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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망가! 그리고 고양이!

지오 디 오리진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강철신검
작품등록일 :
2020.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3.04.25 21:13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561,402
추천수 :
18,147
글자수 :
839,717

작성
22.06.21 18:26
조회
4,400
추천
185
글자
20쪽

지오 디 오리진 -71화-

DUMMY

내 이름은 진태형.

난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상위 0.001%다.

뭐 부모의 도움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잘 태어나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니까. 돈이 많다는 건 엄청난 강점이자 축복이다. 나보다 키 크고 잘생긴 놈, 공부 잘하는 놈, 말빨 좋은 놈 등 잘난 놈들을 손가락으로 부렸다.

어지간히 삽질하지 않는 이상 내 인생은 탄탄대로다.

집에서는 결혼하라고 성화지만 솔직히 즐기고 사는 것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가정 따위 알게 뭔가? 그런데 어느 날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생겼다.

윤소희

대한민국제일미녀로 불리는 그녀를 본 순간 내 삶은 송두리째 달라졌다. 이 나라에서 최고로 예쁘다는 평판을 얻은 만큼 경쟁자는 많았다. 하지만, 어디서 돈으로 밀려본 적은 없었다.

문제는 재벌이 끼어들면서부터다.

엔터산업을 좌우하는 경일의 개망나니 형제가 그녀에게 관심 있다는 소문이 돌자 가슴이 철렁했다. 그들의 화려한 전적을 보건대 윤소희 앞에 놓인 미래는 두 가지였다.

더 화려해지거나 아예 망가지거나.

안타깝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재벌과 다툴 만큼은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윤소희를 잊고 살았다. 근데 개망나니 형제가 개박살 나고 거기에 성조가 등장했다. 미국인?과 사귄다는 소문이 돌다 이별했다는 말이 들려올 즈음 다시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고 행동에 옮겼다.

재회한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리.

‘안녕하세요. 진태형 상무님.’

어?

알딸딸하게 취한 날 불러낸 건 성조그룹 임원이었다.

한참 어려 보이는 상대는 웃는 얼굴로 위협했다. 화가 났다. 하지만, 바로 분노를 표출할 정도로 어리석진 않았다. 참고 참았다. 군자의 복수는 강산이 바뀌어도 늦지 않았다.

혹시 헤어진 건 페이크고 미국인과 뒤로 계속 사귀는 건 아닐까? 열심히 파봤지만 이별은 진짜였다. 다만 미국인의 오지랖이 넓은 것뿐이다.

쿨하지 못한 새끼!

헤어진 연인 따윈 가차 없이 버리라고!

이 분노를 어떻게 풀까? 미국인?을 들이박을 순 없다. 상대는 대大성조의 차기 총수가 될지도 모를 거물이니까. 웃는 낯짝으로 날 협박하던 어린놈이 떠올랐다. 그 정도는 해치울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파면 팔수록 손발이 떨려왔다.

뭐지? 이 괴물은?

소문을 들은 적 있다. 아무도 모르게 문제를 해결한다는 인간병기. 이게 재벌 해결사인가.

윤소희와 관련돼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

그녀를 사랑하지만 내 목숨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니 이제 다시 만날 일 없겠지히익!

다리에 힘이 풀렸다.


“히익!”


날 죽이려고? 어째서? 난 이제 윤소희의 윤 자도 관심 없는데!


“부사장님?”


여기서 벗어나야 해! 난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고 싶다고!


“부사장님?”


아임 프리!

허겁지겁 자리를 벗어나는 진태형의 뒷모습을 보는 영화 스태프와 투자자들의 동공이 지진이 난 듯 떨렸다. 왜 저래? 귀신이라도 봤나?


-...

-까비!


런태형이라니... 촉이 좋은 건가. 쫓아가서 쥐어팰 수도 있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 보기 흉했다. ㄲㅂ!


-따로 경고할까요?

-듣겠어?

-들을 겁니다.


사랑꾼 진태형은 의외로 포기가 빨랐다.

세상에 널린 것이 남자와 여자다.

첫사랑에 제 인생을 건 이종천이야말로 진정한 사랑꾼이 아닐까 싶다. 녀석이 스토커로 흑화하면 진짜 위험했다. 약간 외골수에 어딘가 살짝 비틀린 걸 보면 둘은 부자 사이가 맞다.

이제껏 이상택만 신경 썼는데 아들놈도 어떤 계기만 있으면 미치광이로 각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아들과 아빠, 부자가 쌍으로 미치면... 재밌을지도?


-쿠쿡!

-...정신 차리십시오. J.

******




“크! 살 거 같네.”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켠 이강우는 잘 익은 고기를 한 점 먹었다. 여기는 촬영장이 있는 산 아래 있는 거리였다. 번화가는 아니지만 있는 건 다 있는 곳이다.

진태형의 갑작스러운 런?으로 당황한 감독과 투자자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오늘 촬영은 자연히 흐지부지했다. 회식비를 넉넉히 챙겨준 지오 덕분에 PnC 스탶들은 이렇게 고기파티를 열었다.


“너 인마... 앞으로 말조심해. 함부로 대할 수 있는 분이 아니야.”

“왜? 좋은 분이던데.”

“하아.”


고기를 굽던 매니저 이동원은 깊은 한숨이 나왔다.

이 화상을 어쩔까?

팬들은 순수청년이라고 물고 빨지만 매니저가 보기엔 이 새낀 언젠가 크게 사고를 칠 삘이었다.


“오빠는 그분 잘 알아요?”


이강우 옆에서 깨작거리던 진아람이 질문했다.


“우리 회사 오디션 중에 몰카범 잡았단 소문 들은 적 있지? 그분이 그분이야.”

“아, 그분이라고요?”

“그분이랑 우리 대표님은 팀장이던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어. 사실 대표님이 대표가 된 것도 덕분이란 소문도 있고... 그 유명한 강선아 작가가 그분 아내잖아.”

“진짜요?”

“강 작가님 지인 중에 일리야 로빈도 있고 소셜미디어 스타이자 뉴욕 셀럽인 여자애 있잖아. 누구더라?”

“에밀리야 코르센코요.”

“맞아. 에밀리야 걔도 미국에서 손꼽는 부자야. 뭣보다 성조 장손이랑 이름이 똑같아. 소문으론... 둘이 형제란 말도 있고.”

“오대명이 순순히 사과한 이유가 있군요.”

“그래. 그러니까 말조심해.”

“알았어요.”


그나마 진아람은 말귀를 알아들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이동원이다.


‘왜 들어왔을까?’


윤소희팀 매니저들과 친한 만큼 그가 미국인이 됐다는 얘긴 진즉 들었다. 심각한 문제에만 투입되는 해결사를 불러들였다는 건 말 그대로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이동원의 사소한 오해지만 이렇게 오해하는 사람이 그만 있는 건 아니다. 안현진도 똑같이 생각했다. 아내와 아들이 아니면 죽고 못 사는 가족바보인 지오가 혼자 움직인다?

성조에 큰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성조가 아닌 PnC에도 문제는 있었다.


“에스트리아에서 모델을 교체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재계약은 없다는 건가요?”

“재계약은 입도 뻥긋 안 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검토가 끝났다는 답변만 반복합니다.”


안현진 대표가 주관하는 PnC 팀장급 이상 간부회의는 시작부터 우울한 소식이었다. 패션 브랜드 에스트리아는 현성그룹 산하 현성패션의 주력으로 명품 좋아하는 한국인도 매일 에르메스와 프라다, 구찌를 입고 다닐 순 없었다.

대한민국 패션업계 1위는 누가 뭐래도 성조물산 산하 성조모직이다. 그리고 PnC는 많은 특혜를 받았다. 성조 관련 회사들과 광고모델 계약으로 대박을 터트렸지만 그렇다고 ‘성조’에만 목맬 순 없다.


“요즘 충무로나 방송가도 대놓고 말하지 않을 뿐 우릴 불편해합니다.”


엔터산업을 좌우하는 절대강자의 탄생을 반기지 않았다. 한때 대한민국 연예계를 쥐고 흔들었던 경일도 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PnC는 압도적인 1등이 됐다.

엔터재벌? 진짜 재벌에겐 새 발의 피일지 몰라도 PnC는 대한민국에서만큼은 범접할 수 없는 엔터기업이 되었다. 연예인은 인기가 전부고 연예기획사의 힘은 거느린 톱스타의 숫자로 결정된다.

성조를 뒷배로 둔 PnC 엔터테인먼트의 위상은 오늘도 내일도 흔들릴 일 없다. 그러나 톱스타만으론 장사가 되지 않았다. 1티어를 받쳐줄 2티어와 3티어가 필요했다.

A급도 처음엔 C급과 B급을 거쳐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시작부터 톱스타인 연예인은 3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다. 3년이면 짧지 않냐고? 하루아침에 바뀌는 연예계 유행을 고려하면 3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었다.

기분 나쁜 소식만 있던 건 아니다.


“대고려는 어때요?”

“첫날부터 139만 명을 동원했습니다. 우리나라 역대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오늘 관객 숫자는 아직 카운트되지 않았고 사흘이 지난 어제 300만을 돌파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1600만 관객도 넘지 않을까 전망 중입니다.”


할리우드 거장 막스 도너 감독의 영화에 출연 중인 윤소희는 대고려 무대인사 때문에 급히 귀국해야 했다. 주연은 아니지만 비중 있는 조연으로 열연했고 제작사는 윤소희와 더불어 할리우드 버프를 받고 싶어 했으니까.


“차기작은요?”

“할리우드 촬영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스튜디오 바니하우스에서 윤소희 배우를 원합니다.”

“그 뫼비우스의 띤가 뭔가?”

“정확히는 더 스파이럴 뫼비우스의 띱니다.”

“제작비가 어마어마하다고 들었는데요?”

“들리는 얘기론 200억입니다.”

“중국에서 끌어온 투자금은 아니겠죠?”

“중국인 투자자가 한 명도 없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큰손은 대다수 우리나라 사람입니다.”

“시나리오는 어때요?”

“아직 윤 배우의 코멘트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래요? 그럼 그건 내가 물어보죠.”

“알겠습니다.”


회의가 끝나자 회의실에 남은 이는 서넛뿐이다.

안현진은 유한철을 돌아봤다.


“한희주, 걔는 어때?”

“꽤 괜찮더군요. 크게 기대 안 했는데 발성도 탄탄하고 목소리도 유니크합니다. 어디서 따로 배운 거 같진 않던데, 재능은 있습니다.”

“키워 보고 싶어?”

“낙하산으로 꽂은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한데... 정 안 되면 거절해야지.”

“키워 보죠.”


안현진의 고개는 유한철 트레이닝센터장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성조영상사업단에서 지오에게 스카웃된 한다영은 어느새 투자본부장까지 올라왔다.


“대고려의 성공으로 우리가 얻게 될 이익은요?”

“1600만을 넘는다는 예상이 맞으면... 국내에서 발생할 수익은 대략 150억입니다.”

“60억으로 90억을 먹은 건가...”


지오는 100억 원을 언급했지만 당시 안현진은 60억 원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사실 60억 원도 PnC 이사회에선 무리라고 입에 거품을 물었었다. 그랬는데 나흘 전 대고려가 대한민국 영화 역대 오프닝 스코어를 갈아치우자 나불대던 이사들의 입은 자크를 채운 듯 조용해졌다.


“100억을 채웠어야 했는데...”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다영이는 어떻게 생각해? 더 스파이럴? 투자할 만한가?”

“홍창식 감독은 상업영화를 잘 찍습니다. 백상이랑 청룡에서도 검증된 감독이고요. 그래도 200억짜리 영화는 이번이 처음일 겁니다. 음. 좀 기다려보시죠.”


한다영의 컨텐츠투자본부는 조만간 제작사로 거듭날지도 모른다. 덩치를 키우면서 내실을 다지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이직이 잦은 업종이니 사람을 지키는 것이 제일 어렵다.

한다영 본인만 해도 스카웃된 인재니까.


“그보다 오 이사님이 오늘 남한산성으로 내려갔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뭐 들으신 거 없으세요?”

“없어. 없는데... 아마 뭔가 해결하려고 움직이나 봐.”

“위에서 우리 고충을 알아준 걸까요?”

“그야... 모르지.”


안현진은 팔짱을 꼈다.


“말했듯 당분간 방어적인 자세를 취해야 해. 작은 문제도 크게 부풀리려고 할 테니까. 기자들 잘 구워삶고.”

“단속한다고 될까요?”

“아마... 안 되겠지.”


조연만 돼도 대가리가 클 대로 크는데 톱스타는 남의 말을 거의 안 듣는 족속이다.


‘소희가 이상한 거야.’


공이든 사든 별다른 트러블이 없던 윤소희가 특이한 편이지 다른 톱스타는 개차반이 많다. 인기란 마약에 취해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갔다.

한때나마 재벌과 사귀었던 윤소희는 성조와 싸우는 이들에겐 먹음직스러운 살코기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미국에 계속 있는 게 나을지도...’


무대인사는 적당히 하고 빨리 미국으로 보내야겠다.

안현진은 비서를 찾았다.


“소희, 일정이 어떻게 돼?”

“오늘 대구와 부산에서 무대인사가 있습니다. 지금쯤이면 부산이겠네요.”

“내 일정은?”

“중요한 미팅은 없습니다. 부산에 가실 겁니까?”


눈치 빠른 비서는 안현진의 속마음을 알아챘다.


“김포로 출발하시죠. 티켓은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땡큐.”

******




“야, 윤소희. 너 잘나가더라?”


부산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오늘의 마지막 무대인사를 준비하던 윤소희는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를 보곤 미소로 포옹했다.


“초롱 언니!”

“무겁다. 이년아.”


안기려는 윤소희를 밀어낸 한초롱은 소파에 앉았다. 한초롱은 개인적인 일 때문에 뒤늦게 무대인사에 합류했다.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야! 여긴 소희 씨 대기실이잖아.”

“열 내지 말고, 앉아. 세팅 끝났는데 더 만져서 뭘 하려고.”


한초롱이 없어진 걸 알고 부랴부랴 수소문한 매니저는 뻔뻔하게 앉아 손가락만 까딱이는 본인 배우를 발견하곤 속 터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한초롱은 어디서 개나 짖냐는 반응이다.


“제발 나 좀 살려주라. 초롱아.”

“누가 죽인데? 언놈이 우리 오빠 죽인데? 말만 해. 내가 모가지를 확!”

“파인 대표가 나 죽인대.”

“어?”

“이번에도 광고 날리면 너랑 나랑 사이좋게 죽인대.”


파인EMS는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는 광고대행사다.

한초롱

강선아와 동갑이자 절친, 10년 전엔 윤소희와 비슷한 대우를 받던 여배우. 지금도 여전히 톱스타지만 나이를 먹음에 따라 배역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제적 인지도는 윤소희가 감히 한초롱을 따라갈 수 없었는데 누가 뭐래도 그녀는 칸의 여왕이었다.


“그냥 안 한다고 해.”

“야, 계약금만 7억이야. 7억. 이거 위약금 내려면 우리 회사 좆 빠진다고.”

“내가 낼게.”

“그러지 말고... 일단 우리 대기실로 가자.”

“싫어.”

“초롱아!”

“자꾸 귀찮게 하면 피앤씨로 옮긴다?”


한초롱이 눈 부라리자 매니저는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돌아서야만 했다.


“왜요?”

“왜요는 일본 담요고.”

“하. 하.”

“억지로 웃는 게 더 꼴 받거든?”

“왜 이렇게 화가 나셨을까? 우리 초롱 언니.”

“밤에 한잔하자. 괜찮지?”


한초롱이 윤소희의 매니저를 바라보자 그는 곤란하단 표정을 짓다 진동하는 폰을 꺼내 도망치듯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매니저는 왜 괴롭혀?”

“회사것들은 다 개새끼야. 너도 너무 믿지 마라.”

“현진 언니는 괜찮아.”

“현진이 사람 좋지. 근데 비즈니스는 모르는 거다. 너.”

“돈이라도 떼였어요?”

“...”

“허! 진짜?”

“살다 살다 내가 이런 꼴을 당할지는 몰랐다. 진짜.”

“얼마?”

“큰 거 한 장.”

“1억?”

“더 써봐.”

“10억?”

“정확히는 10억 8000만.”

“와! 어쩌다?”

“막내라는 새끼가 내 인감으로 장난쳤어. 너도 인감은 절대 남에게 맡기지 마. 영혼까지 털려.”

“그거 갚으려고 파인이랑 광고 찍는 거야?”

“응. 좆같은 화랑도 끼었더라. 박기영 개새끼.”

“도용당한 거면 무효 아님?”

“관행이란 게 있단다. 법적으로는... 무횬데 살짝 복잡하더라고.”

“꼼짝없이 뭘 해줘야 한대?”

“외국 대행사를 통해 잡힌 비즈니스거든. 한국이면 뭘 해보겠는데 외국은... 힘들지.”

“외국이면 어딘데?”

“태국.”

“아.”


한초롱은 동남아시아에선 거의 국빈 대우를 받았다.


“하아! 하기 싫다!”

“싫으면 선아 언니한테 부탁해봐.”

“써나? 걘 미국에 있잖아. 양년 다 됐더만.”

“언니 남편은 한국에 들어왔어.”

“제부가 우리나라에 있다고?”


소파에 반쯤 누웠던 한초롱은 벌떡 일어났다.


“전화해봐. 너 번호 있지?”

“잠깐.”


폰을 꺼낸 윤소희는 통화목록에서 지오의 이름을 찾아냈다.


“어. 받았다. 밥 먹었어? 응. 난 먹었지. 어딘데? 수원? 거긴 왜? 아. 응. 나 부산 무대인사. 응. 약속 없으면 내려와. 알았어. 와서 전화해. 응. 이따 봐.”

“온대?”

“지금 내려온대.”

“근데 너... 왜 콧소리야?”

“내가?”

“조심해라. 제부랑 넌 불륜이야.”

“우린 친구라고!”


윤소희는 강하게 부정했다.


“그리고 왜 제부야? 형부 아님?”

“내가 써나보다 언니니까.”

“고작 3일 차이라며?”

“마! 어! 3일이면 모유가 몇 리터여. 어린 것들은 상상할 수 없는 큰 차이가 있지. 사별삼일즉갱괄목상대란 말 몰라?”


둘이 티격태격할 때 전화 받으러 나갔던 윤소희의 매니저가 들어왔다.


“소희 씨. 대표님이 지금 부산으로 내려오시는 중이래.”

“현진 언니가 왜요?”

“차기작 관련해서 할 얘기가 있으시대.”

“할리웃에 눌러앉을 텐데 뭔 차기작이여?”


한초롱이 혀를 차며 끼어들었다.


“윤소희님! 한초롱님! 준비하실 게요!”


행사 스태프의 통보에 윤소희는 이따 얘기하자는 손짓을 매니저에게 보내며 한초롱을 챙겼다.


“가자. 언니.”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해야지.”

“우리가 주연은 아니잖아.”

“마! 3억 달러짜리 할리웃 블록버스터를 찍으면 주인공보다 더 대단한겨.”

“어색한 사투리는 그만하면 안 될까?”

“아무리 연습해도 사투리는 안 느네. 난... 타고난 차도녀인 듯.”

“눼이눼이. 빨리 갑시다.”

******




-얘는 왜 부산이야?

-대고려 무대인사 중입니다.

-주연도 아니잖아?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죠.

-국뽕을 쭈압쭈압 빨아보려는 꼼수 같은데?

-비즈니스는 다 그런 겁니다. J.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합류한 윤소희의 위상은 PnC에서도 어느새 굳건한 톱이 되었다.


-잭 다니엘은 어쩔까요?

-타이밍이 구려?

-멕시코에서 시카리오가 출발했습니다.

-흠.


잭 다니엘에 대한 정보수집은 진즉 끝났다.


-이택기에게 넘기고 손 털어.

-롸져.


이택기라면 코쉬든 리바이어던이든 움직여 잭 다니엘의 가족을 보호할 것이다. 카르텔과의 협상은 주인공의 명성을 이용하면 쉽다. 감춰진 진실을 드러냈으니 해결은 내 몫이 아니었다.

이메일을 받은 이택기로부터 곧바로 전화가 왔다.


“충격적이네요.”

“뭘 기대했는데?”

“그냥... 치정살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참수라고, 참수. 사람 목을 자르는 게 쉬운 줄 알아?”


사람의 목을 댕강! 자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사체 훼손에는 엄청난 담력이 필요했다. 우발적인 살인자가 할 수 있는 작업이 결코 아니었다.


“잭 다니엘을 빼내려면 카르텔과의 협상도 협상이지만 각색이 필요하겠네요.”

“그건 그쪽에서 알아서 하시고.”


도널드 클라인이 어떤 놈인지는 차치하고 그는 미국인이다. 잭 다니엘의 자위권을 검찰이 순순히 인정할 리 없었다. 마약에다 청부살인에다 카르텔이 엮였으니 좋은 꼴 보긴 어렵다.

뭐 나랑은 상관없다.


“한국엔 얼마나 머물 겁니까?”

“나? 나 금방 갈 거야.”

“아쉽네요.”

“거긴 어때?”

“아직은... 난장판이죠. 빠르면 반년? 늦어도 1년을 넘기진 않을 겁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인데.”

“저항이 더 있으리라 예상합니까?”

“보스는 이 나라에선 이단자니까. 미국을 등에 업어도 반발이 심할 수밖에. 때린 놈은 잊어도 맞은 놈은 안 잊거든. 당장 자회사나 피앤씨만 봐도 후유증이 만만찮을 걸?”


주인공이 강자는 맞지만 그렇다고 무소불위한 권력을 휘두르는 전제군주는 아니다. 재벌들의 몰락으로 손해 본 이들 혹은 주인공의 확장을 견제하려는 이들의 담합과 반발은 예정된 일이다.

미국의 영향력도 한계는 있었다.


“그래서 당신이 한국에 더 머물길 바랍니다.”

“끈질기네. 뭐 피앤씨 정도는 봐줄 수 있지.”

“윤소희 때문입니까?”

“아내가 많이 아껴. 아들도 이모를 많이 좋아하고.”

“...가족바보군요. 여전히.”

“여전히? 영원이겠지.”

“가족을 위한 제안이라면 수락하시겠습니까?”

“제안? 들어는 봐줄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준비하겠습니다.”


지오는 부산행 고속열차를 탔다.


-최치수가 상태파를 움직이려고 합니다.

-왜?


안상태의 상태파는 윤가영 가출팸 사건을 해결하며 얽힌 지역폭력조직이었다. 현진종합개발이란 그럴듯한 간판을 내걸었지만 결국은 깡패와 양아치였다. 그 덕분에 최치수란 줄을 잡은 상태파는 서울에 자리 잡아 세를 불리는 중이다.


-쿠데탑니다.

-누가?

-최치수 밑에 있던 이중경이란 잡니다.

-역시... 배신이 난무하는 쓰레기통이구먼.


최치수가 쿠데타를 당하는 건 처음도 아니다.

이범오였나? 그 작자가 최치수의 사돈이자 PnC 엔터테인먼트의 전 대표인 김정기를 죽였었다. 더럽고 눈먼 돈이 오가다 보니 반역이나 배신은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최치수가 사망했습니다.

-?


뭐? 이렇게 쉽게?


-아들이 아버지를 죽였습니다.

-하!


이게 그건가?

Succeeding you, 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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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지오 디 오리진 -78화- +27 22.07.25 4,696 231 31쪽
77 지오 디 오리진 -77화- +22 22.07.19 5,226 211 51쪽
76 지오 디 오리진 -76화- +27 22.07.12 5,019 237 32쪽
75 지오 디 오리진 -75화- +23 22.07.04 4,437 194 19쪽
74 지오 디 오리진 -74화- +13 22.06.28 4,389 190 16쪽
73 지오 디 오리진 -73화- +16 22.06.27 4,317 198 23쪽
72 지오 디 오리진 -72화- +20 22.06.23 4,535 227 27쪽
» 지오 디 오리진 -71화- +13 22.06.21 4,401 185 20쪽
70 지오 디 오리진 -70화- +22 22.06.16 4,470 202 14쪽
69 지오 디 오리진 -69화- +16 22.06.14 4,503 174 25쪽
68 지오 디 오리진 -68화- +19 22.06.11 4,597 186 18쪽
67 지오 디 오리진 -67화- +12 22.06.10 4,522 187 21쪽
66 지오 디 오리진 -66화- +13 22.06.09 4,375 195 11쪽
65 지오 디 오리진 -65화- +10 22.06.08 4,723 198 31쪽
64 지오 디 오리진 -64화- +13 22.06.07 4,697 183 29쪽
63 지오 디 오리진 -63화- +12 22.06.06 4,687 189 18쪽
62 지오 디 오리진 -62화- +15 22.06.05 4,757 198 24쪽
61 지오 디 오리진 -61화- +23 22.06.04 4,685 205 23쪽
60 지오 디 오리진 -60화- +17 22.06.03 4,730 196 27쪽
59 지오 디 오리진 -59화- +18 22.06.02 4,441 207 12쪽
58 지오 디 오리진 -58화- +23 22.06.01 4,436 184 15쪽
57 지오 디 오리진 -57화- +25 22.05.31 4,701 189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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