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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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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53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12 23:30
조회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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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28) 개인의 총량

DUMMY

청와대 콜센터.


-저 어제 월급 올려달라고 전화 드렸던 공무원인데요.

“네, 안녕하세요. 어떤 일로 전화 주셨을까요?”


어제 전화했었다는 민원인의 말과 동일한 상담이력이 화면에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설마 하루 만에 처리가 왜 이렇게 느리냐 뭐 이런 2차 민원은 아니겠지?’


약간 술에 취한 말투였다.

전대문 상담원은 조금 더 긴장을 하고 상담에 임했다.


-제 친구가 전화를 안 받아서요. 그 친구도 같은 구청에 일하는 친구구요. 아, 저희 둘 다 광동구청에 근무하거든요. 오늘 엄청 우울해 보였거든요. 그 친구 민원 심한부서에 배치돼서 몇 년째 직장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데, 오늘도 대형 민원 하나 터져서 평소보다 더 우울해보였는데.

“네.”


아직 청와대 콜센터에 대한 홍보가 덜 됐다.

그래서 허위 신고나 장난 전화도 꽤 많은 편이었다.

뭐가 됐든 아예 전화가 없는 것보다는 이런 전화라도 있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다는 뜻이긴 할 텐데...


‘끝까지 들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거야.’

-이 새끼 이거 연락이 안돼요. 느낌이 안 좋아서 그러는데요... 혹시 이 친구 안 좋은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무슨 심정인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냥 술 취해서 친구 걱정을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걱정이 되기는 하는데 찾을 방법이 없어서 찾아달라고 애원을 하는 건지...


“혹시 그 친구 분 소재 파악을 원하시는 건가요?”

-맞아요! 어디서 뭐하는지만 알아도 안심을 할 텐데...

“그럼 그 친구 분 직장... 은 광동구청이라고 하셨고, 어디 사시는지, 그리고 핸드폰 번호 말씀해주시겠어요?”


전대문은 곧바로 들려오는 대답을 다 타이핑했다.


“일단 지금 민원 접수 들어갈 건데요. 본인 포함해서 친구 분인 제3자까지 경찰서나 소방서등 수색을 위한 관련 지자체에 정보 제공 동의하시죠?”

-네? 아, 그런 것도 해야 되나요?

“그럼요. 휴대폰 위치 추적도 해야 되고, 방금 말씀하신 정보들로. 예를 들면 근처에 있는 한강 다리 위라든지 다 뒤져볼 거거든요. 물론 이건 청와대의 승인 하에 이루어지는 작업입니다.”

-아... 제가 그런 것에 또 조금 민감해서. 이거 청와대 콜센터 맞는 거죠?


콜센터에 근무를 하다보면 이런 의심을 하는 사람이 은근히 있다.

여기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선생님이 직접 전화 주셨잖아요.”

-이거 제공 동의한다고 해서 제 사생활 조사하고 뭐 그러진 않죠?

“휴... 네. 그런 일은 없습니다.”

-동의할께요.


민원인의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전대문 상담원은 민원 접수 버튼을 클릭하며 상담 종료를 했다.



###



“자살시도 건인가?”


서연희 센터장은 방금 올라온 결제건의 상담이력을 잠시 살펴본 후 잠시 고민했다.

단 한건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그게 혹시 허위 민원일지라도.

그게 청와대 콜센터를 만든 취지라고 대통령에게 들었다.


“광동구청이 직장이고... 집도 근처네. 휴대폰은 음...”


타타타탁!

서연희는 일차적으로 가까운 소방서와 경찰서에 협조 요청을 했다.

키보드를 치기는 했지만 대통령에게 받은 업무용 핫라인 폰과 연동이 돼 있어서, 바로바로 답이 올 것이다.


“이런...”


소방서는 근처 화재신고 때문에 출동한 상태, 경찰서도 마찬가지로 평시 업무와 관련하여 손이 모자란 상황이었다.

서연희는 숙지한 매뉴얼대로 수신채널을 ‘팀 하이드’로 변경하고 동일 내용의 업무 협조요청을 했다.



###



벌인 일이 너무 많다보니 매일 자정을 넘기는 게 일상이었다. 오늘도 그렇다.


“청구 내역이 장난이 아니네요.”

“전부 다 청구를 하라고 하셨으니까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의료비 청구와 노후 되고 침수에 약한 주택에 대한 비용 청구가 모조리 정부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건설에 종사중인 기술자들 정부와 직 계약 비용까지.


“그러게요. 깜짝 놀랄 정도로 많긴 하지만... 어쨌든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네요. 청구가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이 정책에 대한 인지를 확실하게 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이거 정말. 장비가 어마어마한데요.”


지시한 모든 건의 진행상항에 대한 일차 보고가 폰으로 들어온다.

비서실장이 준비한 위성폰으로 말이다. 폰 하나로 모든 걸 다 확인할 수 있으니 정말 편하다.

물론 결제가 필요한 부분은 서류상으로 처리를 해야 되겠지만.


“돈 많이 들였으니까요.”

“돈을 정말 많이 쓰셨겠는데요.”

“괜찮습니다. 나가는 것보다 더 많이 들어오고 있는 중이니까요.”

“그래요? 대체 어디서 돈을 그렇게 많이 버시는 겁니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업에 관여를 하고 있다구요. 지구에는 대한민국만 있는 건 아니구요.”


저런 반응이 이제는 적응이 조금씩 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어떨 때는 꿈인가 싶을 때가 있다.


“보고 라인을 하나 더 마련할까요?”


비서실장이 문득 드는 생각이 있는 듯 물어온다.


“보고라인을 하나 더요?”

“네. 아무래도 암행경찰국이 필요한 콜센터 접수 건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알람이 울릴 수도 있으니까요.”


무슨 말인지 알겠다.

하지만 어차피 내가 모든 걸 다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

동료들을 믿어야 한다.


“아닙니다. 알아서 다 잘하시리라 믿어요.”

“하긴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마음이 편하실 겁니다. 잠을 안잘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생방송 토론에 나가신 효과가 생각보다 더 좋습니다.”


당연히 좋을 거라 생각했다.

높은 성벽을 쌓고 안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것보다는 성문까지 열고 국민들을 직접 만나보려고 하는 것 자체를 관심이라 생각하니까.


“일선 공무원으로부터 불만 사항 접수되는 건 없습니까?”


대통령이 무능하면 공무원들이 혼란스럽겠지만, 너무 유능해서 열심히 일을 하면 피곤해진다.


“아무래도 지금 취임하신지 그리 오래 되지 않다보니...”


뒷말은 굳이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일을 시킨 만큼 보상을 해주는 것뿐이다.


“공무원 임금 체계도 손질 한번 해야 됩니다. 지금 너무 적어요.”

“임금 체계도 당연히 손질해야 되는데... 그것보다 우선 살펴보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임금보다 먼저요? 그게 뭡니까?”

“이거 오늘 접수된 건입니다만...”


비서실장은 그렇게 말한 후 자신의 위성폰을 내밀며 이어 말했다.


“지금쯤 암행경찰국 요원이 움직이고 있을 겁니다.”


공무원 한명이 자살시도를 했다는 보고였다.



###



민중 암행경찰국장은 콜센터로부터 접수된 민원 건을 확인 중이었다.


“광남구청 공무원? 휴... 이 사람은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자신이 직접 지시를 하지 않아도 이미 구축된 시스템을 통해서 도움이 필요한 요구조자에게는 요원이 출동한다.


“하긴... 나도 더러워서 관둬야 되겠다고 생각한 날이 많았는데.”


위성폰으로 확인을 하니 자살시도로 추정되는 위치와 근접한 수십 명의 요원에게 내용 전달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중 가장 적합한 요원이 처리를 할 것이다.


“빠르네 빨라.”


암행경찰국은 대통령이 공식 발표한 대통령 직속기구지만, 언론에의 노출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었다.

기존 경찰이나 소방조직과 마찰이 생길수도 있기 때문에, 구급대원처럼 철저하게 구조만 전념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기존의 경찰이나 소방의 서브개념이다.

도움이 필요한데 손이 모자랄 때.

그때가 암행경찰 요원이 움직이는 때다.


“정말 희한한 사람이야. 뭘 믿고 이렇게 일을 많이 벌일까.”


민중은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했다.


-법은 멀지만 정부는 여러분 가까이 있습니다. 주먹보다 정부가 가까이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012번입니다. 보복 운전을 당해도, 전세금을 떼여도,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해도, 데이트 폭행을 당해도 국번 없이 012번을 눌러주세요. 국민 여러분의 재산과 안전을 국가에서 지켜드리겠습니다.


마침 tv에서 콜센터를 홍보하는 광고도 나오고 있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드리겠습니다. 일 년 삼백육십오일, 스물네 시간 청와대 콜센터 상담팀이 대기 중입니다. 영원히 012입니다. 국번 없이 012번!


제일 우선해야 될 것이 국민의 안전, 그리고 민생이라고 했었다.

물론 모든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다.

하지만 실천을 하는 대통령은 극히 드물다.

정말 인간적인 대통령이어도 사후 수습에 총력을 다할 뿐이다.



###



대통령 직속기구 수장과 함께했던 첫 회의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억울하고 속상해서 죽는 사람 막자는 게 1차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 안 생기게 원인을 찾아 조금씩 없애고 바꿔나가는 게 2차 목표구요. 지금 여기 모인 분들 모두 그 일을 위해 제가 뽑은 분들입니다.”


청와대 콜센터를 통해서 그게 뭐가 됐던 민원접수를 한다.

아주 사소한 문제라도 접수해서 시정을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소한 문제라도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히지 못할 상처가 될 수도 있고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광동구청 주차민원과 주차만 계장, 투신 전 현장에서 발견되어 지금 모처에서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마무리가 되면 귀가 조치할 예정입니다.”


서연희 센터장의 보고.


“투신하려 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밝혀진 게 있나요?”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가 첫 번째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섬세하고 여린 성격인데 악성민원이 빗발치는 부서에 배치가 돼서 애초에 감당이 안 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어느 직장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감당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업무 감당을 못하는 동료들을 능력부족이라고 한심하게 여긴다.

하지만 우린 그러면 안 된다.


“음... 다른 부서로의 이동은 많이 어려운가요?”

“이미 직장 상사나 가족을 통해서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호소했던 게 통화와 문자 내역에서 파악이 됐습니다.”

“다들 그렇게 사는데 너는 왜 그걸 못 버티냐, 뭐 그런 거겠군요,”

“맞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걸 모를까.

애초에 개인마다 감당할 수 있는 총량이라는 게 있다.

겪어본 사람은 이해를 한다.

겪어본 사람만...


“어제 현장에 투입된 사람은요?”

“일선 경찰, 지구대나 소방서 모두 인력 부족 상태라 팀하이드에 협조 요청했습니다.”


팀하이드.

비서실장이 개인적으로 고용했지만 가장 난이도가 높은 업무에 투입되는 인력들.


“암행경찰국이 움직였겠군요.”


난 그 말과 함께 암행경찰국의 수장 ‘민중’ 국장을 쳐다봤다.

암행경찰국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한다.

이름만 보면 경찰이지만 ‘사람을 구하는 일’ 이기에 구조 업무처럼 소방관 업무와 겹치는 일도 많다.


‘어쩜 이름도 하는 일에 비슷하게 지어놨는지.’


저들에게 현재 하는 일은 천직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후속 조치는요?”

“직장 내 불합리했던 부분은 없는지 조사예정입니다.”

“갑질... 뭐 그런 거에 대해서요?”

“갑질인지 따돌림인지, 단순 업무 부적응인지에 대해서는 조사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누군가 삶의 무게를 못 버티고 나쁜 생각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주변 사람들을 원인제공자로 몰아가는 것도 피해야 될 일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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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23.11.13 384 8 11쪽
30 (29) 견디기 힘들면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23.11.13 419 9 13쪽
» (28) 개인의 총량 23.11.12 414 10 12쪽
28 (27) 주차민원과 공무원 23.11.12 432 10 12쪽
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9 10 15쪽
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2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5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1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8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8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9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2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7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5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2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6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80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4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8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1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3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5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5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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