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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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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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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0.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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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DUMMY

광남 일성병원.


“후...”


아성은 최근 잠을 거의 자지 못해 안색이 병든 환자의 그것과 비슷했다.


“최서방. 가서 잠이라도 자고와. 자네라도 정신을 차려야 가족을 돌보지.”


장모님이 걱정이 가득한 말을 건네 왔지만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가 동시에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중환자실에서 수술은 마쳤지만 결과는 깨어나 봐야 알 수 있다는 게 수술을 마친 의사의 말이었다.


“장모님이나 좀 쉬고 오세요. 저 이제 휴가도 끝나서 회사 들어가 봐야 해요.”

“그... 회사는 며칠 더 빼는 건 안 되겠지?”

“지금 이것도 그나마 연차 있던 거 몰아서 쓴 거예요. 더 이상은 힘들어요.”


각자의 일상을 모두 뒤로하고 한 사람의 병간호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도 돈도 체력도 슬슬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황.

장모에게 한 말 중 일부는 거짓말이었다.

연차를 다 끌어 쓴 것도 모자라 양해를 구하고 며칠째 결근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성은 장모가 가고 나서 한참동안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간신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아. 최과장. 안 그래도 내가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말을 듣는 순간 뜨끔했다.

일손이 부족해서 찾았다는 소리로 들렸으니까.


“죄송합니다. 내일은 꼭 출근하겠습니다.”

-무슨 소리야? 와이프하고 애기 깨어났어?

“네? ... 아직 그대론데요.”

-그럼 깨어날 때까지는 있어야지. 회사 걱정은 하지 말고. 마음고생이 심할 텐데 마음 단단히 먹고 틈틈이 잠도 자고 먹는 거 잘 먹고.

“네? 저 지금 연차도 바닥이고 결근만 일주일째인데요?”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된 거 쉬는 김에 그냥 아주 푹 쉬라는 비아냥 같지는 않았는데...


‘뭐냐 이거? 에이... 그냥 하는 소리겠지. 워낙에 큰일을 당했으니까.’


하지만 이어서 들려오는 말은 귀를 의심케 했다.


-병원비는 많이 안 나왔어? 최과장 얼마 전에 보험도 리모델링하려고 싹 다 해지했었다며? 혹시 병원비 모자라면 전화해. 회사에서 지원해줄 테니까.

‘병원비를 지원해줄 테니까 필요하면 전화하라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눈앞에 보이는 tv 화면에서 이상한 말이 나오고 있었다.


-속보입니다. 최태웅 대통령이 현재 시행중인 건강보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새로운 의료보험 제도를 만들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새로운 의료보험의 핵심은 기존 간병인 제도가 부족한 사람들은 환자가 퇴원할 때까지 옆에서 계속 돌볼 수 있도록 하는 무기한 케어 서비스와 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불 여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국가에서 지불보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인데요.

‘저게 뭐야? 갑자기 저런 게 생긴다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저건 바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을 져주겠다는 뜻 아닌가?

앵커의 보도 다음에는 최태웅 대통령이 유투브를 통해서 발표한 내용이 편집되어 나오고 있었다. 자세한 문의는 건강보험 콜센터로 문의를 하라는 말과 함께.


‘설마...’


아성은 완전히 믿지는 않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건강보험 고객센터의 전화번호를 검색하고 있었다.



###



청와대.


“반응 좋죠?”

“좋을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닙니까.”


태양건설 권영태 부사장 사고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차라리 이번 기회에 전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쪽으로 건강보험을 개편하자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렀다.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당연하죠. 반대가 없으면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겠습니까.”

“당장 지금 국민연합당 쪽에서 뵙자는 연락이 자꾸 옵니다.”


당연히 예상했던 바다.

내가 말한 새로운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하려면 관련법을 살펴야 할 테니까.


“국민들 사이에서도 여론이 양분되고 있습니다.”

“부자들이 싫어하겠군요. 보험 업계 종사자들도 싫어하겠고.”

“맞습니다.”


없던 복지가 생긴다.

당연히 세금을 더 걷어야 할 것이고 난 간접세보다는 직접세를 늘려 재원을 충당할 생각이니까.

그래서 부자들이 싫어하는 거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뻔히 알고 있을 테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사람 죽어가는 거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일단은 살려놓은 다음에 생각하자고요. 혹시 보험회사에서 말들 많으면 세무조사 들어갈 거라고 하세요. 그 말 한마디면 아마 죽는다는 소리 쏙 들어갈 겁니다.”


매년 빠지지 않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

손실이 커진다는 말을 하면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다니.

누구를 바보로 아는 것도 아니고.


“당장은 어떻게 할까요?”

“민간 기업은 정부 지급 보증으로 휴가 협조 강구하는 방안을 마련하시죠. 계속 반대하면 대통령령으로 긴급 법안 발의도 고려해보죠.”

“알겠습니다.”

“경찰 쪽은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돈으로 해결하기 쉬운 것이 있고 어려운 것이 있다.

경찰은 과연 재조사하라는 말을 잘 듣고 있을까?



###



광남 경찰서 형사과.


“와 쓰바... 어쩌라는 거야?”


강영만 형사는 짜증이 나 죽을 지경이었다.

얼마 전 있었던 차량추돌 사건을 재조사하라는 서장의 지시 때문이었다.

지시대로 일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서장의 지시와 반대되게 담당 검사에게 무시하고 대충 조사하다 덮으라는 압력이 들어왔다.


-강영만 형사. 내 말 듣고 있습니까?

“네.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대답이 없으시죠?

“그야...”


서장의 말로는 청와대에서 직접 내려온 지시라고 했다.

끗발로 따지면 감히 비교가 안 된다.

문제는 검찰이 대통령이랑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


-입장 곤란한 거 잘 알고 있습니다.

“네?”

-그냥 적당히 시늉만 하세요.


검사의 그 말 한마디에 강영만 형사는 상황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 시늉만 하자.’


어차피 수사를 해도 검찰로 넘겨도 그쪽에서 기소를 안 하면 답이 없다.

결정은 결국 검사가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어차피 증거도 없는 사건이야. 수사를 한다한들 더 나올 것도 없어.’


대리기사가 운전을 하다가 부주의로 사고를 냈다.

대리기사가 억울함을 표현했다하지만 그걸 증명할 증거는 없다.



###



‘쓰레기 같은 인간이군.’


대통령실의 의뢰로 대리기사의 변호를 시작한 백형진 변호사는 조사를 하던 중 태양건설 부사장 권영태라는 인간의 추잡한 면모를 하나하나 보게 됐다.


‘저 사람인가?’


만나기로 한 사람은 권영태 부사장의 전직 수행기사였다.

조사를 하던 중 알게 된 사실 하나.

블랙박스는 감춘 게 아니라 진짜 없어진 거였다.


“안녕하세요.”


백형진 변호사는 오십은 넘은 것 같은 중년의 남자 앞에 섰다.


“아... 연락주신 분인가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중년의 남자.

쫓기는 듯 불안한 표정의 남자는 계속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백형진 변호사입니다. 권영태 부사장의 차를 대리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을 준비 중인 대리기사의 변호를 맡고 있구요.”

“아... 그런데 보자고 하신 이유가...?”


정확한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사건 관련으로 물어볼게 있다고 했을 뿐.

보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 백형진 변호사는 직감했다.

이 사람이구나.

사고차량의 블랙박스를 감춘 장본인이.

캥기는 게 없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용건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날 사고 났던 차량. 블랙박스 가지고 계시죠?”


백형진 변호사는 본론을 바로 던졌다.

아니나 다를까 대번에 움찔하며 눈빛이 흔들린다.


“그걸 어떻게...”


물론 심증만 가지고 나온 자리다.

이 사람이 그걸 알리는 없지만.


“왜 빼돌렸습니까?”

“...”

“그거 하나만 있어도 제 의뢰인이 지금 감옥에 있지는 않을 거예요. 당신 지금 한사람 인생을 망치고 있는 거라구요.”


최대한 강한 어조로 말했다.

변호사는 의뢰인만 챙기면 된다.

이 사람이 왜 블랙박스를 굳이 빼돌렸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나쁜 사람입니다.”

“네?”


백형진 변호사는 나쁜 사람이라는 말에 되 물으며 눈앞의 남자를 쳐다봤다.

뭔가 억눌린 게 많은 표정이었다.


“근무하는 동안 매일 맞았습니다. 월급이 많이 주는 일자리여서 쉽게 관둘 수도 없었어요. 이를 악물고 다녔지만... 그래서 사고 났다는 소식을 듣고 복수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거래를 하려고 블랙박스를 빼돌린 겁니까?”


표정이 좋지는 않은 걸 보니 거래시도가 불발된 게 분명하다.

태양건설 측에서 회유보다는 협박을 했나보다.


‘불쌍한 사람이구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사연은 사연이고 일은 일이니까.

백형진은 안타까운 마음을 누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경찰에 그 블랙박스 갖다 주세요. 본인 욕심 때문에 죄 없는 사람 감옥살이 하게 하면 되겠습니까?”



###



“이게 뭐라구요?”

“태양건설 부사장 벤츠 안에 있던 블랙박스 메모리입니다.”

“네? 누구 뭐라구요?”


강영만 형사는 누군가 자신을 만나러 왔다는 말에 그를 만났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형사 생활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은 매일 보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


“태양건설 부사장 권영태씨. 얼마 전에 차량 추돌 사건입니다. 대리기사가 운전미숙으로 사고를 낸. 아기와 엄마가 중상을 입었던 그 사건이요.”

‘증거라고?’


강영만 형사는 남자가 자신에게 건네준 메모리칩을 가만히 들여다보였다.


‘블랙박스는 고장으로 증거 확보가 어렵다고 들었는데.’


조용히 묻었다가 다시 수사를 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기소자체가 되지 않을 걸 알기에 시늉만 하고 있던 수사.


“그런데 누구시죠? 누구신데 이런걸... 아니, 당시에 이런 건 본적도 없는데요.”


정확히는 블랙박스 영상은 없다고 보고를 받았었지만 강영만 형사는 그렇게 말했다.


“태양건설 부사장 권영태씨의 전직 수행기사였습니다. 관둔지는 좀 됐죠,”

“...”

“뉴스를 봤습니다. 전 사건 있고 나서 좀 있다 관뒀구요.”

“사건 있고나서 좀 관뒀다구요?”

“네. 원래 그즈음 퇴사를 하기로 예정이 돼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걸 왜?

뭐가 들어있는지는 확인을 해보기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일반인의 눈과 형사의 눈은 다르니까.

뭐가 있다고 하더라도 증거가 되지 못하는 영상일수도 있다.


“대리기사의 운전미숙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 제기된 거 아시죠?”

“... 네.”


여기저기서 키보드 워리어들이 활개를 쳤었다.

권영태 부사장이라는 인간은 그전부터 운전기사 폭행으로 여러 번 문제가 된 인물이었다.

대리기사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사실 이 블랙박스 영상은 제가 몰래 빼온 겁니다. 처음에는 나도 모르게 그랬습니다. 하지만 사건 처리가 되는걸 보고 있는데... 양심상... 도저히 이대로 묻어둘 수가 없었습니다.”


강영만 형사는 전직 수행기사였다는 남자의 말을 들으며 일이 커지겠다는 걸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았다구요?”


밀린 결제를 끝내고 늦은 저녁을 먹던 터였다.


“네. 증거도 충분한데 그랬다고 하네요. 일단 드시던 거 먼저 드시죠. 라면이라 금방 불어터집니다.”

“아. 네. 일단 계속 얘기를 해보시죠.”

“대리기사 백형기씨의 변호를 맡은 백형진 변호사가 감춰진 증거를 찾았다고 합니다. 가진 사람을 간신히 설득해서 증거를 경찰에 제출하도록 했다고 들었구요.”

“기소를 하지 않았고, 그런데 증거가 충분했으면... 형사는 일을 한 거네요.”

“그렇죠.”

“문제는 검사다?”


난 무소속이다.

과거도 지금도 그건 변함이 없다.

그러다보니 정치인이라면 있을법한 재계, 검경의 빽줄...

내가 대통령이니 빽줄이라기 보다는 그냥 아는 사람이 없다.

간단히 말하면 대부분이 야당과 관련이 있는 사람일거라는 뜻이다.


“이건 대통령에 대한 시위라고 봐야 되겠죠?”


증거가 있는데 기소를 하지 않는다? 이건 명백한 직무유기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과 선작, 그리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면 글쓰는데 정말 많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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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견디기 힘들면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23.11.13 418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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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 주차민원과 공무원 23.11.12 431 10 12쪽
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8 10 15쪽
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1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4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0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8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8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8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2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6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5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1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6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79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3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7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1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3 10 12쪽
»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5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4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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