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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망가! 그리고 고양이!

지오 디 오리진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강철신검
작품등록일 :
2020.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3.04.25 21:13
연재수 :
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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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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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지오 디 오리진 -73화-

DUMMY

“빵야!”

“흐즈므.”

“빵야! 빵야!”

“흐즈믈르그!”


지오가 이를 악물든 말든 윤소희는 깔깔거리며 양손으로 손가락 총을 난사했다. 딴 년이 저랬으면 죽탱이를 날렸을 텐데 친구니까 봐준다. 지오는 구석에서 우물쭈물하는 한초롱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만입니다. 누님.”

“미안.”


한초롱은 혀를 쏙 내밀다 배시시 웃었다.

똑똑한 여잔데 왜 무리수를 뒀을까? 당연히 지오를 믿고 사고를 친 것이다. 우리는 멀티플렉스를 나와 해운대에 있는 어느 음식점으로 이동했다.

별채도 있는 것이 아주 비싸 보이는 곳이다.


“현진 언니는?”

“누나가 예약했으니 알아서 오겠지.”


안현진은 수많은 업계 관계자에게 붙잡혔다. 윤소희를 보러 온 건 보러 온 거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박기영인가 뭔가를 왜케 싫어하는 거야?”

“사람을 도구로 보는 개새끼거든.”


질문의 답은 한초롱이 했다.


“이 바닥에 안 그런 놈이 있어?”

“그렇긴 해.”


중소기획사 사장만 돼도 제 연예인이나 직원에게 갑질이 일상이다. 여기에 톱스타라도 한 명 거느리면 콧대가 하늘 높이 치솟아 방송 관계자를 무시하기 일쑤다.

대한민국 톱으로 올라선 스튜디오 화랑 대표의 에고는 얼마나 강할까? 원래도 강했는데 이제는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향했다.

박기영이 경고를 수용할진 알 수 없다. 뭐 해도 안 해도 상관없지만 또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하는 귀찮음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고소는... 안 하겠지?”

“이제야 걱정돼?”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어.”


전부 계산하고 귀싸대기를 날린 건 아닌가? 하긴 아무리 용기를 쥐어짰어도 보는 눈도 많은데 폭력은 선을 넘었다. 기껏해야 폭언이나 욕설 정도를 염두에 뒀을지도.


“고소는 없을 거야.”


그건 계약을 어기는 행동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소문은 돌 것이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야 계약서를 내밀며 비밀엄수를 시켰지만 자리를 떠난 투자자도 그렇고 자리에 없었던 배우들도 어렴풋이라도 유추는 가능할 테니까.


“무대인사는 이제 끝?”

“응.”


전채로 나온 나물을 먹던 윤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리우드 쪽은 어느 정도 진행했는데?”

“반? 촬영은 가을쯤 끝날 거 같아.”

“오늘 내일은 쉬고 모레쯤 같이 돌아가자.”

“땡큐.”


일등석이 편해도 전용기만큼은 아니었다.


“누님도 갈래?”

“그래도 돼?”

“스케줄 없으면 갑시다. 박기영이 미친 짓은 안 하겠지만... 눈깔이 뒤집히면 혹시 모르니까.”

“아싸!”


한초롱은 매니저에게 전화하러 나갔고 둘만 남았다.


“촬영 중에 양놈이 데이트하자고 달려들지 않아?”

“몇 명 있긴 했어. 근데 싫다니까 얌전히 물러나더라.”

“성 관련으론 처벌이 엄격하니까.”


지역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미국의 성 관련 처벌은 매우 엄격했다. 그럼 엄격한 처벌이 성범죄를 낮출까? 모순이지만 성폭력은 줄어든 적이 없었다.

성범죄율을 낮추려고 엄정한 법률을 적용했는데 줄어들기는커녕 도리어 치솟았다.

왜?

오늘만 사는 하루살이에겐 내일 따윈 없으니까.

10년형이든 20년형이든 무기징역이든 눈앞에 보이는 즐거움만 쫓는 밑바닥 인생은 법이 어쨌든 상관없었다. 순간의 쾌락에 뇌를 잡아먹힌 짐승에게 도덕이니 윤리니 희망찬 미래니 들어먹을 리 없다.

당장 기분 좋으면 그만이다.


“보스랑 연락해?”

“지오 씨? 가끔 전화하지.”


내 이름을 다른 사람처럼 불리는 것이 아직도 신기했다.


“미련이라도 남았어?”

“좋은 남자잖아.”


내가 주인공을 대면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 매혹 때문이다.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아주 탁월했다. 남자가 남자에게 반하는 건 너무 끔찍한 일이다.

윤소희와 두런두런 세상살이를 대화하던 중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한초롱이 소속된 기획사 대표가 찾아왔습니다. J.

-어딘데?

-파인 엔텁니다. 배우 쪽으론 중견급 기획산데... 현재 재정 상태는 엉망진창입니다. 아무래도 인감 사기의 배후는 대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알아봐.

-롸져.


고성이 오가는 걸 보니 화가 잔뜩 났나보다.

지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 나오려는 윤소희를 손짓으로 말렸다. 문지방을 넘자 승강이하는 남녀가 보이고 그를 확인한 윤소희 경호팀은 제압할까요? 하는 눈빛을 던져왔다.

지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만.”

“뭐, 뭐야?”


파인 엔터테인먼트 대표 정건창은 한초롱과 본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사람 때문에 주춤거렸다. 한초롱 매니저는 급히 정 대표에게 귓속말했다.


“저분입니다.”

“크흠.”


정건창은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미소를 띠었다.


“반갑습니까. 이사님. 정건창입니다.”

“반가운 것치곤 행동이 거칠군요. 정 대표.”

“하하. 다 초롱이 저 잘되라고 하는 충고입니다. 충고.”

“그럼 나도 충고할까요? 정 대표.”


정건창은 눈살 찌푸리진 않았지만 자존심은 상한 눈빛이다.


“좆되고 싶으면 그 재수 없는 눈깔에 계속 힘줘보세요.”


어? 이게 아닌데? 신체제어프로그램이 아직도 활성화됐나?


“사람은 제 분수를 알아야 오래 사는데 정 대표는 영 눈치가 없네요.”


정건창의 얼굴이 고양이에게 짓밟힌 택배회사의 종이상자처럼 찌그러졌다.


“민창용.”


정건창의 찌그러진 표정에 당황이 깃든다.


“아무도 모를 거라 믿었습니까? 그리 믿었다면 너무 순진하군요. 정 대표.”


한초롱이 당한 사기는 전부 정건창이 계획한 일이다.

매니저팀 막내가 인감을 도용하고 가족이 억대 사기를 당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왜냐면 그녀와 재계약하기 위한 밑밥이니까. 우리가 이만큼 널 케어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내세우려는 명분 쌓기다.


“무,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요.”

“모르면 뭐 처맞아야죠.”


지오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비밀유지계약서 때문에 동행한 변호사가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이사님.”

“메일 확인해.”


급히 메일을 확인한 변호사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할까요? 이사님.”

“어떻게 할 수 있어?”

“협박, 사기, 업무상 배임 및 횡령 등 뭐든지 가능합니다.”

“좀 약하지 않나?”

“흠.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언론작업을 병행하면 대중의 공분을 일으켜 가중처벌도 가능합니다.”

“작업 한번 해봐.”

“알겠습니다.”

“이보쇼!”


자길 마치 푸줏간에 걸린 고기를 가늠하는 것처럼 곁눈질하는 변호사의 눈빛에 정건창은 폭발했다. 하지만, 윤소희 경호팀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자 깨갱! 하며 찌그러졌다.

개가 짖든 말든 어벙한 표정으로 큰 눈만 깜박이는 한초롱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질문을 쏟아냈다.


“뭔데? 뭔데?”

“대표놈한테 사기당했다고. 누님.”

“뭐?”


한초롱은 아직도 이해 안 된다는 얼굴이다.


“매니저 막내란 놈이 갑자기 미쳐서 인감을 훔치는 게 정상 같아? 어지간히 대범하지 않으면 어려워. 아니면 누군가 사주했거나.”

“...정 대표가?”

“씀씀이는 커졌는데 갑자기 수입은 준다? 지갑을 닫으면 되지만 그게 쉽지 않거든.”


그래서 다들 패가망신했다.


“누님도 조금쯤 의심했을 거 아닙니까?”

“...”

“했네.”

“...그래도 믿었지.”

“진실을 확인한 기분은?”

“좆같네. 진짜.”


맞다. 한초롱도 설마 하기는 했었다.

벌써 15년째 같이했는데 그럴까 싶었지만 불쑥불쑥 드는 의심은 어쩔 수 없었다. 갓 입문한 햇병아리도 아니고 연예계든 인생이든 충분히 쓴맛을 봤다.


“제부는 어떻게 알았어?”

“소희가 굳이 날 부산으로 불렀다? 뭐 밥 먹자고 부를 수도 있지. 근데 와보니 우리 초롱 누님이 계시네? 그럼 뭘까 궁금해서 알아봤어.”

“그 짧은 시간에?”

“성조라고. 성조. 대한민국 넘버원 재벌. 대통령이 오늘 무슨 팬티를 입었는지도 알 수 있다고.”


성조방패는 훌륭했다.


“뒤통수를 거하게 맞을 줄이야...”

“법무팀에 얘기해둘 테니 도움받아.”

“아니, 이건 내가 해결할게. 자료만 넘겨줘.”

“많이 지저분해질 텐데?”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은퇴해도 상관없어.”


한초롱은 연예계 생활에 환멸을 느낀 것 같다.


“워워. 진정해요. 누님. 충동적으로 선택하지 맙시다. 우리랑 미국에 가서 차분히 고민해봅시다.”

“나 없는 동안 정 대표가 수작 부리지 않을까?”

“그러니 도움을 받으라니까. 위임장만 써줘.”


오늘 정건창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조용히 해결했을 것이다. 상대도 살기 위해 발악할 테고 15년을 서로 보고 살았는데 한초롱이라고 약점 하나 없을까? 의심하면서도 쉽게 나서지 못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응?”


뒤늦게 등장한 안현진은 무거운 분위기에 멈칫했다.


“뭐야? 분위기 왜 이래?”

******




“썅!”


부산의 어느 호텔로 돌아온 정건창은 목을 조이는 넥타이를 거칠게 풀었다. 회사의 수석팀장이자 한초롱의 관리를 총괄하던 곽성찬은 뒤에 선 채 조용히 대기했다.

한참 씩씩거리던 정건창은 그제야 곽성찬을 돌아봤다.


“민창용이 어딨어?”

“지시대로 필리핀으로 보냈습니다.”

“필리핀 어디?”

“전에 대표님이 인상 깊다고 말씀하셨던...”

“푸에르토 프린세사?”


영화의 배경이 동남아고 해외 촬영이 필요한 경우 필리핀은 꽤 좋은 옵션을 제공하는 나라였다. 그렇다고 뭐든 공짜는 아니지만 리베이트는 차치하고 접대가 나쁘지 않았다.

어떤 감독이나 배우들은 로케이션의 디테일이나 감동보다는 현지에서 제공할 특별한 접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국내는 눈치 보이니 접할 수 없는 이벤트, 대중과 언론이 알면 손가락질당할 수도 있는 은밀한 행사를 실행했다.

예를 들면 섹스관광? 마약을 구하는 것도 국내보단 쉽다.

미성년자를 불러다 광란의 파티를 열어도 괜찮다.

걸리지만 않으면 말이다.


“들어오라고 해.”

“네? 하지만, 인감 때문에.”

“성조가 붙었어! 성조가!”


어그러진 계약으로 위협하기엔 상대가 너무도 거대했다.


‘어쩌다 걸린 거지?’


정건창은 자기 계획은 완벽하다 자부했다. 세월이 지날수록 통제를 벗어나려는 한초롱에게 고삐를 채우는 한편 회사의 부족한 재정(은 개소리고 사욕!)을 채울 원대한 계획이다.


‘검찰이 관여하면... 젠장!’


뭔가 알고 있는 뉘앙스의 그 작자가 검찰에 고발하면 정건창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친한 기자를 움직여 여론을 조성해도 범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문제는 상대가 얼마큼 알고 있느냐다.


‘민창용... 민창용...’


녀석이 나불거리기 시작하면 위험했다.


‘이 녀석도 위험해.’


정건창은 누군가와 통화 중인 곽성찬의 뒤통수를 묘한 눈빛으로 노려보다 상대가 고개를 돌리자 표정을 풀었다.


“내일 비행기로 들어온 답니다.”

“그래? 서운하지 않게 잘 챙겨줘. 마중도 나가고.”

“네. 대표님.”


정건창은 그만 나가서 일보라는 듯 손짓했다. 혼자 남은 그는 손톱을 물어뜯다 이윽고 결심이 섰는지 폰을 들었다.


“태두 형님. 저 건창입니다. 정건창이. 네네. 안녕하시죠? 혹시 오늘 찾아뵐 수 있을까요? 당연히! 두 손 무겁게 찾아뵙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통화를 끝낸 정건창은 곧장 은행에 들러 현금 5000만 원을 찾았다. 은행원이 용도를 캐물으며 국세청에 보고한다고 은근히 위협했지만 그쯤이야 그도 알고 있었다.

평소라면 흔적이 남는 방법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한시가 급했다.

빡센 본인 확인절차를 통과해 5000만 원을 찾은 그는 슈퍼에서 산 박카스 상자 여러 개에 내용물을 빼고 5만 원짜리 지폐뭉치를 빈틈없이 눌러 담았다.

준비를 마친 정건창이 도착한 곳은 부산의 어느 나이트클럽이었다.


“건창이!”

“형님!”


말쑥한 차림새의 사내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직장인 같지만 정건창은 극도로 공손한 예를 표했다.


“들어가자.”

“넵!”


사내를 따라 들어가자 곳곳에 서 있던 이들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물론 정건창이 아닌 등을 보이며 앞서가는 자를 향해서다. 나이트클럽 깊숙이 위치한 사무실에 들어서자 비서로 보이는 아가씨가 있었다.


“커피?”

“아무거나 주십시오.”

“김양아. 시원한 아메리카노 두 잔 가져와 봐.”

“나는?”

“너도 마시든가.”

“아싸!”


비서가 아닌가? 어쨌든 소파에 마주 앉았다.


“이건 제 성읩니다. 형님.”

“흠.”


다짜고짜 박카스 상자 여러 개를 내놓자 상대는 눈살을 찌푸렸다.


“건창아. 나 이제 깡패 아니다?”

“죄송합니다. 형님.”


정건창은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바짝 숙였다.


“허허. 머리 들고. 어디 사정이나 들어보자.”

“그게 어찌 된 일이냐면...”


정건창의 얘기가 길어질수록 상대는 허허! 웃거나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본인피셜론 이제 더는 깡패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세계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네 밑에 있는 한초롱이... 그 대고려에 나오는 둘째 왕비 맞지?”

“보셨습니까?”

“봤지. 요즘 그 영화 모르면 대화가 안 돼.”


문화생활과는 담쌓을 것 같은 깡패도 챙겨보는 영화라니 대고려는 확실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이 맞다.


“그 한초롱이가 속을 썩일 거 같으니까 작업을 쳤는데... 알고 보니 그 뒷배에 성조그룹 임원이 있다?”

“뒷배까지는 아니고... 친구의 남편이 성조 임원입니다.”

“친구 남편이라... 둘이 뭔가 썸씽이 있는 건 아니고?”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흐음.”


또 눈살을 찌푸린 사내.

태두란 별명을 가진 김우석은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인 박카스 상자들을 바라봤다. 신사임당으로 채웠으면 대략 5000만 원쯤? 적지도 않지만 많지도 않은 돈이다. 5000만 원으로 성조그룹 임원을 죽여 달라? 미친 소리다. 그리고 정건창은 거기까지 미친놈은 아니었다.


“민창용이랑 곽성찬만 처리해주십시오.”

“민창용과 곽성찬이라... 네 밑에 있는 놈이지? 한 놈은 우리가 필리핀으로 보내준 걸로 아는데?”

“네. 형님.”

“너 이거... 다신 돌이킬 수 없어. 알아?”


정건창은 깨끗한 놈이 아니다.

과거 몇 차례 대가를 주고 주먹을 동원한 적도 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건 다른 일이다. 부탁받는다고 함부로 해줄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말 그대로 조직과 일심동체가 되겠다는 뜻. 일반시민 정건창이 조직원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기다려.”

“넵.”


김우석은 사무실 옆에 딸린 작은방으로 이동했다.


“충성! 저 태둡니다. 큰형님. 네. 네. 건창이 아시죠? 정건창이. 네. 입회를 신청했는데 괜찮을까요? 네. 맞습니다. 둘째 왕비가 소속된 회삽니다.”


김우석이 대고려를 세 번이나 본 이유는 그가 모시는 큰형님의 성화 때문이다.


“제이씨 김 대표와도 말이 잘 통할 겁니다. 네. 우리가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죠. 네. 사업적으로 괜찮은 능력을 보이는 친굽니다. 네. 입회인을 보내시면 제가 알아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네. 네. 큰형님. 들어가십시오. 조만간 올라가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김우석이 밖으로 나오자 두 잔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놓였다.


“들지.”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어떻게 처리하길 바라는데... 실종?”

“가능하겠습니까?”

“안 될 건 없어. 물론 오천으론 안 돼.”


상자를 뜯어보지 않아도 금액은 알 수 있다.


“두 당 오천이야. 이건 착수금으로 받지.”

“감사합니다.”

“정건창이.”

“네? 넵!”

“이걸로 너도 우리 조직원이 됐어.”

“...알고 있습니다.”

“배신은 곧 죽음이야. 아. 조만간 나랑 서울 가서 우리 큰형님을 봬야 해. 뭘 준비해야 할까?”

“경청하고 있습니다. 형님.”

“한초롱.”

“어...”

“왜? 힘들어?”

“아, 아닙니다!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저... 성조는...”

“야. 성조 임원이 아무리 대단해도 먹물 아니야? 먹물놈들은 간이 다 콩알만 해. 죽일 필욘 없어. 그런 놈들 다루는 법이야 뻔하거든.”


회사에 가서 깽판을 치든가 아니면 집구석을 찾아가 위협하면 다들 깨갱! 알아서 찌그러졌다. 그렇다고 성조 본사를 찾아갈 생각은 없었다.


‘꽃뱀을 써서 작업 치면 되니까.’


연기자를 써서 치한이나 변태로 만들거나 댓글부대를 이용해 SNS로 장난쳐도 되고 아니면 처자식이나 친척을 공격하면 그만이다. 고루한 직장인놈들은 평판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사실이든 아니든 악소문이 돌면 직장생활이 편하지 않다.

말단이든 임원이든 똑같다.


“그쪽 애들 시켜서 작업하.”


쾅-

문짝이 날아가자 경찰특공대가 기관단총을 겨누며 들이닥쳤다.


“악!”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던 비서는 비명을 질렀다. 경고도 없다. 그냥 바닥에 패대기치며 머리를 눌렀다.


“뭣? 컥.”


갑자기 일어나다 개머리판에 안면을 가격당한 김우석은 눈앞이 흐려지며 거꾸러졌다.


“하, 항복! 항복!”


정건창은 본능적으로 두 손을 번쩍 들었다.

특공대 뒤로 사복경찰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




-웃기는 놈일세.

-제압 완료했습니다.

-다음은?

-준비된 증거를 풀어 검찰을 움직일 겁니다.

-또 난리 나겠어.


아닌가? 성조그룹이나 주인공은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연예계가 이렇게 큰 사건·사고를 터트리면 그쪽의 관심을 덜 받을 테니까. 이택기라면 좋아서 탭댄스를 출 만한 일이다.


-사용자의 공으로 잘 엮어 보죠.

-공은 필요 없어. 그보다 한초롱이 입을 여파나 줄여.

-정건창이 소속 연예인을 착취하고 협박했다는 여론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한초롱은 연약한 여자이자 불쌍한 피해자에 불과합니다.

-여전사 이미지가 망가지지 않나?

-영화와 현실은 다르니까요.


먼저 움직인 건 박기영이 아니라 정건창이고 놈은 아주 비열한 방식을 택했다. 비열한 방식에는 치졸하게 대응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니겠나.

지오는 곧바로 베스타 글로벌 특별고문의 명함을 이용해 경찰을 움직였다. 군과 경찰, 정보기관 쪽 인맥을 꽉 잡은 이상택찬스로 말미암아 순식간에 경찰특공대가 출동했다.

그전에 정건창을 실시간 감시하던 G의 공이 컸다.


-전국구는 거의 쓸려나간 거 아니었어?

-하나가 사라지면 둘, 셋, 넷으로 늘어나는 곳이 그쪽 바닥입니다. 깡패와 창녀는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재벌전쟁의 와중 베스타 글로벌은 성조의 적들과 그 손발이 되는 조폭을 쥐잡듯 잡았다. 전국구 폭력조직 태반이 그 여파로 쓸려나갔다. 하지만, 두 주먹과 불알만 있으면 깡패로 살아감에 있어 아무 지장도 없었다.


-명동마왕 최치수가 죽고 상태파 역시 부침을 겪으며 극동과 마찰을 빚는 지금 부산은 VG에 의해 연안파가 쓸려나갔으니 무주공산과 다를 바 없죠.


정건창이 선을 댄 김우석은 무주공산 부산을 먹으려고 서울에서 내려온 국제파의 행동대장이었다.


-국제파는 한때 오장군 부회장의 손발이 되어 움직이던 곳입니다.

-그럼 제거해야 마땅하지 않나?

-이택기는 포용을 선택했습니다. 그들이 바로...

-성심개발의 모태가 되는구나?

-맞습니다.


성심개발, 본래 시나리오의 타임라인이라면 대략 5, 6년 후 주인공의 손발이 될 깡패들이다. 주인공은 조폭을 필요악으로 판단했다.


-한초롱에게 관심 많은 큰형님이 누구야?

-놀라지 마십시오.

-?

-안현민입니다.

-안현민? 설마 내가 아는 안현민?

-맞습니다. 사용자가 잘 아는 안현민입니다.

-그 안현민 주임이라고?


하! 놀랄 일은 없다고 믿었는데, 아니었다.

지오가 새로운 세상에서 눈떴을 때 그는 경비원이란 직업이 있었고 안현민 주임은 내 선배였다.

안현민

안현진과는 관계없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 적당히 약았고 적당히 보신주의에 적당히 양심 있는 소시민. 그런데 조폭 보스가 되어 나타났다.


-강호 C&C로 이직했고 그곳은 곧 베스타 글로벌로 바뀌었죠.


아마 이택기의 명령으로 날 헤드헌팅 하려고 찾아왔을 것이다.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내 기억으론... 기회주의자지만 악당은 아니었어.

-그때는 악당은 아니었죠. 하지만, 기회주의자는 기회만 있으면 얼마든지 변신할 수 있습니다.


안현민은 어떤 기회를 잡은 걸까?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택기가 국제파를 설계한 건가?

-아닙니다. 이상택이 암흑가를 설계했습니다.

-하긴... 베스타 글로벌엔 이상택의 지분도 크지. 그럼 안현민은 이상택에게 충성하나 봐?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안현민과 베스타 글로벌의 관계를 아는 건 이상택뿐입니다.

-이상택뿐이라고? 이택기가 내게 안현민을 보냈었잖아?

-이택기는 안현민을 기억도 못 할 겁니다.

-?

-안현민이 이상택의 선택을 받은 건 우연입니다. 당신과 안현민의 관계를 이상택은 모릅니다.

-왜?

-안현민의 지금 이름은 안현민이 아닙니다. 박성식입니다.


지오는 소름이 돋았다.

본래 시나리오는 무너졌고 미래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된 지 오래다. 하지만, 큰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태양의 인력을 지구가 거부할 수 없듯이 일어나야 할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박성식

이상택의 아들 이종천을 죽인 자.

지금은 주인공과 이상택이 협력 중이니 이종천이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박성식은 분명 누군가를 죽여 흑화시킬 확률이 높다. 애초에 그렇게 설정된 캐릭터다. 주인공의 시련을 위한 막장 악역을 만드는 일종의 내부트롤? 트리거였다.


-예상할 수 있는 상대는?

-이상택이 아니라면... 한중겸입니다.

-한중겸이... 빌런이 된다고?


한중겸은 원래는 대통령이 돼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럼 트리거는?

-평생의 신념을 버리고 악당이 정도면... 딸의 죽음쯤은 돼야겠죠.

-걘 미국에서 유학 중이라며?

-돌아왔습니다.


지오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뭘 쫓는 거지?

-알지 않습니까.

-...


한채원의 캐릭터 기본설정은 높은 정의감과 소명이다. 경찰을 관뒀어도 그건 변하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변호사로 활동했는데 주로 미제사건을 뒤쫓았다.

내가 만든 3대 연쇄살인마.

첫 번째는 선율살인마 박재우.

두 번째는 월광살인마 김주연.

웃긴 건 둘 다 제대로 정체를 밝힌 적 없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살인마가 이종천을 죽였던 박성식이다.

소시민 안현민은 어떻게 연쇄살인마가 됐을까?


-들으시겠습니까?

-아니, 본인에게 직접 듣지.


한초롱 문제도 처리할 겸 오랜만에 과거의 인연을 찾아봐야겠다.


-안현민, 아니 박성식은 현재 서울에 있습니다.

-클럽 로열?

-맞습니다.


어쩐지 그럴 것 같았다.


-대화로 끝날... 까?

-BA는 언제든 준비됐습니다. J.


배틀-아머BA의 정확한 명칭은 나이트-프레임이다.

임페리얼 나이트-프레임의 다운그레이드지만 이 세계의 과학기술로는 해명은커녕 탐지조차 불가능한 연금과학의 결정체이자 오버 테크놀로지다.


-...준비해.

-Excellent!


G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서울 전역에 고스트 프로토콜을 요청합니다!

-승인.

-시퀀스 알파! 브라보! 찰리! 델타! 시에라! 무장드론 사출 대기 중! 관제센터 가동 중!


신이 난 G의 말이 더욱 빨라졌다.


-Ghost Protocol Standby!

-Go.

-Aye, aye, sir!


오늘은 왠지... 피를 많이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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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지오 디 오리진 -80화- +19 22.08.09 4,443 210 34쪽
79 지오 디 오리진 -79화- +21 22.08.01 4,773 231 35쪽
78 지오 디 오리진 -78화- +27 22.07.25 4,696 231 31쪽
77 지오 디 오리진 -77화- +22 22.07.19 5,226 211 51쪽
76 지오 디 오리진 -76화- +27 22.07.12 5,019 237 32쪽
75 지오 디 오리진 -75화- +23 22.07.04 4,436 19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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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오 디 오리진 -73화- +16 22.06.27 4,317 198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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