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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237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0.24 23:30
조회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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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5) 까라면 까세요

DUMMY

“그것보다는 태양 건설측에서 로비가 들어갔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음...”

“검찰에 전화한통 넣으시는 게 어떨까요? 이미 유투브에는 관련 영상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여론은 형성이 되고 있다는 뜻이죠.”


여론이 형성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칼자루를 잡고 있는 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자고 있는데 전화하면 민폐죠.”

“그럼 내일 하시겠어요?”

“아뇨. 그냥 직접 검찰로 가죠. 지금.”

“아니... 한밤중에 전화하면 민폐라고 방금 말씀을...”

“가만히 앉아서 전화만 하면 실례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서도 최소한의 예의는 보여야죠.”



한 시간 후 서울 중앙지방 검찰청.

난 사건 담당 검사와 마주하고 있었다.


“늦은 시간에 이렇게 나오라고 해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곽검사 검사님.”


곽검사.

이름부터 검사스럽다.

보나마나 서울대를 거쳐서 사시를 패스한 수재일 것이다.

연수원 시절과 임용이 된 후의 과정은 아직 모르지만.


“네. 대통령님.”

“그 아기하고 엄마가 벤츠에 받힌 사건요.”

“네.”


망설임 없이 대답이 나온다.

이 밤중에 청와대 호출도 아니고 일개 검사를 만나러 무려 대통령이 검찰까지 한밤중에 찾아온다고 하니 무슨 일인지 감은 이미 잡았을 것이다.


“왜 그랬습니까?”


난 일부러 그렇게 물었다.

최소한 본인의 입으로 사실을 말할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형사가 증거 갖춰서 사건 검찰로 송치했다고 하던데요.”

“맞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


꼰대 같다.

서울대 법대를 하고 사시를 패스하고 검사가 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의 곽검사 검사. 이놈은 꼰대의 전형 같았다.

어떻게든 윗선의 눈에 잘 들기 위해 책잡힐 일 같은 건 절대 하지 않는.


‘그래. 공부를 그렇게 해서 검사가 됐는데 앞으로는 잘 먹고 잘 살고 싶겠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보상심리상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눈앞의 곽검사 검사 이 남자는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

최소한 때를 잘못 만난 건 맞다.

지금은 내가 대통령이니까.


“곽검사.”


일부러가 아니라 이들의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대통령 말이 같잖습니까?”


나도 모르게 말이 험하게 나간다.

대통령스럽지 않은 말에 그 말을 듣는 사람도 당황한 눈치였다.


“대답을 하세요. 내가 하는 말이 우스워요?”

“아닙니다.”

“그런데 왜 항명을 합니까?”

“항명한적 없습니다.”

“그럼 명령불복종이라고 봐야 되나?”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데도 별로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다.

그냥 재수 없게 지나가는 개한테 물렸다는 표정이다.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이번에는 곽검사가 물어왔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니? 그게 무슨 말이죠?”

“이거 명백한 수사개입입니다. 그것도 무려 대통령께서요.”


수사개입.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긴 하지.

그래도 난놈인데?

대통령을 면전에 두고 이렇게 뻣뻣하다니.


“재조사를 지시한 게 수사 개입이라구요?”

“저는 그렇게 느낍니다. 아니, 검사면 누구라도 그렇게 느낄 겁니다. 그럴만해서 그런 건데...”

“뭐가 그럴만한데요?”

“네”

“뇌물을 받았으니 입 닦을 수는 없어서?”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뇌물은 안 받았나?


“그래요? 그럼 청탁이라도 받으셨나?”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저 그런 검사 아닙니다.”


그런 쪽으로는 또 의외로 깨끗한가보다.


“그럼 그냥 외압이겠네요.”

“외압이라니요. 누가 검찰에 외압을 넣습니까?”


발끈하기까지.


“지시를 받았을 거 아닙니까? 혼자 그런 건 아닐 거잖아요.”

“...”


그 정도인가.

그렇다면 나도 할 말이 있다.


“이봐요. 나도 사시패스한 사람입니다. 변호사도 해보고 그전에는 검찰에도 있었어요.”

“...”

“연수원 기수를 따져도 내가 선배인 것 같은데 아닙니까?”

“왜 갑자기 기수를...”


예전에 어떤 싸가지 없는 검사가 대통령에게 학번 운운한 적이 있었다.

고졸로 사시를 패스했던 그대통령은 판사로 법원에서 근무를 했었다. 연수원에서도 성적이 검사로 임용이 될 사람보다는 높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치졸하게 가방끈을 들먹였었지.


“당신들 그런 거 좋아하잖아요. 하나의 검찰 그런 거요. 어느 학교 나오고 몇 기이고 그런 거 따지기 좋아하잖아.”

“...”

“그러니까 선배가 시키는 거 군소리 말고 입 닥치고 하라고. 내가 대통령이기 이전에 당신 선배니까.”



###



며칠 후.

태양 건설 부사장 권영태 자택.

막 잠이 든 권영태는 갑작스러운 소란함에 잠에서 깼다.

눈앞에는 처음 본 남자 여러 명이 서있었다.


"뭐 뭐야?"


잠들어 있던 아내도 어느새 깬 상태로 상황 파악 중이었다.


"권영태씨.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뭐? 미필 뭐? 살인?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들 대체 누구야!"


흔히 말하는 일성 그룹 같은 재벌은 아니지만 태양 건설은 그래도 이름만 알아주는 건설 회사였다.

그런 회사의 부사장 집을 한밤중에 급습해서 체포라니.

그것도 살인 혐의?


"알아 듣게 말해! 당신들 내가 누군지 몰라서 이러는 거야?"


평생 회장인 아버지 말고는 진심 어린 존댓말을 해본 적 없는 권영태의 입에서는 계속해서 반말이 나갔다.


"태양 건설 부사장 권영태씨. 정신 차려요. 이거 법원에서 나온 정식 구속 영장이예요. 말이 긴급 체포지 바로 구속이라고."

"여보, 이게 대체 무슨 말이예요? 살인 혐의라니?"


권영태로서는 짐작 가는 게 하나밖에 없었다.

이틀 전 배우 지망생이던 애인이랑 술을 마신 후 대리 운전을 했고, 대리 운전기사의 말투가 고까와서 차 안에서 폭행을 하다가 사고를 냈던 기억.


'그 대리 운전기사 새끼가 잡혀 들어갔는데 왜?'


그 일은 회장인 아버지의 귀에 까지 들어갔고, 당연히 욕은 한 바가지 먹었지만 후계자를 그대로 감옥에 보낼 수는 없었기에 회사 법무팀을 총동원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물론 대리 운전기사에게 누명을 씌워서 사건을 덮었기에 그 자식이야 억울하겠지만 벌레 같은 인생 하나 없어지는 것쯤 신경도 쓰지 않았다.


"보름 전에 00사거리에서 본인 차량 추돌 난 적 있죠? 피해자였던 아기와 엄마가 중상을 입어서 현재까지 병원에서 치료중이고. 당시 운전을 하던 대리 기사가 음주운전 사고로 감옥에 갔고요."


거기까지는 권영태도 아는 사실이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권영태는 그 와중에도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그때도 잘 무마했다.

지금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조금 귀찮을 뿐.


“형사 양반. 이름이 뭡니까?”


영장을 들고 있던 형사는 권영태가 머리를 굴리며 이렇게 나올 걸 알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허 참... 정신 차려요. 권영태씨. 당신 이제 좆 됐어. 이거 검찰에서 자꾸 덮으려던 거 대통령이 지시해서 지금 당신 잡아가는 거라고.”



###



검찰 쪽에서 성의 있는 움직임을 보였다.

담당 검사가 교체됐다.

아직 때가 덜 문은 검사인지 아니면 지방을 떠돌다가 큰 건이다 싶어 덥썩 물고 들어온 건지는 모른다.

며칠간 너무 바빠 신경 쓸 틈이 없었다.


“태양 건설 부사장이요. 이제 그러면 감옥 가는 건가요?”

“지금 경찰이 권영태의 자택으로 잡으러 갔을 겁니다.”

“오. 빠르네요.”


감탄이 나온다.

제대로 일을 하면 이렇게 빠름빠름으로 처리를 하면서.


“대통령께서 직접 지시를 하셨는데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게요. 한편으로는 씁쓸하네요. 모든 일을 이렇게 직접 처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몸이 한 천개정도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사건처럼 억울한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외압 뭐 어쩌고 그런 식으로 그쪽에서 떠들지는 않겠죠?”


내심 걱정이 됐다.

대통령이 검찰에 직접 수사지시를 내린 것에 대해 말들이 많을까봐.


“아닙니다. 내막은 보고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말씀하신 게 사실이라면 당연히 감옥 가야죠.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배상은 당연하구요.”

“그럼 태양 건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어떻게 되다니요?”

“경영권 승계 작업 중이라면서요. 조찬모임 때 그러셨잖아요.”

“아. 대통령님께서 걱정하실 부분은 아닙니다.”

“그래요?”

“그리고 아까 그 사람. 소문난 개차반입니다. 태양 건설 회장이 장남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다른 임원이나 주주들 반대도 무릎 쓰고 물려주려고 한다는데... 이번 기회로 그쪽도 재정비가 되겠는데요.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그룹차원의 보상 내용도 곧 발표도 될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정말 다행이었다.

처벌도 처벌이지만 피해자가 보상도 제대로 못 받았을까 봐 정말 마음이 많이 쓰였는데.

일단 정부에서 치료는 제대로 받게 해줬지만 그게 피해자의 상처 입은 마음까지 백퍼센트 보듬어줄 수는 없는 거니까.


“아, 지금 마침 뉴스도 나오는 것 같은데요?”


비서실장은 그렇게 말하며 tv를 틀었다.


-최태웅 대통령이 시행하는 새로운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아주 뜨겁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여기는 일성 병원입니다. 지금 제 옆에는 공교롭게도 최근 떠들썩했던 한사건의 피해자가 있는데요. 한순간에 아내와 아이가 크게 교통사고를 당해서 막막하던 차에 이번에 대통령이 시행을 하겠다고 발표를 한 건강보험 개편안의 수혜를 입었다고 합니다. 어떤 심정이신지 직접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지금 가족 분들은 치료는 잘 받고 있는 겁니까? 현재 심정은 어떠신지요?

-안녕하세요.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울먹여가며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는 한 남자. 고맙다는 말을 연신한다.


“히야... 다행이네요. 곧 퇴원도 한다고 하고요.”


뭉클해진다. 이 맛에 대통령을 하는 건가.


“조금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려요?”

“무분별해질까봐서요. 그게 좀 걱정입니다.”


예전 정부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엄청나게 늘려버리는 바람에 과하게 진료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문제 제기가 됐다.

하지만 이번경우에는 상황이 다르지 않나.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경우를 없게 하자는 거니까.


“조금 출혈이 있어도 사람 죽어가는 거 볼 수는 없지요. 모자란 돈은 다른 곳에서 메우면 되지 않을까요.”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라.

천재지변 같은 사고를 당하면 당장의 병원비 때문에 눈앞이 캄캄한 경우가 많다.

최소한 평범한 행복을 누리던 한 가정이 박살나는 건 막았다.

최소한 당분간은 더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거면 된다.


“다른 곳에서 메운다라... 앞으로 할 일이 많겠네요.”


비서실장의 약간은 한숨이 섞인 것 같은 한마디.


“그게 우리 일이지 않습니까. 쓸데없이 새는 돈 막고, 꼭 필요한곳에 쓰는 것.”


외교나 안보 이런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건 민생이고 나라 살림이다.

착한 사람들 살맛나게 하고 나쁜 놈들은 그러지 말라고 하는 것.

그게 우선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과 선작, 그리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면 글쓰는데 정말 많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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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 주차민원과 공무원 23.11.12 431 10 12쪽
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8 10 15쪽
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1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4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0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8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8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8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2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6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5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1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6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79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3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7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1 10 13쪽
»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3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4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4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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