”


대통령 직속기구라는 건 여러모로 편한 점이 많았다.

장관 한명 임명하려고 해도 청문회라는 엄청나게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마당에, 서연희 센터장 같은 사람은 그냥 추천받고 내가 직접 면접을 보면 끝이니까.


“하지만 너무 부담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도 국민이예요. 막무가내로 떼를 쓰거나 본인의 이익만을 요구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까지 일일이 상대를 해가며 감정 소모를 할 필요 없어요.”

“알고 있습니다.”


대대적으로 홍보도 했지만 아직 사람들의 인식에 자리를 잡지 못한 덕분인지 그렇게 많은 전화는 없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홍보 업무도 겸할 것이다.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인바운드’ 팀과 홍보와 설문조사 전화를 거는 ‘아웃바운드’ 팀으로 나눌 예정이다.


“업무용 폰 받으셨죠?”

“네.”


비서실장이 내게 줬던 핫라인 전용 폰.

그건 부처 간 업무 공유를 하기 위함도 있지만, 그들과 대통령인 나와의 연결 라인도 된다.


“그 폰 잘 활용하셔야 됩니다. 대통령 직속기구가 하는 일중 상당수가 콜센터에서 출발을 하게 될 테니까요.”


살면서 골치 아픈 일은 정말 많다.

그 모든 일에 대해서 전화가 걸려오길 바란다.

그러면 복지든 법이든 사각지대가 점차 줄어들 테니까.



###



대통령 직속기관 중 스타트가 가장 늦는 곳은 암행경찰국이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일단 채용부터가 원활하지 않았다.


“경찰 공무원 채용 항목에 별도의 항목을 하나 더 만드는 건 어떨까요?”


보통 경찰 공무원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야 하니, 채용자체를 경찰 공무원의 범주에 넣을 수는 없었다.


“별도의 항목요?”

“별정직 공무원의 형태로 하는 겁니다. 원래 자신의 생업에 종사를 하는 분들 중 지원자를 받는 거죠.”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범죄를 막는 것도 암행경찰의 임무다.


“일단 공고를 내고 지원자에게는 접촉부터 은밀하게 하는 겁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취지를 잘 설명해야지요. 그리고 아무래도 원래의 생업에 종사를 하면서 경찰의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 보안에도 신경을 써야 할거구요.”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이 된 적이 없는 제도다.


‘군대나 경찰을 거리에 깔아놓을 수도 없고. 이 방법밖에 없어.’


무차별 폭행이 아니라 무차별 살인이 판을 치고 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경찰이 사방에 깔려 있어도 그런 일이 과연 발생했을까.


“사명감이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대신 채용에 어떤 제한도 두지 마세요. 나이가 많아도 좋고 여자든, 남자든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국적도 일단은 제한을 두지 마세요. 수사가 아니라 현장에서 현행범을 잡아 일선 서에 넘기는 일이니 기밀이 샐 염려 같은 건 안 해도 되니까요.”

“자격에 제한을 두지 말라구요?”

“무조건은 아닙니다. 일단은 그들의 주목적은 위험요소를 제압해서 차단하는 겁니다. 격투에 능하면 좋겠지만, 일단은 무조건적으로 완력이 좋아야 할 거예요. 체격도 좋으면 좋겠네요.”

“음...”

“그렇다고 근육덩어리 양아치를 뽑을 수는 없으니 면접을 다각도로 봐야 할 거예요. 어떤 걸 물어보면 좋을지 면접 질문들 좀 뽑아보시구요.”



###



“그게 무슨 소리야? 경찰 시험을 보라니? 나 가게 하는 거 너 모르냐?”


서재석은 동생의 전화를 받고 인상을 찌푸렸다.

한때 경찰이 되겠다며 공무원 시험을 몇 년 동안 준비한 적이 있다.

포기하고 대출을 받아 작은 술집을 운영한지 몇 년 됐다.

동생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아니, 내말은 그게 아니라.

“됐고, 바쁘니까 끊자. 나 지금 장사 준비하느라 바빠.”


광어나 우럭 같은 간단한 회도 팔고 다른 메뉴도 많이 있지만, 오징어 회가 간판메뉴였다.


“아 씨... 오늘 물건이 다 왜 이래?”


오징어는 다른 어류와는 다르게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다.

산지에서 이곳까지 배송해오는 와중에 죽어있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너무하네. 스무 마리를 시켰는데 열 마리가 죽어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진짜 이 양반이 거래 끊고 싶어서 이러나?”


잘됐다 싶었다.

처음하고 다르게 물건이 갈수록 시원찮은 날이 많았다.

오래 거래하고 지낸 양반이라 몇 마리 죽어있는 것 정도는 그냥 봐주고 있는 형편이었다.


“응? 뭐야 이게?”


도매상에게 전화를 걸기위해 휴대폰을 꺼내던 재석은 동생에게 온 문자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면접이나 봐. 단순하게 지구대나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그냥 경찰이 아닌 것 같애.


동생의 설명은 그랬다.


‘암행경찰’


이름이 독특했다.

암행어사도 아니고 암행경찰이라니.


‘그러고 보니 그런 게 또 있지.’


고속도로의 과속 차량을 단속하는 암행단속차량.

일반차량과 겉보기에는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과속으로 달리기만 하면 즉시 튀어나가서 바로 잡는다.


‘암행단속차량하고 비슷한 건가?’


재석은 자기도 모르게 동생이 보낸 문자의 링크를 클릭했다.

물건 상태 때문에 거래처에게 따지겠다는 생각은 어느새 잊은 채였다.



###



“그런 게 가능합니까?”


비서실장이 사적으로 은밀하게 고용했다는 사람들.

대통령으로서 가까이 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라 생각은 했다.

하지만 결과를 보고 만족스러운 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별거 아닙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암행 경찰 관련한 내용을 업로드하려고 준비 중이었고, 행안부에 전화를 해서 앞으로 경찰 공무원 채용할 때 별정직도 지원을 받으라는 첨언도 했다.


“마음만 먹으면 러시아든 미국이든 중국이든 위성 해킹도 가능한 실력자들입니다. 사실 그런 사람은 생각보다 많죠. 전 그들을 돈 주고 일을 맡기는 것뿐입니다.”

“와... 정말 비서실장님이 내편인 게 다행이군요.”


행안부 홈페이지를 해킹하고 경찰공무원 학원의 전산에 접속을 해서 경찰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 과거에 준비를 하다가 이런저런 여건으로 꿈을 접었던 사람, 과거에 경찰직에 있던 사람들에게 일괄 문자를 발송했다.

청와대 이름으로.


“그렇다고 이렇게 갑자기 지원자가 급증을 했다구요?”

“그렇습니다. 별정직이라는 게 시선을 끄는 것 같습니다. 생업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렇다고는 해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채용을 하느냐를 걱정했는데 이제 상황이 뒤바뀌었다.


“민간인 사찰이라는 공격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비를 하실 계획입니까?”

“그 부분은 애초에 우리 생각대로 나가야죠. 국민의 안전에 대비하는 것이라면 사찰이라고 볼 수 없다는 말로요.”

“쉽게 납득시키기 어려울 텐데요.”

“곤경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빠져나오면 생각이 금새 바뀔 겁니다. 남 일이었다가 본인의 일이 되면 기분이 나쁘다가도 금새 호의적이 될 테니까요.”

“암행경찰국장의 역할이 중요하겠군요.”


생각보다 홧김에 타인을 공격하거나 위협하는 사람은 늘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암행경찰이 할 일은 그것을 줄여주는 것이다.


“어느 곳보다 업무 매뉴얼이 중요한 곳이 될 거예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부모가 아이를 때려도 연인사이에 심한 다툼으로 폭력이 오고가는 걸 더 이상 좌시하지 않는 세상이다.

하지만 도와주려해도 과한 참견이라고 하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한다.


“암행경찰국에 특별하게 신경을 써달라고 주문을 해야 되겠네요.”

“시간 언제 한번 내셔야 되겠습니다.”

“일단은 별정직들 면접부터 좀 봐야 되겠습니다.”


정의로운 사람인지를 가장 먼저 볼 것이다.


‘이제 하나씩 틀이 잡혀가는군.’


콜센터를 중심으로 민원 접수를 받는다.

전세사기를 당하건, 집주인이 바뀌어서 졸지에 보증금을 뜯기던, 도로에서 보복운전을 당하든, 학교폭력의 피해자인데 하소연할 데가 없든. 모든 일을 처리할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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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견디기 힘들면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23.11.13 418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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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 주차민원과 공무원 23.11.12 431 10 12쪽
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8 10 15쪽
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1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4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0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8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8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8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2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 (14) 암행경찰 +1 23.11.02 597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5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1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6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79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3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7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1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3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5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4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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