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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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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2,510

작성
23.10.2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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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0) 국가가 책임지고

DUMMY

“손을 써두셨다구요?”


문제 생길만한 부분이라도 발견이 된 걸까?


“학폭은 피해자의 사후처리도 신경을 써야합니다. 그리고 지지부진할 수도 있는 가해자에게도 조치를 취해야 하구요.”

“그건 맞죠. 그런데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또 사고 쳤습니까?”


눈물로 빌길래 유치장에 가는 건 막아줬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더군요.”

“또 사고 쳤어요?”


아직 하루도 안 지났는데?


“피해 학생을 찾아갔어요. 그리고 또 협박을 하는 걸 저희 측에서 보낸 사람이 막았습니다.”

“와... 정신 못 차리네요.”

“그러게요. 하루도 채 안 지났는데. 아직 어려서 태양 건설 회장을 아버지로 두면 무슨 일이든 커버를 해주겠지라고 생각한 모양이예요.”


어이없다는 투로 말을 하고는 있지만 표정은 무덤덤했다.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서 혼을 냈는데도 그랬다구요?”

“네. 그래서 이참에 태양 건설 공중분해를 해버릴 예정입니다.”

“어떻게요.?”

“회사야 일 수주 못하게 막고 주가 떨어지게 하면 그만이고 오너 일가야 감옥 보내면 되겠죠?”

“아. 이게 그 돈으로 협박하는?”

“맞습니다. 돈은 이렇게 써야죠.”

“죽이네요.”


정말 이게 어디까지 통할지가 궁금해진다.

아직은 일개 꼬맹이들 학폭사건에 가해자의 집안이 건설재벌수준인데...


그걸 악용하는 자가 있고 최대한 선하게 쓰려는 자가 있을 정도의 차이일 뿐.


”물론 전 대통령님 비서실장이니 제가 직접 나서서 뭘 어떻게 할 건 아닙니다.”

“사람이라도 쓰시게요? 설마 불법적인 건 아니시죠?”

“그럴 리가요. 돈을 쓰는 게 불법이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범죄자게요.”



그날 밤.

비서실장에게 선물을 몇 개 받았다.

카메라 기능이 탑재돼 있는 안경과 자체 위성으로 통신하는 휴대폰이 선물이었다.


“이야... 이거 내가 무슨 첩보원도 아닌데 너무 화려한 거 아닌가요?”

“아무리 신경을 써도 부족합니다. 제가 혹시 대통령님의 옆에 없을 때 필요한 지시를 내리고 도움을 받으시도록 준비했습니다. 보조비서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보조비서라...


“이런 것까지 필요가 있겠습니까? 비서실장님이 안 계셔도 다른 비서진들도 있는데요.”

“믿으실 수 있겠습니까?”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 애초에 난 편이라고는 없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유일한 편이 비서실장이니.


“휴대폰에는 저희 측 요원과 언제든지 접선 해 지시를 내리실 수 있게 조처해 놨습니다. 통화 버튼만 누르면 저희 측 사람이 바로 연결이 되고 지시하시는 임무를 수행할 겁니다.”

“잠깐만요. 저희 측 사람요. 어감이 이상한데요. 청와대 직원이 아니란 말처럼 들리는 건 기분 탓인가요?”

“공무원 아니고 제가 따로 고용한 사람들입니다.“

”네? 아니 그게...”


말이 되나 싶었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면 청와대 직원은 아니라도 최소한 공무원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은밀한 곳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일을 공무원으로 채용할 수는 없지요.”

“아니 그래도... 공무원들도 은밀히 움직이는 사람들은 많잖아요.”


국정원 요원들이나 첩보 임무를 하는 군인들.

어차피 그런 사람들도 은밀히 움직이는데 뭘 더 은밀하게 한단 말인가.


“더 은밀하게 움직일 겁니다.”

“얼마나 더 은밀하게요?”

“음... 우리나라 국민으론 할 수 없는 일도 한다고 하면...”

“네?”

“한국인이 아닌 사람도 많다는 뜻입니다.”

“와. 그런 게 가능해요?”

“가능합니다. 돈만 있으면요.”


대통령 비서실장이면 그래도 공무원인데 너무 돈돈 거리니 무슨 로비스트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안경은 아직 개발 중입니다. 위성 휴대폰과 연계해서 필요한 정보가 바로바로 안경렌즈에 표시되도록 하는 중인데... 개발 완료 되는대로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완성이 되면... 일단 알겠습니다. 아직은 그럼 쓰고 다니지는 않아도 되는 거겠죠?”


안경을 써본 적이 없다. 선글라스도.

상당히 불편할 것이 예상되어 한 질문이었다.


“네. 아직은요. 그래도 슬슬 적응을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아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건 누가 만드는 겁니까? 국내 대기업에서 나온 건 아닌 거 같고.”


필요한 정보가 바로바로 렌즈에 모니터 되는 안경이라.

국내 기술로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


“미국산입니다. 아무래도 이런 건 아직까지는 미국이 제일이니까요.”

“아...”

“괜한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이런 걸 만드는 기업은 아직 없어요. 영화에서나 나오는 기술입니다. 제가 특별히 전담팀을 만들어서 개발 지시한 거니까요.”

“혹시 해외 방산 업체 그런 거 갖고 계신 거 아니죠?”

“왜 없겠습니까? 방산뿐 아니라 금융, 자동차, 제약, 석유, IT. 다 있습니다. 유대인이 돈 불린 것하고 비슷하게... 나중에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와. 정말 대단하네요.


순간 준다고 이렇게 덥썩 받아서 써도 되나 싶다.

필요한 정보라는 건 개인정보가 대부분일 텐데.


“민간인 사찰, 그런 건 염려 안하셔도 됩니다. 대통령께서 민간인을 만날 일 자체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목적이 국민의 민생과 안전에 관한 거라면 그건 사찰이라고 볼 수 없지 않을까요.”

“그렇긴 하네요. 잘 쓰겠습니다. 빨리 개발이 완료되었으면 좋겠네요.”


대통령을 하면 십년은 늙던데.

난 거기에는 해당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대통령이 제일 쉬워질 것 같으니까.

어마어마한 치트키가 두 개나 생기다니.



###



태양 중학교.


‘저 새끼를 어떻게 발라 버리지?’


경찰서에서 대통령에게 혼이 난 후 이틀이 지났다.

흔치 않은 일이라 충격일 받고 하루를 쉬고 나온 상태였다.


’어제는 씨바 너무 놀래서 그랬던 거고.‘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경찰이 왜 중삐리 사건에 끼어드냐고.


“야 쓰바. 박광판이.”


권기태는 책상에 엎드린 자세로 지나가는 광판을 불렀다.

하지만 광판은 대꾸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저게? 야!!! 내 말 안 들려?”


단순한 권기태의 머리에는 이미 어제 경찰서에서 겪은 일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 새끼야!”


이미 교실 문을 나가는 광판을 보며 기태도 뛰어 나가려했다.


“뭐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처음 보는 얼굴에게 가로 막혔기 때문이었다.

정확하게는 부딪힌 후 튕겨 나갈 뻔했지만.


‘뭐 뭐지 이 새끼는? 처음 보는 놈인데?’


늘 동급생들을 눈 아래로 깔아보고 다니던 기태였다.

중학생 치고는 큰 덩치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녀석은 그런 자신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커 보였다.


“뭐냐 너?”


기태는 이런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위압감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지금 기태는 강자 앞의 약자였고 광판이 늘 느꼈을 기분을 느끼는 중이었다.

하지만 타인의 기분 따윈 배려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았기에 생소하기만 했다.


“뭐냐고 새끼야. 사람이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 할 거 아냐.”

“궈 권기태라고 하는데...”

“왜 사람을 치냐?”

“내 내가 언제?”

“방금 와서 힘껏 부딪혔잖아.”

“...”

“너 방금 광판이는 왜 부른 건데?“

”뭐? 내 내가. 어 언제?“


기태는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말을 더듬었나 싶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니가 방금 불렀잖아. 소리도 지르고.“

”아 아니야. 난 그냥 치 친구니까...“

“친구?”

“으응. 치 친구니까...”

“너 안 되겠다.“

“응? 뭐?”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거짓말하는 거랑 죄 없는 사람 괴롭히는 거야.”

“...”

“내가 광판이 유치원 때 친구거든? 전학 오자마자 들으니 너 소문 자자하드라.”

“...!”

“정신 차려야 되겠으니까 몇 대 맞자. 따라 나와.”


어디서 보던 광경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태는 자기도 모르게 따라 나가고 있었다.

기태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



학폭 사건에 대한 보고를 막 받은 참이었다.


“소년원에 가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롭힐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본인이 다른 학생들을 괴롭혔던 걸 몇 배로 되돌려주는 거죠.”


소년법 따위 필요하면 없애겠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권기태라는 불량 학생은 그에 맞는 처벌이 필요했다.

비서실장이 제안하고 내가 승인한건 법보다 가까운 주먹이었다.


“고등학교를 하도 대학을 가도 군대를 가도 취직을 해도 그림자처럼 누군가 계속 나타날 겁니다. 정말 뉘우치고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요.”

“끔찍하네요.”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생각만 해도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


“본인도 당해봐야 알겠죠. 스스로 했던 행동들 때문에 다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그건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교화가 끝내 안 되면... 어떻게 합니까. 죽을 때까지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언젠가 감시가 소홀해지면 본성이 슬그머니 기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전에 본성을 견디지 못하고 대형 사고를 쳐서 감옥에 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럴 가능성도 실제로 높구요.”


결국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격리가 될 때까지 보호하는 것뿐이었다.


“가르쳐서 교화가 되려면 몇 살 때부터 해야 되는 걸까요.”


정말 궁금하다. 나쁜 짓이니 하지 말라고,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니 그러지 말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한번 나쁜 놈은 대부분 끝까지 나쁜 놈이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다음날.

청와대 춘추관.


“대통령 비서실장 김현식입니다. 질문 받겠습니다.”


현식은 좌중을 차분하게 둘러본 다음 여유 있게 말했다.


“대통령실이 태양 중학교 학폭 사건에 관여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대통령실이 아니라 대통령께서 직접 관할 경찰서까지 방문했다는 데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한나라의 대통령이 고작 그런 아이들 다툼에 끼어 들어서 정작 중요한 국정 운영에는 소홀히 했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질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현식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대통령이 학폭 사건 관련해서 경찰서를 찾아간 건 맞습니다.”


순간 기자들 사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럼 대통령의 직접 관여를 인정하시는 거네요?”


기자 한 명이 특종이라는 듯 들뜬 목소리로 외쳐 물었고 기자 회견장은 타이핑 소리로 가득 찼다.


“대통령께서 직접 답변을 위해 지금 입장 준비 중이십니다.”


비서실장이 담담하게 말하자 다시 장내가 술렁였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 최태웅이 입장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기자 여러분. 대통령 최태웅입니다.”


난 인사를 한 후 장내를 둘러보다 이어 말했다.


“잠시 경찰서에 다녀온 것은 사실입니다.”


웅성임은 더 커졌다.


“그 사이 큰 일 없었습니다. 국정 운영에 공백이 생긴 적 없고.”


난 잠시 쉰 다음 말을 이었다.


“덕분에 밀린 보고를 받느라 밤을 꼬박 뜬눈으로 보냈네요.”


기자들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단 한 명도.


”설사 공백이 생겼으면 어떻습니까? 국정 운영에 공백이 생기는 건 안 되고 죄 없는 학생 한 명이 학폭에 시달리는 건 괜찮습니까?“


적막이 흘렀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 선량한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런 일 당하지 않게 하겠습니다. 설령 막지 못해 그런 일 생긴다면 국가가 책임지고 벌을 주겠습니다. 그게 누구든.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중요한 발표를 하나 하려고 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과 선작, 그리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면 글쓰는데 정말 많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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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견디기 힘들면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23.11.13 419 9 13쪽
29 (28) 개인의 총량 23.11.12 413 10 12쪽
28 (27) 주차민원과 공무원 23.11.12 431 10 12쪽
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8 10 15쪽
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1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4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0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8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8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8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2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7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5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1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6 13 11쪽
»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80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3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7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1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3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5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4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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