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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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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2,510

작성
23.10.3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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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 대통령 직속기구

DUMMY

돈을 강제로 뜯기는 저 표정.

일부러 저러는 것 같다.


“물론 국회 동의를 얻어서 받아낼 수 있는 예산은 받아내야죠. 부족한 부분은 좀 지원을 해주시면 될 것 같은데요.”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 게 있을까요?”


물론 그게 힘들 거라는 건 잘 안다.

얻어낸다 해도 시간이 엄청 걸릴 것이다.


“일단 쓰고 동의 받아서 채워 넣으면 안 될까요?”

“뭘... 일단 씁니까?”

“에이 다 잘 살자고 하는 일인데 좀 보태주세요.”

“... 일단 한 가지씩 진행하시죠. 콜센터와 연계해서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뛸 직원들이 근무할 부처는 생각해두신 게 있으십니까?”

“기자 회견에서 언급한 내용대로 시작할 생각입니다.”

“주택국, 이민국, 암행경찰국, 인성관리국... 말씀이신가요?”

“맞아요. 예전에는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비교적 긍정적인 제도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지만 갈수록 투기의 성격이 짙어지는 전세 제도를 없앨 생각입니다. 집의 목적은 buy가 아니라 live여야 하니까요. 평생 걱정 없는 기본적인 주거권을 보장해주면 아파트값 더 오르기 전에 꼭 사야 한다는 생각은 좀 덜하게 될 테니까요. 전세를 이용한 갭투기 같은 건 생각을 덜 하게 되겠죠. 물론 차츰 전세제도 자체를 없앨 생각이구요. 그게 주택국을 만들려는 이유예요. 부처의 성격 자체가 국토교통부에 맡길 만한 일이 아닙니다.”


자본주의가 옳을 때도 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부분적으로 사회주의의 장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경제 규모가 큰 국가일수록 빈부의 격차가 갈수록 극으로 치닫고 있다는 자체가 자본주의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평생 임대주택은 내가 변호사 시절부터 막연하게 생각해오던 정책이었다.


“이민국은... 이건 말 그대로 이민자들을 대거 받아들일 생각이신가요?”

“대충 맞습니다. 지금 우리 너무 고령화 사회가 됐어요. 지금부터 정책을 잘 만들어서 아이를 많이 낳게 해봤자 그 아이들이 커서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되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이제 순혈주의 버릴 때가 됐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피부색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이 돼야 합니다.”

“음... 이건... 아마 이게 가장 극렬하게 반대가 심한 정책이 될 것 같은데요.”

“저도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뉴욕, 런던의 다양한 공기가 부럽다하면서도 정작 한국 사람하면 당연히 검은머리에 검은 눈동자여야 한다고 자연스레 생각한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많은 게 더 이상 신기한 일도 아니지만 검은 피부이거나 하얀 피부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아직도 신기하게 보는 게 현실이다.

그 인식을 깨는 건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물론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중 일부 질이 안 좋은 조선족이나 동남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상당한 것도 이유다.


“암행경찰국은요? 이것도 예전 검찰 정부에서 경찰국 신설한다고 했을 때도 말 많았는데요.”

“그것과는 다르죠 당연히. 경찰을 수족처럼 부리기 위함이 아닙니다. 안 그래도 손이 부족한 경찰력을 보충하고, 조금 더 사태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조직이예요. 명칭은 경찰국이지만 안전을 책임지기 위함이니 경찰과 소방의 업무를 병행하지 않을까 생각중이예요.”

“암행... 이건 비밀요원 같은 뭐 그런 의미인가요?”

“맞습니다. 암행순찰차 같은 거라도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인성관리국은 현장에서 발로 뛰는 부서가 아니라 연구에 매진하는 부서가 될 것이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이 땅의 사람들.

조금 더 잘 살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양보와 배려가 부족하다.

이건 정책 몇 가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벌써부터 머리가 많이 아프시죠?”

“뭐 예상은 했으니까 감당을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돈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시간도 설득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죠. 시작은 어쨌든 실행 가능한 예산이 있느냐부터 출발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말이네요. 비서실장님.”

“네.”

“대충이라도 말씀을 좀 해주시죠.”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돈 얼마나 있습니까? 한두 푼 드는 게 아닐 거예요.”

“...”

“국내재벌은 구멍가게 수준이라면서요.”


비서실장이 본인이 회귀자이며 두 번째 생에서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이리 급발진 하듯 밀어붙이긴 힘들었다.

나중에 나중에 그러면서 우선순위부터 따졌을 태니까.



###



며칠 동안 큰일이라고 할 만한 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난 거의 모든 걸 뒤로하고 비서실장과 대통령직속기구가 운영되는데 필요한 예산에 대한 릴레이 회의를 이어나갔다.

그 사이에 국정운영에 공백이 생기지는 않았냐고?

대한민국 행정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하진 않았다.

알아서 잘 굴러갔고, 난 꼭 해야 할 결제 건에만 싸인을 하며 회의에 집중했다.


“언제 이런 인력을 준비해두신 겁니까?”


이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막연하게 정책 비스무리한 것만 상상해왔고, 운이 좋아 실행에 옮겨도 될 만한 여건이 됐다.

하지만 필요한 인력까지 미리 준비를 해뒀을 줄은 몰랐다.


“최태웅 변호사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부터입니다.”


눈여겨봐둔 사람에게 미리 장학금을 지원해가면서 당장 현업에 투입해도 될 만한 고급인력으로 육성을 해놓은 상태였다.


“이야... 정말 선견지명이 대단하네요.”

“인생을 두 번 살면 보통 사람들보다는 시야가 많이 트이는 법이죠.”


대통령 직속기구는 절대적으로 우리 사람이어야 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주택국과 이민국 쪽이 예산이 가장 많이 들 겁니다.”

“주택국은 평생 임대주택 때문에 예상했는데 이민국은 왜 그렇습니까.”

“이민자룰 적극 늘리려면 돈을 퍼.주.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난 펴준다는 말에 힘을 줬다.


“퍼... 준다구요?”

“맞습니다.”


국민들 반발이 엄청날 것이 뻔히 보이는 정책이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지금 시점에서는.


“국적불문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되면 초기 정착에 필요한 경비로 매년 오천만원씩 십년간 지원할 생각입니다.”

“너무 과한 거 아닐까요? 의도는 알겠는데...”

“너무 과해야 물밀 듯 들어올 겁니다. 대신 자격에 제한을 좀 많이 둘 겁니다. 연령은 십오 세에서 이십오 세까지로. 장애는 있으면 안 되고. 당연히 이중국적 안 되고, 남녀불문 군복무 필수. 귀화 후 다른 국적 취득 금지를 의무로 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매물로 나온 토지나 건물 있으면 최대한 많이 사들이세요.”

“모조리 사들이겠습니다.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지만요.”





대통령 비서실장 김현식은 대통령의 지시에 알겠다는 말로 대답하며 며칠 전을 떠올렸다.

대충이나마 대통령이 새롭게 뭔가를 시작하려고 하면서 이럴 때를 대비해 아주 오래전부터 키워둔 인재들을 한명씩 만났다.


“대통령 의전 비서관요?”


현식이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대통령 의전비서관으로 추천을 할 사람이었다.

사실상 임명이지만 어쨌든 소개를 한 후 정식으로 대통령이 허가는 해야 됐기에, 대통령에게 선보이기 전 마지막으로 본인의 의사를 물어봐야 한다.

제안이지만 따를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래. 할 수 있겠지?”


취직 제안치고는 너무 타이틀이 거창하다.

식사자리에서 나누기엔 좀 부담스러운 대화이긴 했지만 현식으로서는 이런 시간 말고는 따로 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아...”

“왜? 겁나?”

“휴... 겁나죠.”

“왜? 넌 대통령 안 찍었어?”

“당근 찍었죠.”

“그런데 뭐가 문제야?”

“이제 막 대학졸업한 사람한테 딴 데 취직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이렇게 덜컥 청와대에 들어오라고 하시니... 겁나고 부담스럽지 않겠어요?”


물론 충분히 짐작한 바였다.

하지만 현식으로서도 물러설 수는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대통령 주변에 배치한 사람들 중에서도 적이 있는 게 확인이 됐다.

이제 아주 예전부터 알아온 사람이 아니고서는 절대 믿을 수가 없었다.


“재규야.”


현식은 조금 더 진지한 어투로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네.”

“형 좀 도와주라.”

“...”

“믿을 사람이 없어.”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이 된 대통령.

그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믿을 사람이 없다고 도와달라고 말하면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재규라고 불린 남자의 얼굴이 그 기분을 말해주고 있었다.


“휴... 언제부터 출근하면 되는데요?”


강재규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못 이기는 척 수락을 뜻하는 의사를 밝혔다.



###



현식이 미리 키워놓은 인재는 꼭 강재규처럼 아주 어릴 때부터 포섭을 한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일의 성격에 따라 베테랑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철칙은 있었다.

아무리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지만 세상엔 고지식할 정도로 원칙을 지키며 사는 사람이 많다.


“공부는 많이 해두셨습니까?”

“공부만 열심히 할 수 있게끔 해주시지 않았습니까.”


한 채만.

국토부 쪽에 근무를 한 이력이 있는 사람이다.

부서 내 비리를 폭로하다가 좌천을 당했고 결국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공직을 떠났던 사람.


“학생들 본분이 공부를 하는 거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데요 뭐.”

“하하하. 전 학교 때도 노는 거하고는 담을 쌓고 산 사람이라서요.”

“이제 일을 시작할 때가 됐습니다.”

“네. 정말 많이 기다렸습니다.”


채만은 오래 기다렸다는 표정으로 밝게 말했다.


“정말 많이 기다리셨어요?”

“그럼요. 꽁돈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게 정말 이유도 없는 거라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르니 겁이 나는 법이니까요.”


현식은 채만을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을 돈이 엄청나게 많은 기업가라고 소개했었다.

나중에 할 큰일을 위해서 좋은 인재를 미리 선점하려고 하는 거라며.


“그래서 제가 뭘 해야 하는 겁니까?”


채만은 앞에 놓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저랑 청와대로 좀 들어가셔야 되겠습니까?”

“쿨럭! ... 어디라구요?”

“청와대입니다.”

“... 후... 생각했던 것보다 좀 스케일이 크네요. 저는 어디 회사에 영입이라도 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어디서 무슨 일 하는지는 잘 아시잖아요.”

“청와대에서 나온 뒤에 따로 사업이라도 하시는 줄 알았죠.”


한 채만.

그는 대통령이 구상중인 평생임대주택 관련한 사업을 도맡아 진행하게 될 것이다.


“실례합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고 몇 명이 더 도착했다.


“저분들은...”


채만이 이어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현식에게 물었다.

함께 일할 사람들이냐고 묻는 표정이었고, 현식은 고개만 끄덕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서연희입니다.”

“저는 민중입니다.”

“류시민이라고 합니다.”

“유교입니다.”


현식은 모인 사람들이 인사를 나누는 동안 기다렸다. 이미 현식과 개별적으로 만나 얘기를 마친 사람들이었기에 각자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함께할 사람들인 걸 서로가 안다는 표정들을 지었다. 현식과 함께 이 사람들과 함께 내일 바로 청와대에 들어가야 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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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9 10 15쪽
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2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5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1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8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21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8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8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2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7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5 11 12쪽
»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2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6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80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4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8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1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3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5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5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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