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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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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1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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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5) 대통령의 면접

DUMMY

“아빠. 엄마 말대로 하면 안 돼? 그렇게 하자.”

“너 왜 학교...”


그러고 보니 주말이었다.

평소 같으면 일이 있든 없든, 주말이건 평일이건 항상 현관문을 열고 나갔었다.


“지금 대통령 아저씨가 일은 되게 잘하는 거래. 애들이 다 그래.”

“뭐?”


이제 중학생이다.

뭘 안다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


“내 친구 경희 알지? 걔네 아빠는 벌써 싸인했다는데?”

“뭐?”


경희 아빠라면 동종업계 종사자였다.

아이를 핑계로 어쩌다보니 안면을 트고 아주 가끔씩은 술잔도 기울이는 사이였다.


“경희도 아빠가 회사 관두고 나서 내가 하던 알바 같이 하고 있었거든. 알바 관둔다더라. 아빠가 직장 다른 곳으로 옮겨서 다시 다니기로 했대.”

‘어제는 못 봤는데.’


청와대 조찬 초대에서는 보지 못했다.

모든 인원을 다 부를 수는 없어서 그런 건 곽철근은 알지 못했다.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대. 아빠처럼 건설노동자 대상으로 전부 전화하고 있다고.”

“뭐...?”


믿기지가 않았다.

그럼 그게 사실이란 말인가?

허울만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나라일 하는 사람들이 자신 같은 노가다들의 현실을 어떻게 알고는, 굳이 돈까지 들여가며 노가다들을 전부 기술직 공무원으로 채용을 한다는 말인가.

안 그래도 공무원 수만 많고 하는 일 많다고 욕을 먹고 있는 게 몇 년째인가.

나라를 바꿀 수 있는 대통령이라고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이 됐지만 지지자들마저도 조금씩 등을 돌리고 있다고 들었는데...



###



-대통령님.


핫라인이 울렸다.

국가정상끼리 쓰는 그 ‘핫라인’은 아니었고, 비서실장이 준 업무용 폰이었다.


“네.”

-태양건설 건 작업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시죠. 아, 설마...”

-무슨 생각하시는지 압니다. 당연히 공식적인 루트는 아닙니다.


비공식 루트.

물론 그게 불법은 아니었다.

나쁜 놈을 잡아들이는데 경찰이나 검찰을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조리 불법은 아니니까.


-그럼 ‘팀 하이드’ 작전 번호 TG 게이트 착수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비서실장의 전화는 끊어졌다.


“팀 하이드... 작명 멋있네.”



그날 밤.

유투브에 영상 몇 개가 업로드 됐다.

모기업 대표의 운전기사 폭행 사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과 호텔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 섹스 몰카 영상이었다.



###



“대표님 이것 좀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뭔데?”


국민연합당 권혁수 대표는 이동하는 차안에서 보좌관이 내미는 휴대폰을 의아한 표정으로 받아 들었다.


“태양건설?”


절로 표정이 찌푸려지는 이름.


“지금 난리입니다. 난데없이 이런 영상이 열 개 정도 올라왔어요.”


보좌관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이야 이거... 종합 선물 셋트인가? 폭행에 여배우 스폰에 정치권에 로비에...”


태양건설 권만채와 그의 아들들에 대한 영상들이었다.

영상마다 이미 수백 개씩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주가 많이 떨어지겠네.”

“주가가 문제가 아닙니다. 벌써 검경모두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벌써?”

“그리고...”

“뭔데?”


궉혁수의 물음에 보좌관은 다른 휴대폰 하나를 더 꺼내보였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 오고 있었다.

익숙한 번호였다.


“벌써 스무 통째입니다.”

“아직 새벽인데?”

“급한 거겠죠. 검찰에라도 전화 넣을까요?”

“음...”


권혁수 대표는 잠시 고민을 했다.

무시해도 문제는 없다.


“아직은 쓸 만한 인간인데...”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저것하고 관련이 있겠지?”


태양건설 사건과 관련해서 일벌백계를 할 것이라는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가 방송되고 있었다.


“증거는 없습니다.”

“증거야 없겠지.”


최근 대통령의 행보가 갑자기 거침이 없어졌다.

원래도 무대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변수가 많고 반대가 많으니 생각을 많이 하고 뭔가를 했다.

적이 많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고민이라는 것을 하지 않고 생각하고 바로 실행에 옮기는 듯 보였다.

한마디로 겁이 없어졌다고 할까?


“그렇기는 하지만 원래 문제가 많던 인간이잖습니까. 이번 기회에 정리를 하시는 것도...”

“쓰레기가 너무 많잖아.”

“네?”

“쓰레기통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겠어?”

“...”

“일단 놔둬보지.”



###



“명수야! 너 출근 안 해? 태양건설 면접 붙은 거 오늘 첫 출근이라며? 회장님 연설도 있다고 했잖아!”


아침을 깨우는 엄마의 외침이 자고 있던 명수를 깨웠다.

출근을 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안 간다고 말은 해야 했다.

삐그덕.

여전히 졸린 얼굴로 거실로 나간 명수를 보더니 기가 찬 표정의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너 왜 그래? 어제 긴장돼서 잠 못 잤어?”

“아니.”

“그럼 얼른 씻고 나와. 밥 차려놓을 테니까.”


평소와 다른 엄마의 반응.

당연했다.

졸업하고 일 년을 넘게 놀던 아들이 드디어 취직을 한터였다.

그것도 전공을 제대로 살린 건설회사, 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에.


“나 안 나가. 화장실만 갔다 올 테니까 밥은 차려놔. 먹고 다시 자게.”

“뭐? 너 정신 나갔어? 출근을 안 한다고?”


명수는 화장실을 다녀온 후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서 엄마에게 내밀었다.


“뭔데 이게?”

“어제 새벽에 뜬 거야.”


명수는 태양건설 회장 일가족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영상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게 뭐? 이거랑 회사랑 무슨 상관인데?”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는 그런 추악한 사람들이 경영하는 회사에 아들 취직시키고 싶어?”

“아이고 이 철 없는 것아! 그건 그거고 일은 일이지! 어렵게 붙은 회사를 왜 안 가려고 그래!”


오래 놀던 아들이 갑자기 출근하려니 덜컥 겁이 나서 괜한 말을 하는 거라 생각하는 엄마를 쳐다보며 명수는 여유로운 표정과 자신 있는 어투로 말을 이었다.


“그것보다 더 좋은 곳에 나가기로 얘기 끝났어.”

“그건 또 뭔 소리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서 밥 먹고 씻고 출근할 준비나 해!”

“아 진짜! 엄마는 아들 말을 왜 못 믿고 그래? 어제 밤에 인터뷰하고 계약금까지 받았다니까!”



###



태양건설 회장실.

권만채 회장은 연거푸 세 개째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회장실 안이 연기로 자욱했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동영상 사건이 생각보다 크게 불거졌다.

아직 회사로 쳐들어온 건 없지만 검경이 움직일 거라는 첩보도 입수됐다.


“내가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줄 아냐.”


접대를 할 때마다 뇌물을 줄때마다 모조리 기록을 해놨다.

극비중의 극비는 회장실 자신의 책상 안에 전부 다 들어 있다. 시한폭탄이었다.


“회장님 시간됐습니다.”

“벌써?”


상반기 채용된 신입사원들에 대한 축하연설이 예정돼 있었다.

신입사원이니 아직 서른도 안 된 애송이들이다.

그들도 영상을 안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근을 했다.


“보고 드린 건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아직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습니다.”


새벽에 보고받은 영상 건에 대한 비서의 추가 보고였다.


“그래?”


개인적으로 아는 국회의원과 검사들에게 수십 통의 전화를 넣었다.

속도 타고 화도 났다.

하지만 비서에게까지 티를 낼 정도로 권만채의 배포가 없지는 않았다.


“저희 태양건설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건축 업계 난리 나는 건 회장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 우리가 먹여 살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확인도 되지 않은 그런 영상 하나가지고 무슨 일이 나겠어?”

“그러니까요.”


조금 나아진 기분으로 비서를 따라 회사건물 지하 대강당으로 이동하려고 하던 때였다.


“큰일 났습니다.”


비서실 말단 직원 하나가 전쟁이라도 난 것 같은 표정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뭡니까? 회장님 지금 강당으로 이동하셔야 됩니다.”

“그게...”


말을 꺼내는 것조차 겁이 난다는 표정이었다.


“뭔데 그러나? 말해봐.”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보고일거라 생각했다.

뉴스에 곧 나올 내용들.

영상은 간밤에 뿌려졌다고 보고를 받았다.


“이번에 채용된 신입 사원들이...”

“...?”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권만채 회장의 귀를 의심케 하는 내용이었다.


“합격한 사람들 모두가 오늘 출근하지 않겠다고 통보를 했답니다. 방금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



“네, 대통령 맞습니다.”

-헐 대박! 정말이라구요?

“네. 어떻게 확인을 시켜드려야 될까요?”


난 일부러 스마트폰으로 청와대 내부까지 비췄다.

내친김에 비서실장의 얼굴까지 화면 안에 담아버렸다.


“대통령님 이러시면 보안 문제가...”

“보안은 무슨요. 여기 보안 문제가 될게 뭐가 있다고.”


난 비서실장의 말을 자르고 말을 이었다.


“뉴스 같은데서 많이 보셨죠? 방금 대통령 비서실에 근무하는 김현식 비서실장님이었습니다. 요새 제가 일을 많이 시켜서 뉴스에 자주 나올 거예요.”

-맞아요! 저 뉴스 꼬박꼬박 챙겨보거든요. 친구들은 믿을 거 하나도 없다고 보지 말라고는 하지만요. 아차, 죄송해요!


화면 건너편의 젊은 여성이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자 이제 믿음이 가면 인터뷰 시작해볼까요? 지금 뒤에 인터뷰 대기자가 너무 많습니다. 저희가 보내드린 링크는 확인하셨죠?”


-네, 준비됐어요.


난 추려진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구직자들의 면접을 보고 있었다.

일차적으로는 태양건설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급하게 준비된 인터뷰였다.

비서진을 통해 일차 통화를 하고 동의를 한사람을 대상으로 내가 최종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동의를 한 사람이 대상이지만 태양 건설 최종 합격자들은 백퍼센트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고, 이제 십 퍼센트 정도가 남아 있는 상태였다.


“휴... 잠깐만 쉴까요?”


화면이 꺼진 다음 잠시 한숨을 돌렸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네요. 피곤하지만 보람은 있어요.”

“보람 있는 만큼 제 지갑도 가벼워지고 있구요.”

“엄살 부리지 마세요. 오늘 쓴 돈 실장님이 가지고 있는 재산에 비하면 얼마 되지도 않잖아요.”

“뭐, 쓴 것보다 더 많이 들어오고 있기는 합니다. 해외는 경기가 괜찮아서요.”


문득 궁금해졌다.

본인도 정확하게 모른다는 재산이 다 합쳐서 얼마인지가.


“피곤하시죠?”

“너무 열심히 일을 하시니까요.”

“밤을 새서라도 해야 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집안이건 국가건 곳간이 넉넉하니 살림에 어려움이 없다.

정말 돈이 많으면 세상 거의 모든 게 편해진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태양건설 회장은요? 안 쓰러졌답니까?”


채용된 신입사원이 모조리 출근안하겠다고 통보를 했을 것이다.


“열은 좀 받았겠죠.”

“그 정도로 끝내시건 아니죠?”

“모르시겠지만 지금 지난밤부터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벌써요? 빠르네요. 그 팀은 잠 안자고 일했답니까?”


생각보다 빠르다.

‘팀 하이드’가 생각보다 유능한 모양이다.


“국내에서만 일을 하는 건 아니니까요.”

“아... 해외에도...”


그건 몰랐던 사실이다.


“아마 거래처들도 계약해지가 진행될 겁니다.”

“그때는 정말 드러눕겠네요.”


태양건설의 하도급업체들이 정부와 계약을 하고 있다.

실제 집을 짓는 건 현장 노동자들이니 아마 본사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일 것이다.


“그리고 저녁때쯤에는 아마 권만채 회장이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갔다는 기사가 나올 겁니다.”

“검찰조사라도 하나보죠?”

“경찰과 검찰 양쪽에서 움직인다고 합니다. 워낙에 지은 죄가 다채로워서요.”

“쓰레기 하나 때문에 온 나라가 뒤숭숭하네요.”


태양건설 하나 잡는다고 나라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하나씩 바꿔나가면 조금씩 깨끗해진다.

이제 내가 하려는 일은 첫 삽을 떴을 뿐이고.


“좀 안 주무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잘 시간이나 있습니까?”

“오후에는 섭외에 요청한 집주인들 상대로 생방송 토론이 있습니다.”

“거봐요. 잠 잘 시간도 없구만.”


예상했던 일이라 난 일부러 툴툴거렸다.

잠을 자지 않아도 되면 얼마나 좋을까.

일이 착착 진행이 되더라도 오년은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다.

내가 계획한대로 이 나라를 바꾸기에는.


“식사만 하고 방송국으로 이동을 하시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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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23.11.13 384 8 11쪽
30 (29) 견디기 힘들면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23.11.13 419 9 13쪽
29 (28) 개인의 총량 23.11.12 413 10 12쪽
28 (27) 주차민원과 공무원 23.11.12 431 10 12쪽
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8 10 15쪽
»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2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5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0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8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8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8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2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7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5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1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6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80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3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7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1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3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5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4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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