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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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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2,510

작성
23.10.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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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 청와대 콜센터

DUMMY

사고를 당하기 전부터 혼자 생각만 하던 일이 한 가지 있었다.

막연하게 생각만 해오던 일이었는데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 들었다.


“청와대 콜센터를 설치하려고 합니다.”


콜센터라는 단어에서 비서실장은 갸우뚱한 반응을 보였다.


“콜센터요? 그 전화 받는 상담직원 있는 콜센터요?”

“맞습니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

당연하다.

콜센터를 설치해서 무슨 전화를 받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해도 무려 청와대에 전화를 거는 사람은 과연 있을 것인지.

비서실장은 그런 종류의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나에게 이상한 능력이 생겼고, 비서실장님은 엄청난 재력이 있습니다. 세상을 흔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본인 입으로 ‘세상을 흔들 정도’라는 표현까지 쓴 건 아니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

“물론 실장님이 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게 진짜 세상을 흔들어 놓을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아, 최소한 이 땅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정도는 되겠죠.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만.”

“대충은 맞습니다. 일단 방금 말씀하신 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 해주시죠.”


조금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던 비서실장은 이내 본연의 자세로 돌아왔다.

난 그동안 생각해오던 것을 하나씩 솔직하게 꺼내놓기 시작했다.


“예전에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다음 정부 때 바로 없어졌구요.”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비슷한 것을 만들었지만 유명무실하다가 은근슬쩍 없어지다시피 한 그것.

당시의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을 완전히 차단했었다.


“일선 경찰, 소방, 행정센터들. 엄청나게 많은 공무원들이 있지만 정작 자주 가지는 않는 곳이죠.”

“접근성이 떨어진다?”

“맞습니다. 그리고 이미 공무원들은 너무 일이 많아요. 아마 제가 지금 계획하는 일들까지 할당을 해버리면 과로사가 속출할겁니다.”

“일을 나누면 되지 않습니까. 공무원 수를 늘려도 되고.”

“물론 그래도 되기는 하지만... 일선 공무원화 돼버리면 수족처럼 부리기가 힘듭니다.”

“수족처럼요?”


단어 선택이 좀 이상했나?


“정리하자면 대통령 직속 기관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일선 행정이나 경찰, 소방 업무가 아니라 그들이 보통 하지 않는 다른 일들요.”


아직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나보다.


”예를 들면요?”

“집에 전기가 끊어졌다던가.”

“에?”

“예를 든 겁니다.”

“...”

“전기요금을 내면 되죠. 그런데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으로 지금 당장 그럴 수 없는 절박한 사정이 있다면요?”


복지 사각지대는 늘 존재한다.

나는 보통의 일선 공무원이 해결할 수 없는, 어쩌면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일에까지 국가가 도움을 주는 게 어떨까 늘 생각해왔다.



###



난 지난밤 비서실장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엄청나게 흔한 말이 하나 있죠.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한마디 하고 잠시 좌중을 응시했다.

지금 하는 말로 인해서 얼마나 더 많은 적이 생길지 장담할 수 없었다.

원래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그만큼 반대 세력이 존재했는데.

하지만 이제 나에게는 대통령으로서 치트키가 생긴 셈이다.

그것도 두 개씩이나.


“주인이면 주인답게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마음대로가 제대로 안된다면 최소한 뭐가 마음에 안 들면 마음에 안 든다고 제대로 말이라도 할 수 있어야죠.”


무슨 말을 하려고 대통령이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기자들은 아직 서로 눈치만 볼뿐 별말이 없었다.


“그래서 청와대에 예전에 진행하다가 정권 바뀌면서 없어졌던 국민청원제도, 거기서 한발 더 나가서 국민들의 민원 접수를 받는 청와대 콜센터를 만들려고 합니다.”

“콜센터요?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다산콜센터 같은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질문을 한 기자는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맞습니다. 업무는 조금 더 디테일해질 거구요.”


난 속 시원하게 대답을 해줬다.

이게 내 트레이드 마크였고 앞으로는 더 선명해질 것이다.

뜸들이고 말 돌리고 뒤로 빠지고 다른 사람을 내세우고... 이런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이제 치트키가 생기니 더 이상 두려울 것도 없다.


‘나 한번 죽다 살아난 사람이야.’


이런 생각을 하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이번에는 다른 기자의 질문이 들어왔다.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주시겠습니까?”


내입에서 이 말이 나가면 기자회견장은 기자들이 자판 두들기는 소리로 가득 찰 것이다.


“민생과 안전에 관한 온갖 민원 처리를 다 맡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콜센터와 연계 가능하도록 대통령 직속으로 세부 부서를 신설할 계획입니다. 정식 부서 명칭이나 부서에서 하는 일의 디테일은 조금씩 잡아나갈 계획입니다만... 일단 주택국, 이민국, 인성관리국, 암행경찰국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서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일선 행정기관이나 소방, 경찰 쪽에 업무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며, 콜센터 설치를 최우선적으로....”


말이 계속될수록 와... 하는 탄성으로 가득 찼다.

저 소리가 감탄인지 황당함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혹시 보고 체계를 간소화한 신설 부서를 계획 중이신건가요?”


똑똑한 기자다.

핵심 파악을 한 번에 하다니.


“포인트 정확하게 짚으셨습니다. 일선 지차체에 맡길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업무를 지시하게 되면 자리 잡기까지 기간이 꽤 많이 걸릴 겁니다. 무엇보다 말씀하신 보고 체계. 뭐 하나 말씀드리면 또 그 일에 대한 예산이 얼마나 들고 이일을 함으로서 긍정적인 숫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고민하고, 성공적으로 자리 잡지 못했을 때에 대한 부담감... 책임을 지는 것도 두려울 겁니다.”


사실이 그렇다.

시키면 하기는 한다.

하지만 일단 이것재고 저것 잰다.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경우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그런 거다.


“기존 정부 체계를 못 믿겠다는 말씀처럼 들리는데요. 대통령으로서 그게 최선의 발언이십니까?”


기자들마다 생각하는 게 어쩜 이렇게 다를까.

얄밉게도 말을 한다.


“못 믿겠다는 게 아니라, 제가책임지고 한번 실행해보고 검증이 되는 것들만 기존에 있던 부서나 지자체에 지시를 하겠다는 겁니다. 제가 직접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보고 체계를 최소화 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대통령 직속 기구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의도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산적한 문제가 꽤 많이 있는데 새로운 일까지... 과연 임기 내에 마치실수는 있는 일일까요?”

“가능합니다. 임기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 무조건 틀을 잡고, 임기 내에 자리를 잡도록 하겠습니다.”


반신반의한 저 태도들.

가능하다.


“말씀하신 걸로 봐서는... 기존에 대선 전 공약과 비교해봤을 때... 결론은 돈이네요. 시간보다는 돈이 문제인걸로 보입니다.”

“그건 문제가 안 됩니다.”


난 자신있게 말했다.


“문제가 안 된다구요? 항상 돈이 문제인데요?”


저 말은 물론 맞다.

지금 상황에서는 안 맞는 것뿐이지.


“늘 그랬죠. 하지만 저의 임기 내에서는 돈이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겁니다. 절대로.”



###



-최태웅 대통령은 어젯밤 청와대 콜센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 전 국민이 지금 대통령의 정책을 꾸짖고 계시고, 현재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의 수도 많다고 비판을 받는 지금의 상황에서 아무런 생각이 없는 발표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천만 국민의 생활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한민국의 수장으로서 참으로 얄팍하고 한심한 대책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겠습니다.


전례 없는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발표였다.

당연히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하는 야당의 의원들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 표명을 했다.


“청와대 콜센터? 신선한데?”

“그러게. 역시 지금 대통령은 뭐가 달라도 달라.”

“국민청원 없어져서 많이 아쉬웠는데 잘됐네.”


하지만 모두가 찬성을 하는 건 아니었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국민들도 찬성파와 반대파가 나뉘고 있었다.


“대통령이 너무 어려. 콜센터가 뭐야 콜센터가?”

“그러게 당선 전 공약에도 저런 건 없었는데 말이야. 지지율 떨어지는 거 보인다고 무리하는 거 같은데?”

“청와대에 콜센터를 세우면? 거기 들어가는 공무원들은 또 새로 뽑는다는 거야 뭐야? 또 쓸데없는데 혈세 낭비하네. 세금이나 줄여주든가 하지.”

“아이고 내 세금. 그전에 해먹던 놈들하고는 좀 다른가 싶더니 결국 비슷하네. 집값은 대체 언제 잡아주는 거야?”


최태웅 대통령은 갈수록 줄어들고는 있지만 점점 부의 대부분을 독식하는 상위 일 프로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당선이 되었다.

하지만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벌써 이렇게 여론은 나뉘고 있는 중이었다.



###



“역시 난리네.”


나는 기자 회견 후 곳곳에서 밀려드는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잠 같은 건 잊은 지 오래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죽다 살아난 이후 체력까지 강해졌는지 조금도 잠이 오지 않았다.


“이미 예상하신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하죠. 이럴까봐서 애초에 공약에 넣지도 않은 거였지만.”


내 성격상 이미 선거 때 돌직구를 던질까도 했지만 비서실장이 철저하게 반대를 했었다.

표가 어떻게 갈릴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은 던졌으니 실행은 해야겠고. 빠른 게 좋습니다. 당장 예산 관련 회의부터 해야 되겠어요. 반발이 더 커지기 전에 순식간에 해치워야지.”


이미 의원시절부터 몸소 깨달은 바였다.

뭐든 속전속결이 좋다는 것을.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문제인건 분명하지만 그 고민은 이미 후보시절부터 충분히 했다.


“그 예산부터 문제인데...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네요.”


비서실장이 엄살을 부린다.

이럴 거면 나한테 정체는 왜 밝힌 건가.

알아서 잘 활용하라고 본인이 회귀자고 재벌은 구멍가게로 보이는 수준이라고 털어놓은 거 아니었나?


“무슨 말씀이세요? 예산이 문제라니?”


너무 세게 던졌나?

기자회견에서 한 워딩만 보면 앞으로 오년동안은 무척이나 살기가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나빠질 일이라고는 1도 없는 태평성대가 될 거라는 말처럼 들렸을 것이다.

물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도 없겠지만.


“부처를 새로 만들려면 당연히 예산이 필요하...”

“세상에서 제일 돈 많은 사람이 있는데 그게 무슨 문제라고.”


내말에 비서실장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물론 국가가 하는 일이 일개 개인의 돈으로 움직이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공식적인 부처에 관한 일이니 투명하...”

“그게 우리 비서실장님께서 가장 잘하시는 일이잖아요. 투, 명, 하, 게.”


일부러 한 글자씩 또박또박 힘을 주어 말했다.

하지만 일부러 그러는 건지 비서실장은 나를 한 번 더 떠보았다.


“그래도 세금으...”

“세금은 다른 곳에 써야지요. 더 중요한곳에. 국민을 위해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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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견디기 힘들면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23.11.13 419 9 13쪽
29 (28) 개인의 총량 23.11.12 414 10 12쪽
28 (27) 주차민원과 공무원 23.11.12 432 10 12쪽
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9 10 15쪽
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2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5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1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8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8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9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2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7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6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2 11 12쪽
»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7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80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4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8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1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3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5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5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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