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231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06 23:30
조회
532
추천
12
글자
12쪽

(18) 검은머리 외국인

DUMMY

“그럼...”

“검찰로 송치도 안 될 겁니다.”


검찰? 송치?

많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생소한 단어에 차남은 다시 주눅이 들었다.


“사건을 검찰로 넘겨서 담당 검사가 재판으로 넘길지 말지 결정하는 바로 전 단계입니다. 말 그대로 검찰로 넘어가지도 않을 거니 재판을 할지 말지 고민할 거리도 안 된다는 뜻이지요.”

“아... 네에...”

“별거 아니니까 걱정마세요.”


사무적이지만 단호한 저 한마디.

눈앞의 변호사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았다.


“그럼 그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건데요?”

“누... 아 그 쓰레... 강선문씨요?”

“네. 그 사람 그 날도 변호사가 와서 데리고 그냥 나가던데요.”

“얘기 듣기로는 고향에 내려가 있다고 하던데요.”

“고향요?”

“듣기로는 그랬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직속 암행경찰국에서 소재 파악 되는대로 긴급체포 할 거라고 들었는데... 현재 진행 상황은 모르겠네요. 제가 관여할 부분은 아니라서.”



###



지방의 한 모텔.

모텔방안 전화기가 시끄럽게 울려댔다.

잠들어있던 선문은 겨우 손을 뻗어 전화기를 들었다.

하지만 받지도 않고 바로 끊어버렸다.

보나마나 퇴실하라는 전화일 테니까.


“음...”


선문은 일어나서 담배를 하나 물었다.

침대에는 여자 두 명이 벗은 몸으로 뒤엉켜 있었다.


“휴... 무슨 모텔이 이따위야? 침대가 싸구려라 그런가. 아이고 허리야.”


선문은 간밤에 술집에서 만난 여자 두 명을 꼬셔서 이곳으로 왔다.

술에 몰래 최음제를 섞은 뒤 잔뜩 몸이 달은 여자들은 별다른 저항도 없이 선문을 따라왔다.


“잘 찍히긴 했나?”


선문은 지난밤 격렬한 모습을 촬영했다.

약 탄 술을 마신 여자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제지할 생각도 없는 듯 침까지 흘리며 웃고 있는 게 화면에 담겨 있었다.


“돈 좀 되겠네 이건.”


이런 영상을 사가는 놈들이 있다.

취미로 찍기 시작했지만 돈벌이가 되는 걸 안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영상을 찍곤 했다.

만나는 여자들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피해자가 되곤 했다.

물론 선문의 머리에는 여자들이 피해자라는 생각자체가 없었지만.


“근데 너무 못생겼다. 서울에 있을 때가 좋았는데.”


문득 광남의 한식당에서 봤던 그 여자가 생각났다.

까만 외국 놈이 한국 사람이라며 핏대를 세우고 있었고, 그 옆에서 와이프라고 편 들어 주던 한국여자.

돈 냄새는 안 나고 비교적 평범한 축에 속했지만, 그래도 가슴께를 푹 찔렀을 때 손가락에 느껴졌던 감촉이 좋았다.


“그년은 그 까만 동남아 새끼가 뭐가 좋다고 결혼까지 한 거지?”


자꾸만 생각나는 여자였다.

술 먹이고 강제로 호텔로 데리고 오고 싶은 생각이 드는 여자였다.


“음...”

“아...”


침대위에 쓰러져 있던 여자들이 깨어나는 게 보였다.


“어머!”

“악! 뭐야 여긴? 어디야?”

“잘 잤어?”


선문은 벗고 있는 여자들이 깨어나자 다시 욕정이 동해 여자들을 향해 살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여자들의 얼굴은 심각했다.


“아저씨 누구예요?”


그중 하나가 선문을 향해 물었고,


“뭐야? 기억 안나?”

“설마...”


기억 안 나냐는 선문에 두 여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 혹시 자고 일어났는데 성폭행을 당한 상태였다느니 그런 말할 거면 꿈 깨. 이안에 다 들어있으니까.”


선문은 휴대폰의 카메라를 가리키며 말했고, 그게 무슨 말인지를 한 번에 알아들은 여자들의 표정이 울상으로 변해갔다.


“에이씨. 한 번 더 할려고 했더니 의욕이 뚝 떨어지네.”


새로운 사냥감 물색을 위해 집에 가서 배를 채우고 밤이 될 때까지 잠시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옷을 챙겨 입으려는 찰나였다.


쾅! 빠직!


뭔가 부셔지는 소리가 들렸고,


덜커덕.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강선문씨. 당신을 현시간부로 긴급체포합니다.”



###



삼천 경찰서.


“뭡니까? 당신들 누구예요? 이 사람은 또 뭐고?”


늦은 점심을 먹고 오던 삼천경찰서 형사과 소속 권해근 경위는 난데없는 상황에 인상을 쓰며 물었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인상의 남자 두 명이 딱 봐도 양아치 냄새가 물씬 나는 남자 한명을 붙잡고 있었으니까.


“암행경찰국입니다. 이사람 긴급체포 명령이 떨어져서 지금 모텔에서 잡아 오는 길입니다.”

“뭐요? 어디시라고?”

“암행경찰국 직원입니다.”

“암행경찰... 아!”


권해근 경위는 그제야 생각났다.

얼마 전 대통령이 대통령 직속기구를 몇 개 만들었고, 일선 행정처 및 경찰서나 소방서에 긴밀히 협조하라는 공문이 내려온 것이.


“곧 서울 광남 경찰서에서 내려올 겁니다. 이송할 예정이니 그때까지만 유치장 좀 가둬주세요.”

“... 무슨 죄로 잡아온 건데요?”


실제로 암행경찰국 요원을 본 건 처음이었다.

무엇을 어디까지 협조해야하는지 아직 매뉴얼도 제대로 숙지가 안 된 상황이라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권해근 경위에게 업무협조가 이어졌다.


“이틀 전 서울 광남의 한식당에서 종업원을 성추행한 혐의입니다. 조금 전에 항거불능인 여자 두 명을 성폭행한 혐의가 추가 된 상태구요.”

“서울에서 있었던 일이면 그쪽에서 바로 이송을 하면 될 일 아닙니까?”

“이번 사건에 저희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지시 받았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암행경찰국 소속이라는 두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난데없이 뭐야 이게...”


귀찮은 일이 생겼다며 살짝 짜증이 난 권해근의 귀에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받을 사람이 자기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삼천서 형사과 권해근 경위입니다.”

-수고하십니다. 청와대 대통령실 비서실장 김현식입니다.

“어디시라구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청와대 대통령실입니다.

“아 네. 그런데 무슨 일로...”

-조금 전에 강선문이라는 사람 하나 잡혀왔을 겁니다. 암행경찰국에서 체포를 해서 왔을 거구요.


대통령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권해근 경위의 몸에 기합이 바짝 들어갔다.

비서실장이라는 사람의 말이 이어졌다.


-업무 협조 공문이 내려간 건 알지만 아무래도 처음 겪으시면 당황스러우실 것 같아서요. 제가 직접 전화 드렸습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광남 경찰서에서 두시간전에 출발했습니다. 금방 도착할 것 이니 이송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



청와대.


“광남 경찰서로 이송 중이라구요?”

“네, 방금 출발한다고 보고 받았습니다.”


긴급체포를 당하는 순간에도 그 쓰레기는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정말 조금도 정상 참작할 필요가 없는 개자식이네요. 돈만 있으면 무인도 하나 빌려서 이런 새끼들 모조리 처박아놨으면 좋겠어요.”

“안 그래도 무인도 하나 알아보고 있습니다.”

“네? 뭐를 알아보고 있다구요?”


내가 말을 잘못 들었나?


“무인도요. 미국의 알카트라즈 교도소처럼 탈출 자체가 불가능한 섬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런 섬 위주로 하나 사들이려구요.”

“섬을 하나 산다구요?”

“네. 혹시 모르니 일단 하나만 사려구요.”


하나만. 두 개든 세 개든 마음만 먹으면, 필요하면 그렇게 하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무인도는 가격이 살만합니까? 비싸지 않아요? 그래도 섬인데?”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라 감도 잡히지 않았다.


“비싸기야 서울땅값이 비싸죠.”

“말 꺼내기가 무섭네요. 그냥 혼잣말이었는데. 제가 말하기도 전에 이미 알아보고 있다는 말씀이시잖아요.”

“만약의 경우에 대비를 해서요.”

“어떤 만약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어차피 여죄를 모조리 긁어모은다 해도 성에 차지 않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재판은 법대로 해야 되니까요.”


당면한 것 중 가장 큰 문제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관련법에 손을 대야 하는 경우가 많을 테니까.

보통 일이 아니다.

물론 꽤 많은 부분이 비서실장의 재력으로 해결이 가능은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야 되겠죠. 법을 고치는 게 제일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니까.”

“분명 변호사를 고용할 것이고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형을 덜 받으려고 할 겁니다.”

“저도 걱정을 하는 부분이 그거였어요.”

“그런 걱정도 괜하다는 생각이 드는 쓰레기들은 따로 모으는 게 어떻겠습니까?”

“네?”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걸까?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통을 줘야하는, 그런 죄를 지은 놈들. 어설프게 몇 년 감옥에 있다가 나오면 또 피해자를 찾아가서 복수를 할 것 같은 그런 놈들.”

“...”

“그런 싹을 미리 뽑는 겁니다. 애초에 자라지도 못할 정도로.”

“... 그걸 어떻게 하실지 감도 안 오는데요?”


알면 알수록 굉장한 사람이다.


“몇 년 살고 금방 나올 것 같은 놈들. 그런 놈들은 교도소에서도 그냥 시간이나 떼우다 나올 겁니다. 그런 놈들에게는 그런 것도 사치예요.”

“그럼 어떻게요?”

“형이 너무 가벼울 것으로 예상되면 차라리 우리 측에서 먼저 손을 써서 무죄로 풀려나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잡아서 무인도로 쳐넣는 거죠.”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구나...

지금 비서실장이 말한 것과 관련해서 난 대략적인 상상이나 밑그림 비슷한 것도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제 생각이 어떻습니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착한 사람들이 흘리지 않아도 될 눈물을 흘릴 바에는.


“앞으로 여론전도 대비를 하셔야 될 겁니다.”


난 이번 검은머리 외국인 사건을 적당히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적당히 불체자로 살아가는 외국인도 많다.

취업비자로 정기적으로 돈만 벌러 오는 외국인도 당연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한국국적을 취득한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적어도 핏줄만 한국 사람이고 의무와 국적을 포기한 사람에게 서러운 일을 당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생각 중이었습니다.”


난 조금 전 비서실장의 무인도 관련한 엄청난 계획에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대화를 이어갔다.


“검은머리 외국인 중에서도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쟤는 군대를 왜 안 갔다오고 뭐 그런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니, 좋은 이미지가 아니라 딱히 큰 사고를 치지만 않으면 그러거나 말거나 별로 신경을 쓰지 않죠.”

“인정합니다.”

“심지어는 나쁜 놈들이 사고를 쳐도 남의일로 치부합니다. 나에게 해를 가하지만 않으면 스캔들 생겨도 나쁜 놈이라 욕 한번 하면 그뿐이죠.”

“현실이 그렇죠.”


비서실장은 내말에 짧게 대답만 할뿐 의견 제시는 않고 듣고만 있었다.


“하지만 피부색이 다르면, 특히 현재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많이 쳐져 있는 나라출신일수록 업신여기고 신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압도적입니다. 그들이 실수라도 저지르고 사고라도 치면 금새 색안경을 끼고 쳐다보며 거리를 두죠. 심지어는 겁내하기도 합니다. 정당하게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하더라도요.”

“...”

“검은머리 외국인과 엄연한 한국국적이지만 피부색이 다른 사람이 다투게 되면 과연 사람들은 누구의 편을 들까요?”

“아무래도 큰 이변이 없는 한... 피부색이 같고 눈동자와 머리색이 같은 사람 편을 들겠죠.”


평소에는 매일 얼굴 보고 사는 동료라 하더라도 불쾌한 일 하나만 생겨도 역시... 라며 선입견을 거두지 않는다.


“그 생각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1 le****
    작성일
    24.01.15 21:06
    No. 1

    밀물때는 100평
    썰물때는 1000평인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곳으로
    근처에 상어도 풀어놓고
    뻘 깊이도 1미터 이상인곳으로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30)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23.11.13 383 8 11쪽
30 (29) 견디기 힘들면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23.11.13 418 9 13쪽
29 (28) 개인의 총량 23.11.12 413 10 12쪽
28 (27) 주차민원과 공무원 23.11.12 431 10 12쪽
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8 10 15쪽
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1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4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0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7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7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8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1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6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5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1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6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79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3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7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0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2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4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4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0 1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