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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228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0.2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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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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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3) 한줄기 빛

DUMMY

“지금 최저 임금을 낮추자는 겁니까? 아직 그렇게 반대들을 해서 최저 시급 만원까지도 못 올렸는데요?”

“만원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그리고 실질 임금은 이미 만원을 넘어섰고요. 거기다 불황은 언제까지 계속 될지 모르고...”

“신대륙 회장님.”


난 그의 말을 끊었다.


“네?”

“어차피 최저임금 가지고 장난질 쳐봐야 생색도 안 나는데 다른 걸로 하시죠.”

“다른 거라 하시면...”

“땅값을 싸게 해드리면 어떻습니까?”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은 얼굴이다.


“토지를 일정 부분 국유화 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에 귀속된 땅에다 지으면 땅값을 싸게 해드리면 원가가 대폭 낮아지지 않을까요? 어차피 건설비보다는 땅값이 더 나가지 않습니까?”

“토지를 국유화 하신다구요?”

“점진적으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세상에...”


이제는 아예 무슨 말 같지도 않는 소리를 하냐는 표정이다.


“어때요? 솔깃한가요?”



###



“복귀전을 화려하게 치르셨군요.”

“많이 튀었습니까?”


일단은 선전포고였다.

앞으로 내가 할 수많은 일들 중 하나.

그중 가장 큼지막한 숙제가 될 일의 서막이었다.


“잘하셨습니다.”

“진짜요?”

“며칠 전에 일본 총리 상대로 했던 말 기억 안 나세요? 그거 비하면 약과죠.”


하긴 외교 전쟁에 비하면 이런 국내 건설사 회장들과의 말싸움 정도야.


“그나저나 아까 말씀하신 건 말인데요. 지시는 했는데 무슨 이유로 그러시는 건지 여쭤 봐도 될까요?”

“벌써 처리를 하셨어요? 그러면 그 새...”

“...”


새끼라고 할 뻔했다.


“지시만 해놨습니다. 오늘 중으로 보고 들어오긴 할 텐데요.”

“아.”

“그런데 그런 식의... 부탁조로 말씀을 하시는 걸 처음 봐서요.”


설마 청탁으로 보인건가?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단지 개인을 궁금해 하는 게 처음이라서.”

“눈빛이 좀 찝찝해보였습니다.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닐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뷸륜, 도박, 마약, 음주운전, 뺑소니...뭐 그런 것들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이상하게 보는 게 계속 신경이 쓰인다.


“혹시 내가요.”

“말씀하세요.”

“대통령으로서 이상한 말이나 행동을 한다거나 하면.”

“...?”

“비서실장님이 옆에서 잘 보고 계시다가 혹시 그런 게 보이면 적절하게 좀 컨트롤 좀 해주세요.”

“이상한 말이나 행동요?”

“아무래도 사고를 당해서 그런지 컨디션이 어딘가 예전 같지가 않아서 그렇습니다.”

“... 잘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은 그 말을 끝으로 알았다며 물러갔다.



그날 밤.


“언제였다구요?”

“대통령님 깨어나신 그날 밤 사고가 있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태양건설 부사장 권영태의 뒤를 캐보라는 지시를 내린지 열 시간도 채 안됐을 때였다.


“대리를 불러서 집에 가던 중 대리기사의 운전미숙으로 사고가 났다고 하네요. 경차에 아이를 태우고 있던 이십대 중반의 아이엄마가 현장에서 중상을 입었습니다.”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게 확인됐다. 그렇다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내용과의 연관성은?

난 일단 사건자체에 집중했다.


“대리기사? 운전 미숙요?”

“표면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뭐가 더 있어요?”

“지금 재판을 기다리는 대리기사의 말로는 억울하답니다. 대리를 부른 차주가 차안에서 엄청나게 구타를 했다고 하더군요. 운전을 못할 정도로 말이죠. 그러다가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그것도 대리기사가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핸들을 살짝 트는 바람에 사망자가 나오는 건 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합니다. 이건 사고 현장을 조사한 경찰의 입장이구요.”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다.

그럼 실제였다는 말이 되는 거잖아?


‘대리기사도 현장을 다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럼 내가 겪은 건 어떻게 설명을 해야 되는 거야?’


팩트와 내 기억과의 연결고리는 여전히 찾을 수가 없다.


‘와... 이거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나한테 신이라도 씌인 건가? 아니면 그냥 우연의 일치?’


둘 다 설득력은 없었다.

비서실장의 말이 이어졌다.


“대리기사는 구치소에 수감 중이고 피해자는 병원에 있습니다. 피해자는 아이와 엄마 둘 다 중환자실에서 치료중인데... 정신을 차릴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고 하고요. 대리기사는 보험은 가입돼 있지만 보장 금액이 큰 보험이 아니어서 실질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을 걸로 보이구요.”

“그 새!... 태양건설 부사장은요?”


욱하는 마음에 또 욕이 나올 뻔했다. 비서실장은 내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 생각하는 눈치였지만 일단 보고를 계속했다.


“권영태 부사장은 지금 다시 병원에서 치료중이라고 합니다.”

“병원요? 치료요?”

“어쨌든 사고가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요. 오늘 조찬 모임도 본인 말로는 어쩔 수 없이 나온 거라고 하더군요.”

“하아...”


이정도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다.

물론 아직은 대리기사의 잘못으로 몰아갔고, 설사 본인에게 화살이 향한다 해도 부정을 하거나 음주로 인한 심신 미약을 주장하겠지만.


“어떻게 할까요?”

“네? 뭘요?”

“잘 알아보고 어떻게 하라고 알아보라고 하신 거 아닙니까?”


비서실장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주기를 바라는 거지?


“지나치게 예민하신 것도 같습니다.”

“지나치게 예민하다구요?”

“제가 보기에는요.”

“나 참! 재벌가 망나니 하나 때문에 피해자가 둘이나 생겼습니다! 한명은 감옥에 두 명은 크게 다쳐 지금 회복도 못한 상태라구요!”

“그렇게 억울한 사람들은 널렸습니다.”


비서실장은 나에 비해서 많이 차분해 보인다.

하긴, 욱하는 기질에 있는 나에 비해서 많이 이성적인 사람이었지.

가끔 사람이 맞나 싶을 생각이 들 때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억울한 사람이 그렇게 많으면 외면당해도 됩니까?”


억울한 사연을 보다가 못해 나라도 도와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소위 말하는 인권변호사가 됐고, 정치에 입문해서 이 자리에 섰다.

난 비교적 다른 사람의 사연에 감정 이입을 잘하는 편이다.

부당한 것도 잘 못 보는 편이다.

머리는 좋고 공부를 잘해서 법대에 갔고 사시 패스를 했다.

그런 심성이 내가 가진 능력이 자연스럽게 나를 인권변호사로 이끌었다.


“이일을 알기 전에 버스사고 유가족들 만나러 가던 거 기억나시죠?”


그 사람들도 억울한 사람들이다.

증명은 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그럴 것이다.

대통령이라고 모든 사람을 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능력이 되는 한... 할 수 있다면 최대한...


“이런. 제가 말이 좀 길었군요. 대통령님 예전 변호사 시절 보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그만.”

“아닙니다. 저도 좀 흥분을 했네요.”


흥분은 가라앉혀야 한다.

흥분한 해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할까요?”

“...”

“나쁜 놈들은 혼을 내줘야 한다고 예전부터 늘 말씀을 하셨죠. 선량한 사람들이 당하는 건 못 보겠다고요.”

“그랬죠. 지금도 유효합니다.”


교통사고라는 팩트와 내 기억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건 사실 당장 급한 게 아니다.

급한 건 잘못한 놈을 찾아내서 혼을 내주고 억울하게 잡혀 들어간 사람 구해주고, 보상 받을 길도 막막한 사람을 일단 치료해서 살려놓는 일이다.

그게 우선이다.


“경찰에 전화 넣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옥에 가있다는 대리기사에게 제일 비싼 변호사 붙여주시고, 중환자실에 있는 피해자는 어떻게든 살려놓으라고 말해주세요.”



###



00구치소.


“5884번 면회!”

“저요? 면회 올 데가 없는데...”


자신에게 면회가 왔다는 말에 감방 구석에 말없이 앉아있던 형기는 힘없이 일어섰다.


“변호사라는데요.”

“변호사요?”


변호사라는 말에 형기의 의구심은 커졌다.

가족과는 연이 끊어진지 오래, 딱히 왕래를 하는 친구도 없다. 그런데 변호사라니.

국선 변호사가 오기는 했지만 형식적인 만남이었다.

재판 전에는 볼일이 없을 거라는 말과 함께 잠시 얼굴 보고 그뿐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고서야.’


딱히 거부할 이유도 없고 억울한 일을 당한 와중에 혹시 모를 구원의 손길 같은 건 아닌가 싶은 마음에 형기는 면회실로 향했다.


“백형기씨?”


변호사라는 사람은 처음 보는 남자였다.


“네. 제가 백형기입니다만... 변호사시라구요?”

“네. 제가 백형기씨 변호를 맡게 된 백형진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이름이 비슷하네요.”


변호사가 가볍게 웃으며 농담조로 인사를 건네 왔지만 형기는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전 변호사를 선임한 적이 없는데요.”

“알고 있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딱히 그럴만한 사람이...”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정말 저를 변호해주러 오신 게 맞나요?”


아무래도 믿기지 않아 형기는 계속 물었다.

눈앞의 변호사는 저번에 봤던 국선 변호사하고는 다른 느낌의 사람이었다. 사무적인 느낌이 없지는 않았지만 뭔가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다.

사건파일을 들여다보는 눈빛도 진지했다. 국선 변호인의 건성건성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억울하게 잡혀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 말에 형기의 고개가 푹 숙여졌다. 억울하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 콜을 받고 대리를 나간 건 사실이었지만, 블랙박스도 고장 나서 작동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증거가 전무한 상황인 것이다.


“그렇게 고개 숙이고 있지 마세요. 아무런 말씀을 해주지 않으시면 제가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도와줄 수가 없다.

그 말은 국선변호인에게도 들었다. 아무리 상황설명을 해도 증거가 없다는 거였다.


‘이사람이라고 별수가 있을까?’


자신이 보기에는 도긴개긴이었다.

변호사라고는 하지만 정체도 모르는 사람이다 보니 더 그랬다.


“말을 하면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은 채 형기는 물었다.


“어떻게든 도와드려야죠.”


별로 기대도 되지 않는 대답.


“증거가 하나도 없어요.”


대리를 맡긴 차주가 재벌이라는 말을 어디서 들었다.

증거가 어쩌면 조작이 됐나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것 역시 증명할 방법이 없다.

자신은 그냥 아무런 힘도 없는 보통 사람이니까.


“없는지 감춘 지는 조사를 해보면 되는 거구요.”

“아...”

“잘 아시죠?”

“... 네?”


뭘 잘 아느냐는 걸까. 억울하게 갇혀 있다 보니 기본적으로 생각할 능력마저 멈춰버린 느낌이다.


“법이라는 게 있는 사람의 편이라는 거요.”


머리를 때리는 한마디.

하지만... 평소에는 전혀 체감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사소한 경범죄도 저질러본 적이 없는 사람이니까.


“현행법은 좀 웃긴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이번에 당하신 일만 보더라도 그렇죠. 본인이 직접 당했지만 증거가 없고, 정황상 모조리 불리한 것들뿐이니까요.”


슬프지만 그게 현실이다.

차가운 감옥 바닥이 그걸 더 절절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법이라는 게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서 똑같은 사건을 가지고도 판사마다 판결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죠. 경찰이 사람을 잡아서 검찰에 넘길 때도 검찰이 구형을 할 때도요.”

“...”

“아마 그 태양건설 부사장이라는 사람의 전담 변호사라는 사람도 자신에게 유리한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작업을 했을 겁니다.”

“그렇... 겠죠.”

“불리한 증거를 없애고, 없는 건 만들어내기도 했겠죠. 그게 가능한 사람들이니까요.”


휴... 한숨만 나온다.

도와주러 왔다면서 왜 이런 말만 하는 걸까.


“제가 그걸 똑같이 할 겁니다.”

“네?”

“감춘증거는 찾아낼 거고, 나온 증거가 조작된 거라는 걸 밝혀낼 거예요.”

“... 그게 가능할까요?”


도무지 자신이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을 정도로 막막하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생각이 좀 다른 모양이었다.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처음부터 빠짐없이 하나 하나 전부 말씀해주세요. 사소한 것까지 전부요.”

“...”

“말씀을 해주시면 지금부터 제가 그걸 시작할겁니다. 숨겨진 걸 찾고 조작된 걸 밝힐 거예요.”


변호인이라는 남자는 자신감에 차보였다.

이 사람이 한줄기 빛이 되어줄 수가 있을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과 선작, 그리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면 글쓰는데 정말 많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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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8 10 15쪽
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1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4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0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7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7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2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8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1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6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5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1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6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79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3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7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0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0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2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4 9 12쪽
»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4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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