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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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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3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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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2,510

작성
23.11.0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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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0) 아직 살만한 세상

DUMMY

서울 광남 경찰서. 밤10시 서장실.


“그냥 풀어 주라구요?”

“그래.”


캄보디아 출신 귀화 한국인 배달민족.

단순폭행으로 잡혀 와서 이제 서른 시간정도 된 상태였다.


“그냥 얼굴 한 대 때린 거라며. 지 와이프 성추행당하는 거 눈앞에서 보고.”

“그렇죠.”

“별 것도 아닌 걸 왜 아직 안 풀어주고 있냐?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어?”


강영만 형사는 오히려 서장이 별것도 아닌 일에 간섭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캄보...”

“귀화해서 정식 국적 취득한 사람이라며?”

“그렇죠. 그렇기는 한데...”


실적으로 독촉을 당한 게 며칠 전이다.

그래서 의욕적으로 하고 있는 건데.


“그래도 때린 건 사실이잖아요. 증거도 떡하니 나왔고.”

“성추행 한 것도 사실이라며? 증거도 떡하니 나왔고?”

“그렇기는 한데... 그 사람은 변호사까지 나타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하려는 찰나였다.


“이자식이 큰일 날 소리 하고 있네? 너 텔레비전에 토론하는 거 안 봤어?”

“네?”

“군대안간 검은 외국인은 풀어주고 자원봉사까지 다니는 착한 귀화 한국인은 잡혀 있다고 지금 여론이 안 좋아.”

“아니, 그걸 왜...”


어차피 변호사까지 데리고 오는 빽 좋은 놈이면 잡아와도 풀어주라고 하면 풀어주는 게 관례 아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간 해온 대로라면 캄보디아 출신 귀화 한국인을 배려해줄 이유 같은 건 없어보였다.


“아니 그래도 좀 더...”


강영만이 조금 더 비벼보려고 할 때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서장의 호통에 강영만은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조심해야 될 때라고 임마! 너 이 새끼 나 옷 벗는 거 보려고 그래!”



###



“그 사람 잡혀 왔다구요?”

“네. 고향에 가 있던 걸 체포해서 지금 광남 경찰서에 와 있다네요.”

“와...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될 수가 있는 거죠?”


경찰서까지 와서 맞고소를 하겠다며 으름장을 놨지만 변호사를 불렀다.

그 후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는 없다며 풀어줬다.


“글쎄요. 세상이 이제 좀 똑바로 돌아가려나 보죠.”


눈앞의 변호사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차남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합의하겠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 사람 늘 그렇게 자잘한 사고를 쳤는데도 돈이며 인맥이며 어떻게든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거든요. 그 집안 나름 빵빵한가 봐요.”


빵빵하다...

그 말이 요즘처럼 부러웠던 적이 없었다.


“혹시 개인적으로 합의하자며 접촉해오더라도 절대 들어주시면 안 됩니다.”

“그래야 될까요?”


차남은 막상 남편이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 상태로 며칠이 지속되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물론 그래야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니까요.”

“그렇죠... 그런데 주변에 얘기 들어보니까 쌍방이면 합의를 하는 게 그래도 좋...”

“쌍방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배달민족씨는 죄가 없어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변호사.

두 번째 만남이라 처음처럼 낯설지는 않지만 여전히 차남에게는 딴 세상 사람 같다


“그게 가능할까요...”


차남은 아직도 영 자신이 없었다.

차남이 본 세상은, 이 나라는 늘 그랬으니까.

사람을 죽여도 심신미약으로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사람을 차로 치어도 초범이라고 벌금 몇 백.

하지만 자신의 여자를 지키려다 상대방을 한 대 때리기라도 하면 징역형.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일어나는 건 본적이 없고, 없던 기적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아, 그러고 보니...”


변호사는 갑자기 중요한 걸 놓쳤다는 표정을 했다.


“네? 왜요?”

“그거부터 말씀을 드려야지 하고 있었는데. 제가 요새 너무 바쁘다보니...”


우우웅.


“무슨 말씀... 아! 잠시만요! 이게 어떻게 된...”


차남은 휴대폰의 발신자를 확인하며 놀란 얼굴이 됐다.

변호사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전화를 받기를 권했다.


“여보?”

-응, 여보. 나야. 당신 지금 어디야?

“당신은 지금 어딘데? 전화를 어떻게 하는 거야? 설마...”


차남은 그 말을 하며 앞에 있는 변호사를 쳐다봤다.


-나 지금 경찰서에서 나와서 집에 가려고 버스 기다리는 중이야. 나오자마자 바로 전화한 거야. 당신한테 알려주고 싶어서.

“맙소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차남은 남편과 몇 마디를 더 나눈 뒤 변호사를 쳐다봤다.


“그거부터 말씀드려야지 했던 게 바로 그거였습니다.”

“네? 아...”

“말씀드렸잖아요. 무죄라고. 검찰로 넘어가지도 않을 거라고.”

“그래도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차남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변호사가 자신 있게 걱정 말라고는 했지만, 남편은 여전히 경찰서에 잡혀 있다.

대통령실에서 직접 지시를 해서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받고는 있지만 남편이 풀려나기 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계속 있었다.


“사실 제가 별로 할 일이 없었어요. 혹시 천분 토론 보셨어요?”

“네? 아뇨. 그건 왜...”

“이따 집에 가면 남편분하고 한번 보세요.”


정치인들 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프로그램 아니었던가?

그거랑 남편이 풀려난 거랑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경찰이 아무래도 눈치를 많이 본 모양입니다.”

“경찰이 눈치를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차남이었다.


“좀 희귀한 사건이니까요. 어쨌든 국민들이 배달민족씨가 무죄라고 편들을 많이 들어주시네요. 세상이 많이 달라졌나 봐요. 아직 살만한 세상인가 봅니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남편의 편을 들어줬다는 말에 차남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 내렸다.



###



청와대.


“할 것도 많아 죽겠는데 국정감사라니.”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라는 말을 매번 강조하는 나지만, 정작 난 내가 아니면 처리가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보니 끼니 거르는 게 다반사였다.


“근데 언제 이걸 다... 설마 사고 났을 때부터인가요?”


내가 하는 일들.

대부분이 국회에서 예산 승인이 안 되는 일이다.

설령 승인을 얻어낸다 하더라도 그때까지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대통령 직속기구에 관련된 일들은 관련 예산이 비서실장의 사비로 충당이 되고 있었다.


“아닙니다. 전부터 계획해오던 일입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너무 빤했으니까요.”

“이야... 그래도 이건... 예술이네요.”


난 비서실장이 해외에서 국내에 투자하는 명목으로 들어오는 자금의 투입경로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누가 봐도 아무 말 못할 수준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런데 이거 비서실장님 말고 다른 쪽의 자금도 혹시 있는 거 아닙니까? 그게 아니면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기업이나 투자사 이름을 이렇게...”

“전부 제 주머니에서 나온 겁니다.”

“이렇게 다국적으로 회사가 있고 그게 다 비서실장님의 주머니라구요?”

“네. 저번에 한번 물어보셔서 말씀을 드렸잖아요. 방산, 석유, 자동차, 제약, IT, 금융등등. 다 있다구요.”

“와...”


절반은 장난 일거라 생각했다.

재벌이 구멍가게로 보이고 나라를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말을 그대로 믿기에는 너무 어마어마하다 생각했으니까.


“로스차일드라고 들어보셨죠?”

“로스차일드요? 아 그... 세상에 잘 안 알려진 금융재벌 말씀하시는 거죠?”

“로스차일드는 처신을 잘못해서 너무 많이 알려졌죠. 당장 유투브만 봐도 로스차일드 관련 영상이 많습니다. 더 이상 베일에 싸인 가문이라고 볼 수도 없죠.”

“그 말씀은...”

“세상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모르는 게 많습니다.”

“비서실장님의 지갑 속 사정 역시 그런 건가요?”


그 말에 비서실장은 말없이 슬쩍 미소만 지었다.


“그 건은 어떻게 됐습니까?”


배달민족이라는 귀화 한국인이 풀려났다는 말은 이미 들은 터였다.

내가 궁금한 건 나쁜 놈에 대한 처벌이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국민연합당 권혁수 대표가 면담을 요청해왔는데요.”

“그래요?”


국민연합당 대표이자 대선전부터 최대 라이벌.

물론 김현식이라는 사람이 내편이 되고나서부터는 라이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격차가 많이 벌어졌지만.

어쨌든 대통령인 내가 일을 하려면 법에 손을 대는 일이 잦을 것이고, 내편하나 없는 상태에서 야당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뭐, 협조를 해주지 않아도 방법이야 많겠지만.


‘그런데 타이밍이 좀 애매한데.’


너무 갑작스럽다고 생각한 이유는 바로 알수 있었다.


“강선문이 아버지가 국민연합당 의원이거든요.”

“그건 아는데. 일개 소속 의원의 아들 문제를 왜 당대표가 나서서 굳이...”

“강선문 의원... 허수아비지만 나름 다섯 번씩이나 해먹고 있는 베테랑 정치인입니다.”

“면담 요청 거절하세요.”


만나고 대화를 해봤자 결론은 어차피 변함이 없다.

난 그들을 벌을 주려고 하는 중이고 반드시 그럴 거니까.



그리고 며칠 후.


“역시나네요.”


심신미약이라는 단어를 없애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병을 알아서 사람을 찔러 죽여도 심신미약, 술을 먹고 운전하다 사람을 치어도 심신미약, 마약을 해도 심신미약.

대체 누가 처음 만들어낸 단어일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다.”


물론 강선문은 그간의 여죄가 누적되어 징역을 살게 하는 건 가능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작 이년을 구형했을 뿐이었다.

이년에는 여러 가지가 반영이 됐을 거다.

엄청난 강력범죄는 없지만 자잘한 비슷비슷한 죄를 여러 번 저질렀다는 것, 거기다 사건에 대한 국민의 여론도 흉흉하다.

하지만 전과가 없는 초범이라는 점, 그리고 심신미약, 그리고 정계와 검찰의 커넥션.


“역시 법보다는 돈과 주먹이 빠를 것 같습니다.”

구형이 이년이면 선고는 집행유예가 떨어질 가능성도 높았다.

무죄로 풀려난 피해자와 그의 가족을 걱정해야 될 타이밍이다.


“일일이 경호원을 붙여줄 수도 없고... 정말 교도소가 아니라 섬에 가둬버려야 하나? 비서실장님 무인도 알아보신다던 거 어떻게 됐습니까?”

“아. 정말 무인도에 잡아두시게요?”

“엥? 비서실장님이 그러셨잖아요.”


빈말이었던 건가?


“아직 어떤 섬으로 할지 결정이 난건 아닙니다.”

“아,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나요?”

“그건 아닙니다. 비싸기야 서울 아파트가 비싸겠죠.”

“그럼 뭐가 문제인건데요?”

“아무래도... 해외의 무인도를 알아봐야 되니까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게 문제입니다. 일단은 매물이 나와야 되는데 그게 쉽지는 않으니까요.”


하긴 무인도라는 것도 국가 영토의 일부다.

영유권 등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사유화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해서 나도 모르게 이상한 기대를 했나보다.


“배달민족씨 가족들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못 나오게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방법이 있으세요?”

“팀하이드에서 죄라는 죄는 탈탈 털고 있습니다. 아마도...”

“아마도?”

“네. 꽤 오랫동안 못 나올 겁니다. 묻혔던 죄가 계속 드러나고 재판은 끝없이 이어질 테니까요.”


일단은 이렇게가 최선인가.

할 만큼 했다고 만족하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되는 자리가 대통령이라는 자리다.

하지만 일단 급한 불은 껐으니 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다른 일거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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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 주차민원과 공무원 23.11.12 431 10 12쪽
27 (26) 생방송 토론 23.11.12 458 10 15쪽
26 (25) 대통령의 면접 23.11.11 461 11 12쪽
25 (24) 공무원 비슷한 거 23.11.11 454 9 12쪽
24 (23) 듣도 보도 못한 정책 +1 23.11.11 490 11 12쪽
23 (22) 일 똑바로 하세요 +1 23.11.10 497 10 13쪽
22 (21) 국정이 뭐 별거 있습니까 23.11.09 524 13 13쪽
» (20) 아직 살만한 세상 +1 23.11.08 548 11 12쪽
20 (19) 정부는 약자의 편에 23.11.07 527 11 13쪽
19 (18) 검은머리 외국인 +1 23.11.06 533 12 12쪽
18 (17) 개인을 소홀히 하는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23.11.05 558 11 12쪽
17 (16) 나 한국 살암입니다 23.11.04 551 12 11쪽
16 (15) 국번없이 012 +1 23.11.03 568 12 11쪽
15 (14) 암행경찰 +1 23.11.02 596 11 12쪽
14 (13)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3.11.01 615 11 12쪽
13 (12) 대통령 직속기구 +1 23.10.31 691 11 12쪽
12 (11) 청와대 콜센터 23.10.30 666 13 11쪽
11 (10) 국가가 책임지고 +1 23.10.29 679 11 12쪽
10 (9) 인생을 두 번째 사는 남자 +1 23.10.28 713 15 12쪽
9 (8) 나쁜 놈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23.10.27 727 12 12쪽
8 (7) 촉법이고 나발이고 +1 23.10.26 721 10 12쪽
7 (6) 학폭 관여 +1 23.10.25 841 10 13쪽
6 (5) 까라면 까세요 23.10.24 802 10 12쪽
5 (4) 대통령에 대한 시위 +1 23.10.23 874 9 12쪽
4 (3) 한줄기 빛 +1 23.10.22 911 10 12쪽
3 (2) 전투의 시작 +1 23.10.21 1,044 12 13쪽
2 (1) 낭만 대통령 +2 23.10.21 1,18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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