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망가! 그리고 고양이!

지오 디 오리진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강철신검
작품등록일 :
2020.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3.04.25 21:13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561,433
추천수 :
18,147
글자수 :
839,717

작성
22.07.25 20:10
조회
4,696
추천
231
글자
31쪽

지오 디 오리진 -78화-

DUMMY

미국에서 파파라치는 거의 인간쓰레기 취급을 받았다. 아니, 어느 나라든 하루 24시간 365일 남의 사생활을 캐려고 혈안이 된 인간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연예인 파파라치의 경쟁은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일부러 상대의 화를 돋우거나 접촉사고를 계획하는 미친놈도 있다. 몸값이 높은 스타일수록 파파라치는 기하급수로 늘었고 제니퍼 카윈 정도면 적게는 예닐곱, 많으면 스물이 넘는 파파라치가 따라붙었다.

욕을 바가지로 처먹는 막장 업계도 나름 전통과 관습이라는 것이 생겼는데 선을 넘는 양아치 짓거리를 시도하다 발각되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도리어 같이 묻어버렸다.

협상을 가장한 협박? 할 수 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목숨 걸고 스타의 비밀을 밝혔으면 짭짤한 보상을 기대하는 건 인간이면 누구나 똑같다. 그러나 깜냥을 넘어서는 보상을 바라다 배 터져 죽는 건 동정보다는 손가락질이 우선이다.

수많은 개인사업자, 연합, 파벌이 뒤얽힌 할리우드 파파라치 업계엔 언제부턴가 한 가지 불문율이 생겼다.


※SNK와는 척지지 말 것!


간이 배 밖으로 나온 파파라치도 SNK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배우와 가수, 코미디언을 협박하진 않았다. 선을 넘지 않는 미행과 염탐은 SNK도 신경 쓰지 않는다. 파파라치는 원래 병신이니까. 하지만, 일부러 사고를 내거나 사유지 무단침입, 해킹 등 과도한 Action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복했다.

목숨을 건다는 건 악과 깡으로 똘똘 뭉쳤다는 뜻이다.

그런 악과 깡으로 똘똘 뭉친 파파라치조차 두려워할 정도로 SNK의 보복은 무자비했다. 고소의 나라, 고소의 천국 미국에서 대기업과 부자에게 찍히면 진짜 좆되는 수가 있다. 보통은 개인은 선이고 집단은 악이란 여론전을 이용해 협상을 시도하지만 집단이 어떤 손해도 감수하고 달려들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파파라치뿐만 아니라 연예계에서 SNK의 악명은 무시무시했다. 일례로 몇 년 전 일리야 로빈을 담그려고? 작업 치던 파파라치 한 명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묻어버렸다. 물론 대놓고 떠들진 않았으나 소문이란 시간이 흐를수록 왕왕 떠돌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시안 여배우를 영입하며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시비를 걸자 개박살을 내놨다. 이것도 시원하게 밝혀진 적은 없는데 흉흉한 소문이 되어 할리우드를 떠돌았다.

파파라치들은 SNK가 많은 해결사, 사설탐정, 전직 경찰 등 요원Agent을 고용했다는 걸 알고 있다. 폭력에 민감한 미국이지만 ‘자격’을 갖춘 전문가를 대우하는 것도 이 나라의 풍조였다. 특히 군 출신이자 참전용사는 사회에서 많은 존경을 받았다. 그런데 웃기게도 군 출신이자 참전용사인 앨런 토드는 파파라치다.

그는 자신이 파파라치임이 부끄럽지 않았다.

왜냐면 일부러 사고를 내지도 않고 사유지 무단침입과 해킹 등 큰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으니까. 앨런이 스타의 사진을 찍게 된 동기는 한국식으로 따지면 홈마? 비슷한 거다.

쉬쉬하는데 파파라치로 시작해 예술가로 성공한 포토그래퍼도 적지 않았다.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도 결국 상업사진이다. 앨런 토드는 성공한 파파라치였다.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앨런이 파파라치로 성공한 이유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기 때문이다.

맞다.

그는 파파라치 기업을 세웠다. 앨런의 성공 이후 많은 파파라치 기업이 세워졌고 팀 단위로 활동하는 파파라치도 많아졌다. 좀 더 전문적인 파파라치 기술이 연구됐다. 그들은 어느새 미행과 첩보에 능한 다른 의미의 요원Agent이 되었다.

수백 수천 명의 파파라치가 LA에서 활동했고 그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은 방송국과 신문사를 넘어 돈 많은 개인 또는 정부와 정보국도 사 갔다. 실제 FBI에선 파파라치에게서 수배자 정보를 얻기도 한다.

수년 전 앨런은 FBI와 CIA에서 동시에 의뢰를 받았다.

‘사진 속 인물을 기록할 것.’

일반인은 조금 그렇지 않나 싶어 거절하려던 찰나 톱스타와 스타 감독, 에이전트, 기업가 등과 자주 만나는 피사체를 확인하곤 흥미가 동했다.

J.O

사람 이름이 어떻게 이러지 싶어 세 번 확인했지만, 맞다.

미국인임을 증명하는 문서에 적힌 이름은 J.O다.

이걸 어떤 식으로 발음해야 할까? 제이오? 조? 모르겠다.

LA는 아시안이 많이 사는 만큼 사우스 코리아 출신도 많이 안다. 매주 즐겨 찾는 스파도 코리안 스타일이고 세탁소를 운영하는 사장도 한국인 이민자다. 당장 동생의 부인만 해도 한국에서 유학했단다.

한국은 그에겐 매우 친숙한 나라다.

단지 피사체는 앨런이 아는 한국인과는 달랐다.

가장 황당했던 건 눈대중으로 봐도 6.6피트에 가까운 무시무시한 떡대 경호원들이 아시안 앞에서 설설 기었다. 물론 아시안도 작은 건 아니지만 근육으로 만들어진 인간병기급 경호원이 맥을 못 추는 광경은 신기하다 못해 황당했다.

군 출신인 앨런이 미국을 대표하는 민간군사기업 코쉬의 대단함을 모를 리 없다. 딱 봐도 델타나 씰 출신인 경호원을 쥐잡듯 잡는다? 서열에 민감한 수컷들이 약한 놈 말을 들을까?

고용주를 존중하는 것과 명령을 따르는 건 완전히 다른 의미다. 그러니 앨런이 본 장면은 말이 안 된다. 그런데 FBI와 CIA는 군소리 없이 비싸게 사 갔다.

뭘까? 뭔가 있는데... 등골이 오싹했다.

혹시 위험한 세계에 발 들인 건 아닐까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한편으론 20년 전 톱스타의 스캔들을 터트리며 느꼈던 첫사랑의 짜릿함을 다시 맛봤다.

이제는 무뎌지고 흐려졌던 그 느낌!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스릴 말이다.

이후 회사는 전문경영인을 맡기고 피사체를 뒤좇았다. 일주일 중 대부분은 집 밖을 잘 나오지 않았다. 가끔 외출하는 경우는 LA에서 난다 긴다는 유명인과 만났다.

LA 시장, LA 경찰국장, LA 시의회 의장, LA 지방검사, LA 지방법원 수석판사 등 권력자와 만나기도 했고 SNK를 비롯한 거대에이전시 관계자를 만나기도 했다.

톱스타는?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유명한 셀럽과 만났다.

피사체의 아내가 꽤 유명한 포토그래퍼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만나는 여자마다 눈 돌아가는 미인이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불륜이나 외도는 없었다. 남자 맞아?

나 같으면 한 번쯤은 이성을 잃었을 텐데... 성자聖子냐.

그래서인지 피사체는 기부와 봉사에도 열심이었다.

매주 교회에 나갔고 장학금도 꾸준히 전달했다.

시민경찰로 봉사하기도 했는데 당연히 진짜 경찰처럼 무장하진 않았다. 그래도 6.6피트 떡대들이 함께 움직이니 어지간한 미친놈이 아니고는 시비를 걸지 못했다.

오늘은 제니퍼 카윈과 만났다.

재미있는 사실은 제니퍼는 원래 간호사를 지망했고 그 시절 사진은 앨런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톱스타로 불리지만 그때는 피사체의 보호를 받는 피부양자 중 한 명에 불과했었다.

촬영장에서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는 정보가 있는데 확인하긴 어렵다. 워낙 보안이 철저한 것도 있지만 제니퍼는 SNK에 소속된 A급 여배우다. 아리엘만큼 미친놈은 아니지만 팀 레이튼도 결코 만만한 에이전트는 아니었다.

매년 매주 한탕을 꿈꾸는 신입 파파라치는 눈에 뵈는 것 없이 달려드는데 결과는 참혹했다. 경력 있는 베테랑은 굳이 충고하지 않았다. 경쟁자들이 알아서 나가떨어지는데 왜 말리겠나?


“쯧! 오늘은 하나 건지나 했더니...”


근처에 자리 잡은 파파라치 한 명이 중얼거리자 앨런은 피식 웃었다.


“건져도 안 받아줄 텐데? 폭스도 SNK는 안 건드려.”

“앨런은 그럼 왜 나온 겁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질문은 집요하게 이어졌다.


“우리 대단하신 피카달리 대표님이 누굴 좇는 걸까나? 카윈은 아닌 거 같고... 하그리브스? 얘는 아직 급이 안 되지 않습니까?”


레이첼 하그리브스는 엄밀히 따지면 B급만큼도 인지도가 없는 생짜 신인이었다. 제니퍼가 A급이긴 해도 업계에선 아직은 신진 소리를 들었다.

몇 년은 더 필모를 쌓아야 신인 딱지를 뗄 수 있다.


“애 딸린 유부남? 음. 분명 어디선가 봤는데... 아! 써니 강 스튜디오! 맞죠? 보그에서 밀어준다는 아시안 여자 남편 아닙니까?”


백인이든 황인이든 흑인이든 포토그래퍼는 많다. 그러나 대중은 포토그래퍼에는 별 관심 없다. 눈앞의 이 친구도 사진을 업으로 삼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퓰리쳐상을 수상했어도 오래 고민해 떠올리거나 그래도 기억 못 하는 것이 작가 이름이다.


“일반인을 왜.”

“꺅!”


집요한 질문은 비명에 끊겼다.

앨런은 반사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렌즈가 바라보는 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치미창가 맛집은 앨런도 가끔 들르는 명소인데 야외테이블이 넘어지고 의자들이 날아다녔다. 살집이 꽤 오른 흑인 덩치들도 날아다녔다.

강도?

하지만, 얼굴도 안 가린 채 공개적인 장소에서 강도질을 벌이기엔 리스크가 컸다. 경호원이 달려들고 순찰하던 경찰관이 몰려오는데 1분도 길었다.

오늘도 허탕이라 하소연하던 파파라치들은 신나게 셔터질했다. 좋은 값을 받으려면 경쟁자들보다 좋은 샷을 먼저 보내야 한다. 셔터질과 동시에 핸즈프리로 통화하기 바빴다.

팡- 파팡-

파파라치들의 카메라는 누가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터져버렸다.


“무슨!”

“썅!”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릴 때 오직 앨런만 미소를 지었다. 왜냐면 그만이 디지털이 아닌 필름 카메라기 때문이다.


‘멍청이들.’


앨런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깨달았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저 피사체는 디지털 혹은 인터넷과 연결된 카메라로는 촬영할 수 없다. 아니,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해도 ‘전자기기’ 근처에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지워질 수도 있다.

지잉-

앨런은 품에서 울리는 진동에 폰을 들었다.


“미스터 토드, 당장 철수하세요.”

“Yes.”


앨런은 폰 너머로 들리는 명령에 순순히 응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FBI는 아니고 CIA 쪽이다. 그만이 아니라 파파라치로 위장한 감시자 몇몇도 급히 자리를 떠나는 중이다. 주차장으로 돌아온 앨런은 블루투스 핸즈프리로 바꿨다.


“앨런.”

“모니카.”

“곧 사람이 갈 거예요. 필름 주세요.”

“오케이.”

“이번 대금은 두 배로 드리죠.”

“땡큐.”

“노파심에 말하지만...”

“필름은 사본이 없어요. 모니카. 더구나 난 오래 살고 싶어요.”

“...믿죠.”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채 2분도 지나지 않아 행인을 가장한 누군가 앨런을 스쳐갔고 그는 자연스럽게 필름이 든 봉투를 건넸다. 그걸로 끝이다. 앨런은 스파이가 된 기분을 만끽했다.

다시 폰이 진동했다.


“앨런.”

“쏘리. 제인. 다른 쪽에서 이미 채갔어.”

“...”

“사본이 있냐고 묻지 마. 난 똥 싸다 죽고 싶지 않거든.”


CIA는 그러고도 남을 인간들이다. FBI와 CIA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CIA를 택하겠다. 적어도 FBI는 암살자를 보내진 않으니까.

앨런은 집으로 돌아와 암실을 찾았다. 사본이 없다고? 새빨간 거짓말이다. 필름을 넣은 카메라는 한 대 더 있었다.

그는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필름을 현상했다.


“응?”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런데 연속적으로 촬영된 모든 필름이 이상했다. 카메라에 문제가 생겼나?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뿌옇게 낀 상相.

애초에 햇빛이 없는 밤이었으니 상이 잡힐 리 없다. 하지만, 모든 사진에 상이 잡혔다. 마치 피사체를 감싸는 거대한 아우라가 거기 있었다.

카메라를 확인해봤다.

역시 이상은 없다. 앨런은 암실을 나와 예전에 찍은 사진과 방금 현상한 사진을 비교했다.


‘예전 사진엔 없어.’


피사체를 감싸는 아우라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원래 아우라가 보이는 것이 이상했다. 예술의 경지에 이른 작가는 피사체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다는 말이 있지만 앨런 본인은 그럴 능력이 없다. 있었다면 진즉 예술가로 이름 날렸을 것이다.

결론은 잘못 찍었다.


‘쯧!’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듯 베테랑 파파라치도 실수한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선 순간 이마에 차가운 뭔가가 닿았다.

퓽-

그걸로 끝이다.

이마에 총알구멍이 뚫린 앨런 토드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나동그라졌다.

퓽퓽-

살인자는 머리와 가슴에 두 번의 총질을 더 했다.

작업실을 둘러본 살인자는 폰을 들었다.


“처리반 보내.”


통화를 끝낸 상대는 죽어 나자빠진 앨런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내 말을 들었어야죠. 앨런.”


모니카 그레이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처리반을 불러 시체를 없애버렸다. 앨런 토드는 며칠 뒤 실종자로 신고될 것이다. FBI에서 수상히 여길지도 모르지만 처리반의 실력은 확실했다.

안가로 돌아온 모니카는 보안전화를 들었다.


“모니카 그레이스, 섹션 C49756. 코드 세븐틴.”

“대기... 연결됐습니다.”


그녀는 목소릴 가다듬었다.


“모니캅니다. 부국장님.”

“왜?”

“근접 감시팀이 철수했습니다.”

“보고는 받았어. 특이사항은?”

“IP가 1분간 통상 672배 증가했습니다. 센서 오류일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

“박사님이 옳았습니다. 그는 뮤턴틉니다.”

“속단하지 마. 보고서는?”

“준비하겠습니다.”

“수고했어. 일단 대기해.”


수화기를 내려놓은 모니카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았다.


‘새뮤얼 G. 오.’


CIA는 그를 전략자산으로 분류했다. 미국의 국익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자산Asset. 지난 이십여 년 동안 백악관 권좌는 새뮤얼 G. 오라는 희대의 정치컨설턴트 손에 좌지우지되는 촌극을 겪었다.

21세기를 넘어 22세기, 23세기에도 사라지기는커녕 더욱더 기승부릴 인종의 벽 따윈 그에겐 통용되지 않았다. 일부는 이 숨은 권력자를 찍어누르려고 시도하다 호된 꼴을 당했고 대세에 편승한 이는 그 대가로 백악관을 차지하는 호사를 누렸다.

얼마 전 치른 대선에서 승리해 백악관에 입성한 라이언 윌리스 주니어도 오래전부터 새뮤얼 G. 오의 후원을 받은 정치인이다. 이것은 불의한 일인가? 정의롭지 못한가?


‘모르겠다.’


애국에 헌신한 모니카조차 잘 모르겠다.

유색인 리더가 이끄는 아메리칸드림은 틀렸을까? 그녀는 백인이 아닌 히스패닉이다. 흑인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유색인종이 바로 라티노다. 미국인이면 다 같은 미국인이지 왜 피부색을 구분할까 싶지만 백인은 백인 나름 흑인은 흑인 나름 히스패닉은 히스패닉 나름 미합중국을 구성하는 거대한 정치파벌이었다.

싫든 좋든 이 나라에서 색깔은 곧 권력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나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나와 같은 피부색을 가진 유권자니까.

그런 면에서 새뮤얼 G. 오는 완벽한 돌연변이였다.

있을 수 없는 일임에도 모든 색깔이 그를 지지했다.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먼 훗날 백악관의 주인이 됐을지도 모른다. 아닌가? 미국 태생이 아니니 정치인이 그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대권 경쟁자가 아니거든.

모니카는 화면을 넘겼다.


‘J.O.’


한국 이름을 몰랐다면 O.J. 심슨를 좋아했나 의아했을 것이다.


‘청부해결사.’


새뮤얼 G. 오의 주 활동반경이 아시아로 넘어가자 아메리카와 유럽 파트너들은 조금은 서운했다. 그런데 그 빈자리를 채운 건 뜬금없이 등장한 유능한 해결사였다.


‘둘의 한국식 이름이 같아.’


이건 우연일까?

처음엔 오태양의 사생아 즉 새뮤얼의 이복형제가 아닌지 의심했지만 생김새도 다르고 어렵게 채취한 유전자도 달라 루머는 금방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는 실력은 비슷했다. 아니다. 일부 분야는 제이가 훨씬 나았고 CIA가 주목한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국가와 맞먹는 정보수집과 공작.’


그리고 아프리카나 중남미 같은 무법지대에 투사하는 막강한 영향력과 실행력은 CIA 작전국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아시안을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러나 새뮤얼 G. 오도 그렇고 J.O도 그렇고 두 개인이 가진 정보력은 아무리 분석해도 비정상적이다.


‘닥터 베른하우스는 샘이 초능력자고 제이가 그의 클론일지도 모른다고 말했지.’


초인, 초능력자, 뮤턴트 등 뭐로 부르던 그것It은 인류의 다음 진화단계일지도 몰랐다.

모니카는 고개를 저었다.


‘제이는 샘의 클론이 아니야.’


CIA를 배신한? 엘레나 화이트지만 조국을 배신하진 않았다. 둘은 같은 부서에서 오랫동안 함께한 동기고 최근까지도 자주 연락했다.

엘레나는 제이가 새뮤얼을 인간적으로 싫어한다고 말했다.

왜?

그녀가 말하길 제이의 꿈은 호상好喪이란다.

호상이 뭐지?

영어로 번역이 힘든 개념이다. 그 때문에 모니카는 한문과 한글, 한국어와 중국어를 공부해야 했다.


‘입버릇처럼 소시민이라고 말해. 근데 하는 짓은 소시민과는 완전히 달라.’


어떤 정신분석학자는 제이가 다중인격자가 아닌지 의심했었다. 그의 언어와 행동을 분석하면 어느 순간 평소의 습관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새로운 인격이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이 괴리는 뭘까? 종잡을 수 없다.

관대하다가도 잔혹하고 친절하다가도 냉정하다.

극과 극으로 나뉘는 반응의 기준은 의외로 평범했는데 바로 친분의 유무다. 인류애 따윈 없다. 본인 기준으로 친분이 있으면 아군이고 없으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소시오패스로 볼 수도 있지만 이런 걸 보면 소시민이 맞다. 소시민은 겁쟁이고 겁쟁이는 남의 일에 관심 없으니까.


‘알면 알수록... 이상해.’


능력과 자존심은 비례하는 법.

능력 있는 남자는 남보다 더 많이 가지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는 축재蓄財나 과시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미 많이 가졌으니 만족했을까? 그런 것이 아니다.

엘레나 얘기를 종합하고 모니카 자신이 관찰하고 분석한 제이는 가정적인 남자다. 육아에 열정적인 야망 있는 남자? 둘은 결코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니 육아와 야망을 동시에 좇을 순 없었다. 그런데 제이는 둘을 동시에 성공했다. 비밀조직도 관리하고 자식 둘도 직접 키운다? 어디선가 삐걱거릴 것이 분명한데 지난 수년 동안 해결한 사건을 들여다보면 실패는 한 번도 없었다.

도·감청에 번번이 실패한 NSA는 오기가 생겼는지 특별팀까지 편성했지만 여전히 실패만 반복하는 중이다. 그가 어떤 방법으로 보안을 유지하는지 궁금해하는 곳은 차고 넘쳤다.

새뮤얼이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았으면 납치하자고 달려들 기관이 한둘은 아니다. CIA가 제일 먼저 나설 것이다. 일라이자 레인 부국장은 심하게 반대하겠지만.


‘만일 그가 뮤턴트라면...’


오늘 일어난 돌발상황은 많은 점을 시사했다.

정보를 최대한 통제했지만 어디까지 먹힐지는 그녀도 알 수 없다. 모니카는 앨런이 현상한 사진을 심각한 표정으로 봤다.

뭔가가 제이를 둘러싸고 있다.

심령사진?

평소라면 망가진 카메라로 찍은 실패작으로 넘겼으리라. 그러나 알루미늄 배트가 우그러지고 칼날이 튕겨 나오는 사진엔 단 1%의 조작도 없었다.


“잘 찍혔군.”


!!!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모니카는 반사적으로 총을 뽑아 돌아섰다.


“...제이.”

“분명 오늘 처음 만나는데 오랫동안 알고 지낸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모니카.”


지오는 근처에 있는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누구 밑에서 일하더라... 잠깐... 흠. 일라이자군.”

“...”

“미스터 토드는 굳이 제거할 필욘 없었는데 말이야. 도리어 귀찮게 됐어.”

“알고 있었습니까?”

“당연히 알지. 엘렌이 얘기 안 해? 호! 진짜 모르는군. 우리 착한 엘렌에게 상을 줘야겠네. 그리고 너... 사실은 일라이자가 아니라 다른 놈을 위해 일하는군. 앤드류 캠벨? 작전국 부국장인가? 이거... 일라이자가 강적을 만났네.”


지오는 휘파람을 작게 불었다.


“지금 여기로 오라고 해.”

“...”

“왜? 내가 전화할까?”


미적거리던 모니카는 할 수 없이 수화기를 들었다.

우리의 통수녀 일라이자 레인의 통수를 후려치려는 놈이 있다니? 역시 통수의 조직 CIA답다. 지오는 눈알을 데룩데룩 굴리며 통화하는 모니카를 바라보는 중에도 G와 소통했다.


-이 새끼들... 날 생체실험하려는 거 아님?

-아닙니다.

-장담해?

-앤드류 캠벨 작전국 부국장은... 일라이자의 내연남입니다.

-...

-불륜은 직장 동료와 일어날 확률이 높습니다. 뭐 일라이자의 경우는 싱글이니 불륜은 아니죠.

-캠벨 뭐시기는?

-돌싱입니다.


그쪽 업계가 이혼이 잦은 편이긴 했다.


-그보다 식당 일은 제프리 하그리브스의 사주입니다.

-하그리브스면...

-레이첼 하그리브스의 삼촌입니다.


치미창가 식당의 활극은 변호사군단을 불러 적당히 마무리 지었다. 기회를 놓친 파파라치들은 입맛을 다셨고 주둥이까지 막진 못하니 소문이 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사진과 영상은 떠돌지 않을 것이다. G가 이미 폰이든 카메라든 블랙박스든 CCTV든 몽땅 갈아엎었다.


-삼촌이 조카를 테러한다고? 왜?

-강도를 가장한 테러에 휘말리는 것 자체라도 배우 활동에 큰 걸림돌이 되니까요. 사용자는 운 나쁘게 휘말린 셈입니다.


니미! 왜 나만 운 없는데!

교육자 집안이라더니 콩가루였다. 삼촌이 조카를 테러한다? 이유가 뭐든 미친 짓이다.


-그 깜둥이들은 대체 얼마를 받았길래 공공장소에서 테러할 생각을 했대?

-...1만 달럽니다.

-뭐?


What? 고작 1만 달러에 내 뚝배기를 깨려 했다고?


-레이첼 하그리브스의 동행자를 적당히 주무르고 경찰관이 출동하면 자수할 계획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꼴사나운 파파라치샷이 찍히면 그녀의 배우 활동은 끝장이나 마찬가지죠.

-왜 그렇게까지 하는데?

-제프리는 레이첼을 캘리포니아에서 손꼽는 부자인 해리스 가문의 장남과 결혼시킬 계획이었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제프리 하그리브스 본인의 욕망이죠.


미친놈인가? 잘 자란 미녀 조카를 부잣집에 팔아 본인의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삼촌의 사악한 계략이다.


-해리스 가문의 장남 필립 해리스도 동의한 사안입니다.

-여자에 환장한 놈이야?

-스탠퍼드를 나온 뒤 집안의 도움을 뒤로한 채 자수성가한 뛰어난 기업가로 평가받습니다. 여성편력은... 부자라면 누구든 조금씩은 있는 편이죠.


능력과 인성은 별개다.

착한 놈과 잘난 놈은 같지 않다.

잘난 놈이 착할 확률보다 악할 확률이 최소 10배는 높았다. 이 말은 나쁜 놈이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는 뜻. 존경받는 부자 10명이 있으면 욕먹는 부자는 100명, 1000명도 넘었고 이 악당놈들은 악행으로 쌓은 부富를 이용해 더한 악을 행했다.

초울트라슈퍼리치 주인공은 악당일까?

부딪칠 일 없는 서민의 관점으론 NO에 한 표 줄 테고 빼앗길 재산이 많은 부자놈들은 YES에 몰표를 던질 것이다. 주인공은 이를테면 서민의 악당이 아닌 악당의 악당이었다.

좆밥들은 천상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도 없고 알 수도 없다. 브실골의 게임과 챌린저의 게임이 다른 셈. 게임이라고 다 같은 게임이 아니듯 세상살이도 다 같지 않았다.

인생은 원래 불공평했고 앞으로도 바뀔 리 없다.


-더 알아봐.

-롸져.


CIA 작전국 부국장 앤드류 캠벨은 딱 3시간 뒤에 등장했다.

떡대 수행원을 무더기로 데려온 걸 보니 잔뜩 쫄았나보다.


“앤드류 캠벨이오.”

“우리가 반갑게 인사할 사인 아닌 거 같은데?”

“...오해가 있소.”

“거 시부럴! 만나는 놈들마다 오해! 오해! 오예거리네! 진짜 퍽킹! 오예! 하게 만들어줘?”

“...”


한국어와 영어가 섞인 육두문자에 앤드류 캠벨은 쓰게 웃었다. 명색이 CIA 부국장이 어디서 뒷골목 양아치 대우를 받아봤겠나. 수행원을 말리지 않았다면 한바탕 드잡이질 벌였으리라.


“일라이자가... 당신은 깔끔한 거래를 좋아한다고 그러더군.”

“오! 그래서?”

“CIA 고문 자격을 주겠소.”

“좋은 건가? 오히려 족쇄 같은데?”

“세계 어디서든 기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소.”

“반대로 스파이 혐의로 좆댈 수도 있잖아?”

“...”

“그것보다 내가 제안 하나 하지.”


장담컨대 이 새끼들은 평생 날 감시하고 시시때때로 시험할 개새끼들이다. CIA만 그럴까? FBI든 뭐든 공무원놈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감히 쳐다보지 못할 만큼 중요하거나 대단한 뭔가를 움켜쥐고 휘둘러야 한다.

주인공놈은 부와 권력으로 양키를 제 편으로 만들었다.

난? 그렇겐 못 한다.

돈다발로 성벽을 쌓고 정치인을 나팔수로 부리려면 어지간한 권력으론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게 쌓은 성을 계속 지키려면 더 많은 돈과 권력이 필요했으니 쉴 새 없이 앞으로 달려가야 했다.

하지만, 난 쉬고 싶다. 솔직히 지금도 열심히 일하진 않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 애들 기저귀는 앞으로도 열심히 갈아야겠지.

내가 이 하이에나 같은 놈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건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내 비밀이 궁금해?’


궁금하면 500원! 아니, 알려주는 것이 인지상정!


“동양에는 신비한 힘이 있어. 기, 차크라, 아우라, 오리엔탈 매직, 포스? 뭐라 부르던 그런 신비한 힘이 있지.”


지오의 뜬금없는 말에도 상대는 진지하게 집중했다.

왜냐면 의심 많은 일라이자와 달리 앤드류 캠벨은 초능력을 믿었으니까. 그렇기에 일라이자 몰래 모니카를 포섭해 지오를 감시케 했다.


“당장 믿긴 힘들겠지. 흠. 좋아. 눈 크게 뜨고 잘 봐.”


지오는 손을 들어 손바닥을 내밀었다.


“죽어라. 얍!”

“...”

“이런 건 가능하지 않아. 하지만!”


다들 황당한 표정을 짓다 마지막은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캠벨 부국장 옆에 선 요원의 권총집에서 권총이 뽑혀 지오의 손으로 날아갔고 다른 요원들은 본능적으로 총을 뽑아 겨눴다.


“진정해. 친구들.”


지오는 가까운 모니카에게 권총을 건넸고 앤드류 캠벨은 당장 달려와 안길 듯 호들갑을 떨다 수행원에게 제지당했다.


“어떻게!”

“신화가 다 과장된 허구라거나 상상은 아니거든. 삼손, 골리앗, 헤라클레스, 커퍼필드, 어? 커퍼필드는 사기꾼이 맞고. 하지만, 다른 영웅들은? 그들이 정말 다 가짜일까?”


사람들은 누구나 꿈꿨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어떤 강력한 힘으로 세계를 구하거나 정복하는 꿈을 꿨다. 세계를 구하면 영웅이고 정복하면 빌런이다.


“언제부턴가 인류는 신비를 잃어버렸어. 왜? 신비를 얻는 건 타고나는 거거든. 물론 훈련으로 일부를 얻기도 해. 그러나 장담컨대 어지간한 인내론 신비는커녕 몸만 상할 수도 있어. 그래서 세월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실전됐지.”

“당신은... 신비를 얻었나?”

“증거가 더 필요해?”


지오가 손바닥을 보이자 깜짝 놀란 요원들이 자기 권총집에 손을 올렸다. 총을 빼앗기는 건 엄청난 모욕이다.


“포스를 훈련으로 얻을 수 있다고?”

“그래.”

“어떻게?”

“동방불패 안 봤어?”

“...”

“황비홍은?”

“...”

“천녀유혼?”

“...”

“퍽킹! 할리웃!”


그건 중국영화가 아니다. 홍콩영화다. 아무리 중국이 싫어도 고전 명작을 무시하지 마라.

이연걸은 무적이고 왕조현은 신이다.

윤발이형은 총질했으니 아웃!


“영화를 보면 말이야. 영약이란 게 있어. 그러니까 슈퍼솔저 혈청 비슷한 거지. 물론 한 알 먹는다고 하루아침에 초능력을 얻는 건 아니야. 그건 진짜 말이 안 되거든.”


퍽킹! 할리우드!

혈청을 맞고 순식간에 변신하는 히어로 무비는 구라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갓 각성한 초능력자가 위험한 이유는 초능력자 본인의 힘을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의 불가능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초능력을 훈련했으면 모를까 각성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엄청난 충격을 준다. 그래서 많은 초능력자가 각성 도중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했다.


-무슨... 사기를 치려는 겁니까? J.

-거 있잖아. 건강보조제.

-...

-그거 잘 섞어서 어떻게 만들어봐. 응? 근육 빵빵하게 키우려면 프로틴 같은 거 팍팍 쳐. 애들 가슴 크게 만든다고 무슨 유전구조를 재설계했다는 거 있잖아.


가슴을 키울 수 있으면 근육도 크게 만들 수 있다.


-싸구려 마약이 아닙니다만?

-알 만한 친구가 말귀를 못 알아들어. 어? 그럴듯하게 대충 몸에 좋은 거 잘 섞어서 응?


원래 물장사 다음이 약장사다.

마진이 좋거든.


“내가 대한민국에 있을 때 지리산이란 명산에서 기인을 만나 5000년 한반도 역사의 뿌리 깊은 포스를 수련했지.”


한국인이라면 씨알도 안 먹힐 거짓말이지만 아까는 귓등으로 듣던 코쟁이 요원들까지 집중해서 들었다.

이것들이 의외로 순진한데?


“산삼 알아? 산삼?”

“샨샴?”

“아니! 샨샴 말고. 그래. 만드라고라. 코리아 만드라고라.”

“만드라고라? 오! 맨드레이크!”

“맨 뭐? 어쨌든 그거. 그게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영약의 재료지.”


수행원 중 한 명은 급기야 지오의 말도 안 되는 개뻥을 심각한 얼굴로 녹음하고 있었다.


“하지만, 재료만 있다고 혈청이 되는 건 아니야. 코카콜라처럼 배합비가 중요하거든. 잘 배합하면 약이 되고 아니면 똥이 돼. 그리고 그건 나만 알고 있어. 내 힘 봤지? 얍.”

“어떤 대가를 치르든 사겠소!”

“워워! 진정해.”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 이런 기분일까. 지오는 거만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고개를 까닥거렸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호갱님.”


돈은 필요 없지만 여기서 안 받으면 의심을 산다. 지금 흥분으로 이성이 마비됐지만 조금만 냉정을 되찾아도 뭔가 이상하단 사실을 눈치챌 것이다.


-...저 사람들은 바봅니까?

-인간은 멍청해. 그래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똑똑한 자신을 믿는 확고한 믿음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

멍청한 사람도 실수하고 똑똑한 사람도 실수한다.

왜?

같은 인간이니까.

인간은 실수한다.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졌다.

눈앞에 있는 양키들은 지금 취한 듯 해롱거렸다. 본인들은 인지를 못 했지만 이것은 공간을 장악한 영능갑의 힘이다. 대민, 대게릴라에 나이트-프레임 모드가 어떻게 쓰이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예시다.

협상과 신문, 자백과 심지어 정신고문까지 가능했다.

홀린 듯 떠난 부국장 일행과 모니카를 뒤로한 채 지오는 손에 든 사진을 바라봤다. 얼굴을 확인하기 어렵게 흐려진 사진은 꼭 심령사진처럼 기괴한 형상과 빛깔로 가득했다.


-무엇으로도 탐지할 수 없다며?

-...제국은 필름이 사라진 지 오랩니다.

-알아.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지. 그래도 신기하네.


연금과학의 정수가 구닥다리 카메라에 걸리고 말았다.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겠습니다.

-알아서 해. 당분간 모드는 중지.

-...롸져.


20세기 구닥다리 기술에 패했다는 G의 분함이 느껴진다. 그래. 좌절이 우릴 성장시킨다. 인간을 얕보는 편협한 사고를 고치길 바랐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지오 역시 깊은 좌절감을 맛봤다.


“뭐! 일어섰다고?”

“네! 멋지게 섰어요!”


초롱초롱한 눈으로 전하는 사카가와 세리나의 비보에 지오는 털썩 주저앉았다.

Noooooooooooo!

딸의 역사적인 첫발을 놓쳤다.

식당 사건만 아니었으면 귀가는 한참이나 빨랐을 것이다.


-죽여 버리겠어! 제프리 하그리브스!


용서하지 않겠다! 필립 해리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오 디 오리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6 지오 디 오리진 -86화-(완) +29 23.04.25 3,727 195 17쪽
85 지오 디 오리진 -85화- +18 23.04.24 2,937 144 30쪽
84 지오 디 오리진 -84화- +17 23.04.18 3,048 161 38쪽
83 지오 디 오리진 -83화- +44 23.04.15 3,638 189 44쪽
82 지오 디 오리진 -82화- +63 22.08.22 5,583 216 37쪽
81 지오 디 오리진 -81화- +28 22.08.16 4,280 249 32쪽
80 지오 디 오리진 -80화- +19 22.08.09 4,443 210 34쪽
79 지오 디 오리진 -79화- +21 22.08.01 4,774 231 35쪽
» 지오 디 오리진 -78화- +27 22.07.25 4,697 231 31쪽
77 지오 디 오리진 -77화- +22 22.07.19 5,226 211 51쪽
76 지오 디 오리진 -76화- +27 22.07.12 5,020 237 32쪽
75 지오 디 오리진 -75화- +23 22.07.04 4,437 194 19쪽
74 지오 디 오리진 -74화- +13 22.06.28 4,389 190 16쪽
73 지오 디 오리진 -73화- +16 22.06.27 4,317 198 23쪽
72 지오 디 오리진 -72화- +20 22.06.23 4,535 227 27쪽
71 지오 디 오리진 -71화- +13 22.06.21 4,401 185 20쪽
70 지오 디 오리진 -70화- +22 22.06.16 4,471 202 14쪽
69 지오 디 오리진 -69화- +16 22.06.14 4,504 174 25쪽
68 지오 디 오리진 -68화- +19 22.06.11 4,597 186 18쪽
67 지오 디 오리진 -67화- +12 22.06.10 4,522 187 21쪽
66 지오 디 오리진 -66화- +13 22.06.09 4,375 195 11쪽
65 지오 디 오리진 -65화- +10 22.06.08 4,723 198 31쪽
64 지오 디 오리진 -64화- +13 22.06.07 4,697 183 29쪽
63 지오 디 오리진 -63화- +12 22.06.06 4,687 189 18쪽
62 지오 디 오리진 -62화- +15 22.06.05 4,757 198 24쪽
61 지오 디 오리진 -61화- +23 22.06.04 4,685 205 23쪽
60 지오 디 오리진 -60화- +17 22.06.03 4,731 196 27쪽
59 지오 디 오리진 -59화- +18 22.06.02 4,442 207 12쪽
58 지오 디 오리진 -58화- +23 22.06.01 4,437 184 15쪽
57 지오 디 오리진 -57화- +25 22.05.31 4,702 189 2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