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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254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01 23:30
조회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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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2쪽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DUMMY

“몇 명이라고요?”

“다 합쳐서 일단은 여섯 명입니다.”

“의전비서관하고 주택국장, 이민국장... 또 어디라고 했더라?”


청와대 콜센터를 꾸리는 가장 큰 이유는 민생과 치안 해결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받고 업무 지시를 다이렉트로 하기 위해서였다.


“암행경찰 국장, 인성관리부. 일단은 거기까지입니다.”

“그래요. 모자란 건 천천히 채우도록 하고 일단 스타트부터 하자고요.”


보고라인을 일일이 거치기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중간 관리자급에서 누락되거나 과장 혹은 허위보고 역시 배제를 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비서실장님 내가 대통령이 안 되면 어쩌려고 그렇게 미리부터 계획을 해놓으셨어?”

“안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습니다. 혹시 안 되면 그냥 좋은데 썼다고 생각하려고 했고요.”

“돈이 많으면 우리 비서실장님처럼 쓰는 사람들이 많아야 할 텐데 말이죠.”


정말 든든했다.

정치 입문은 정말 우연히 하게 됐지만, 비서실장의 지원과 조언이 없었다면 대통령은 정말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만나러 가볼까요.”


첫날이라 관저로 초대를 한 참이었다.

시간상의 편의와 보안을 모두 고려했다.

물론 그전은 지금처럼 철통 보안은 아니었지만 사고 후 은밀하게 대대적인 작업을 거쳤고, 이제는 정말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오... 벌써들 와서 기다리고 계셨군요.”


앞으로 함께 힘든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들었다.


“의전비서관으로 임명된 강재규입니다.”

“네. 대통령 최태웅입니다. 앞으로 정말 잘 부탁드립니다.”


의전비서관을 시작으로.


“청와대 콜센터 총괄실장 서연희입니다.”

“주택국 국장 한채만입니다.”

“이민국 국장 류시민입니다.”

“인성관리국장 유교입니다.”

“암행경찰국장 민중입니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인사를 한명, 한명 받았고, 나 역시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서 한명, 한명 손을 잡아주었다.


“식사들 하시면서 천천히 얘기 나누시죠.”


새벽부터 주방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아침식사가 테이블에 세팅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여러분이 저와 함께 해 나갈 일은...”


내가 굳이 기존에 없던 대통령 직속부서를 여러 개 만들고 비서실장을 통해 사람을 소개받아 채용한 이유에 대해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통령님 말씀을 이해는 하겠습니다만...”


각 부처 국장의 입에서 정말 그대로 실행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걱정 섞인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걱정 하시는 것 당연합니다.”

“...”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 들이예요. 누군가는 반드시 말입니다.”

“국민들의 반발이 심하지 않을까요?”


암행경찰국장의 말.


“당연히 심하겠지요.”


암행경찰국은 기존 경찰서의 위에 위치할 조직이 아니다.

그냥 독립된 조직일 뿐이다.

기존 경찰조직이 손이 모자라서 하지 못하는 일들을 처리해줄.


“하지만 설득할 자신 있습니다. 긍정적인 부분도 많을 거구요.”

“긍정보다는 반대가 심할 거라 생각합니다. 민간인 사찰 운운하는 사람도 많을 거라 생각이 되는데요.”


일리 있는 말이다.


“반대하는 의견이 덮일 만큼 긍정적인 부분이 많을 겁니다.”


어느 정도의 변수가 생길지 예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변수가 걱정되고 정부나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걱정돼 자리 지킬 걱정부터 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렇다.


“여태 지켜온 단일민족의 정통성을 해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우려됩니다.”

“우리나라는 부를 증식하는 수단이 여전히 부동산이 압도적인데요. 시장에 정부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개입을 한다는 건...”


시작도 하기 전에 걱정부터 한다. 당연하다.

지금 내가 계획하는 것들 중 대부분은 어느 정권에서도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들이었으니까.



###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아니었기에 쓸데없이 소모되는 시간은 없었다.

걱정할 시간에 해결책을 궁리하자고 말을 한 후 끝도 없는 회의가 이어졌다.


“일단 여기 계신 모든 부처 독립적으로 움직입니다. 단 콜센터가 컨트롤 타워 위치를 하는 이유는 모든 일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문제점이 접수되면 서연희 센터장의 판단에 따라 지시가 내려갈 거고, 여기 모인 부처장들끼리의 연락은 이 전용 폰으로만 진행합니다.”


비서실장에게 미리 받은 전용 위성을 이용한 업무용 폰을 부처장들에게 건넸다.

대통령인 나에게만 준 건 아니었다.

일반 폰과 다를 바 없는 생김새였기에 이게 뭐가 특별한가 이리 저리 뜯어보는 것도 잠시.


“이곳에 계신 분들은 경찰로 따지면 광수대나 특수본 같은 조직으로 생각을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최우선으로 처리가 돼야할 것은 안전과 직결된 문젭니다. 그 다음은 민생이구요.”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목숨.

그다음이 먹고 사는 문제다.

우리나라가 한참 발전을 하던 시기에는 목숨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었다.

그때는 갓 태어난 아기가 백일도 되기 전에 굵어죽는 일도 많았고, 지금 보면 별것도 아닌 질병으로 죽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으니까.

집을 짓다가 다른 공사를 하다가 사고로 죽는 경우도 엄청나게 많았다.

그때는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필요에 따라 국세청이나 국정원 같은 기관과 업무 협조도 진행합니다. 일선 행정센터나 경찰서나 소방서는 당연하구요. 필요한 인원은 알아서 뽑으시고 무조건은 아니지만 다급한 경우 현장 요원과 부처 담당자의 재량에 따라 선조치 후보고의 형태를 띌 수도 있습니다.”


라인을 거치는 보고 체계가 있고 승인이 떨어져야 본격적인 일을 시작할 수가 있다.

현재 공무원의 한계.

정확하게는 공무원뿐 아니라 기업 등 모든 조직의 한계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보는 사람이 발생한다.


‘분명히 피치 못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겠지.’


하지만 굳이 대통령 직속기구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가 그런 번거로운 절차 때문이니까.


“권한은 어디까지입니까?”


여기 모인 모든 사람이 궁금해 하는 부분.

책임이 문제가 아니라 부처장 스스로 혹은 현장 요원이 즉시 해결 가능한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그런 제한 없습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애초에 권한 따위 따질 거면 이런 자리도 없었다.


“때로는 월권도 허가합니다. 단 국민의 안전이 우선입니다. 굳이 더 설명은 필요 없겠죠?”


권한을 남용하는 공무원들, 직무를 유기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면 지금 여기 없겠지.

그 부분은 비서실장의 눈을 믿고 싶었다.


“현장 요원이 실수를 해서 생기는 일은요? 결국 부처장의 책임도 없을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단호한 내 한마디.

모두가 그렇게 해서 되겠냐는 표정을 짓는다.

난 다시 한 번 더 힘을 주어 말했다.


“모든 책임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 저는 피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은 그냥 일만 제대로 해주시면 됩니다.”


책임자는 이래야 된다.

아직 저들 역시 실감이 나지는 않겠지만.



###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무리 유능해도 대통령이 직접 할 일이 있다.

한나라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국정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당사자가 가장 잘 아니까.

그래서 급한 결제나 보고 건은 비서실장에게 맡겨두고 난 외부와의 접촉을 거의 차단한 채 회의를 무한정 이어갔다.


“힘 드시죠? 하지만 지금 아니면 시간이 없습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기도 하구요.”


식사를 겸한 대략적인 기초공사 같은 대화를 마친 후, 각 부서 책임자들과 디테일에 대한 업무 대화를 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이민국을 담당할 류시민 국장이었다.


“어차피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이 기존에 살던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해서는 호감이 상승해야 합니다. 이미지 싸움이라는 뜻이죠. 류시민 국장님이 가장 신경 쓰시고 장기적으로 고민을 해주셔야 할 부분이 그 이미지입니다.”


말이 쉽지. 딱 그런 표정이다.

하지만 내가 말해줄 건 딱 그런 정도다.

예산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앞으로 이렇게 해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

거기까지가 내가 할 일이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모든 일에 전문가일수는 없으니까.


“휴... 이거 제가 가장 어려운 일을 맡게 된 것 같습니다. 자신이 없네요.”


이해한다.

이미 예전부터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은 단일민족이라고 스스로들 생각한다.

증조부 때부터 한국에 와서 의료 활동을 하면서 본인도 한국에 살면서 명예한국인이 된 사람도 있고, 어머니를 따라 어머니의 나라에서 경력을 이어가는 스포츠 스타도 있다.

미군인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피부는 검은색이지만 정작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는 흑인 모델도 있다.

모두가 한국 사람이다.

그런데도 아직 부족하다.

많이 부족하다.


“모든 걸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 전문가들 도움 있어야 됩니다. 그게 인류학 전문가이건, 이미지 메이킹이든, 광고든요.”

“안 그래도 함께 일을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고민을 왜 합니까? 고민을 할 시간에 일단 함께 대화라도 몇 마디 나누세요. 시켜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거 아닙니까?”

“그거야 그런데...”

“망설일 시간에 전화해보세요. 마음에 두신 분 있으시면...”

“...”

“인건비 걱정 같은 건 하지 마시고요. 무조건 최고 전문가로, 그리고 국장님하고 손발이 잘 맞을 것 같으면 몸값 신경 쓰지 마시고요.”


비슷한 말을 책임자마다 만나서 했다.

비용 걱정하지 말라고.

어떻게 하면 시간 내에 최고의 결과 값을 뽑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고민하라고.

그 와중에 혹시 모를 문제가 생겨도 그건 또 내가 책임질 테니 모든 부담감에서 벗어나라고.


“여러분이 부담을 가질 건 딱 하나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 해낼지.”



###



가장 신경을 쓰고 마지막에 대화를 한 사람은 콜센터를 책임져줄 서연희 센터장이었다.


“감정노동. 그거 절대 피해야 합니다.”


신신당부를 했다.

우리나라만큼 노동자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나라도 없으니까.

그중에서도 최전선은 서비스업, 그중 전화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피합니까? 피할 수가 없는데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민원을 접수해야 하는 곳이 바로 청와대 콜센터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은 어떤 상황에 노출이 될지를 예측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 못 피합니까?”


생각만 바꾸면 된다.


“그거야 콜센터라는 게...”


서연희 센터장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물론 그녀가 걱정하는 게 뭔지는 너무 잘 안다.


“콜센터는 말 그대로 전화를 받는 곳입니다. 성희롱을 당하고 욕을 먹는 곳이 아니예요.”

“하지만 원래...”

“원래 그래왔다고 계속 그럴 겁니까?”


그럴 거라고도,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렇게 안하겠다고 말을 못 하겠는 걸까.


‘하긴. 본지 얼마나 됐다고.’


군대에 있으면 처음에는 소위도 어렵다.

하지만 상위 부대로 가게 되면 스타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너무 강하게 말했나?’


조금 얼어있는 게 느껴진다.


“이것만 명심하세요.”


난 최대한 부드럽게를 명심하며 말을 이었다.


“욕을 지나치게 하면 그냥 끊으세요. 성희롱을 해도 끊으시구요.”


그래도 되냐는 저 눈빛.


“그래도 됩니다. 청와대 콜센터라면서 응대를 그딴 식으로 하냐는 싸가지 없는 자식들 있으면 똑같이 욕을 해버리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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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견디기 힘들면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23.11.13 41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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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9 10 15쪽
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2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5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1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8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8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9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2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7 11 12쪽
»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6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2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6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80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4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8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1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3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5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5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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