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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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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0.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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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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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DUMMY

"진짜 안 놀라시네요?"

"신기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놀랍지는 않네요."

"미친 소리 같지는 않으세요?"

"미친 소리라... 글쎄요. 그보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지금부터가 중요한 말이라는 비서실장의 표정을 보며 난 더 중요한 게 뭐가 있나 생각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떠오르는 게 딱히 없었다.


"다른 사람의 의식이라는 거 말인데요."

"네."

"혹시 제한이 되는 게 있을까요?"

"제한요? 어떤 제한요?"

"불규칙적인 건 알았고. 의식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직업이나 나이 성별, 국적, 거리 같은 거요."

"어? 그런 건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

"없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게 맞는 말이겠네요. 지난번에는 대리기사, 이번에는 중학생. 성별은 같았지만 일단 나이는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요?"


그 말에 비서실장은 상당히 기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당연히 난 그게 기뻐할 일이냐는 듯 반응했다.


"왜 그렇게 좋아하시죠?"

"저도 비밀 하나 털어놓겠습니다."

"비서실장님도 비밀이 있습니까?"

"이건 누구에게도 털어놓은 적이 없는 거예요."

"저 같은 이상한 능력이라도 있으신 거예요?"


이거보다 더 이상한 능력이 있을 수 있을까?

초능력이라도 쓰지 않는 이상 뭐가 더 있을까.


"전 인생을 두 번째 살고 있습니다."


굉장히 열심히 살았다는 말처럼 들렸다.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보통 사람이라면 하나밖에 못할 일을 서너 배로 더해내면서 많은 걸 이룬 사람이라는 말처럼.


"무슨 생각하시는지 잘 압니다. 하지만 생각하시는 게 아니예요."

"생각하는 게 아니라구요? 그럼 진짜 뭐 환생이라도 해서 사는 중이라는 말씀이세요?"

"전 회귀자입니다."

'회귀자? 과거로의 회귀할 때 그 회귀를 말하는 건가? 미래에서 왔다고?'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표정을 보일 거라 예상은 했습니다."

"와. 저도 방금 보통 사람들이 들으면 미친놈 소리 들을법한 말을 한 건데. 저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 그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그러니까요."

"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렇지 않았습니까. 대통령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셔도 놀라지 않을 거라고."


그랬다.

그게 본인이 엄청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자신의 말이 대단치 않게 들릴 거라는 말인지는 나도 몰랐지만.


"저도 왜 그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제가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전에는 몇 살 때까지 사셨는데요?"


이 사람을 처음 알게 됐을 때가 기억난다.

국회의원이 됐지만 스스로 반항끼가 심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어서 사명감이 조금씩 약해지려할 때 홀연히 나타나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후 승승장구였다.

난 평소와 다를 게 없었는데 주변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적수가 없을 정도로 지지율이 가파르게 올라갔고 처음 도전한 대권에서 당선이 됐다.



“지금 나이쯤이었습니다.

"이 나이 때 죽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었죠. 그런데 깨어나 보니 어릴 때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

"원래는 평범했어요. 너무 평범하게 살아서 보잘 것 없는 인생이었죠. 보통 말하는 흙수저였어요. 아무리 해도 되는 일도 없었구요."

"지금은요?“


내 물음에 비서실장은 편안한 얼굴로 비밀 하나를 더 말했다.


“이쯤해서 추가로 말할게 있군요..”

“또 뭔데요?”

“전 엄청나게 긴 세월을 살았습니다.”


엄청나게 긴 세월?

설마 몇 백 년을 살아왔다는 말은 아니겠지?


“몇 천 년을 죽지 않고 살아온 건 아니구요. 그냥 다른 보통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오래 살았어요.”

“...”

“그렇게 오래 살아오기는 했지만 평범하게 오래 살았습니다. 그 긴 세월을 흙수저로 살았죠. 사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가볍게 대꾸하는 것도 힘들어서 듣고만 있었다.


“뭔가 특별한 것도 같은데 특별하지는 않았죠. 신의 저주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더 사는 것 자체가 괴롭다는 생각에 죽을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된 건가?


"두 번째 인생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생각했습니다. 제가 아는 미래에 대한 정보를 다 동원해서 부자가 되겠다고."


두 번째 인생인데 고작 부자가 되는 게 목표라고?

그 부분이 의아하다 싶을 쯤 비서실장이 말을 이었다.


"그냥 부자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부를 다 가져야 되겠다고 생각했죠. 몇 년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해야 기하급수적으로 돈이 벌리는지 다 알고 있었으니까요."

"결과는요?"

"성공했습니다."

"성공했다구요?"

"네. 엄청난 부를 이뤘죠."


쉽게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엄청난 부라는 게 어느 정도의 부를 말하는 것 인지를.


'몇 백 억 수준을 말하는 건 아닌 것 같고.'


가져봐야 안다.

그래서 감도 잡히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예상 가능한 수준이 아닙니다. 국내 재벌들도 제가 보기에는 구멍가게 수준이라고 하면 감이 잡히실까요?"


재벌이 구멍가게 수준이라고?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혹은 영국의 금융 재벌 혹은 사우디의 만수르 같은 수준이라는 뜻인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차차 설명 드리겠습니다. 그걸 다 설명하다가는 며칠 밤을 새도 모자랄 테니까요."

"그래요. 비서실장님이 말씀하신 대로라면 시간이 아직 굉장히 많으니까요."


앞으로 오 년이다.


"그런데 돈이라는 게 부질없더군요. 삶의 의미를 찾을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통령님을 만났습니다. 정확히는 후보 시절의 대통령님을요.“


나한테서 뭘 봤길래 삶의 의미를 찾았다는 걸까.

남들보다 훨씬 긴 시간을 살았고, 두 번이나 살았으면서 나 같은 평범한 인간한테서 과연 뭘...


“내가 가진 부에 대통령님의 이상이면 세상을 바꿔놓을 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을 바꿔놓으신다구요?”


체제 전복 세력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네. 가능할 것 같았어요. 돈은 충분한데 키를 잡고 있는 사람이 썩어 있으면 안 되지만 후보시절의 대통령님은 안 그럴 것 같았거든요.”

“저도 돈 좋아합니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 있습니까.”


이건 솔직한 생각이었다.


“그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돈이라는 게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은 법이거든요. 뺏기기 싫고, 그걸 지키기 위해 근친간의 결혼을 하는 가문도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한참동안 대화를 이어갔다.

그가 나를 왜 선택했는지 우리가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꿈만 같군.’


갑자기 이상한 능력이 생긴 것도 그렇고, 이제와 자신의 숨겨진 면에 대해서 드러내는 비서실장도 그렇고.


“조금 더 편해질 겁니다.”

“그럴까요?”

“대통령께서 사고 후 생긴 능력이 컨트롤이 가능하면 좋긴 하겠지만...”


그게 아니어서 조금 아쉽다는 말투.


“그러게요. 마음대로 다른 사람의 의식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무엇보다 외교에서 좀 더 우위를 점하기가 쉬울 텐데요.”


내가 성향 상 일본의 총리에게도 강하게 나가기는 했지만, 국민의 정서를 감안해서 무리를 한 측면도 없지는 않았다.


“그건 지금도 많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저도 그동안 고민이 없지는 않았는데... 조금 더 과감하게 일을 해도 되겠어요.”

“조금 더 과감하게라...”


이미 우리는 대선전부터 많은 대화를 했다.

우리가 앞으로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문득 드는 의문.


“그런데 원래는 어떻게 하시려고 했습니까?”


이제 와서 나에게 이런 비밀을 털어놓는 이유는 이미 들었고,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비서실장은 더 묻지 않고 생각을 털어놓았다.


“원래는 뒤에서 조용히 도우려고 했습니다.”

“뒤에서 조용히 어떻게요?”


돈이 많은 건 그렇다 치자.

뒤에서 뭘 어떻게 조용히 돕는단 말인가?


“하시려는 일에 대기업이 방해를 놓거나 협조를 안 하면 돈으로 협박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해야 하는 일에 법 개정이 필요한데 의원들이 협조를 안 해줘도 돈으로 협박을 할 생각이었고, 다른 건 문제가 없는데 재정 상황이 걸림돌이면 돈으로 해결할 생각이었습니다.”

“와...”


그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세상사 돈이면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하다.

문제는 돈 많은 놈들이 쥐고 놔주지 않아서 생기는 거니까.


“외교문제가 생겨서 미국이 시비를 걸면 돈줄을 조일 생각이었어요. 중국이나 일본 혹은 러시아가 시비를 걸면 돈줄 조인다고 협박해서 미국을 움직일 계획이었습니다.”

“아니. 그게 가능합니까? 너무 뜬구름 잡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 되면 정치가 너무 쉬운 거잖아요. 내가 하는 일이 뭐가 있겠냐 싶은데요.”


누굴 시켜놔도 잘할 상황이다.


“말씀드렸잖습니까. 사람이라는 게 그렇지 않다구요. 탐욕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합니다. 다른 사람 누구도 그럴만한 사람을 본적이 없습니다. 올바른 이상향을 가지고 있으면 능력이 없었습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가진 능력만큼 욕심을 내기 마련이죠.”

“맞는 말이기는 한데... 너무 거창하게 저를 띄워주는 거 같아서 너무 부담스러운데요.”

“유일한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바꿔놓을 기회는 딱 지금, 최태웅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일 때뿐이라고 생각했구요.”

“아, 정말 부담스럽습니다.”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지금 이런 대화를 하는 것도 운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어차피 대통령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이미지도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대통령께서 속으로는 저 혼자 다 한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예요.”

“이미지... 그렇죠.”


능력이 된다고 밀어붙이면 그건 폭군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그걸 말하는 거다.


“한마디로 비서실장님이 총알은 뒤에서 열심히 제공해줄 테니, 현장에서 실무는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인 거죠.”

“맞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깨는 좀 가벼워졌고, 스스로 정당성도 부여되는 느낌이다.


“아. 혹시.”


가정 하나.


“원래 첫 번째 인생에서는 제가 대통령이 아니었나요?”

“엄청난 사람이 하나 나왔었죠. 그래서 위안부 할머니 다 돌아가실 때까지 일본의 사과는 끝내 못 받고 독도도 넘겨줬으니까요.”


입이 떡 벌어진다. 독도를 넘겨줬다고?


“믿기지 않으시죠? 그 정도로 이 땅의 국운이 다 하고 있었습니다. 십년에 한 번씩 제대로 된 사람이 나오더라도 현실 정치에 굴복하고 타협을 하는 걸 전 너무 많이 봤습니다. 기적적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결국 비참하게 세상을 떠난 분이 있다는 것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결국은 바뀌지 않았다는 말인가.

아무것도. 개탄스러운 현실이었군.


“어쨌든 원래는 티 안 나게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군요. 서로가 비밀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털어놔서 속이 후련하다는 저 표정.

그동안 정말 갑갑했던 걸까.

짐을 나눈듯한 표정이다.

든든한 파트너가 생겨서 다행이라는 표정 같기도 하고.


“그럼 지금 닥친 소년법 개정이나 학폭 문제 같은 건 일도 아니네요.”


법개정을 의원들이 반대하면 돈으로 협박을 한다고 했으니까.


“개정이야 하면 되는 건데... 아시겠지만 시간은 좀 걸릴 겁니다. 그리고 그 태양 중학교 학폭건은 벌써 손을 써뒀습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과 선작, 그리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면 글쓰는데 정말 많은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1 le****
    작성일
    24.01.15 20:24
    No. 1

    태양건설 공매도부터
    증권가 찌라시도 돌리고
    악성루머에
    회장이 고자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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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2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5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1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8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8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8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2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7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5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1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6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80 11 12쪽
»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4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7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1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3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5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4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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