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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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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2,510

작성
23.11.1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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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2) 일 똑바로 하세요

DUMMY

대번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기자.

하지만 또 다른 질문이 곧 날아들었다.


“기초수급 대상자에서도 제외가 될 정도로 생활이 곤란한 수준은 아닌 사람들로 확인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요?”

“네?”

“기초 수급대상이 아니면 사람이 죽어 나가도 대통령이 본체만체 해야 된다. 기자님 지금 그런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예요?”

“저는 그게 아니...”

“참으로 비통합니다. 그게 누가 됐건 사람이 죽는 건 슬픈 일이예요. 제명대로 살다가 돌아가셔도 슬픈 일인데 하물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분들입니다.”


지난밤 죽음을 경험했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딸들이 먹을 밥에 약을 타는 엄마였고, 딸들이 죽는 걸 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잠깐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이 넘어가는 느낌은 정말 고통스럽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확인이 된 부분일까요? 아직 경찰이 수사 중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현직 기자들이 이렇게 정보가 느려서야.

아니면 다 알면서 대통령이 내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로 이슈를 만들려고 닥치는 대로 하는 말일수도 있다.

어쩌면 후자에 더 가까울 수도.


“이미 다 확인된 사항입니다. 생활고로 인한 자살이라고 들었습니다.”

“기초 수급자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두 딸들은 다니던 직장도 있다고 들...”


듣다보니 화가 난다.

뭐가 어쨌든 사람이 죽은 일이다.


“타인의 죽음이 이렇게 둔감할 수가 있습니까? 그것도 기자라는 분이?”


계속되는 공격성 질문에 나도 모르게 날선 반응이 나가고 말았다.


“기자님 가족분이 그렇게 죽어도 그딴 식으로 말할 수 있습니까?”

“그건 다르죠. 대통령님 말씀이 심하신데요?”

“왜 다릅니까? 다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누군가의 소중한 딸입니다. 다 똑같은 목숨이라구요. 기자씩이나 되면 말 가려서 하셔야 될 것 같네요!”


나도 모르게 말이 격해지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일까지 최대한 신경을 쓸 거다, 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자리인데, 그저 자극적인 워딩이나 만들려고 여념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점점 격해지고 있다.

좋지 않다.

하지만 이런 내 성격 때문에 오히려 시원시원하다며 팬덤이 생겼다.


“여러분.”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한명, 한명 일일이 쳐다봤다.


“사람이 죽었습니다.”


모두가 조용해졌다.


“키우던 개가 죽어도 슬픈 게 사람이예요. 그런데 사람이 죽었단 말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남이라도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되지 않을까요?”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표정을 한 채 난 기자들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저도 사람입니다. 모든 국민을 챙길 수는 없어요. 하지만...”

“...”

“이런 일들이 어디서 어떻게 계속 생길지도 장담을 할 수 없습니다.”

“...”

“제가 지금 추진 중인 정책들 중에 이런 일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하하, 호호, 웃으며 서로 잘 지낼 수는 없다.

그런 일들 중에는 국가가 나서서 이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며 관여를 해야 부분도 분명히 있다.


“얼마 전부터 운영 중인 청와대 콜센터도 그중 한부분일까요?”


대통령 보좌진들이 일을 잘한다.

이 많은 취재진들 중에 숨겨진 우리 측 기자였다.


“맞습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기든,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 주시면 됩니다. 어떤 일이든 좋습니다. 혼자서 버티기 힘들면 언제든지 국가가 도와드리겠습니다.”

“...”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



“장례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지원해주세요.”


송판구 세 모녀 자살사건.

언론에서 뽑아낸 타이틀이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자극적이라 이슈끌기에는 적합했다.


“알겠습니다.”


나도 현직이 대통령이지만 보육원 출신이라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았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평균이하로 봐도 될 정도였으니까.


“아직 많이 부족하네요. 정작 이런 곳에서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까지 닿지는 못하고 있어요.”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건만, 청와대콜센터에 전화한통 할 생각을 못했을까, 몰라서 안한 걸까.

어느 쪽이든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담당 인력들이 열심히 하고는 있습니다만...”


비서실장의 생각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빈틈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더 노력하면 빈틈을 최소화할 수는 있겠지.


“아무래도 전화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콜센터가 하는 일은 그들이 하는 일대로 하고 현장 살피는 일을 더 신경 써야 되겠어요.”

“네.”


하지만 이번에도 사람이 문제다.

인력은 늘 부족하다.


‘당장 공무원 신규채용을 더 늘려야 되겠어.’


공무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노는 인력을 방치해서 욕먹는 건 활용과 관리를 못하는 관리자급의 책임이고, 일단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다른 부서는 안 될 것 같고...”

“네?”

“현장 실사에 투입이 필요한 인원 말이예요. 전국 온 동네를 다 살필 필요는 당연히 없고. 일단 손이 필요한 곳부터 합시다. 어디를 일단 우선적으로 집중적으로 해야 하는지 데이터 좀 뽑아주시고... 인력은 일단 국정원 직원들 중 최대한 추려서 투입하시죠. 일반 부처 공무원을 투입하는 건 보안 문제가 있을 것 같고.”


공무원 중 남는 인력은 그쪽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소위 말하는 행정 일선의 공무원은 아니지 않나.

물론 정작 국정원 요원들은 무슨 이렇게 하찮은 일에 국정원 요원을 투입하냐고 어이없어 하겠지만.


“국정원 인력을요?”

“네. 국정원 요원들 중 국내 말고 일단은 해외 파트 쪽에서 한... 백 명만 일단 추리시죠.”

“국정원 요원은 좀... 그것도 해외파트는 업무에 공백이 생기면...”


무슨 말인지 안다.

대통령한테 보고를 하는 것 외에도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중인 작전이 한두 개가 아닐 테니까.


“지금 나라 안에서 국민이 죽어나가는 마당에 해외파트 공백 좀 생기면 어떻습니까. 해외에서 공작하는 것 중에 지금 당장 처리안하면 숨넘어가는 거 말고는 다 중단하고 투입하세요.”


지금 외교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가 덜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으니까 그걸 먼저 챙기려는 거다.


“...”

“그렇게 하고 바로 진행합시다.”

“알겠...”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대대적으로 광고내서 알리세요. 어디서 어떤 전화로 걸던 이십사 시간대기 중이니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 달라고.”


이미 광고는 하고 있다.

난 더 많이 빈틈없는 광고를 비서실장에게 주문했다.

촬영을 새로 할 필요는 없다.

정보 전달이 목적이니 이미 나가고 있는 광고의 채널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국토교통부 장관 들어오라고 하세요. 주택국 국장님도요.”



###



한채만 국장은 대통령의 부름에 청와대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잔뜩 긴장이 된 이유는 아직 업무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토교통부 장관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오셨습니까? 대통령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의전비서관 강재규는 그 날 첫 회동 후 첫 만남이었다.

그 며칠사이 부쩍 피곤해보였다.


‘나도 저렇게 보이려나?’


드르륵.

대통령이 계신 곳의 문이 열렸다.

이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도착해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한채만 국장님.”

“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

“두 분 인사는 따로 나중에 하도록 하시고...”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고는 열 개도 넘는 두툼한 서류파일을 꺼냈다.


“오늘 이거 다 봐야 됩니다.”


서류파일의 두께와 양에 일단 압도당했다. 그건 국토교통부 장관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일단은...”


일단이라 말하지만 밤을 새야 할 것 같았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걸까.



###



“지금 우리나라에 미 분양된 주택에 얼마나 될까요? 아파트나 빌라, 정부에서 매입한 다가구 이런 거 다 합쳐서요. 아, 그리고 현재 주거용으로 사용 중인 반지하를 살만하게 개조를 하거나, 혹은 반지하를 지상으로 끌어올릴 적절한 방법은 없겠습니까?”


시간을 주고 개선할 여지를 주면 분명히 집주인들은 반발하고 집단행동을 할 것이다.

재산에 관련된 문제이니 이해는 한다.

하지만 사람목숨보다 재산 따위가 중요하면 안 된다.


“구체적으로 뭘 하실 계획인지 말씀부터 해주시죠.”


현직 관료들은 거의 다 마음에 안 든다.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죄다 물갈이를 할 수도 없고, 그러고 싶어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제가 세 모녀 죽은 송판구 반지하 빌라 갔다 온 거 아시죠? 뉴스에도 나왔을 텐데요.”

“그런데요.”


잔뜩 거만을 떤다.

뭐 이해는 한다. 야당 쪽 사람이니.

대통령이라고 모든 관료를 대통령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렇게 거만하게 나오면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싸대기를 날리고 싶어진다.


“주거 환경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팩트만 말했다.


“그 사람들이 반지하 월세방에 산다고 자살한건 아닐 텐데요.”

“주거 환경도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하는데 분명히 영향을 줬을 겁니다.”

“그보다는 생활고에 시달린 게 결정적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도 이유죠. 그래서 그 부분도 대책을 마련 중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일단은 당장 쉽게 해결이 가능한 부분도 찾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계속해서 태클을 위한 태클을 걸고 있다.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한다.


“지금 일부러 이러시는 거죠?”


대놓고 째려봤다.


“흠흠... 그러니까 어떻게 하고 싶으신 건데요.”


그래도 내가 현직 대통령이다.

장관 밥줄 같은 건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걸 잘 아는지 강하게 나가니 조금은 움찔한다.


“못 들으셨어요?”

“나이가 드니 방금 들은 것도 깜빡 깜박하게 돼서요.”


저걸 말이라고 하고 앉아 있는 건가.

하긴 국정조사나 청문회에 나오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기억이 안 납니다, 라고 하는 판이니.


‘휴... 이걸 그냥 확 짤러?’


성질 같아서는 그래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명색이 대통령이니 품위는 지켜줘야 한다.

헌정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인 게 한이다.

아무래도 한국 땅이라 그런가, 아니면 대통령이 되기 전 정치 경험이 많지 않아서 그런가, 반말만 안한다 뿐이지 대놓고 맞먹으려고 하다니.


“방금 주거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요.”

“혹시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그냥 막 퍼주고 싶으신 겁니까?”


막 퍼줘?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건가?

일단은 참기로 했다.


“살만한 곳에서 살 기회를 주고 싶은 겁니다.”

“집이란 건 열심히 일해서 돈벌어 사는 겁니다. 국가에서 공짜로 막 주는 게 아니구요.”

“...”

“아직 잘 모르셔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


나이는 나보다 십오 년 정도가 많지만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였다.


“일단 반지하가 많은 지역을 선정해서 해당지역 규제를 풀어주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주택국장 한 채만의 말이었다.

송파구 빌라촌을 방문하고 나서 바로 전화를 했었다.

숙제를 내줬고 그걸 꽤 성실하게 준비해온 듯 보였다.

기대가 된다.


“더 말씀해보시죠.”

“반지하에 세를 놓은 집주인들은 옥상위에 추가 증축을 하는 겁니다. 증축 관련한 예산은 대출 지원을 해서 확보를 하면 될 것 같구요.”

“가능한가요?”

“시도는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리되 월세는 그대로 유지를 하도록 하되, 이미 시행중인 종부세 관련 세금은 조금 완화를 하면 어떨까요?”


주택국장의 말은 계속됐다.

생각보다 괜찮다 싶은 의견이 계속 나왔고, 반대로 국토교통부 장관의 표정은 굳어가는 중이었다.


“거 잘 몰라서 하는 말인 것 같은데.”


꼰대짓을 하려고 한다.


“누가 백퍼센트 실행이 가능한 계획을 세워오라고 했습니까?”

“네?”


꼰대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뭐가 됐든 의견을 가지고 오라했는데요. 선택은 고민해보고 그 후에 해도 된다고.”

“...”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요?”

“커험... 큼큼...”

“장관님 연봉이 얼마나 되시죠?”

“그런 건 왜 물으시는 겁니까?”


불쾌한 표정이다.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인간이.


“일 똑바로 하세요. 열 받으면 월급을 반으로 깎아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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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23.11.13 383 8 11쪽
30 (29) 견디기 힘들면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23.11.13 418 9 13쪽
29 (28) 개인의 총량 23.11.12 413 10 12쪽
28 (27) 주차민원과 공무원 23.11.12 431 10 12쪽
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8 10 15쪽
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1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4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0 11 12쪽
»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8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8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8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2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6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5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1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6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79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3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7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1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2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4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4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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