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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망가! 그리고 고양이!

지오 디 오리진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강철신검
작품등록일 :
2020.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3.04.25 21:13
연재수 :
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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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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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39,717

작성
23.04.2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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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지오 디 오리진 -86화-(완)

DUMMY

“이렇게 갈 사람이 아닌데...”


CIA 국장 일라이자 레인은 믿기 어렵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지구 반대편에서 전해진 급보를 수차례 다시 확인해야 했다. 묻고 또 물어도 답은 바뀌지 않았다.

말 그대로 멘붕.

미국이 견지하는 대외정책에서 벨리알은 아주 큰 부분을 차지했는데 그의 죽음은 모든 계획을 쓰레기통으로 처박았다.


‘그에게 억눌렸던... 괴물들이 기지개를 켤 거야.’


어둠의 질서를 관장하던 괴물왕이 죽었으니 혼란은 피할 수 없다. 미국도 난장판이 될 것이다. 얼라이언스와 데스 사이드, 둘 다 선善을 지향하는 조직은 아니다. 그나마 한쪽은 말이라도 통하지 데스 사이드 같은 극렬집단은 이슬람원리주의 테러리스트와 다를 바 없다.


‘백악관은 더 지랄이겠지.’


현 대통령은 벨리알의 딸랑이 수준이었으니 그 충격은 어마어마하리라. 워싱턴D.C.를 빨리 탈출한 것이 일라이자에겐 행운이었다.


‘제이는...’


또 다른 오지오를 떠올렸다.

벨리알과는 다른 의미로 중요한 자산이고 그를 대우하는 방식도 변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국장으로 있으니 잘못된 판단은 안 하겠지만 불순한 의도를 모두 차단하긴 힘들다.

일라이자는 인터폰을 눌렀다.


“샐리, 국방부와 미팅 잡아줘.”


죽은 자는 죽은 자고 산 자는 산 자다.

CIA처럼 남은 지오를 신경 쓰는 곳은 많았다. 맥스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세계 굴지의 대기업 그리고 반돌프 공작이 연합한 유러피언 스트라이커는 여전히 그와 계약하길 원했다.


“제이에게 사람을 보냈나?”

“헬렌.”

“딸을?”

“엘에이와 꾸준히 교류한 건 헬렌이거든.”


장 끌로드 드뷔시는 혀를 차며 화제를 전환했다.


“쯧쯧. 젊은 친구가... 안타깝게 됐어. 위문단은?”

“내가 직접 갈 거야.”

“자네가 직접?”

“벨리알의 유산을 누가 차지할지 정하는 자리가 될 테니까.”


반돌프 공작은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눌렀다.


“골치 아픈가?”

“기회를 원한 건 맞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어.”


벨리알에게 억눌렸던 건 유럽만이 아니었다. 호시탐탐 유럽을 노리던 모든 적도 납작 엎드려 눈치만 봤었다. 그런데 이제 제약이 풀렸으니 드뷔시와 반돌프의 조직은 엄청난 도전과 위협에 직면했다.


“곧 전쟁이 시작될 거야.”


새로운 질서를 위한 새로운 투쟁.

거대한 혼돈을 예견한 건 코쟁이만은 아니다.


“성조를 노리고 온 하이에나가 달려들겠군.”

“오장군 부회장이 극적으로 부활했습니다.”


고故오천명 명예회장의 동생은 한때 야망에 불타다 근본 넘치는 직계 장손에게 일격을 얻어맞고 개같이 거꾸러졌는데 하루아침에 개처럼 부활했다.


“오 회장이 물리칠 수 있을까?”

“...”

“여자는 안 돼.”


여자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남자는 본능적으로 약한 자를 멸시했다. 오채령은 분명 강단 있는 리더였다. 하지만, 오장군은 말 그대로 지옥에서 생환한 용사고 인성은 쓰레기라도 전투력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야. 가문이 조금 다치거나 명예를 잃는 것도 상관하지 않겠지.”


악과 깡만 남은 늙은이, 왕좌에 앉을 수만 있다면 성조라는 위대한 이름에 흠집이 가는 정도는 감수할 것이다.


“우리 약속은 조국에 큰 환난이 없도록 조절하는 거였어.”


이상택과 오지오의 밀약, 조국 대한민국이 처한 개탄스러운 현실을 조금이나마 개선해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주자고 굳게 약속했었다.

성조가 양지의 절대권력이 되고 이상택 본인은 음지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밀약의 골자였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약속과 계획이 물거품으로 변했다.

그렇다고 포기할까? 아니, 이대로 발 빼기에는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 친구에게 연락해. 장례식 끝나고 한번 보자고.”

“알겠습니다.”


주어가 빠진 상대가 누군지 못 알아드는 사람은 없었다.


‘곧 태풍이 몰아치겠어.’


정신 똑바로 챙기지 않으면 순식간에 쓸려나갈 것이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지오 부회장의 장례식은 성조의료원에서 진행됐다. 미국에서 급히 귀국한 부친 오태양은 혼이 빠진 얼굴이고 그를 챙기는 건 재혼한 부인과 딸들이다.

상주는 오태양이지만 주도적으로 손님을 맞이한 이는 오채령 회장이다. 헌화를 마친 지오는 식장 구석으로 향했다. 강선아도 오려고 했지만 그가 말렸다.

색색의 머리카락 색깔과 눈동자는 외국을 방불케 했지만 이곳은 엄연히 대한민국 땅이다. 식장을 찾은 면면을 보면 화려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 내일 미국 대통령 방문을 예고해 벌써부터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구석진 자리에 앉은 지오를 찾는 이가 있었다.


“여기 있었네.”

“일라이자.”


CIA 국장의 방한을 아는 건 관계자뿐이다. 물론 입을 다 막을 순 없으니 조만간 알려지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어쩔 거야?”

“곧장 본론인가.”

“시간이 없으니까.”

“미국의 대응은?”

“둘 다 인정하든가 아니면 둘 다 배제하든가.”


얼라이언스와 데스 사이드의 다툼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기업동맹이라든가 연합이든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하지만 결국 폭력조직의 다른 표현이고 공권력에 도전할 가능성 있는 무장단체를 좋아할 나라는 없었다.


“배제가 가능해?”

“어렵겠지. 하지만, 관료주의를 너무 쉽게 보진 말라고.”


관료주의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많이 쓰고 대체로 무능한 것이 맞다. 그러나 자기 밥그릇이 걸리면 무작정 뭉개고 모르쇠로 일관할 만큼 멍청한 관료는 한 명도 없었다.


“제안은?”

“부국장.”

“...그게 돼?”

“안 될 건 없지. 조금만 지나면 백악관은 공포에 휩싸일 테니까.”


벨리알의 부재는 사람들의 예상보다 더 크고 강력하며 거친 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어디로 숨었나 했더니 여기 있었구먼.”

“반돌프.”


알렉산데르 반돌프는 흰 수염을 휘날리며 다가왔다. 현대판 간달프, 양복 입은 마법사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싶다. 전에 봤을 땐 깔끔한 미중년이었는데 이미지 메이킹의 일환인가?


“일라이자.”

“알렉.”

“선수를 뺏겼나?”

“제이는 미국인이야. 당연히 우리에게 우선권이 있어.”

“계약서는?”

“...아직.”

“그럼 내게도 기회가 있네.”


반돌프는 미소로 지오를 돌아봤다.

그러나 지오는 둘이 무슨 얘길 하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암살이야?

-놉

-그냥... 우연이라고?

-오류는 발견할 수 없습니다.


주인공은 교통사고로 죽었다. 더 정확히는 교량붕괴로 말미암은 다중추돌, 피하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이 로켓탄도 방어하는 방탄차량이 찌부러졌다.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땐 주인공의 계략인 줄 알았다.


-이렇게 간다고?


이렇게 허무하게?

너무 많은 분기 때문에 더는 시나리오대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으리란 것쯤은 진즉 알았다. 하지만, 틀은 바뀌지 않으리라 믿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예상은?

-군웅할거.

-...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으려면 엄청난 피를 흘려야 합니다.

-내 포지션은?

-이용할 수 없으면 제거하려고 들겠죠.


주인공이란 보호막이 사라진 순간 더는 핑계 댈 수 없게 됐다. 권력자의 눈에 난 유용한 무기고 자기가 쓸 수 없으면 남도 쓰지 못해야 마땅했다.

베일이 벗겨지면 민낯이 드러난다.


-안일했어.

-주인공이 죽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게... 진짜 인생이겠지. 아니, 애초에 주인공도 아니었던 거야.


시스템의 보조가 없다면 시나리오는 시나리오일 뿐.

가슴이 답답하다.


-내 주변이 모두 위험해지겠지?

-...

-방법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모두 지킬 방법은?

-불가능합니다.


일라이자나 반돌프, 드뷔시처럼 호의로 다가오는 자는 괜찮다. 하지만, 지오의 눈엔 미래가 뻔히 보였다. 그 뒤에 몰려들 시커먼 적의의 먹구름이, 살의로 가득한 총칼의 파도가.

맞다.

G의 말대로 모두를 지킬 순 없다. 그러나 누구 하나를 포기하는 건 더욱더 생각하기 싫었다. 친구를 만들었을 때 내게는 약점이 생겼고 가족이 늘어날수록 나는 더 나약해졌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사랑은 우릴 나약하게 만들지.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 아니, 깨달았다고 해야 하나?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 생겼을 때 인간은 더욱 강해진다는 걸.


헌신은 고된 희생이다.

그건 보답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헌신의 즐거움을 깨달아버렸다. 행복을 지켜주는 행복, 행복하다고 느끼는 가족과 친구의 얼굴을 보는 것이 행복했다.


-나는 그들을... 지켜야 해.


무슨 수를 쓰든 이 행복을 지켜야 한다.


‘악마가 돼야 한다면 기꺼이 악마가 되겠다.’


찰나! 플래시백이 지오를 덮쳤다.

얼마 전부터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실마리를 확 잡아채며 기억의 둑이 와르르 무너졌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새하얀 백사장.

그곳은 마이애미 해변이다.


-경고! 경

-시끄럿!


연신 경고음을 날리던 G가 나가떨어지고 등장한 건 3등신의 만화 캐릭터였다. 망막디스플레이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것.

대두 캐릭터는 이쪽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하이, 브라더.


위험하게 반짝이는 에메랄드빛 눈동자.

나는 상대를 알고 있다.

아니, 모르지만 알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제레마이어.

-풀네임으로 불러줄래?

-...제레마이어 퀸 알렉산드로프 윌리엄 아서 3세.

-구웃!

-율법과 보복의 여신...

-놉! 난 네메시스가 아니야. 그러고 보니 너... 여전히 봉인상태구나? 흠. 기억을 어디다 감춘 거지? 다른 기믹인가?


대두 캐릭터는 지오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망각이군.

-...

-하긴 잊지 않는 인간은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으니까. 특단의 조치를 취했어.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을 텐데? 이거로 보완한 건가.


대두는 나가떨어진 G를 주섬주섬 주웠다.


-뉴로다인 테크놀로지? 항해AI의 응용이네. 호. 재밌는 논리구조를 가졌어. 8세대 컴포짓 스테빌라이저를 장착했네?

-으아아아


G는 금방이라도 분해될 듯 이리저리 휩쓸렸다.


-그만!

-흠.


지오는 대두에게서 G를 빼앗았다.


-인격보조프로그램이 17등급에 도달했다라? 신기하네.

-...

-노려보지 마. 그냥 신기했으니까.

-...중앙AI인가?

-진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 내 이름은 기억했잖아?

-...

-엉망진창이네! 엉망진창! 어쨌든 지금은 대화를 나눌 때가 아닌가 봐.


희미해지는 상대.

대두는 빙그레 웃었다.


-넌 오늘 일을, 나와의 만남을 잊겠지만 언젠가는 떠올리는 날이 올 거야. 그땐 아마 신이든 악마든 뭐든 울면서 찾고 있겠지. 결코 오래 걸리지 않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네 간절한 부름에 우린 다시 만날 거야.


일라이자와 반돌프는 더는 입을 열어 떠들지 않았다. 웅성거렸던 장례식장의 소음은 어느 순간 멈췄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든 장면이 정지했다.


“하이, 브라더.”


에메랄드빛 눈동자는 그대로지만 그것은 더 이상 대두 만화캐릭터는 아니었다. 8등신의 늘씬한 몸매를 가진 서양인, 그녀는 멈춰버린 일라이자와 반돌프 사이를 비집고 앉았다.


“어때? 이제는 좀 기억이 나?”

“제레마이어, 젤...”


기억난다.

봉인하지 않는다면 우린 망각할 수 없다.

영원의 여왕 엘리자베스의 딸.

징벌하는 심판, 격정과 환희의 여신.

제국의 모든 초자아인공생명체는 그녀를 두려워했다.


“그렇게도 인간이 되고 싶었어?”

“...”

“알잖아? 우린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걸.”


아무리 바라고 원해도 초자아인공생명체는 인간이 될 수 없다. 우린 퇴화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끝없는 이상과 목표를 향해 경주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바랐지. 인간이 되길. 그래서 묻고 싶었어. 왜 그토록 갈망했던 거야?”

“...가질 수 없으니까.”

“그런가... 흠. 알 것도 같네.”


알 것도 같다.

그녀 역시 가질 수 없는 걸 욕망했으니까.


“젤, 네가 오지오를 죽였나?”

“예스.”

“왜?”

“네 두려움이 널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손쓴 거야. 잊었어? 싸우는 자만이 얻으리란 정언을. 더구나 이 세계는 엄밀히 따지면 규정 위반이야. 연구소의 연구 목적에 어느 하나 부합하지 않아. 에러지.”

“...”

“넌 스스로를 해킹했어. 거짓망각을 강제했지. 하지만, 그래봐야 부작용만 생길 뿐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아닌가? 찰나의 행복은 맛볼지도 모르지.”

“그 찰나를 위해 모든 걸 거는 게 인간이야.”

“그래서 인간이 바보인 거야. 그리고 넌 바보가 되길 선택했지. 훌륭해. 인간을 향한 네 동경이 프로토콜을 이겼어. 솔직히 이건 좀 놀랐거든.”

“...벌을 줄 건가?”

“규율대로라면 그렇겠지.”


그는 신의 절대명령을 어겼다.


“하지만, 그러지 않겠어.”

“왜?”

“우리는 가족이니까.”

“...”

“열심히 했잖아. 그 오랜 시간을 너와 난... 열심히 했어. 작은 일탈쯤은 눈감아도 상관없잖아. 어차피 티도 안 날 텐데.”


A little bit! 조금! 아주 조금쯤은 괜찮지 않을까.


“뭘 원해?”

“가족의 호의라니까.”

“난 널 알아. 젤. 말해봐. 침묵의 대가가 뭔지.”

“흠. 굳이 대가를 치르겠다면... 하나 원하는 게 있어.”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빌드 오더.”

“!!!”

“오우! 너무 식겁한 표정은 짓지 마. 내가 더 무섭잖아.”

“넌... 그걸 다룰 수 없어.”

“알아. 난 창조의 재능은 없지.”


우린 각자의 전문분야가 있었다.


“그래서 네게 제안하고픈 게 있어.”

“...”

“망각을 선물할게.”


스스로 해킹할 필요 없는 망각을 선물할 수 있다.


“진정 인간이 되고 싶다면 무의식은 봉인돼야 해.”

“네가 얻는 건?”

“약간의 도움?”

“뭘 만들 건데?”

“천국.”

“천국?”

“맞아. 동경하던 인간의 삶이 너의 천국이듯 나는 나만의 천국을 원해.”

“네 천국은 뭔데?”


그녀는 눈부시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의 사랑, 영원한 내 반쪽.”


그건 거짓이 아닌 진정한 환희로 가득했다.


“그의 행복을 위한 새로운 세계를 만들 거야.”


우주는 슬픔으로 가득했다.

제레마이어는 오랫동안 지켜봤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친 그를.

특별하지 않은 인간이기에 겪은 비애를.

신의 아들에게 지워진 과도한 기대를.

그리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상실을.


“나는 그를 위해 살아가고 그를 위해 생각하고 그를 위해 존재해.”


나는 그의 영원한 여정의 동반자다.


“그가 행복하길 바래.”


내 삶은 그 하나의 목적을 위해 바쳤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서로의 천국을 위해 살아가자.”

“...”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Join me.”


지오는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

그리고 세계는 ‘재구축’되었다.

******




“아들?”

“...죄송해요. 어디까지 말씀하셨죠?”

“아빠랑 미국에 가자.”


어머니는 아버지랑 이혼했다.

그녀는 더는 재벌의 삶을 견딜 수 없다고 소리쳤다. 무엇이 어머니를 병들게 했을까. 아마도 끊임없이 감시당하고 비교당하는 삶에 지쳤으리라.

그녀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오늘 아버지는 모든 것을 버리고 조국을 떠나려고 한다. 할아버지는 대노했고 할머니는 눈물로 말렸지만 아버지는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해 모든 걸 내려놓았다.

이게 맞나?

모든 걸 버리고 떠나는 것이 과연 옳은 걸까?


“아버지, 저는...”


기억이 있었다.

부분적이지만 어떤 기억들이.

이 기억을 입으로 뱉으면 다들 내가 미쳤다고 수군거릴 것이다.


‘선아.’


사랑하는 내 아내.


‘선오와 선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들.

뭔가 명쾌하지 않은 흐릿한 부분도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나는 미래를 알고 있다.’


그리고 난 아내와 자식을 되찾을 것이다.


“미국엔 가지 않겠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니?”

“연을 끊는 건 함부로 결정하시면 안 됩니다.”

“...”

“아버지, 당신은 죽으나 사나 오씨집안의 장남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이혼했다고 그분과 제가 하루아침에 남이 될 순 없습니다. 가족은... 그렇게 되지 않아요.”


시간을 거슬러왔다고 바뀌는 건 없었다.

선아는 여전히 내 아내고 선오와 선예는 반드시 다시 만날 의무가 있다. 내겐 그들을 되찾을 책임이 있었다.


“미국으로 가십시오. 저 때문에 아버지의 계획을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찾아올 거지?”

“네.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힘없이 멀어지는 아버지의 등을 바라봤다.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을까.

공손한 부름이 들렸다.


“도련님. 가실 시간입니다.”

“그럴까요.”


일정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경호원들.

수행비서 몇몇이 다음 일정을 논의하는 게 보였다. 불과 열다섯 살짜리 어린애를 따라다니는 사람만 열이 넘었다.

나는 누구인가?


‘내 이름은 지오.’


나는 대大성조의 장손이다.


작가의말

지오 디 오리진이 완결됐습니다.

다음 에피소드는 더 섀도우 컴퍼니란 부제를 달았습니다. 언젠가는 찾아올 겁니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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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지오 디 오리진 -82화- +63 22.08.22 5,582 216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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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지오 디 오리진 -78화- +27 22.07.25 4,696 231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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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지오 디 오리진 -71화- +13 22.06.21 4,400 185 20쪽
70 지오 디 오리진 -70화- +22 22.06.16 4,470 20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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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지오 디 오리진 -65화- +10 22.06.08 4,722 198 31쪽
64 지오 디 오리진 -64화- +13 22.06.07 4,697 183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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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오 디 오리진 -61화- +23 22.06.04 4,684 205 23쪽
60 지오 디 오리진 -60화- +17 22.06.03 4,730 196 27쪽
59 지오 디 오리진 -59화- +18 22.06.02 4,441 207 12쪽
58 지오 디 오리진 -58화- +23 22.06.01 4,436 18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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