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252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05 23:30
조회
558
추천
11
글자
12쪽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DUMMY

“그렇죠.”

“일단 배달민족씨 가족 컨택해서 변호사 붙여주세요.”

“알겠습니다.”


메모를 하는 비서실장에게 난 한 가지를 덧붙였다.


“꼭 제일 좋은 변호사로요.”

“알겠습니다.”


다시 메모를 하는 비서실장을 보며 난 혹시 생길지 모를 변수에 대해 생각하며 다시 물었다.


“그 검은머리 외국인이 고소를 취하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본적도 없지만 보지 않아도 않다.

나쁜 놈이다.

혼을 내주고 싶지만 고소를 취하해버린다면... 혼을 낼 수가 없다.


“음... 글쎄요. 없던 확률도 만들어 내야 되겠죠?”

“그러면 안 됩니다!”

“네?”


단호하게 그러면 안 된다고 하는 내말이 무슨 의미인지 묻는 얼굴이었다.


“적당히 꼬리 말고 도망치게 둬서는 안돼요. 혼을 제대로 내줘야 합니다.”

“아...”


그제야 단호함의 의도를 이해한 얼굴이다.


“아마 한국 들어올 때마다 사고치는 망나니일 확률이 높습니다. 여자며 마약이며 폭행이며 한두 건이 아닐 거예요. 전부 다 찾아내세요.”

“그렇지 않아도 ‘팀하이드’에 지시해놓은 상태입니다.”


팀하이드는 비서실장이 개인적으로 일을 맡기는 외부집단이다.

이미 암행경찰국 요원 채용 건 때 그들의 능력을 맛본 적이 있다.


‘그냥 수사기관이 맡기면 안 되나?’


국민에게 공표한 대통령 직속기구와도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진 집단이고, 팀 구성원은 화이트해커들이다.

주로 하는 일은 당연히 정보수집이다.

고급인력을 고작 이런 놈 잡는데 쓰자니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


“팀하이드까지 가동을 해야 됩니까?”

“그게 제일 빠르니까요. 이틀이면 됩니다.”


효율적이기는 하다.


‘하긴. 수사기관이 맡겨버리면 꽤 걸리겠지.’


청와대 콜센터와 이하 기관을 굳이 신설한 이유는 신속함 때문이었다.

잠시 잊고 있었다.

가능하다면 모든 일에 팀하이드의 해커들을 가동해야 한다.

그러면 원래 공무원들은 뭘 하냐고?

그들은 일상을 이미 일상에서 한축을 책임지고 있다.


“빨라서 좋네요. 그... 자식 이름이 뭐죠? 암튼 혹시 튈지 모르니 출국 금지라도 시켜야 되는 거 아닙니까?”


외국으로 튀어버리면 상당히 귀찮아진다.


“그럴 필요는 없겠습니다.”

“그래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빠르게 처리한다면서 팀하이드까지 가동을 한 비서실장이 정작 출국 금지는 필요가 없을 것 같다니.


“사고를 치는 만큼 아버지 연줄이며 변호사며 할 수 있는 건 있는 대로 가동해서 전부 무죄로 만들어버리는 놈들이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도 겁먹을 일이 없으니 아무 일 없다는 듯 또 술이나 먹고 여자 만나고 그러다가 애초에 출국할 날짜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한국사회가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해도 믿기지 않는 일이다.

난 정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와... 뭐 집행유예 그렇게 된 것도 없고, 전부 무죄라구요?”

“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아버지가 대단한 의원인가? 아니면 검경에 집안 식구라도? 아무리 그래도 사고를 많이 치면 그중에 한번은 집행유예 정도는...”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의 쓰레기면 사고를 몰고 다닐 것이다.

전화한통화면 달려오는 집안 고문 변호사 정도는 있을 것이고.


“그럴 만도 한 게 엄청난 강력범죄는 없고, 전부 자잘한 것들이라.”

“아하. 한마디로 양아치라는 뜻이군요.”

“그것도 주로 아버지의 지역구 쪽에서 일어난 일들이라 사전에 덮어버리는 게 일도 아니었겠죠. 경찰에 손뻗는 것도 쉬웠겠지만 몇 번씩이나 국회의원을 해먹는 지역 유지이면 동네에서 숨도 못 쉬게 여기저기 입김 불어넣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겁니다.”


국가도 썩었고 사회도 썩었다. 이걸 어디서부터 고쳐야 하나 싶다.


“일단 혹시 모르니 출국금지하고 긴급체포부터 하십시다.”

“굳이 그럴 필요는...”

“혹시 또 생길지 모르는 선량한 피해자가 있어서는 안 되니까요.”

“긴급체포까지 할 사안...”


맞는 말이기는 하다.

비서실장의 말대로라면 출국금지 역시 그다지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작은 것에도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죄를 짓고 살면 안 된다는 걸 계속해서 각인시켜야 합니다.”

“... 알겠습니다.”



###



“이거 전부 사실이야?”


대통령 비서실장 김현식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저도 보고서 못 믿겠더라구요. 그런 놈들은 어디 무인도 같은 거 하나 빌려서 다 몰아넣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아니지. 그 정도로는 안 되지. 아주 집안을 거덜 내고 씨를 말려야 돼!


한국이름은 강선문.

미국이름은 스파이크 강.

광남구의 한식당에서 지갑이 없어졌다며 직원을 의심하고 그러다가 그의 아내를 성추행했지만, 오히려 맞았다며 폭행으로 고소를 했던 자식에 대한 자료를 막 받은 참이었다.


“그러니까 중학교 축구부 때 이 사건 때문에 미국에 간 거구만.”

-경찰이 뜰만한 것 중에서는 그게 가장 어릴 때 친 사고죠. 학교 내에서 쉬쉬하면서 대충 덮인 자잘한 삥뜯기, 학폭 그런 거 합치면 아주 어릴 때부터였지 않을까요?


수화기건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분노는 숨기지 못하는 듯 계속해서 거친 욕을 내뱉었다.


-어떻게 해요? 중학교 때 집단 성폭행 사건. 그것도 한번 터트릴까요?

“터트려? 어떻게?”

-뭐 어렵나 그런 게.

“자중해. 일단 우리는 눈앞에 놓인 것부터 해결한다.”


중학교 이학년 축구부원일 때 막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입학한 한해 후배를 다른 축구부원들과 함께 성폭행했다.

가해자가 모두 근처 대기업 생산단지를 다니는 잘 사는 집안 자식이어서 돈으로 무마한 사건.

사립이었던지라 사건 무마에 학교교장도 가담했다.


“쓰레기라는 표현도 아까운 자식이네.”

-쓰레기라는 말이 아깝다구요? 그럼 더 어울리는 표현이 뭐가 있는데요?

“쓰레기는 보통 쓰다가 버리지. 원래는 멀쩡한 제품이었다는 뜻이야. 그런데 이런 놈들은 태어나기를 이렇게 태어난 놈들이니 쓰레기라는 말도 아깝지. 분리수거도 안 되고 빨아쓸 수도 없고 격리가 답이다. 죽을 때까지 격리시켜서 똑같은 놈들끼리 살게 만들어 놔야 돼.”

-격리라...


수화기 건너편의 목소리는 현식의 말에 깊이 공감하는 듯 잠시 말이 없었다.

현식도 잠시 말이 없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시간나면 가둬놓을 만한 무인도 없나 한번 알아봐. 그리고 강선문 이 자식은 먼지도 안 날 때까지 다 털어. 그 자식 집안에 관련된 것도 모조리.”


현식은 그들에게 지옥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



세상 무섭다는 건 알았지만 살면서 피부로 느낄 일은 없었다.

적어도 이번일이 있기 전까지는.


‘나쁜 놈들.’


잘 찾아보지도 않고 남편을 도둑놈 취급한 그놈이나, 누구는 변호사가 왔다고 풀어주고 누구는 캄보디아 사람이라 도주의 우려가 아예 없지 않다며 남편은 유치장 신세를 지게 한 형사나 다 똑같았다.


“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왜 살면서 가장 피해야 할 장소가 경찰서 법원 병원인지 며칠 동안 경찰서 구경을 하면서 깨닫게 됐다.

자신이 이런데 갇혀있는 남편의 심정은 어떨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변호사라도 알아봐야 되나.”


살면서 변호사를 만날 일이 없었다.

그런 건 돈이 엄청 많은 사람들이나 해당되는 일이라 생각했으니까.

남편과 둘이 합쳐 버는 돈이 한 달에 오백만원 정도였다.

아직 아이는 없었지만 집 산다고 대출을 받아서 매달 나가는 원금과 이자가 적지 않았다.

선뜻 변호사 선임을 생각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빚을 내서라도 변호사 선임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갇혀있는 남편의 모습은 가여웠다.


우우웅.


낯선 발신 번호였다.

원래 낯선 번호는 받지 않지만 사건이후 어디서 무슨 전화가 걸려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차남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로펌 미라클입니다. 김차남씨 핸드폰이 맞나요?




한 시간 후.

차남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변호사라는 사람을 마주하고 있었다.

변호사라는 사람은 자신을 아주 익숙하고 당연한 듯 대하고 있었지만 차남은 여전히 현실 같지가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했다구요?”

“정확하게는 저는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의뢰를 받았습니다.”

“정말 청와대 콜센터에 전화 걸었던 때문에 오신 거라구요?”


대통령이 언젠가 기자회견을 통해 다양한 민원해결을 위해서 청와대에 콜센터를 설치한다고 발표한 걸 본 일이 있다.

그 후 광고를 통해 여기저기서 대통령이 청와대 콜센터 번호를 알려줬고, 광고는 여기저기서 많이 보였다.

그래서 남편의 사건이후 술 취한 마음에 혹시나 하고 전화를 한번 걸기는 했었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아 혹시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청와대나 대통령 실 직원은 아닙니다. 그냥 대통령실에서 미라클 로펌에 김차남의 남편 배달민족씨에 대한 변호를 의뢰한 거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신기하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처음이라 문득 드는 생각. 바로 돈에 대한 것...

남편을 위해서라면 집을 팔아서라도...

차남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변호사비는... 제가 이런 일 처음이라 아무것도 몰라서요.”

“걱정마세요. 청구는 대통령 실에 할 거니까요.”

“정말 대통령 실에서 저를 도와주는 거라구요? 아무런 댓가도 없이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너무 잘 아는데.

혹시 개인적으로 세금이라도 더 뜯어가는 건 아닐까?


“아 혹시 김차남씨가 미심쩍어하거나 변호사비용에 대한 걱정을 하시는 것 같으면 이렇게 얘기해주라 하시더군요.”

“?”

“세금 착실하게 내는 성실한 국민이면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국가가 지켜주겠다고. 그러니 아무 걱정마시라고요.”


국가가 지켜주겠다.

열심히 살아왔다.

하지만 국가는 그냥 국가였다.

개개인에게 이렇게 신경 쓴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가뜩이나 요새 남편 사건 때문에 힘든 차남은 속에서 울컥하고 올라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이런 말씀도 전하셨습니다.”

“어떤... 말요?”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라구요.”


가슴 한 켠이 찡해오는 게 느껴졌다.

국가라는 게 원래 이런 거였나.

사실 한 번도 국가라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남편이 적응을 못하면 조국 따위는 버리고 캄보디아에 가서 살 생각도 할 정도였으니.


“일단 일이 우선이니 제가 전달 받은 내용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네.”

“일하시던 광남구의 한 식당에서 지갑이 없어졌다며 손님과 시비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강선문이라는 남자의 성추행이 있었으며 옆에 있던 남편 배달민족씨가 그걸 보고 격분해 강선문씨를 주먹으로 때렸다. 그리고 출동한 경찰 조사 결과 정작 없다던 지갑은 주인에게서 나왔다. 맞습니까?”

“... 네.”

“음...”

“우리 그이 어떻게 될까요? 벌금형 같은 걸로 끝낼 수는 없을까요? 초범이면 집행유예 뭐 그런 건 안 되나요?”

“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변호사의 표정에 차남은 뜨끔하며 주눅이 들었다.


“아 역시... 맞아요. 사람을 때린 건 어쨌든 사실이니까...”

“전 아내가 없긴 합니다만.”

“네?”

“똑같은 일을 당하면 저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아...”

“성추행 당한 아내를 지키기 위해 남편이 한 행동이 벌을 받아서는 안 되죠. 그런 걸로 벌 받으면 어디 법 무서워서 내 가족을 마음대로 지킬 수가 있겠습니까. 그것도 지나친 과잉 방어가 아니라 고작 주먹으로 얼굴 한 대 때린 걸로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30)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23.11.13 384 8 11쪽
30 (29) 견디기 힘들면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23.11.13 419 9 13쪽
29 (28) 개인의 총량 23.11.12 413 10 12쪽
28 (27) 주차민원과 공무원 23.11.12 432 10 12쪽
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9 10 15쪽
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2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5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1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8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8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9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2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7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5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2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6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80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4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8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1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3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5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5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1 1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