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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망가! 그리고 고양이!

지오 디 오리진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강철신검
작품등록일 :
2020.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3.04.25 21:13
연재수 :
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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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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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9쪽

지오 디 오리진 -64화-

DUMMY

가까이는 비극, 멀리서는 희극.

육아휴직으로 개꿀 빨며 바라본 한반도 상황이 딱 이랬다.

적당한 타이밍에 아메리카로 튄 지오는 팝콘을 튀기며 주인공의 대한민국재벌정벌기?를 감상하는 중이다.


-이상택의 협조 아래 재벌들의 팔다리를 자르는 중입니다.


주인공은 일단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재벌 밑의 깡패새끼들을 조질 생각이다. 돈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부나방들. 주먹 하나로 살아가는 절박한 인생들은 겁이 없었다.

국민은 이 치열한 전쟁을 몸소 체험하진 못했다.

은밀하게 진행되는 부분도 있고 미국과 CIA의 적극적인 협조로 전쟁의 양상은 속전속결로 향했다. 수년 동안 키운 재벌들의 장학생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쓸려나갔다. 미국을 등에 업은 주인공에게 대거리할 정치인이나 관료가 있을까?

친중이니 친일이니 머리끄덩이 잡고 싸워봐야 친미라는 끝판왕 앞에 둘 다 개좆밥일 뿐.


-친미? 흠. 친미 하니까 쿵후보이 친.

-말장난은 그만하죠. J.

-...유머가 없어. 넌 유머가 없고 난 유.

-유모가 없다고 말하면 죽인다. 두 번 죽인다! 세 번 죽인다! 결단코 죽인다!


바다 건너에선 전쟁 중인데 이쪽은 개그에 열중했다. 강 건너 불구경이 몸은 편한데 조금 심심하긴 했다.

며칠 후 이수현의 프롬이 있었고 일리야 로빈의 깜짝 등장에 파티장은 난리였단다. 뒤처리에 여념 없는 아리엘의 원망 가득한 전화를 받았지만 일 하나쯤 받아준다고 약속했더니 금세 풀어졌다.

여름이 깊어갈 즈음 한국에서 반가운 손님이 도착했다.


“나 강림!”


대고려의 자기 촬영분을 끝낸 윤소희는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왔다.


“그건 또 어디서 배운 말투야?”

“세린이가 쓰던데?”


세린은 사카가와 세리나의 애칭이다.


“일본에 들렀어?”

“겸사겸사. 일본에서 팬미팅 행사도 있고.”


사카가와 세리나는 어느새 초등학생이다. 머리가 컸다고 이제는 애교도 안 부린다. 예전에는 덥석덥석 잘도 안겼는데 말이다. 요망한 계집애.


“언니는?”

“보근가? 뭔가 거기서 의뢰를 받았던데?”

“보그? 와! 쩐다! 대단한 언니야.”

“좋은 곳?”

“보그 몰라?”


아니, 사실은 알면서도 모른 척 자랑하는 거다.

보그VOGUE

미국 1위이자 세계 1위의 패션잡지다. 이 순위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지도와 영향력 면에서 보그는 세계 1위가 맞다.

파리 패션위크 덕분에 강선아도 제법 유명세를 떨쳤지만 보그에서 연락한 이유는 백악관, 정확히는 국가안보보좌관과 찰스 멀리건의 애너하임 코퍼레이션 덕분이다.

제시카 멀리건은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거기에 내가 일조한 바는 없다. 하지만, 백악관을 속이기 위해 적당한 간판이 필요했던 주인공 일당은 지오의 협조가 필요했다. 이름 빌려주는 것이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러나 공짜는 사절이다.

모두 해피엔딩을 맞이했고 지오도 VOGUE라는 적당한 대가를 얻었다. 아내의 행복이 곧 내 행복이고 가정의 평화다.


“우리 집에서 지내려고?”

“불편해?”

“내가 아니라 니가 불편하겠지.”


애 키우는 집에 묵는 손님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괜찮아. 내가 봐줄게.”

“요즘 왜 이렇게 선오맘이 많지?”

“우린 선오를 가슴으로 낳았다고!”

“무슨 개소리야? 애는 우리 자기가 낳았는데.”

“그만큼 사랑한다는 거야. 넌 아직도 여자 맘을 몰라.”

“난 내 여자만 알면 되거든요?”

“시끄럽고! 물이나 줘.”


투덜거리면서도 윤소희를 위한 레모네이드를 대령했다.


“올! 여자 맘은 몰라도 센스는 안 죽었네.”

“수영이 오디션 보는 건 알아?”

“들었어. 소정이가 걱정이 많던데... 뭐 에이전시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한국이나 여기나 그쪽 바닥이 원체 지저분해야지 말이야.”


티모시 뭐시기? 협상하든 협박하든 우선은 만나봐야 상대를 잴 수 있다. 저녁에 모두 모이자 윤소희를 위해 파티를 열었다. 며칠 후에는 일본에서 이유나와 아린, 세린 자매도 오기로 했는데 지난달 일본 여자프로축구리그의 챔피언이 결정됐다.

이유나는 아쉽게도 득점 2위로 마감했다. 대신 아리나가 도움왕에 등극해 체면을 세웠고 팀은 왕중왕전에 진출했으나 안타깝게 준우승에 그쳤다.

보통 아시아 프로축구는 봄에 개막해 가을쯤 리그를 끝내지 않나? 그런데 일본 여자프로축구는 유럽 일정을 따른단다. 희한하네. 일본은 유럽 특히 영국을 지독히도 사랑했다.


“일 생기면 꼭 전화해.”

“알았으니까 좀 가라! 가!”


아들을 윤소희에게 맡기고 외출하려니 발이 안 떨어진다.

메이드 겸 경호원을 남기긴 했지만 그녀가 애를 잘 돌볼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그래도 별일이야 있겠냐 싶다. 정 안 되면 G가 재빨리 조치하겠지.

자동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LA 중심가에 있는 SNK 본사였다. 그럴듯한 빌딩 하나를 통째로 사옥으로 썼다. 로비를 지나 데스크로 다가가자 예쁜 미소를 짓는 여직원이 말을 걸었다.


“뭘 도와드릴까요?”

“약속이 잡혔을 겁니다. 제이라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뭔가를 확인한 그녀는 방문자 패스를 발급해줬다.


“3번 승강기를 타고 11층에 내리시면 됩니다.”

“고마워요.”


인사를 마치고 3번 승강기를 탔다. 11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 거구의 흑인이 지오를 마중했다.


“미스터 제이?”

“예스.”

“이쪽으로 오시죠.”


내부가 훤히 보이는 유리에 둘러싸인 넓은 사무실에서 회의를 마친 팀 레이튼은 지오에게 악수를 청했다.


“팀 레이튼이네.”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나온 커피의 풍미는 나쁘지 않았다.


“로빈 때문에 아리가 골치더군. 대체 어떻게 설득했나?”

“프롬?”

“하필 프롬에서 쟈니 왕이랑 사진을 찍는 바람에 디올 측에서 뿔이 단단히 났어.”


쟈니 왕이 누구야?


-디올의 전 수석디자이넙니다. 프라다로 넘어가며 루이비통 그룹이 구시대적이라고 입을 털었죠. 디올이 속한 LVMH에선 쟈니 왕의 이름은 볼드모트와 같습니다.


쟈니 왕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디올은 안다. 파리에 머물 때 들은 적 있는 브랜드다. 아내가 참여한 쇼가 뭐였더라?


-에르메습니다.


맞다. 에르메스. 명품이 하도 많아 외우기도 힘들다.


“제니퍼는 재능이 있네.”

“성공을 확신하나요?”

“톱은 모르겠고 A급 이상은 확실해. 참고로 연봉 800만 달러 이상을 톱으로 치지.”

“의외로... 낮네요?”


800만 달러면 한화 100억 원 언저리다.

한국 톱스타는 그 이상을 벌지 않나? 윤소희만 해도 작년에 300억 원 가까이 벌어들였다. 물론 세금도 많이 냈는데 전 세계가 동경하는 할리우드의 기준이 의외로 소박했다.


“최소가 그렇다는 거지 실제론 천차만별이네. 회사 간판배우인 로빈만 해도 작년에 1억 2700만 달러를 벌었으니까.”


1600억 원? 역시 미국! 단위가 달랐다. 절로 휘파람이 나왔는데 저걸 혼자 다 먹는 건 아닐 것이다. 뭐 떼고 뭐 떼면 절반쯤 건지려나.

미국 국세청의 악명을 고려하면 탈루나 탈세는 어림도 없었다.


“제니퍼를 위한 비전을 듣고 싶군요.”

“크리에이터와 디렉터 그룹이 플랜을 준비 중일세. 당분간은 외모를 가꾸는 작업에 주력해야지.”


할리우드에는 한국처럼 연습생 시스템이 없다고 착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디즈니였다. 스타사관학교로 불릴 만큼 디즈니는 아역배우와 가수, 청춘스타를 키워내는데 특화됐다.

디즈니 출신 톱스타는 꽤 많다. 따지고 보면 일리야 로빈도 어렸을 때 디즈니 오디션을 통해 할리우드에 입문했다.


“큰 줄기는 모델로 시작해 배우로 전향할 계획이네. 이게 일반적인 루트야.”

“연기에 재능이 없으면?”

“다른 재능을 찾아야겠지. 어쨌든 제니퍼는 미모라는 타고난 재능이 있으니 모델로 성공할 확률이 높아.”


다음부턴 전문용어가 튀어나오기 시작해서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렸다.


“짚고 가야 할 문제가 있다는 걸 알죠? 팀.”

“...부모.”

“만나봤습니까?”

“애가 사라졌는데 실종신고도 안 하는 부모는... 나도 꽤 험한 꼴을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여전히 요지경이야.”


강봄의 가출팸은 하나같이 기구한 사연을 가졌다.

제니퍼 카윈의 지난 삶도 녹록하지 않았는데 케이트가 약쟁이 부모를 둔 전직 딜러라면 그녀는 아동학대 피해자였다.


“법적 조치는... 자네 쪽에서 이미 취했더군.”

“다 큰 성인이니까 친권은 상관없고 접근금지신청을 해놨죠. 제법 애먹었습니다.”


가출했을 때 제니퍼의 나이는 미성년자였다. 만약 실종신고를 했었다면 얘기는 복잡해졌으리라. 법원은 부모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제니퍼의 양친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

지오의 우려는 제니퍼가 성공의 계단을 밟고 올라갈 때 함부로 주둥이를 털 그들의 입방정이다. 내 지나친 걱정이 아니다. 그렇게 되리라 100% 확신했다.

양심 없는 양친만 그럴까? 얼굴도 이름도 모를 친척이 사방에서 튀어나와 떠들 테고 특종에 목마른 기자는 좋다고 받아 적을 것이다. 이미 성공했다는 듯 말하는 것이 웃기지만 SNK에는 그럴 힘이 있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누가 보면 자네가 아빤 줄 알겠어.”

“아빠? 틀린 말은 아니네요. 내가 걔 아빱니다. 또 친구이자 보호자죠. 난 제니퍼한테 약속했습니다. 지켜주겠다고.”

“...들은 것과는 다르군.”

“뭐라던가요?”

“사람을 깊게 사귀지 않는다고 들었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네요. 과거에는... 그랬으니까.”

“지금은 아닌가?”

“아내를 만나고 모든 게 바뀌었죠.”


아예 몰랐다면 모른 채 살아갔을 것이다. 강선아 덕분에 맺은 인연은 처음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저 스치는 바람일 뿐이라 생각했다. 생각이 바뀐 건 아내의 임신을 알게 된 이후다.

두 번의 인생을 사는 내게 아들은 어떤 의미였을까? 거짓된 세계가 만들어낸 거짓된 인연, 결국은 모든 것이 가짜였다. 진짜 같은 가짜. 제국과 황제, 시뮬레이션을 몰랐다면 나도 그들처럼 성공에 집착하는 치열한 삶을 살았겠지.

인간의 사명은 배우고 성공하고 번영하는 거니까.

하지만, 내가 만든 세계에서 나는 이방인에 불과했다. 익숙하지만 낯선 세계, 이 모순 속에서 강선아를 만났다. 윤소희를 만났고 이유나를 만났다.

주인공과 히로인, 조연과 악당을 돋보이게 하는 엑스트라들.

과거의 나라면 신경 쓰지 않을 행인1과 행인2가 언제부턴가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진짜든 가짜든 이젠 상관없다. 내 옆에서 숨 쉬고 조잘거리는 그들을 좋아하고 아끼게 됐다.

꿈과 환상의 경계를 인식하는 교차사고가 끊임없이 경고했지만 난 그만 인정하기로 했다. 미래를 다 안다고 우쭐했지만 사실 좆도 몰랐다.

아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전보다 아내를 더 사랑하게 됐다. 나는 어제가 아닌 오늘을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을 더 기대했다. 내가 몰랐던 숨은 이야기들이 날 두근거리게 한다. 있는지 없는지 모를 행인3조차 되지 못했던 단역의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일상이 내 눈엔 신비와 경이로 가득했다.

왜?

주인공과 히로인, 조연과 악당이 어우러진 장렬한 이야기는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들의 화려한 겉모습에 감춰진 진실을 난 알고 있으니까.

스포일러는 죄악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면 멋진 인생을 살 것 같지만, 인간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았다. 찐따는 결국 찐따다. 우리는 과거를 벗어날 수 없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리죠. 팀.”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하네.”


팀 레이튼에겐 제니퍼를 위한 비전이 있었다. 나중에 딴소리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호된 꼴을 볼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타코를 샀다. 이쪽 동네에서 타코는 길거리에서 파는 떡볶이와 비슷했다.

LA 곳곳은 인파로 넘쳤다.

대다수는 관광객과 그들을 호객하는 현지인이다. 경찰 중에서도 특히 LA와 뉴욕, 마이애미 경찰을 극한직업으로 꼽았다. 왜냐면 정말 기상천외한 사건·사고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저번에 LA에 왔을 땐 상어한테 물린 사람도 있었고 은행을 털던 대담한 강도들도 보았다. 테러는 뭐 에피타이저 같은 거다. 혹시라도 다저스가 자이언츠에게 대패하면 불타는 쓰레기통에 더해 심하면 불타는 자동차도 볼 수 있다.

어디 야구뿐일까. 농구와 풋볼의 골수팬들도 썩 신사적이진 않았다. 어떤 종류의 폭력도 반대한다는 정치·사회적 슬로건을 내세우는 주제 거친 반칙이 난무하는 스포츠는 또 관대했다.

한국인에게 어디 매운맛을 가르치려는 건방진 타코를 해치운 지오는 해변 카페에 앉아 헐벗은 그녀들을 감상했다. 햇빛을 받은 구릿빛 피부를 건강하고 매력적으로 느끼는 양키들의 감성은 잘 모르겠다.

자외선을 많이 받으면 피부암에 걸리지 않나?

그런데 LA로 넘어온 지 꽤 된 애들은 바뀐 게 없었다. 이수영이나 윤소정은 백인보다 더 하얀 피부를 가졌고 그나마 막내가 조금 까매졌다.

아, 이수현은 프롬 퀸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아시아인의 한계? 이민자의 천국인 LA는 자유분방할 것 같지만 그녀가 다닌 학교는 백인 비중이 매우 높았다. 깨어있는 척하면서 뒤로 호박씨를 까는 인종차별주의자가 넘쳤다.

은근한 무시의 시선을 자주 느낀다.


-조져버려! G.

-...

-너 잘하는 거 있잖아? 사고사로 슥삭! 해버리라고.

-농담이죠?

-맞아. 농담이야.


아니! 내가 미치광이 살인마도 아니고 그럴 리가 없잖은가.

흠... 누구나 상상쯤은 할 수 있다. 상상은 자유니까.

이른 외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윤소희는 선오를 안고 잠들었다. 어디 영화에나 나올 법한 아름다운 모습이다. 자는 모습도 예쁘다니 천생 배우는 배우다.

저녁에는 그녀를 데리고 레스토랑을 찾았다.

물론 단둘이 온 건 아니다. 아리엘은 윤소희를 보자마자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내가 중간에서 컷하긴 했는데 눈빛을 보니 전혀 포기할 맘이 없었다.

안현진이 알면 100% 멱살잡이다.

빛나는 사람만 보면 물불 안 가리는 건 둘이 비슷했다.


“넌 상도덕도 없어? 아리.”

“이 바닥에 그런 게 어디 있어. 제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해야 하는 게 할리우드라고.”


아리엘의 안면철판신공에 윤소희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저게 다 밑밥을 까는 과장된 퍼포먼슨데 말이다. 아리엘도 연기를 잘했다. 사기꾼 연기 원툴이긴 하지만.

윤소희를 데리고 나온 목적도 아리엘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계약은 너무 갔고 첫 만남은 안면을 튼 정도가 적당했다. 아직은 먼일인데 윤소희도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 중이다.


“부탁이 있어. 제이.”

“추심이 너무 빠른 거 아니야?”

“내가 급해서 그래.”


일리야 로빈의 프롬 파트너로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엄밀히 따지면 주인공놈이 갚아야 할 빚이지만 이수현을 아끼는 마음은 똑같다.


“말해봐.”

“막스 도너라고 알아?”

“누구?”

“나 알아. 유명한 감독이잖아.”


윤소희가 끼어들어 아는 척했다.


“감독?”

“응. 천국으로 가는 문이랑 비욘드 더 씨의 감독, 오스카 트로피도 받았어. 맞죠?”

“맞아. 윤. 잘 아네.”

“명색이 배운데 명작은 알아야죠.”


가끔 엉뚱한 짓을 해도 배우는 배우였다.


“그래서?”

“막스의 아들이 한 달 전에 칠레에서 실종됐어. 몸값을 요구하는 연락은 아직도 없지. 칠레 경찰에 신고했고 대대적인 수색을 했는데... 발견되지 않았네.”

“목격자는?”

“현상금을 걸자 목격자 여럿이 나왔지만 다 꽝이었어.”

“칠레는 왜 간 거야?”

“젊을 때 가는 무전배낭여행이지 뭐.”

“낭만 찾다가 골로 갔군.”

“죽었을까?”

“살아있으면 진즉 나타났겠지. 아니면 억류됐거나.”

“남미에서 활동하는 납치협상가와 용병, 브로커를 고용했네만... 도와주게.”


거금을 쓰고도 별 성과는 없나보다.


“좋아.”

“그럼 막스와 약속을.”

“약속은 나중에. 당장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알았네.”


아리엘은 2차를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안 봐도 뻔했는데 제 고객 중에 문제 많이 일으키는 놈들을 소개할 기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윤소희는 이국異國이 주는 정취를 마음껏 즐겼다.

한국에서나 톱스타지 LA에서 그녀를 알아보는 외국인은 없었다. 그래도 예쁜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는 양키는 끊이지 않았다.


“차 타면 금방인데 왜 뻘짓?”

“넌 무드가 없어.”

“무, 뭐? 먹는 거?”

“언니는 널 왜 데리고 사는 걸까?”

“사랑하니까.”

“...잘났다.”


윤소희는 실연의 후유증을 어느 정도는 떨쳐낸 것 같다. 아닌가? 새 애인을 사귀지 않는 걸 보면 미련이 남았는지도.


“이제 미국인이 되는 거야?”

“멀었지.”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나 권력자의 추천서를 많이 받으면 시민권을 따는데 한결 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무리하게 부탁하거나 절차를 단축할 필요는 없었다.


-일라이자가 사용자를 국무부에 추천했고 이민국은 국무부를 통해 전달된 추천장에 매우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J.


오. 개년에서 쌍년으로 등급을 조정해주자.


“시민권을 따도 권리행사만 안 하면 이중국적은 가능해.”

“나도 할까?”

“넌... 위험할 텐데?”


대한민국대표미녀가 미국인이 된다? 개인의 선택으로 변명할 수도 있지만 이미지에 타격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소정이가 걸려서 그래?”

“스타의 가족으로 산다는 건 피곤하거든.”

“미국이라고 다를 건 없어. 아니, 더 지랄이지.”


프라이버시, 프라이버시 하는데 미친놈이 걸릴 확률은 양키가 더 높다.


“은퇴할까?”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윤소희 씨.”

“부러워서.”

“누가?”

“언니랑 너.”


일리야 로빈도 그렇고 톱스타는 외로웠다. 사람을 잘 못 믿고 못 사귄다. 어느 분야든 위에 서는 건 운도 운이지만 엄청난 노력과 끈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모든 걸 이뤘다는 해방감과 함께 소위 말하는 현타가 왔다.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짧은 전성기로 스러졌다.


-보통 이러다 남자 잘못 만나 망하지 않나?

-그렇죠. 외롭다고 아무 남자나 만나다 개새끼한테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가끔 터지는 스캔들을 보면 아니! 왜 저딴 새끼들을 만나나 의아할 때가 많다. 누구든 마음의 빈틈이 생기면 판단력이 흐트러졌다.


“안 되겠다. 넌 당분간 로맨스는 찍지 마라.”

“응?”

“연기하다 상대랑 바람나겠어.”


연기하는 배역을 진짜 사랑으로 착각하면 답도 없다. 질투하냐고 까르르 웃었는데 하마터면 싸대기를 날릴 뻔했다. 마음이 아픈 애니 관대한 내가 참아야지.

집에 도착하자 선오를 안은 아내가 마중했다.


“언니이이!”

“얘는 왜 이래? 야! 무거워.”


윤소희가 안기자 그 묵직함에 강선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 사랑이 식은 거야?”

“진즉 식었지. 이년아. 재활용도 안 될 거 같아서 저 어디 다리 밑에 무단 투기했어.”

“미웟!”

“아니, 왜 날 때려.”


강선아가 밉다면서 지오를 때렸다.


“선오야. 선오야. 우리 선오는 이모 사랑하지?”

“아바.”

“그치! 그치! 나도 사랑해.”

“아바바.”

“...싫다잖아.”


하는 짓이 영락없는 술 처먹은 노총각 삼촌이다. 까칠한 수염은 없어 다행이다. 아니면 얼굴을 비비적거릴 때 선오가 울음을 터트렸을 테니까.

갑자기 술기운이 올라온 윤소희를 간신히 방으로 보낸 강선아는 혀를 차며 내려왔다. 엄마 대신 아들을 안은 지오는 고개를 저었다.


“저거 혼자 두지 마.”

“못 잊은 걸까?”

“그럴지도.”


윤소희에게 주인공놈은 확실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그녀의 미련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저 화상을 어떡하지?”

“좋은 남자를 만나든가 아니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그리고 난 괜찮으니까 집에 들어오라고 해.”


강선아의 속내는 금방 파악했다. 남편의 눈치 빠름에 아내는 쑥스러우면서도 대견한 미소를 지었다.


“줘. 당신도 씻고.”

“응.”


선오를 넘기고 안방으로 올라왔다. 갈아입을 옷가지를 챙겨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윤소희를 특급으로 올려.

-롸져.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명단의 1순위는 당연히 아내와 아들 그리고 장모님이다. 다음은... 뭐 비슷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친구가 별로 없구나.

친구를 자처하는 드뷔시와는 나이 차이가 너무 났고 일리야는 나보다 어렸다. 동년배는 윤소희뿐이다. 생각해보니 어중간한 나이였다. 권력의 핵심이라기엔 어리고 그렇다고 사회초년생은 아니다. 실무에서 한참 갈리고 구를 군번이었다.

주인공놈이 돌연변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권력의 핵심에 다가갔다. 반쯤은 사기라도 비범한 재능을 타고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오가 그렇게 설정했다.


‘개사기야.’


몽마夢魔처럼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있다.

이쪽 세계에서 이능은 어떻게 작용하는 걸까? 제국에도 초능력자는 있다. 흡혈귀도 있었고 늑대인간도 있었다. 지금까지 이쪽 세계에선 주인공을 뺀 어떤 초인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상택이 각성하지 않을 확률은 92%!

-8%는 뭐야?

-북한과의 전쟁과 이종천을 잃을 확률을 합친 겁니다.


뭔가 존나 애매한 수치다.


-이종천을 미국으로 데려와야겠네.

-멋진 남자가 되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나요?

-보통은 작심삼일이지.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왜 그랬을까 이불을 차거든.


에밀리야에게 반한 이종천은 멋진 남자로 거듭나기 위한 후계자 수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미필은 절대 거친 사나이 사이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종천은 얼마큼 강한 의지를 보일까?

지오가 보기엔 반은 허세고 반은 후회막심이었다.

멋지게 말은 던져놨는데 막상 지난 삶을 정리하고 새사람이 되는 것이 하루아침에 가능할 리 없었다. 1년? 2년? 턱도 없다. 적어도 10년은 갈고닦아야 몸에 익는 것이 습관이다.

더구나 주기적으로 에밀리야와 대면하지 않으면 이종천 본인은 몰라도 상대는 금방 그를 잊어버릴 것이다. 나중에 멋진 남자가 돼 짠! 하고 등장해도 이미 다른 남자 만나 결혼해버렸으면 어쩔 건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거야.

-사관학교는 어렵겠네요.


부친처럼 장교로 복무하는 건 불가능했다.


-차라리 정보계통으로 시작하는 게 나아.

-키워줄 겁니까?

-안 그러면 계속 날 물고 늘어질 거 같거든.


총알받이는 사양이다. 그럼 그 아들놈을 키워주면 이상택도 흑심을 거둘 확률이 높다. 그래도 남보단 자식을 더 믿지 않겠는가? 이제 슬슬 잠자리에 들려던 지오는 폰의 진동을 느끼곤 발신자를 확인했다.

천나래

대마녀 고애란님의 후임이다.


“안녕하세요. 나래 씨.”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이사님. 메일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지오는 E메일을 확인했다.


“김지석?”

“명광실업 김형철 사장의 장남입니다. 김형철 사장은 범성조의 원로입니다.”


한마디로 오 씨와 혈연관계란 뜻이다.


“어쩌길 바랍니까?”

“조용히 찾을 수 있을까요?”

“비용이 꽤 많이 나올 겁니다.”

“상관없습니다. 진행 중에 보고할 필욘 없어요.”

“그러죠.”


전화통을 붙들고 있자 침대 누운 강선아가 빤히 쳐다봤다.


“누군데?”

“성북동.”

“일이야?”

“내일부터 자릴 비워야 해. 괜찮을까?”

“괜찮아. 당분간 나도 프리해.”


우리는 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얘길 나눴다. 아내가 잠들 때까지 필요한 시간은 딱 30분쯤이었다.


-동선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거쳐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됐습니다.

-낭만, 낭만 찾다가 다 골로 가는군.


할리우드 거장 막스 도너의 아들놈도 그렇고 성조가家의 어느 도련님도 낭만 찾다가 모로코에서 실종됐다. 문제는 둘 다 몸값을 요구하는 연락이 없다는 것.


-김지석 23세, 명광실업 사장 김형철의 장남입니다. 김형철은 작고한 오천명 명예회장의 외종사촌입니다.


나흘 전 김지석은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마지막 흔적을 남긴 채 실종됐다.


-모로코에서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실종은 다반사죠. 모나코와 착각하면 곤란합니다. 애초에 유럽에선 모로코를 모로코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망막디스플레이에 영상이 재생됐다.

한 차량이 호텔로 들어가는 영상이다. 김지석은 취한 건지 아니면 마취된 건지 인사불성으로 다른 남자 둘에게 부축받으며 호텔로 들어갔다.


-저 두 놈은 누군데?

-위해청과 기륭, 중국 해외정보부 소속입니다.

-중국?


경쟁의 최전선에 산업스파이들이 있었다.

한·중·일 3국은 항상 서로에게 지고 싶지 않은 경쟁심이 강했다. 역사적으로 친한 이웃이란 건 없었다. 뺏고 빼앗는 반복된 경쟁으로 좆같은 사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도 양국으로 산업스파이를 보낸다. 뭐 중국보단 일본에 더 많이 보내지만 어쨌든 훔치고 걸리지 않으면 장땡이다. 아닌가? 훔친 뒤에는 걸려도 상관없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기업스파이를 적극적으로 운용합니다.

-구시대는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이 작은 땅덩이에서 뭘 얼마나 잘살겠다는 건지...


제국인의 관점에서 구시대는 참으로 요지경이었다. 한 줌의 땅을 차지하려 피 흘리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고작 몇백 킬로미터 떨어진 주제 인종과 언어, 문화가 달라진다는 것이 말이 되나? 제국은 수백 광년 떨어진 식민행성과도 거의 실시간으로 통신했다.


-명광실업은 첨단기술기업은 아닙니다. 범성조에 속하는 여러 기업의 소모품을 공급하는 단순 제조업체죠. 예를 들면 쓰레기통이나 칸막이, 화장실 변기 등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사무 전반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합니다.

-뭘 노리는데?

-도청기를 숨기려면 어디가 제일 좋을까요? 건물의 철통보안과 달리 쓰레기통과 화장실 변기까지 신경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더구나 김형철은 캐스팅보트가 될 수도 있는 인물입니다.

-캐스팅보트?

-명광실업이 별것 아닌 흔한 하청기업 같아도 김형철은 인망이 두터운 범성조의 원로이자 찬조회 회장입니다. 성조그룹을 필두로 하청의 하청의 하청의 하청으로 이어진 먹이사슬은 위험천만한 정글이자 복마전이죠. 김형철은 정글 같은 복마전에서 방귀깨나 뀌는 인물이고 원래는 오장군 부회장과 친하게 지냈었습니다.

-중국이 성조를 노린다고?

-대한민국의 혼란은 이웃에겐 훌륭한 기회죠.

-어쨌든 김지석이 살아있으면 됐어. 막스 도너의 아들은?

-그도 살아는 있습니다. 살아는.


뉘앙스가 이상했다.


-볼리비아 벨라비스타 지역 밀림의 마약공장에 있습니다.

-납치?

-납치는 납친데... 몸값을 노린 납치가 아닙니다. 평범한 인신매매에 엮였죠.

-인신매매가 언제부터 평범한 일이 됐는데?

-자본주의에선 사람도 엄연한 상품입니다.

-니가 말하니까 존나 무섭다.


드디어 스카이넷으로 진화한 건가! 내 아들이 존 코너가 될 운명일지도!


-...

-농담이야! 농담! 그리고 생각은 읽지 마. 내게도 프라이버시가 있다고!


소심한 반항을 해본다.


-마약공장에서 뭘 하는데?

-마약을 만들죠.

-시킨다고 그걸 해?

-부잣집 아들이라고 떠들면 더 험한 꼴을 당할 거라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체를 숨겼죠.

-백인 여행자를 납치해 노동력으로 써먹는 건 리스크가 크잖아?

-그래서 국경을 넘어서 인신매매하는 겁니다. 볼리비아에서 실종됐다면 당국의 의심을 사지만 자국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을 볼리비아 정치인과 관료가 신경 쓸 리 없으니까요.

-지독한 놈들일세.


마약조직은 굉장히 위험한 집단이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할리우드 거장의 아들이 실종됐는데 언론은 가만있나?

-아리엘의 힘을 빌려 입을 막았습니다. 국무부는 일단 칠레 경찰에게 맡기자는 식이죠. 칠레 당국은 협조는 하고 있는데... 적당히 시늉만 하다 접을 생각입니다.

-눈치 빠른 아리엘이면 알 텐데?

-그래서 언론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긴 것 같습니다.


비밀이 대런 도너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언론으로 칠레 정부를 압박해 적극성을 끌어내는 것이 아리엘의 최후수단일 것이다.


-대런 도너에게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멍청한 짓만 안 하면 굳이 죽이진 않을 겁니다.

-우리가 선택할 최선은?

-전면에 나설 생각은 없겠죠?

-약쟁이는 위험해. 처자식도 있는데 몸조심해야지.


카르텔의 시카리오가 복수한다고 달려오면 귀찮다.


-안전이 우선이면... 최선은 거절입니다.

-거절은 거절.

-그럼 코쉬와 합동작전을 제안합니다.

-위치를 알려주고 타격은 코쉬 쪽에서 한다?

-국무부와 FBI, CIA 쪽과도 협상이 필요합니다.

-국무부와 CIA는 알겠는데 FBI는 왜?

-외국에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삼은 범죄수사는 FBI 소관입니다.


FBI도 전 세계에 걸쳐 지부가 있다.


-일이 커지는 건 귀찮은데... 다른 방법을 찾아봐.

-알겠습니다.


CIA가 날 주목하는 중인데 FBI 어그로까지 끄는 건 곤란했다. 그런데 내 예상보다 빠르게 FBI의 관심이 쏠린 것 같다.


“반갑습니다. 미스터 오. 스페셜 에이전트 프랭크 윌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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