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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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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56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03 23:30
조회
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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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1쪽

(15) 국번없이 012

DUMMY

서연희 센터장에게 최종 선발된 인원들의 교육 종료에 대한 보고를 받은 지 이틀이 지났다.


“거의 없다구요?”

“네.”


업무보고를 받은 난 청와대 콜센터로 걸려오는 전화가 생각보다 적다는 보고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거의 없다는 건 아예 없지는 않다는 뜻이네요?”

“그게...”


난감한 표정을 짓는 서연희 센터장.


“저희가 홍보 전화를 무작위로 돌리고는 있는데요.”

“그런데요?”

“대부분 마케팅 전화인줄 알고 그냥 끊어버리거나, 진짜 청와대냐고 단순히 신기해하는 사람들. 딱 그 정도였습니다.”


그럴만하다.

아직 청와대 콜센터 존재 자체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 테니.


“그리고 간혹 걸려오는 전화는 잘못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잘못 걸려온다구요?”

“경찰에 신고하거나 소방서에 신고할 때 번호를 잘못 누르는 모양이더라구요.”

“아.”

“어쨌든 매뉴얼에 따라 관할 경찰이나 소방서를 컨택해서 민원 접수를 처리하고 있기는 한데요. 112나 119처럼 전화번호 자체가 머리에 딱 박혀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보니...”


부족하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빼먹은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이네요. 아니, 그러면 선발한 인원은 지금 뭘 하고 있습니까?”

“주로 교육입니다. 대비는 계속해야 하니까요.”

“교육만? 받고 있다구요?”

“대놓고 놀리지는 않고 대기를 하면서 전화를 받지 않을 때는 교육 자료를 보고 있는 쪽으로. 현재는 그렇게가 최선입니다. 걸려오지도 않는 전화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요.”

“대안이 없겠습니까? 처음부터 너무 많은 인원을 선발했나요?”

“아닙니다. 차라리 이렇게 놀리면서라도 미리 넉넉하게 인원을 선발해놔야 나중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습니다. 이건 콜센터 근무한 경험에서 나오는 의견입니다. 괜히 인건비 아끼려다가 나중에 급할 때 일을 못하면 안 되니까요. 물론 보통 제가 일했던 콜센터 같은 회사에서는 여유 인력 같은 건 거의 없지만요.”


내 의견도 비슷하다.

지금 당장 곧 전쟁이 날거라고 국방비 쓰는 건 아니지 않은가.

언제 있을지 모를 일에 대비해서 여유인력은 가져가는 게 좋다.

야근 같은 다른 수단으로 대체를 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고서야.


“정 신경이 쓰이면 인원을 조금 줄이시는 것도...”

“그걸 원하지는 않을 거잖아요. 저도 그 부분에서는 센터장님과 의견이 비슷합니다.”

“아... 다행입니다.”


하지만 마냥 기다린다고 해결이 되는 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는 막연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


“음 이거 참... 난감하네요. 정부 입장 우습게 되는 거 한순간이겠는데요.”

“죄송합니다.”

“센터장님이 죄송할 건 아니죠. 그런데 예전에는 어땠습니까?”

“예전요? 어떤...”

“콜센터 다녀보셨다면서요. 콜센터 극한 알바라고 알고 있는데요.”

“아. 그렇죠. 전화는 많이 들어오는데 볼일만 보고 끊을 생각은 안하고 본인 밀린 용무 다보는 사람들 때문에 상담원 연결까지 기다리는 것만 이십분이 넘는다며 짜증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러니까요. 그렇게들 전화를 많이들 거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그야... 사용하다가 불편한 것도 많고, 신상품이 출시되면 또 그것 때문에 문의도...”


그렇게 끝이 없을 것 같은 대화를 하던 중 미처 꺼두지 못했던 tv 화면에서 난 답을 찾았다.

tv에서는 카드회사의 신상품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톱가수겸 배우인 아이요가 모델인 광고였다.


“저거네!”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느낌으로 탄성을 질렀다.


“네?”


영문을 모르는 서연희 센터장.


“저거라구요! 저거 안보이세요?”


난 이제 다른 광고로 화면이 바뀐 tv를 가리켰다.


“저게... 왜요?”

“우리도 저걸 해야 되겠어요.”

“... 설마...?”


서연희 센터장은 자기가 보고 있고 생각하는 게 맞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맞습니다. 바로 저거예요.”


광고는 소비자들의 돈을 열게 만드는 제조사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내 생각. 혜택을 주는듯하면서 그냥 돈을 쓰게 만들뿐이라는 상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최태웅입니다.


대통령이 다시 TV화면에 등장했다.

기자회견이나 담화문 발표도 아니고 생방송 토론도 아니었다.

바로 광고였다.


“저게 뭐야?”

“광고야 광고? 대통령이 광고에 나온다고?”

“또 뭘 하려고 저러는 거지?”


대선전 압도적이었던 지지율은 임기가 시작되고 조금씩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은 대통령이 광고에도 등장하자 지지율 방어 때문에 별의별 짓을 다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청와대콜센터 때에도 비슷한 반응은 있었지만.


-법은 멀지만 정부는 여러분 가까이 있습니다. 주먹보다 정부가 가까이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012번입니다. 보복 운전을 당해도, 전세금을 떼여도,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해도, 데이트 폭행을 당해도 국번 없이 012번을 눌러주세요. 국민 여러분의 재산과 안전을 국가에서 지켜드리겠습니다.


광고이긴 한데 극적이거나 우스꽝스러운 연출은 없었다.

그저 당부하듯 호소하듯 하는 대통령의 진심어린 말뿐.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드리겠습니다. 일년 삼백육십오일, 스물네 시간 청와대 콜센터 상담팀이 대기 중입니다. 영원히 012입니다. 국번 없이 012번!



###



청와대 콜센터에 대한 광고가 나간 첫날 늦은 밤.


“광고 나간 거 반응은 어떻던가요?”


비서실장과 늦은 식사를 함께 하는 중이었다.

한 침대에서 잠만 자지 않을 뿐, 거의 온종일을 둘이 붙어 있어야 하는 지경이다.

운명 공동체인 느낌이다.

모든 일이 마무리된 오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


“일단은 좋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예상외로 뜨겁지는 않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뜨거워봐야 얼마나 뜨겁겠습니까. 무슨 기대를 얼마나 하신 겁니까?”


난 고기를 좋아한다.

그것도 솥뚜껑에 구운 삼겹살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중 하나다.

여기저기 다 구워봤지만 신 김치와 함께 솥뚜껑에 구웠을 때 흐르는 기름진 고기는 하루의 피로를 잊게 한다.


“광고까지 필요했을까요. 대통령이 그런 모습을 보이면 이미지가...”

“제 이미지는 하나면 됩니다. 일 열심히 하고 무슨 일이든 말을 한건 꼭 지켜낸다는. 이것도 모자라요.”


사실 비서실장은 광고까지 찍어야 되겠냐며 만류를 했었다.

내가 강행했다.


“대통령이 직접 화면에 나가야 신선하고, 채널만 돌리면 나오고 지나가던 전광판에서도 볼 수 있어야 됩니다. 112나 119처럼 한 번에 떠올라야 해요. 그러려면 반복이 최고죠.”


기자들 불러서 발표 한번 하는 거로는 턱없다고 생각했다.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아직도 사람들은 112나 119는 알지만 그 외 각종 신고에 대한 번호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간첩신고만 해도 예전에는 113 하나였지만 지금은 111까지 두 개지 않습니까.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은근히 많을걸요.”

“그렇겠지요.”

“오 년 동안 해야 될게 너무 많아요. 우리가 많이 안다고 해도 정작 당사자들이 필요한 걸 백 프로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은 너무 위험하고요.”


경찰이나 국정원, 소방, 행정부처와의 협조도 긴밀해야 된다.

산하 기관장들에게 협조공문은 보내놨으니 일선에서 일하는 담당자들은 또 일이 늘어났다며 푸념을 늘어놓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철밥통인 만큼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서연희 센터장한테 보고는 받으셨습니까?”

“응? 어떤 거요?”

“업무 시작하고 가장 인상에 남는 민원인에 대해서요.”

“누군데요? 아니 그보다 벌써 기억에 남는 민원인이 있을 정도로 전화량이 많습니까?”

“아직 그 정도가 아니긴 한데요. 기억에 남는 사람이 그래도 있나봅니다.”


설마 운영초반부터 대형사건이라도?

아니면 애초 콜센터 설치 의도와는 무관한 어이없는 민원?


“월급 좀 올려 달라는 전화였답니다.”

“네? 월급요? 최저임금 말하는 건가요?”

“일선 공무원이었습니다. 그것도 말단 9급 공무원이었다고 하네요.”

“아...”


지자체장 혹은 기관장이나 대통령 같은 수장들이 너무 유능하면 직원들이 피곤해진다고 한다.

너무 많은 일을 벌이고 지시하기 때문이다.


‘아직 기존 공무원들이 피곤할일은 별로 없을 텐데.’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의 피곤함을 잘 안다.

그 피곤함이 농땡이를 치는 사람이 있다 보니 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피곤하다는 것도.

반대로 원래 부서의 일 자체가 너무 많아서 그런 경우도 있다.

정리해서 말하면 내가 아직 공무원이 피곤해할만한 일을 지시한 적은 없다.


“올려주면 되잖습니까. 일개 기업도 아니고 공무원인데 국가에서 알아서 해줘야지. 일도 많이 시켜서 미안한데, 안 그래도 염두에 두고 있던 문제였습니다.”


공무원은 영원한 철밥통이다.

이유가 뭐든 스트레스를 받아 본인이 관두거나, 품위 손상이나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파면이 되지 않는 한.


“말씀 참 쉽게 하십니다.”

“우리 비서실장이 지갑이 좀 빵빵해야죠. 그 정도 쯤이야.”

“그런 건 세금으로 해결하신다고 지난번에...”

“맞습니다. 세금으로 일선 9급 공무원들 월급 올려주는 것도 해결해야 되겠네요.”


노릇노릇한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지 못 하는 게 너무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내 기억에 남는 첫 번째 민원인의 정체를 물었다.


“그거야 당연히 비밀이죠. 익명.”

“아.”

“...”

“대통령이 모르는 것도...”

“그런 건 몰라야죠. 그러면 전화가 들어오겠습니까?”


맞는 말이다.

국가적인 기밀은 머리에 있어야 하지만 개인의 비밀은 지켜주는 게 내가 할 일이기도 하니까.


“말이 나온 김에 말인데요.”

“네?”

“일을 벌인 게 너무 많아서 앞으로 일선 공무원의 피로도가 많이 올라갈 겁니다.”

“그럴 겁니다.”

“공무원의 임금 인상도 해야겠어요.”

“지금 공무원 연금도 없애라고 말들 많은데요.”


사실 그걸 주장하는 사람들은 억지라고 본다.

말단 공무원은 최저시급보다 못한 돈이 통장으로 들어온다.

철밥통이고 퇴직하면 죽을 때까지 공무원 연금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월급 자체는 많지가 않은 게 현실이다.


“그것도 안 됩니다. 퇴직금이라고 일시불로 줄 거 아니면 현행으로 유지하는 게 맞습니다. 공무원이라고 언제까지 봉사만 해야 됩니까?”


물론 봉사심 또는 사명감이 필요한 직종이 경찰이나 의료, 소방 같이 아직도 여러 곳에 있다.


‘그러고 보니 경찰이나 소방 쪽도 현실에 맞게 처우를 개선해야 되는데.’


당장 급한 불부터 끄려고 하다 보니 미처 신경이 거기까지 가지는 않는다.


“하나씩 합시다. 무턱대로 서두르면 될 일도 안됩니다.”


모든 일의 시작은 계획이다.

지나치게 계획만 하는 것보다는 실행을 먼저 하는 게 나은 경우도 있지만 지금은 해당되지 않는다.

비서실장과 난 눈앞에 쌓인 서류더미에 머리를 파묻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1 le****
    작성일
    24.01.15 20:51
    No. 1

    공무원 첫봉급 실수령액이 200않되면 콩고에서 우습게보겠지
    올려줘라
    기본급이라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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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9 10 15쪽
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2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5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1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8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8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9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2 12 11쪽
»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9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7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6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2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7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80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4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8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1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3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5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5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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