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542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2.12 23:55
조회
99
추천
0
글자
9쪽

모두가 잠든 시간에 잠들다

DUMMY

이겼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쭐거리고 있는 흡혈귀에게 선호가 일침을 날렸다.


“타인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전부 위선자라고 한다면,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누가 옳고 그른지 생각하기엔 선호와 흡혈귀의 삶의 방식이 너무나도 달랐다.

선호는 피투성이 성은을 떠올렸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데, 단지 다른 사람이라는 이유로 이해해줘야 하기엔 세상이 너무 가혹했다.

그래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중 적어도 하나는 절대 깨선 안 되는 규칙이라고 여기고 말했다.


“난 적어도, 사람을 죽이고 멀쩡한 놈은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


흡혈귀는 표정으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주먹을 꽉 쥐었다.

수준이하인 짐승이 자신을 비하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차피 이왕 죽이고 다닌 거, 예정보다 한명 더 죽인다고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았다.


“쉭!”


흡혈귀의 손톱이 허공을 가로질렀고, 선호는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진 흡혈귀 때문에 어쩌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읏..!”


다리가 욱신거린 것과 동시에 선호가 주저앉았다.

흡혈귀는 선호가 쓰러지자마자 뒤에 다가가 목에 손톱을 들이대었다.

손톱이 목에 살짝 파고들어 피가 새어나왔다.


“마시려면야 마실 순 있지만 내가 피를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으니 말이야.”

“..후,,”


이 상황 속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선호는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목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닿아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흡혈귀가 그럴 마음만 있었다면 자신은 진작 목이 떨어졌을 것이었다.

선호가 바로 죽지 않은 이유는 흡혈귀의 궁금증 때문이었다.


“청소장과 무슨 관계지?”

“..청소장?”

“흰색 앞치마에 대걸레 메고 다니는 괴상한 취미의 처녀귀신 말이야.”

“아.....”


선호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과연 대답에 따라 흡혈귀가 자신을 비롯해 수민을 살릴 것인가 머리를 굴렸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

“대답이나 해. 시간 끌 생각하지 말고.”


선호는 흡혈귀와 청소장이 무슨 관계인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청소장이 흡혈귀를 싫어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행동이 시간 끌기처럼 보인다는 사실에 흡혈귀가 빨리 움직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추측했다.

선호는 흡혈귀가 홧김에 자신을 죽이지는 않으면서도 계속 궁금해 할만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원수지. 그 귀신이나 나나 서로 상대방이 없었으면 하거든.”


시간을 끈다면 청소장이 올지도 몰랐다.




현석은 다급하게 수민의 자취방으로 향하는 청소장을 뒤따라갔다.


“흡혈귀가 뭘 했다고?”

“뒤통수쳤어요. 이미 아저씨랑 저 빼고는 전부 귀신의 집에서 몸 사리고 있다고요. 제령사들도 흡혈귀 때문에 쫙 깔려서..!”


청소장은 자취방 앞에서 선호의 목에 손톱을 대고 있는 흡혈귀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때문에 현석의 몸 곳곳에 생긴 화상에 대해 물어볼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동시에 청소장은 선호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자신을 생각하고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그래, 그 때랑은 많이 변했고 죽길 바라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


청소장은 흘깃 수민의 자취방이 있는 곳을 보고 흡혈귀와 선호에게 집중했다.


“수민이는 무사한 것 같네.”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흡혈귀와 대치하려는 청소장을 보고 현석은 일단 선호를 구하자고 생각했다.


“일단 저 애부터..”

“그럴 필요 없어요.”

“무슨 소리야? 너 아무리 인간이 싫어도..”


한편 흡혈귀는 청소장과 현석이 말싸움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선호의 말이 사실이든 뭐든, 선호말대로 청소장은 선호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선호는 청소장에게 부모를 잃었으니 이제 자신이 확인할 것은 두 가지였다.


“그럼 넌 여기 왜 있었던 거지?”

“저 귀신의 친동생이 여기 살거든. 상황을 봐서.. ..저 귀신에게 복수하고 싶었을 뿐이야.”


선호는 최대한 사실만을 말하는 것으로 흡혈귀에게 의심을 사지 않으려했다.

흡혈귀는 목소리가 약간 떨리긴 했지만 죽음에의 공포 탓에 그럴 수 있다고 여겼다.

선호의 말을 믿기 시작한 것이었다.


“제령사와 손을 잡은 이유는?”

“당연히 제령시키고 싶은 귀신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네.”


흡혈귀는 선호의 목에서 손을 거두었다.

선호는 목에서 무언가 흐르는 느낌이 나자 반사적으로 닦았다.

손에 피가 묻어나왔다.

선호는 피를 한 번 보고 흡혈귀를 보았다.

흡혈귀가 어깨를 으쓱했다.


“너는 지금 이렇게 죽이기엔 아까워. 원하는 대로 저 귀신에게 복수할 시간을 주지.”

“...”


선호가 잔뜩 경계하고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흡혈귀가 턱으로 청소장을 가리켰다.


“뭐해?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고.”


한편 청소장은 현석과 말싸움을 계속하면서도 흡혈귀와 선호에게의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흡혈귀가 선호를 놓자마자 선호의 상태를 살폈다.


‘어떻게 잘 구워삶은 건가? ..다리를 다친 것 같은데.’


한쪽다리에 힘을 실어 엉거주춤하게 선 선호는 싸움을 종용하는 흡혈귀를 한 번 봤다가 청소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현석은 갑자기 변한 분위기에 말을 멈췄다.


“대체 왜 안 구하겠다는..”

“아저씨.”


청소장은 최대한 목소리를 죽여 흡혈귀에게 들리지 않도록 현석에게 말했다.


“기억은 다 돌아온 거죠?”

“어? ..어..”


현석은 갑자기 청소장이 왜 이러나 싶었다.

상황을 보니 선호를 앞에 두고 흡혈귀가 뒤에 있고, 청소장이 서서히 몸을 선호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저 남자는 흡혈귀가 인질로 잡은 거 아니었나? 이 녀석 설마 싸우려고..’

“상황 봐서 가세해 주세요.”

“뭐?”

“파악!”


현석이 제대로 대답하기도 전에 선호는 하얀 종이를 청소장 쪽으로 날렸고, 청소장은 그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선호 쪽으로 돌진했다.


“슈욱! 슥..”


청소장은 빠르게 날아가는 종이를 가볍게 피하고, 그 속도 그대로 선호도 지나쳤다.


“..콰악!”


하지만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흡혈귀는 청소장의 주먹을 붙잡았다.

주먹과 주먹을 잡은 손을 사이에 두고 흡혈귀와 청소장의 시선이 얽혔다.

청소장은 도약한 모든 힘을 주먹에 쏟은 상태였다.

지금 상황에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힘으로 쳐도 흡혈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팔 뜯기려고 일부러 찾아온 건 아닐 텐데.”


흡혈귀의 도발에 청소장이 피식 웃으며 흡혈귀가 했던 말을 조금 바꿔 반복했다.


“불이 몸을 집어삼키면 어떻게 될 거 같아? 살려달라고 애원할까? 그럴 여력도 없으려나.”

“..무슨..”

“피해!”


뒤에서 선호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청소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땅 속으로 사라졌다.

흡혈귀는 그제서야 코앞까지 다가온 종이를 발견했다.

청소장의 몸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툭!”


아무것도 써져있지 않은 종이는 그대로 흡혈귀의 어깨에 부딪혔고, 파랗게 타오르며 흡혈귀를 어깨부터 태우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는..!”


하지만 기껏해야 이틀 배운 제령술에서 나온 불이었다.

세차게 타오르던 것도 잠시, 흡혈귀가 손으로 툭툭 치자 불은 금방 사그라들고 말았다.

흡혈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긴 했지만 금방 상황파악을 하고 선호에게 매서운 시선을 날렸다.


“거짓말이었구나!”

“거짓말 아닌데.”

“죽ㅇ..!”

“덥석”


흡혈귀는 선호에게 달려드려 했지만 발목이 잡혀 멈칫했다.

내려다보니 청소장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게!”

“아저씨!”

“꽈악..!”

“놔!”


아직 힘을 잘 조절하지 못해 청소장이 투명화해서 데리고 온 현석이 흡혈귀를 뒤에서 꽉 안았다.

흡혈귀는 바로 떼어내려 했지만, 생전의 기억과 미련을 되찾아 청소장만큼이나 강해진 현석을 바로 떼어낼 순 없었다.


“태워요!”

“화아악!”


현석을 죽였던 그 집의 화재처럼 맹렬한 불꽃이 타올랐다.


“으아아아아!”


불에 타긴 했지만 그 재생력 때문에 흡혈귀는 고통스러워할 뿐,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재생력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셔두었던 피가 고갈되면서 재생되는 피부도 점점 주름져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근 10년간의 모습처럼 변했다.


“으아.. 아..”


흡혈귀는 마치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청소장에게 손을 뻗었다.


“...”


청소장은 그 처절한 모습을 아무 말 없이 눈도 깜박이지 않고 지켜보았다.

현석은 흡혈귀가 더 이상 발악할 여력도 없다는 것을 알고 몸을 떼었다.


“털썩, 파삭..”


붙잡고 있던 힘이 사라지자 흡혈귀는 그대로 땅에 엎어졌고, 그 충격에 몸에서 마치 재가 떨어지는 것처럼 가루가 떨어져 나왔다.

마치 용암을 머금은 것처럼 흡혈귀의 갈라진 피부 사이로 뻘건 불이 새나오다 이내 그 불마저 서서히 꺼지기 시작했다.


“죽고 싶지.. 않아..”

“...그게 니가 그동안 무시한 사람들의 목소리야.”

“..툭”


결국 흡혈귀는 마지막 구원을 구하다 차가운 시선만 받으며 재로 변했다.

청소장을 비롯해 선호, 현석은 한동안 말없이 잿더미를 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큰 스토리 하나가 끝났습니다.

흡혈귀가 안고 있는 이야기도 많지만, 아마 당분간은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여력이 된다면 본래 연재일과는 다른 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의 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6 집념 17.12.06 72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3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2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80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3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1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7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2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3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9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4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2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6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4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7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40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3 0 9쪽
49 도박 17.10.07 40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6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3 0 8쪽
46 기회 17.09.26 37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4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2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4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31 0 14쪽
41 대화 17.09.08 38 0 7쪽
40 발악 17.09.05 33 0 9쪽
39 망상 17.09.01 35 0 8쪽
38 들러리 17.08.29 40 0 9쪽
37 이념 17.08.25 47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