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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망가! 그리고 고양이!

지오 디 오리진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강철신검
작품등록일 :
2020.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3.04.2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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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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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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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1쪽

지오 디 오리진 -65화-

DUMMY

“명성이 자자한 분을 이제야 만나게 됐네요.”

“허명이죠.”

“시민권이 곧 나올 겁니다.”

“?”


그걸 네놈이 어떻게 아느냐는 표정에 상대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민국 백그라운드 체크를 우리가 도와주거든요.”

“기관끼리 이렇게 협조적인 줄은 몰랐네요.”


지오는 프랭크 윌리스에게 캔맥주를 건넸다. 점심시간에 가볍게 마시는 캔맥주는 술이 아니라 음료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대런 도너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있다면 넘겨주십시오.”

“칠레 정부가 비협조적입니까?”

“간섭을 좋아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깡패국가 미국의 패악질은 국제사회에서 유명했는데 CIA만큼 FBI도 악명 높은 기관이다. 특히 자국민과 관련돼 눈이 뒤집히면 물불 안 가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뭐 다분히 정치적인 쇼지만 양키놈들도 국뽕에 열광하는 건 똑같다.

세계최강 미국에 사는 미국인은 1등 시민이니까.

그들은 어디서든 대우받길 원했다. 그 옛날의 로마시민처럼 말이다. 이건 제국도 비슷했는데 제국인은 우주 어디서든 황제와 황실의 보호 아래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여겼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니다.

전제국가와 민주국가가 비슷할 리 없었다.


-제국에서 민주주의가 말살된 건 아닙니다. 일부 지역은 자치의회와 정부 그리고 직접선거를 치러 지도자를 뽑습니다.

-뭐 그렇다고 치자.


제국정치를 주제로 토론하면 밑도 끝도 없다.

지오는 USB를 꺼내 탁자에 올렸다.


“이건...”

“윌리스 요원이 원하는 거?”

“오.”


감탄하면서도 함부로 손을 뻗진 않았다.


“원하는 게 있습니까? 미스터 오.”

“먼저 제시해주세요.”


선제요!


“시민권이 더 빨리 나올 겁니다.”

“그리고?”

“FBI 수사자문이 되면 탐정에겐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또?”


프랭크 윌리스는 대답 대신 명함을 건넸다.

업무로 돌리는 일반명함이 아니라 개인명함이다.


“언제든 연락하시죠.”


지오가 명함을 갈무리하자 상대도 USB를 쥐었고 우리는 악수로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어디서 샜지?

-아리엘 쪽입니다.

-감청?

-범죄자도 아닌데 감청할 린 없죠. 그냥 입 싼 직원이 많은 겁니다.


하루가 지나기 전에 아리엘의 전화를 받았다.


“미안하게 됐어. 제이.”

“집안 단속 좀 해야겠던데.”

“안 그래도 한바탕했지.”

“윌리스 요원? 그 친구가 뭐래?”

“대놓고 자랑하더군.”

“웃긴 친굴세.”


FBI 정도면 이 나라에선 날고 기는 엘리트가 맞다. 전 세계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미국이다. 어지간한 열정과 노력으론 성공은커녕 서민을 벗어나기도 어려웠다.


“앞으로의 계획은?”

“협상이 결렬되면 구출팀을 보낼 계획이라네.”

“협상? 진짜 한세월이겠네. 잘해보라고.”

“매정한 거 아니야?”

“이제 나랑 상관없잖아?”


미국 영토도 아니고 남의 땅에서 작전을 벌이는 건 항상 실패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했다. 어쨌든 내 손을 떠난 일이다.


-김지석의 생명에는 지장 없습니다.

-중국놈들이 정확히 뭘 노리는 거야?

-성조의 약점을 찾으려고 들쑤시는 중입니다.


김지석을 억류해 억지로 마약과 아동 성매매 등 비윤리적인 범죄를 강제하는 한편 회유도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뻔한 수작이지만 그만큼 잘 통했다.


-사실 김지석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의 부친을 노리는 거죠.

-범성조의 원로이자 찬조회 회장은 영향력이 크지. 부회장이랑 친하다고 했나?

-네. 그쪽 파벌입니다.


주인공 입장으론 오장군 부회장은 잠재적 반란군이다. 어떤 계기로 내전이 터지면 성조의 적들에겐 기회일 수 있다. 어쩌면 코너에 몰린 부회장을 포섭한다는 계산도 깔렸으리라.

지오는 곧바로 모로코로 넘어가진 않았다.

하루만 자리를 비웠고 도리어 며칠 동안이나 윤소희를 관찰했다. 딱히 눈에 띄게 우울한 기색은 없었다. 우중충한 날씨는 누구든 감성을 자극한다. 이럴 때는 파전에 막걸리가 딱. 주변의 과도한 관심을 벗어난 윤소희는 나날이 좋아졌다.


“더 쉬고 싶다고?”

“응. 현진 언니한텐 말했어.”

“잘도 허락해줬네.”


윤소희가 찍어야 할 광고든 뭐든 한두 개가 아닐 텐데 안현진은 확실히 냉정한 기업가는 될 수 없었다.


“활동을 아예 안 하겠다는 게 아니야.”

“비싼 광고만 찍겠다는 거구먼.”

“돈은 벌어야지.”


엄청 현실적이다.

그녀는 요즘 이수영의 오디션 준비를 도와주고 있었다. 둘 다 할리우드를 모르는 건 같은데 도움이 될까 싶지만 한번 정점을 찍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은 확실히 달랐다.

따봉!

SNK에서 보낸 강사는 윤소희의 연기에 엄지를 들었다.


“매니저를 불러. 그렇다고 혼자 다닐 순 없잖아.”

“안 그래도 내일 도착할 거야.”

“그 친구도 여기서 지내라고 해.”

“그래도 돼?”

“방은 많아.”

“불편할까 봐 그러지.”

“대신 통금은 확실히 지켜라.”

“와! 내가 무슨 고등학생이야?”

“이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여기 한국 아니다. 밤에 싸돌아다니다 험한 꼴 당해. 인마. 해 떨어지면 재깍재깍 들어와. 저녁은 무조건 집에서 먹는다. 오케이?”

“네. 아빠.”


비꼬는 듯 받아쳤지만 윤소희의 표정은 썩 기분 나빠 보이진 않았다. 양친을 일찍 여읜 그녀에게 잔소리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나마 안현진 정도? 다 커서 잔소리를 듣는 일이 다른 사람에겐 스트레스겠지만 윤소희는 의외로 즐거웠다.

이수영과 윤소정이 오자 윤소희는 손 흔들며 함께 떠났다.

이제야 집구석이 좀 조용해졌다.

아들 녀석은 아침을 먹자마자 잔다. 먹고 자고 싸고를 반복하는 똑같은 일상이지만 지오는 매시간 아들의 행동을 기록했고 이 육아일기는 잠들기 전 아내의 필독서였다.

읽고 자면 꿀잠을 잔다나 뭐라나.

아내도 바쁘지만 장모님도 바빴다.

하나신투의 미주본부를 LA에 열고 미국인 부동산전문가도 고용했다. 어어! 하다 북미에 진출한 셈. 자칫 돈만 날릴 수도 있지만 장 여사는 맨손으로 중견기업을 일으킨 여걸이고 특유의 승부욕 덕분인지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어? 분명 손주 봐주시기로 했는데...

계획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육아로 바쁜 와중에 틈틈이 비행기 교습을 받았다.

미국의 장점 중 하나는 땅이 무지막지하게 넓어 민간공항이 많다는 점이다. 잘나가는 스타는 헬리콥터를 자동차 대신으로 쓴다니 이래서 미국은 미국이다.

나중에 이택기한테 법인 리스로 헬리콥터나 한 기 뽑아달라고 부탁해야겠다. 해주겠지? 안 해주면 파업이다! 스트라이크! 노동쟁의! 계약직이라 쫄리긴 한데 좆되면 마누라한테 빌붙어야지.


-준비가 끝났습니다. J.

-얼마나 망가졌어?

-아직 마약은 투여하기 전입니다. 향락을 제공해 회유 중입니다.

-여자?

-과거 몽골과 오스만이란 나라에는 하렘이 있었다죠.

-이런 부러운...

-실행할까요?

-Do it!


G가 계획을 실행하는 동안 지오는 아들의 기저귀를 갈았다. 황금색 대변은 장이 건강하다는 증거! 포동포동한 엉덩이를 깨끗이 닦고 베이비 파우더를 뿌렸다.

일회용 기저귀는 편하긴 한데 많은 쓰레기를 만들었다.


-플라콘 재활용 기저귀가 유행하지 않았나?

-이쪽 세계엔 연금과학이 없습니다만?

-어?

-플라콘은 신물질입니다. 이곳 기술론 만들 수 없습니다.

-차이가 심해?

-제국과 비교하면 원시나 다름없죠.

-그럼 유의미한 우주탐사는 언제 가능해?

-지금 수준의 개발 속도라면 한 80년 후쯤 쓸 만한 심우주 탐사용 유인우주선을 건조할 수 있을지도...

-너라면?

-10년 안에 가능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황제 등장 전후로 극명하게 나뉜다.

그는 단순하고 반복된 노동으로부터 인류를 해방했다. 무한동력이 가져온 완전한 풍요는 구시대의 경제를 완전히 갈아엎었다. 덕분에 인간은 자기 계발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모두가 향상심을 갖진 않았다.

인내는 쥐뿔도 없고 노력은커녕 환락에 빠져 허송세월하는 인간이 태반이었다. 황제는 인류에게 자유를 주었지만 시뮬레이션이란 마약도 함께 줬다.

한낱 인간도 신이 될 수 있는 세계.

필로폰과 코카인은 점점 사라졌다. 왜냐면 중독자는 시뮬레이션 이용에 큰 제약이 따랐으니까. 감응 수치가 낮은 라이더는 시뮬레이션의 기능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한다.

그건 어떤 금단증상보다 고통스러웠다.

프랭크 윌리스가 USB를 받아 가고 열흘이 지났음에도 대런 도너는 미국 땅을 밟지 못했다. 아리엘은 수시로 전화해 불만을 토로했는데 참다 참다 한계에 이르러 폭발해버렸고 결국 내 손으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아리엘을 통해 막스 도너가 접촉해왔다. 산타할아버지 수염을 기른 할리우드 거장의 눈은 잠을 설친 건지 붉게 충혈됐다.


“이쪽은 제이고 이쪽은 막스.”

“안녕하진 못하겠군요. 미스터 도너.”

“자네라면 내 아들을 살려줄 수 있다는데... 사실인가?”

“네.”


지오의 담백한 대답에 막스 도너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손이 떨리는 걸 보니 몸도 마음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외동아들이랬나? 자식이 하나뿐이니 더 간절한 것이다.


“이제 내가 어쩌면 되겠나?”

“국무부나 FBI에서 더 설명해주지 않나요?”

“Nope.”

“이래서 관료주의란! 쯧쯧.”


입 아프게 설명하기보단 파일철을 건넸다.


“미쳤군... 영화보다 더 영화네.”

“현실이 상상을 뛰어넘을 때도 있습니다. 뭐 아드님은 72시간 내로 돌아올 겁니다. 정부 쪽은 알아서 정리하시죠.”


지오는 귀찮은 일을 떠넘기고 튀었고 남은 두 사람은 독한 위스키를 꺼내 주거니 받거니 했다.


“들은 대로 재밌는 친구야.”

“안타까운 점은... 야망이 없지.”

“야망이 없다고?”

“부와 권력에 별 관심이 없네. 웃기게 들리겠지만 저 친구는 능력을 과시하거나 쓸데없이 눈에 띄는 걸 질색하거든.”

“희한한 캐릭털세. 보통 반대 아니야?”

“우리네 아버지가 딱 저랬어.”

“우리네 아버지?”

“노병들.”


대전大戰의 격동기를 헤쳐온 부친이 딱 저랬다.


“야망보단 안정을 바랐고 꿈보단 냉엄한 현실을 보셨어. 무엇보다 적군과 아군을 명확하게 구분하셨지.”


생지옥을 뚫고 생환한 베테랑, 항상 사람 좋게 웃고 다녔지만 상대가 선을 넘으면 잔인하고 철저한 보복이 뒤따랐다.


“...재밌는 친구가 아니라 무서운 친구였네.”

“그러니 내 말을 흘려듣지 마.”

“쏘희라는 배우를 쓰라는 거?”

“청탁 같겠지만 만나보면 내게 감사하게 될 거야.”

“아들놈이 돌아오면 고려해보지.”


여기서 재촉하는 건 하수下手나 하는 짓이다.

회사로 돌아온 아리엘은 팀 레이튼과 만났다.


“오디션은?”

“떨어졌어.”

“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충분히 신경 썼으니까.”

“신경 썼는데 그따위라고? 제니는 네 고집으로 데려갔잖아? 이따위로 할 거면 다시 돌려놔.”

“아리, 넌 너무 난폭해. 예술가는 섬세한 인종이라고.”

“예술? 좆까. 이놈들은 애새끼처럼 다뤄야 해.”


모델이든 배우든 가수든 예술병에 걸려 현실을 모르는 애새끼라는 게 아리엘의 지론이다.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허영덩어리가 바로 스타라는 족속이었다.


“간섭하지 마. 약속했잖아?”

“성과를 내. 그러면 만사 편하잖아.”


팀 레이튼은 중지를 들었고 아리엘도 중지로 작별을 대신했다.


“아리.”

“샘.”


SNK의 세 창업자 아리엘과 팀 레이튼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이 눈앞에 있는 샘, 사만다 윌러였다.


“제임스가 계약을 파기하겠대.”

“미친년이!”


그는 곧바로 폰을 들었다. 신호가 한참 가다 받았다.


“에반젤린!”

“소리 지르지 마.”

“뒤통수를 치고 무사할 줄 알아?”

“이건 네가 자처한 거야. 아리. 그러니 왜 꼰대들 심기를 긁어. 긁기는.”

“좆같은 아카데미!”

“그래도 여지는 남겨놨으니까 성의를 보이면 철회할지도.”

“돈이 썩어나는 줄 알아?”

“SNK 잘나가잖아. 돈을 갈퀴로 쓸어 담는다며?”

“...쯧! 기금담당자랑 미팅 잡아.”

“Good boy.”


통화를 끝낸 아리엘이 씩씩거리자 사만다는 고개를 저었다.


“폰 던지지 마. 이번 달에만 여섯 개야. 네 비서가 불쌍하지도 않아? 자기가 애플 직원이냐고 하소연하더라.”

“퍽킹! 오스카! 개같은 기레기!”

“뭐래?”

“...꼰대들이 꼰대짓 했지.”

“설마 제시 때문에 그래?”

“...”

“미치겠군!”


사만다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었다.

며칠 전 소속 아티스트인 제시카 허몬이 커밍아웃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섹시여전사를 꼽으면 꼭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시대의 아이콘이 커밍아웃해버렸다.

할리우드가 그런 쪽으로 관대한 듯싶으면서도 실상은 더 보수적이다. 특히 권력을 쥔 기성세대, 영화사와 방송국 이사회나 할리우드 기자협회는 흥행과 평론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탈을 극도로 혐오했다.


“왜 그랬대?”

“...결혼하고 싶다네.”

“데일이랑?”

“어.”


제시카 허몬이 커밍아웃하며 애인도 밝혔는데 드래그 퀸으로 유명한 데일 피셔였다. 여자로 태어나 남자이고 싶은 여자와 남자로 태어나 남자를 사랑하는 여장남자의 조합은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둘 중 누가 더 이상하냐면 단연코 제시카다. 그녀는 본인이 남자의 영혼을 가졌다고 믿었다. 혹시 강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 정체성에 혼란이 온 건 아닐까 의심했지만 의사는 아니란다.

그래. 남자가 되고 싶은 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또 남자의 영혼을 가지고 남자가 좋은 건 어떻게 설명할까. 제시카의 커밍아웃 이후 과거 그녀와 함께 연기한 남자배우 중 키스신이나 베드신이 있던 이들이 집단으로 반발했다.

커밍아웃만 하고 주둥이를 닥쳤으면 됐는데 상대의 키스 기술과 매너를 평가한 것이다. SNK가 아무리 큰 회사라도 작정하고 트롤하면 답이 없었다.


“재키는?”

“수습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중이야.”

“예상되는 피해는?”

“클라이언트들이 움직이면... 위약금이나 합의금만 1억 달러는 가뿐해.”


위약금? 그딴 건 얼마든지 줄 수 있다. 문제는 이제껏 쌓아 올린 명성과 평판에 금이 가리라. 밥과 스테이크 대신 자존심을 먹고 사는 아리엘에겐 아주 좆같은 상황이었다.

경쟁자들이 보낼 비웃음을 떠올리니 절로 두통이 왔다.


“계속 데리고 갈 거야?”

“애새끼들이 난리 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때마다 계약을 파기했으면 한 놈도 안 남았겠지.”


성공의 맛에 심취해 병신 짓을 벌이는 스타는 익숙했다. 손이 덜 가냐 더 가냐의 차이만 있을 뿐 어리나 늙으나 한결같은 애새끼였다.


“피어슨을 불러.”

“...로비스트는 왜?”

“커밍아웃은 진보 쪽에서 좋아할 소스잖아.”

“맞불을 놓겠다는 거야?”

“줄 건 주더라도 그냥은 못 주지.”


계약상의 위약금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냥 줄 순 없다. 제시카 허몬을 차별당한 약자이자 피해자로 포장해 여론을 주도할 수 있다면 함부로 소송을 제기하긴 어렵다.

사만다와 대책을 논의하던 아리엘은 재키의 전화를 받았다. 다급히 몇 마디를 전한 재키는 금방 통화를 끝냈고 그는 한동안 손에 든 폰만 내려다봤다.

사만다는 멍한 아리엘을 의아하게 쳐다봤다.


“누구?”

“...재키.”

“왜?”


그녀의 질문에 아리엘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She's gone.”

******




“아부!”

“누가 죽어?”


한달음에 달려와 냉수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켠 제니퍼는 선오와 놀아주던 지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제시카 허몬! 제시카 허몬 몰라?”

“그게 누군데?”

“아, 뉴스 좀 봐! 아저씨. 자택에서 총에 맞아 죽었대.”

“미국은 이래서 무섭다니까. 너도 어디 나갈 때 꼭 경호원이나 매니저랑 같이 다니라고. 아, 애인이 생길 거 같으면 반드시 백그라운드 체크를 해야 해.”

“애인은... 필요 없어.”


이제 경력을 쌓기 시작한 제니퍼에게 스캔들은 독이다.

물론 일리야 로빈 같은 톱스타와 얽힌 이슈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급격한 인지도 상승은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벼락스타 대부분이 왜 수명이 짧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제니퍼는 지오의 잔소리를 피해 도망쳤다.

그는 LA패밀리를 볼 때마다 잔소리했고 그녀들은 언제부턴가 슬금슬금 피해 다녔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다. 사람이 겸손하지 못하면 한 방에 훅 간다.

대런 도너는 정확히 72시간 후에 LA 근교에 있는 민간공항을 통해 집으로 돌아왔다. 살이 쏙 빠진 아들을 마중한 부모는 감동의 포옹으로 맞이했다.

지오는 한걸음 떨어진 주차장 철조망 너머로 아리엘 일행과 함께 그들을 바라봤다.


“정부 쪽은 우리가 처리했네. 제이.”

“Good.”


칠레에서 납치된 미국인이 갑자기 LA에 등장했으니 국무부나 FBI에서 알면 의아할 수밖에. 뭐 그런 잡일은 아리엘 선에서 정리하는 게 서로 편했다.


“조만간 윤에게 오디션 제의가 갈 거야.”

“오디션을 굳이 봐야 해?”

“아무리 감독 좆대로지만 구색은 맞춰야지.”

“말해봐. 또 뭔데?”

“...골치 아픈 문제가 하나 있어.”

“제시카 허몬?”

“알고 있군.”

“뉴스에서 종일 떠드는데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커밍아웃 스캔들로 시끄럽던 제시카 허몬은 자택에서 총에 맞은 변사체로 발견됐다. 미국을 넘어 세계를 발칵 뒤집은 대사건이다. 할리우드 스타가 총상으로 사망하자 거대한 시위가 일어났고 여기에 대항해 총기협회는 엄청난 로비를 벌였다.


“범인은 아직 안 잡혔어.”

“수사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CSI를 진짜로 믿는 건 아니지?”


CSI는 과장이 너무 심했다.


“곧 FBI도 달려들겠지만 LA 경찰국이 양보할 리 없어.”

“골치 아프겠네.”


여기에 정치인까지 가세한다? 해결은커녕 질질 늘어질 것이 뻔했다.


“그래서 자네가 필요해. 제이.”

“난 아직 영주권자야. 자중해야 해.”

“사설탐정 면허를 발급받은 걸로 아네만?”


Private detective, 사설탐정이나 민간조사원으로 불리는 이들은 엄연히 면허를 가진 전문직이었다. 지오는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사설탐정 면허를 신청했다. 시민권도 없고 수사기관에서 근무한 경력도 없지만 업계 거물인 코쉬 인더스트리얼의 강력한 추천으로 어떻게든 통과하긴 했다.


“저 난장판으로 뛰어들라니 사양하겠어.”

“...원하는 게 뭐야?”


그래. 이래야 제대로 된 협상이지.


“오디션 없음. 주연에 가까운 조연은 줘야 해.”

“...제작자가 싫어하겠군.”

“그걸 어떻게든 잘 처리하는 게 네 일이잖아. 딜?”

“딜.”


지오는 곧장 현장을 찾았다.

제시카 허몬의 자택 앞에는 양키들이 좋아하는 추모제단?이 만들어졌다.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들, 촛불의 향연과 추모객이 가득했다.

저 쓰레기는 누가 다 치우나?


“제이?”

“Yes.”

“마이클 해리스.”

“땡큐. 마이클.”


아리엘이 붙여준 가이드는 전직 경찰이자 현직 탐정인 마이클 해리스였다. SNK 전속은 아니지만 꽤 많은 의뢰를 소화하는 검증된 민간조사원이다.

마이클 해리스를 대동하니 LA 경찰의 제지를 받지 않고 제시카 허몬의 자택에 들어갈 수 있었다.


“CCTV에 걸린 범인은 셋. 한 놈은 도주로를 확보하고 대기 중, 나머지 둘이 제시카를 살해했지. 총성을 듣지 못했다는 이웃의 증언으로 미루어 소음기를 사용했어.”

“차량은?”

“11마일 떨어진 외진 골목에서 발견됐어. 지문과 모발 등을 확보했지만... 도난차량이라 차주의 DNA와 비교 중이야. 도가 튼 놈들이야. 유명인을 죽이는 건 리스크가 큰데도 자살로 위장하지 않고 아주 대놓고 쏴버렸지. 이건 누가 봐도...”

“급했군.”

“전문가는 타살을 자살처럼 꾸미는데 이번엔 시간이 부족했던 거야.”


지오는 속으로 뜨끔했다.

타살을 자살처럼 꾸미는 건 G의 특기다.


“킬러를 고용한 배후는?”

“많지. 전 남친들도 있고 막대한 재산에 관심 있는 가족? 그녀가 엿 먹인 남자배우들도 있고 솔직히 동기가 가장 큰 사람은 아리엘이지.”


제시카 허몬의 커밍아웃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본 건 누가 뭐래도 SNK와 그녀의 에이전트인 아리엘이었다.


“그는 아니야.”

“알아. 하지만, 대중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그건 지오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현 남친은?”

“데일 피셔? 경연 때문에 정신없어.”


최고의 드래그 퀸을 뽑는 리얼리티쇼는 매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데일 피셔는 방송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죽은 애인을 위해 꼭 우승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쳤군!

이거야말로 시체팔이의 정석이다. 죽은 애인의 몸뚱이가 식기 전에 팔아먹으려 혈안이 됐다. 정말 사랑했을까? 모르겠다. 제시카 허몬의 자택을 떠나 집으로 돌아온 그를 기다린 건 윤소희와 담소를 나누던 막스 도너였다.

우리는 맥주병을 든 채 2층 발코니로 자리를 옮겼다.


“흥미로운 배우야. 오디션은 없던 걸로 하겠네.”


오! 이러면 아리엘은 더 많은 걸 뱉어야 했다.


“아드님은 어떻습니까?”

“의사는 당분간 외출은 삼가고 안정을 취하라더군.”

“의사가 하는 말은 다 비슷하죠.”

“자네가 보기엔 어때? 어딘가 망가졌을까?”


자유를 빼앗긴 사람만이 진정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할리우드 거장의 아들로 태어나 고상한 삶을 영위했던 대런 도너에게 라틴아메리카에서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계를 넘은 어떤 충격적인 경험은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다.


“망가졌다는 건 어떤 의밉니까?”

“일상을 누릴 수 있는지 궁금하네.”

“글쎄요? 정신은 미지의 영역이라 가타부타 확신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자네의 경험을 묻는 걸세. 내 아들 같은 경우가 자네에게 첫 번째는 아니었을 테니까.”

“그렇긴 하죠. 흠.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예를 들면 강렬한 배역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배우와 비슷하다고 말하면 될까요? 아드님은 죄수이자 노예를 메소드로 연기했습니다. 첫 경험은 강렬한 법 아니겠습니까.”

“...강렬한 배역이 남긴 여운 때문에 신세 망친 배우를 여럿 봤지.”

“당신은 그걸 해결할 방법을 알겠죠.”


예술과 정신의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막스 도너 본인만 해도 정신과 의사의 단골손님이었다. 할리우드 거장이 돌아가자 궁금증을 참지 못한 그녀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머야머야! 도너 감독은 어떻게 알아?”

“빨리빨리! 말해봐.”

“진정해. 이것들아.”


지오를 가운데 놓고 다구리? 치는 그녀들을 말린 건 역시나 아내였다. 우리는 대토론의 장소인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거실 중앙에는 진실의 의자란 급조한 명패를 단 의자가 덩그러니 놓였다.


“차라리 피고인이라고 쓰지?”

“어? 맞다!”

“피고인? 그게 좋겠네.”

“뭘 맞아! 정신 빠진 년들아.”


정신 빠진 건 빠진 거고 일단 진실의 의자에 앉았다.


“도너 감독은 어떻게 알아?”

“아리엘이 소개해줬지.”

“난 그분 무섭던데...”

“맞아. 입은 웃는데 눈이 무서워.”

“영화에서 보면 보통 그런 사람이 흑막이야. 웃으면서 사람을 막 죽이는 연쇄살인범.”

“우리 회사 사장을 욕해도 돼?”

“아니거든? 우리 사장은 현진 언니고 아리엘은 느그 사장.”

“어쨌든 미국에서 활동하려면 아리엘이랑 친하게 지내야지.”

“응! 느그 사장.”


한평생 가슴 조이며 살다 주인공이란 거대한 뒷배를 가지게 된 이씨자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수진이야 태생적으로 조용한 편이지만 이수영이나 이수현은 타고난 관종이었다. 그러니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나대지. 이제 하이스쿨을 졸업한 막내도 슬슬 발동을 거는 것 같다.

진실의 의자에 앉히더니 결국 저희끼리 지지고 볶았다.

이럴 거면 난 왜 앉으라고 한 거야? 양아치랑 놀았나? 슬랭이 아주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에는 전직 마약상도 있고 절도와 폭력 전과를 훈장 삼은 길거리 싸움꾼도 있었다.

아무리 새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어도 과거는 완전히 버릴 순 없었다. 뭐 밖에 나가서 저렇게 놀면 문제가 있지만 우리끼리 있을 땐 상관없다.

순 내숭쟁이들 같으니!


“선오는?”

“자.”


애들이 싸우든 말든 부부는 안방으로 올라갔다.


“어머님은 아직 샌프란시스코?”

“응. 좋은 매물이 나왔대.”


장모님은 요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미 서부를 활개 치고 다니셨다. 이러다 양놈 장인을 마주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피곤했는지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지오는 거실로 내려가 여전히 옥신각신하는 애들을 돌려보냈다.

얌전히 잠에 빠진 아들을 확인한 그는 캔맥주를 들고 발코니 의자에 앉았다.


-확인했어?

-케레스 형제단입니다. 1등급 킬러죠.

-클라이언트가 누군데?

-이리저리 세탁된 자금이 대리인 여럿을 거쳤습니다. 조각 난 유령회사를 통해 소액을 여러 차례 펀딩했으니 LA 경찰국 능력으론 이 자금을 추적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오직 저만 가능한 일이죠. 엣헴!


들어야 할 답이 있으니 콧대를 세우는 자랑쯤이야 웃어넘겼다.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오라이온 인스트루먼트가 나옵니다.

-들어본 거 같은데?

-칼 스트라스버그의 회삽니다.

-아! 그 인간.


칼 스트라스버그는 일리야 로빈과는 견원지간이고 아리엘의 SNK와도 사이가 나빴다.


-그놈이 배후? 왜?

-칼 스트라스버그는 수십 년 동안 여러 여배우와 염문설을 뿌렸습니다.


오라이온 인스트루먼트 의장도 아리엘 못지않은 할리우드의 거물이었다. 하루에도 수천 명의 인간군상이 성공이란 달콤한 과실을 따려고 욕망하는 할리우드에선 황금 동아줄인 셈.

영향력 있는 제작자와 감독 눈에 들기 위해서라면 옷 벗는 것 따윈 부끄럽지도 않았다. 지금이야 섹시여전사로 잘나가는 제시카 허몬도 다를 것 없다.


-아리엘이 그걸 용납했다고?

-뒷거래가 있었습니다. 제시카 허몬은 원래 포르노 배우 출신이거든요.


포르노 배우 출신 스타는 많지만 진정 톱으로 군림하는 이들 가운데는 한 명도 없었다. 출신성분에 따른 차별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오스카 수상자 선정에 매년 잡음이 나오는 이유다.


-제시카 허몬과 칼 스트라스버그는 꽤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아리엘은 몰랐고?

-얍.

-무서운 여자네.


아리엘 정도의 인물이 몰랐다면 제시카 허몬이 얼마나 철두철미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이가 제 죽을 날을 몰랐다는 건 칼 스트라스버그 역시 우습게 볼 위인은 아니었다.


-암살은 칼 스트라스버그가 의뢰하지 않았습니다.

-뭐? 그럼 누군데?

-...

-...와이프군.


세상은 참 요지경이었다. 멀쩡한 가정을 가진 놈들이 더 불륜에 목을 맸다. 마치 금단의 과실을 탐하는 하와처럼. 인간은 도덕과 윤리를 파괴할 때 극한의 쾌락을 느끼는지도 몰랐다.


-LA 경찰국에 방금 보고된 검시를 확인한 결과 제시카 허몬은 임신 중이었습니다. 데일 피셔는 무정자증 환잡니다.

-설마... 스트라스버그?

-99.9%


이로써 동기는 충분했다.

문제는 스트라스버그 부인이 혼자 했다고 보기엔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는 사실이다. 자금세탁에 암살의뢰를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을까? 어디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다.

이틀 후 지오는 아리엘과 만났다.

파일을 다 읽은 아리엘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미치겠군.”

“스트라스버그와 협상해.”

“마누라를 넘기라고?”

“아니면 뭐 다 같이 죽는 거지.”

“그 미친년은 왜 이런 미친 짓을!”

“미친년이니까.”


인간이 어디까지 추악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 그는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었다.


“제시카가 스트라스버그와 만난다는 걸 몰랐어?”

“...”


아리엘은 정말 몰랐다는 표정이다.


“아리, 너와 만나기 전에 제시카 허몬은 포르노를 한 편 찍었어. 요즘이야 포르노 배우 출신이 흠결이 아닐지 몰라도 그녀가 데뷔할 땐 달랐겠지. 대중이 아무리 관대해도 포르노 배우는 톱이 될 수 없어.”

“...맞아.”


아무리 잘 봐줘야 A급이 한계였다.


“포르노를 어디서 찍었을까?”

“오라이온...”

“알아보니까 스트라스버그는 지독한 인간이더군. 제시카 허몬은 아리, 당신 턱밑을 겨눈 창이었어.”

“...”

“그녀의 커밍아웃이 과연 충동적이었을까?”


10년은 늙어버린 것 같은 아리엘을 뒤로한 채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거기에는 나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라고 광고하는 사만다 윌러가 허리에 손을 얹고 모델 포즈로 서 있었다.


“나 좀 봐. 제이.”


우리는 빈 회의실로 들어갔다.


“도너 감독이 윤과 리, 제니와 미팅을 원해.”

“셋이나?”

“응. 윤은 조연이고 리와 제니는 단역으로 시작할 거 같아.”


윤소희야 원래 한국에서 톱스타였으니 상관없지만 이수영과 제니퍼는 뜬금없긴 했다. 아무리 비중 없는 단역이라도 거장의 작품에 참여한다는 건 의미가 컸다.

필모 한 줄에 목숨 거는 배우가 한둘일까.


“그보다 아리나 챙겨.”

“아리는 왜?”

“제시카 허몬.”

“...흉수를 찾았어?”

“사건에 얽힌 복잡한 진실을 알려줬거든.”

“뭔데?”

“그건 직접 들어. 아, 조언하자면 마음 단단히 먹어.”

“그렇게 충격적이야?”

“진실은 항상 고약한 법이지.”


아리엘 본인은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자신하지만 우리 삶은 언제나 더 밑바닥이 있었다.

아리엘은 내가 건넨 파일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은 전적으로 수사기관을 믿고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SNK에서 고용한 사설탐정과 해결사들에겐 불행한 결말이지만 아리엘은 일을 덮기로 결심했다.

그렇다고 칼 스트라스버그를 용서한 건 아니다.


-협상이 있었습니다.

-목줄을 채웠나?


진실이 밝혀지면 스트라스버그는 확실히 몰락한다.


-후환은 확실히 제거하는 게 좋은데...


G는 왠지 아쉬운 것 같아 소름이 끼쳤다.


-데일 피셔가 드래그 퀸 레이스에서 최종 우승했습니다.

-시체팔이에 성공했네.

-자서전과 함께 추모 공연을 기획 중입니다.

-...평생 팔아먹을 작정이군.


지독한 인간들!

자본주의의 천국답게 안 팔아먹는 것이 없다.


-그건 그렇고, 존나 덥군!

-아프리카니까요.


지오는 지금 대서양을 건너 모로코에 도착했다.


“미스터 제이?”

“Yes.”


공항에서 그를 마중한 이들은 중무장한 용병들이었다.

코쉬 인더스티리얼이 자랑하는 1티어 전술부대.


“반갑습니다. 지미 에반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미스터 에반스.”


잘 부탁해. 틱톡틱 짐.

지미 에반스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


-이번에는 오래 살아남지 않을까?

-마이애미 대학살이 없다면 그렇겠죠.

-제너럴 코르센코도 일찍 뒤졌으니 일어나지 않을지도...


연약한 후계자로 무시당하던 에밀리야가 기요틴 퀸으로 각성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 마이애미 대학살이다. 대한민국에 콜 오브 이상택이 있다면 미국에는 퀸 비 에밀리야가 있다.


“어디로 모실까요?”

“일단 숙소로 가죠.”


뚜껑이 오픈된 Jeep를 내달리자 후덥지근한 사막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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