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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망가! 그리고 고양이!

지오 디 오리진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강철신검
작품등록일 :
2020.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3.04.2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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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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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1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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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9쪽

지오 디 오리진 -57화-

DUMMY

“안녕?”


강선아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나날을 반복하는 중에도 새로운 만남은 있었다.


“아저씨, 백수죠? 마누라 등골 빨아먹는 무능한 남편.”

“와우.”


깜찍한 외모와 달리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는 꼬맹이.

며칠 살펴보니 바쁜 부모 대신 유모나 비서랑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1박에 수백만 원이 넘는 호텔 스위트룸을 전세 낸 것만 봐도 꼬맹이 부모의 재력이 얼마큼 큰지 알 수 있다.

뭐 같은 층을 쓰지 않았으면 꼬맹이의 유모 겸 경호원도 눈을 부라리는 정도로 물러서진 않았을 것이다.


“이름이 뭐야?”

“타샤.”


앙칼지게 거부할 줄 알았더니 의외로 순순히 이름을 알려줬다.


“타샤? 난 제이.”

“아저씨 마누라도 모델이야?”

“아니, 내 아내는 포토그래퍼.”

“그럼 아저씨는 안 팔리는 모델?”

“하하. 난 모델이 아니야. 회사원이지.”

“회사원이 매일 호텔에서 빈둥거려?”

“그럼 넌 공부 안 하고 빈둥거려?”

“홈스쿨링이거든?”


그러고 보니 뭔가를 풀고 있다. 구몬 같은 건가? 우리는 영어로 대화하는 중인데 영국 특유의 악센트가 없는 걸 보니 꼬맹이는 미국인이 분명했다.


“부모님은?”

“누구랑 다르게 바빠.”

“나도 바쁘거든.”


사실 하나도 안 바쁘다. 애들이야 장모님이랑 같이 있고 아내를 배웅하거나 마중하는 일은 별로 힘들지도 않다. 이 호텔에는 총 7개의 로열스위트룸이 있고 만실이었다.


“801호 아저씨는 게이야. 엉덩이를 조심해.”

“...”

“802호 아줌마는 매일 애인을 바꿔. 섹스중독이지.”

“...”

“803호는 불륜인 거 같아.”

“...”

“805호는.”


처음의 독설가는 어디 가고 입 싼 꼬맹이만 남았다. 어쩌면 수다를 못 떨어 죽은 귀신이 붙은 건지도. 확실한 건 이 꼬맹이의 관찰력과 추리력은 수준급이었다.


-하나 틀린 게 803호는 불륜은 아닙니다.

-알아.


803호 커플은 모사드다.

이스라엘의 CIA.

적성국을 상대로는 가차 없다고 알려진 이 정보기관은 동맹이라고 무르지도 않았다. 유대민족은 지독했다. 나라를 가지게 된 지금도 과거를 잊지 않았다.


-누굴 노리는 거지?

-데이비드 워터스톤 박삽니다. 화학자죠.

-화학자를 왜?

-닥터 워터스톤이 수석연구원으로 있는 펠론탈이란 회사에서 이번에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었거든요.

-뭔데?

-컴파운드 XB, 정식명칭은 에테리얼 블루.

-에테리얼이면...

-초기 연금물질이죠.

-그런 걸 만들어도 돼?

-기술제한등급은 아닙니다.


갑자기 막 상온 초전도체가 튀어나오고 반물질과 반중력 기술이 당장 상용화되는 일은 없었다. 아무리 G라도 단시간에는 불가능했다.


-설마... 너니?

-지분이 있긴 하죠.

-에테리얼이 왜 필요한데?

-양자컴퓨터에도 필요하고 결정적으로...


G가 뜸을 들이자 무서워졌다.


-BA에 필요합니다.

-...

-저는 멀쩡합니다. J. 미치지 않았어요.

-아니, 너는 미쳤어.


갑자기 막 상온 초전도체가 튀어나오고 반물질과 반중력 기술이 당장 상용화되는 일은 없을 거란 전언을 취소하겠다. 아니, 이건 더 심각한 기술 폭발이다. 배틀-아머BA, 아머드-슈트, 워머신 등 다양하게 불리는 무기의 진짜 이름은 황실기사단 소속 나이트-프레임이다.

임페리얼나이트-프레임

예를 들면 아이언맨과 비슷했다.


‘아이언맨보다 더 튼튼하고 강력하지.’


전략강습전단의 BA는 기사단 나이트-프레임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다. 하지만,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 싸워야 하는 택티컬 코만도의 강습장갑복이 영화의 상상력보다 떨어질 리 없었다.

21세기 초 지구의 기술력을 고려하면 나이트-프레임 1기로 세계정복은 어려워도 세계멸망은 가능했다. 물론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루 24시간 쉴 새 없이 죽여대도 수만 명이 한계였고 세계인구는 70억이 넘은 지 오래다.

이걸 언제 다 죽이나?


“아저씨?”

“아저씨 안 잔다.”

“아저씨 돈 많아?”

“적지는 않지.”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과 의뢰 보상으로 받은 돈, G가 굴리는 주식과 배당금은 나날이 늘었다. 딱히 명품에 환장해 과소비하는 것도 아니니 부자라면 부자인 셈.


“그럼 나한테 투자해.”

“잉?”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는 표정으로 꼬맹이를 쳐다봤다.


“사업계획서.”


미국판 구몬학습지 구석에 대충 끄적인 계획서에 절로 헛웃음이 나왔지만 꼬맹이의 심각한 얼굴을 보곤 억지로 참았다.


“어디 보자. 타샤 앤 그레이?”

“나만의 부띠끄를 낼 거야.”

“아아.”


어린애는 어린애였다.

아니 열 몇 살이면 더는 어린애가 아닐지도.


“디자이너가 꿈이니?”

“아니. 디자이너를 거느린 경영자가 꿈이지.”

“부모님은.”

“아빠 엄마랑은 상관없어!”


앙칼진 반응을 보니 이른 사춘기가 맞다. 보통은 부모의 과도한 기대가 아이를 엇나가 만든다.


“반대하셔?”

“...가업을 잇길 바라니까.”

“가업?”


꼬맹이는 대답 대신 신문을 내밀었다.

●제이슨&릴리! 할리우드 스타 부부 파리에 상륙!


“어라?”

“정말 몰랐어?”

“어.”


꼬맹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마치 내 귀여움을 마주하고도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는 얼굴이다.


“부모님은 아역부터 시작하길 바라는구나?”

“모델이나 배우 따윈 되고 싶지 않아.”

“보통은 반기지 않아?”

“대가리가 빈 애들이나 그렇지.”


똑똑한 것과 반대로 주둥이는 영 글러 먹었다. 이대로 자라면 희대의 독설녀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재능이 없거나.”

“있거든!”

“아니면 괴롭힘당했거나.”

“...”


잘나가는 부모 밑에 잘난 자식은 질투에 시달린다. 부모 앞에서 자식을 괴롭히는 멍청이는 없다.


“아빠랑 엄마는 알고 있어.”

“안다고?”

“내가 이겨내길 바라지.”


새끼를 벼랑으로 내모는 사자의 심정인가? 어린애가 독설가로 자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스타 부모는 제 자식도 빛나는 별이 되길 바랐지만 그 길이 쉬울 리 있겠는가.


-양키 부모는 깨어있는 교육관을 가진 거 아니었어?

-사커맘이 괜히 나온 말이겠습니까. 미국 부모도 한국 못지않게 교육에 열성적입니다.

-케바케긴 해.


Case-by-case, 다들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만 똑같은 인간은 있을 수 없었다. 꼬맹이의 부모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도리어 자식을 많이 사랑했다.


“괴롭히는 애들이 많아?”

“열등감에 사로잡힌 불쌍한 멍청이들.”

“피한다고 능사는 아니야.”

“...그럼 어떡하라고?”


셀럽의 일거수일투족은 특종이 된다. 꼬맹이도 아는 것이다. 본인이 하는 말과 행동이 큰 파급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건 몰랐다.


‘선빵필승이지.’


좆밥싸움은 먼저 때리는 놈이 이긴다.

지오는 꼬맹이에게 귓속말했고 그녀는 깜짝 놀랐다.


“정말... 그래도 돼?”

“물론이지.”

“아빠 엄마가 화내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자랑스러워할 걸? 댓츠 마이 걸.”


곰곰이 생각하다 다부진 얼굴로 헤어졌다.

그 결심은 다음 날 발행된 신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제이슨과 릴리의 막내딸 타샤! 새로운 할리우드 악동계보 잇나?

기사 내용은 파리에 있는 유명한 가극단의 수업 중에 동갑내기 몇 놈을 두들겨서 울음바다에 빠트렸단다.


-대체 무슨 조언을 한 겁니까? J.

-노릴 거면 코를 먼저 조지라고 했지.


코피를 흘리자마자 울음도 터지니까. 먼저 우는 놈이 진 것이다.


“아저씨!”


스위트룸 사용자를 위한 공용 고급발코니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던 지오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뛰어오는 꼬맹이를 반겼다.


“아저씨! 나 이겼어!”


얍얍! 거리며 여물지 않은 작은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은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딸이 좋을 듯.

-알아볼까요?

-Nope!


강선아 뱃속에 들어선 태아의 성별은 아직 몰랐다.

꼬맹이는 무용담을 과시했다.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으로 등장한 다른 꼬맹이를 어떻게 무력화시켰는지 직접 시범을 보이며 즐거워했다. 지오는 한 걸음 떨어진 채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는 유모와 경호원이랑 시선을 맞추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들의 눈빛은 ‘니가 이 재앙을 초래했지!’라는 힐난을 담았다.

이마에 반창고를 붙인 채 흥분해서 떠드는 꼬맹이의 무용담을 한참이나 들어줬다. 유모의 만류가 없었다면 해 떨어질 때까지 붙잡혔으리라.


“하이.”

“제이슨?”


곱게 늙은 미중년, 제이슨 오브라이언의 등장에 지오는 자리를 권했다.


“친구가 우리 막내한테 쿵푸를 조언했어?”

“강하게 나가길 원한 거 아닌가?”

“그렇긴 해. 하지만, 스스로 깨닫길 바랐어.”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것도 훌륭한 자질이지.”

“...틀린 말은 아니군.”


제이슨 오브라이언, 할리우드를 대표하던 옛 미남스타. 일리야 로빈이 현재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이라면 제이슨 오브라이언은 9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했다.


“우리 막내는 나이답지 않게 고지식해.”

“철이 일찍 든 거야.”


스타들의 2세, 3세는 유난히 악동이 많다. 왜? 그들이 인간적으로 문제가 많아서? 혹은 교육을 잘못 받아서? 아니다. 대중이 보내는 시선과 과도한 기대, 망상이 정신을 병들게 했다. 엄청난 특권을 누리면서 그게 뭐 대수냐고 비판하겠지만 연예인은 다른 셀럽과 달리 사생활 보호막도 거름막도 없었다.


“부모를 걱정한 착한 아이지. 그래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어. 병신은 병신 같이 대우해야 지랄을 멈추거든.”


꼬맹이가 진짜 악동이었다면 진즉 해결됐을 문제다.

양키는 친절과 배려를 칭찬하면서도 나약하게 보는 속마음이 있다. 약하니까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 자기 재능은 과장하면서 남을 깎아내리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다.

연예계야말로 별별 미친놈과 소시오패스가 넘쳤다.


“혹시... 관계잔가?”


제이슨은 경계하는 기색을 보였다. 혹시라도 내가 할리우드 관계자가 아닐까 의심한 것이다.


“그쪽에서 일하진 않아.”

“다행이군. 식사에 초대할 수 있겠어.”


비즈니스로 엮였다면 불편할 수도 있다.


“딱히 대접받을 일은 아닌데? 그보다 괜찮아?”


지오는 화제를 돌리려 신문을 내밀었다. 헤드라인을 눈으로 확인한 제이슨은 피식 웃었다.


“와이프는 좋아하더구먼.”

“과격하네.”

“약자로 보이면 잡아먹히는 미친 세계니까.”


한국 연예계도 복마전이지만 미국 연예계는 더했다. 할리우드는 정말 총부림이 나는 곳이다.


“아내와 같이 가도 될까?”

“아, 유부남이라지? 물론 자네 아내도 환영해.”

“내 이름은 제이야.”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하지 않았군. 제이.”


우린 악수로 헤어졌다.

연락은 비서를 통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새 아내를 마중 나갈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쇼는 끝났다. 파리 패션위크도 끝물이다. 대중이 포토그래퍼 강선아를 알 일은 없다. 그래도 업계에는 제법 이름을 알렸다.


“한국에서 아는 애들이 왔다고? 응. 응. 그래. 끝날 때 전화하고. 응. 맛있게 먹어.”


지오는 전화를 끊었다.

아내는 한국에서 온 지인들과 식사한다고 전화했다. 온라인으로 확인해보니 공항에 봤던 그 모델들이다. 같이 보자는 제안은 거절했다. 알아보진 못하겠지만 왠지 뻘쭘할 것 같다.


-이라크 작전이 마무리됐습니다.


사망자는 없고 부상자는 셋이다.

구출과정 중에 용병 셋이 다쳤다. 뭐 용병에겐 흔한 일이다. 납치된 이들 중 여자 넷이 성폭행을 당했다. 알렉산데르는 앞으로 집시 커뮤니티에 꽤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구출의 공을 이라크로 넘긴 드뷔시는 협상으로 재건사업의 여러 이권을 챙겼다. 천 회장도 드뷔시를 통해 중동투자의 길이 열렸다.


-무기명 채권으로 천만 유로를 받았습니다.

-추적은?

-추적은 불가능합니다.

-족쇄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기부할까요?

-알아서 해.


다시 말하지만 돈은 더는 필요 없다. 쥐꼬리만 한 봉급으로 생활하는 노동자가 들으면 입에 거품을 물겠지만 전산을 떠도는 숫자 쪼가리로 변한 계좌는 G에겐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양자컴퓨터가 완성됐습니다.

-빠르네.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일라이자가 워커와 연락했습니다. 워커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관찰하려는 것 같습니다.

-약점을 잡으려는군.


악당이든 말든 마이클 워커는 미국인이고 미국인은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는다.


-제거할까요?


일라이자를 제거할 방법은 많다.

누구처럼 사고사로 보내버릴 수도 있고 감추고 싶은 비밀을 폭로해 사회적으로 매장할 수도 있다. 아니면 계좌를 싹 해킹해 빈털터리로 만들 수도 있다.


-반역 증거를 심어 매국노로 전락시킬 수도 있습니다.

-반역자는 아니잖아.


일라이자 레인은 미국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당연했다. 그녀는 철저히 미국의 국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다.


-놔둬. 워커는 아직도 일본에 있어?

-앤디 호프먼과 연락이 끊긴 뒤로 야쿠자에게 보호를 요청했습니다.

-호프먼은 주인공이 처리했나?

-리바이어던이 처리했죠. 그리고 오태양은 얼라이언스 의장직을 거절했습니다.

-하긴... 권력을 탐할 성향은 아니지. 그럼 혼돈의 카오스겠네?


매튜 그레이엄과 케인 레드포드의 2파전인가?

CIA가 미는 그레이엄이 유리한 듯싶지만 변수만 없다면 레드포드가 차기 의장에 유력했다. 왜냐면 매튜 그레이엄에게는 심각한 약점이 있었다.

젊은 시절의 실수라지만 사건은 은폐됐고 CIA는 이 스캔들을 몰랐다. 문제는 스캔들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공개될 거란 사실이다.

보스턴 리퍼.

연쇄살인마의 천국 미국에서 별명을 얻으려면 한두 명 죽여서는 불가능했다. 30년 동안 보스턴을 무대로 벌어진 연쇄살인은 여전히 미제였고 시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주인공은 범인을 알고 있다.

명탐정을 자처했던 주인공이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연쇄살인범을 수사하지 않았을 리 없다. 주인공은 때를 가늠하고 있었다. 범인의 정체를 알면서도 방치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레이엄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 가깝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 벌어진 실수였는데 끔찍한 것은 이 실수가 보스턴 리퍼와 엮였단 사실, 매튜 그레이엄은 리퍼의 희생자가 될 뻔했다.

동정표를 받을 수도 있지만 여론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코르센코는 원래 지금 죽어선 안 됐고 새로운 의장을 뽑을 이유도 없었다.


-타임라인이 심하게 어긋났습니다.


매튜는 결국 미뤄둔 숙제를 끝내려는 리퍼에게 죽을 운명이었는데 코르센코의 이른 퇴장으로 역사가 바뀌었다. 주인공이 CIA를 엿먹일 계획이 아니라면 그레이엄의 약점을 가지고 협상에 들어갈 것이다.


-고위급과 접촉 중이긴 합니다.

-어디?

-CIA와 법무부를 동시에 만나고 있습니다.

-FBI에 빚을 지울 셈이군.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합니다.


G는 미국의 보안회선을 손금 들여다보듯 도·감청했다.


-참... 힘들게도 살아.


부와 권력도 참 부질없다. 하나라도 더 가지거나 하나도 잃지 않으려고 바둥거리는 삶이 행복할까.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G.

-...

-네가 없었으면 나도 아등바등 절실하게 매달렸겠지.


자본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삶.

물론 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G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시나리오의 역사가 뒤틀리는 혼돈의 카오스에서 G가 없었다면 지금도 뭐 빠지게 뛰어다녔을 것이다.

이틀 뒤 제이슨 오브라이언의 초대장이 가리킨 곳에 도착한 지오와 강선아 부부는 당황했다.


“여기 맞아? 자기.”

“맞는데...”


초대장에 적힌 주소는 이곳이 맞다.

강선아는 대저택의 웅장함에 당황했고 지오는 다른 것에 당황했다.


-여기 드뷔시 저택 아니야?

-맞습니다.

-뭐지?

-드뷔시와 오브라이언은 친분이 있습니다.

-파티를 위해 빌렸나보군.


며칠 전 반돌프 등과 만났던 파리 교외의 고택이었다.

초대장을 내밀자 공손히 받아든 고용인이 저택 내부로 안내했다. 호스트로서 손님을 맞이하던 제이슨 오브라이언은 부부를 환영했다.


“어서 와. 제이. 이쪽이?”

“선아 강이에요. 써니로 불러줘요. 미스터 오브라이언.”

“오, 써니! 제이슨. 제이슨이라고 불러줘.”


아주 자연스럽게 포옹을 나눴다. 뭐야 이 새끼? 선순데.

가벼운 인사를 나눈 우리는 몰려오는 손님들을 피해 자리를 비켜줬다. 잔을 들어 저택을 둘러보던 중 예쁘게 치장한 꼬맹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아저씨.”

“타샤.”


반가움에 달려온 주제 내 앞에 서자마자 새침한 표정을 짓는다. 여우네! 아주 여우야! 재능이 없다는 말은 취소. 오브라이언가家의 막내딸은 타고난 배우가 맞다.


“예쁘네.”


평소엔 몰랐는데 꾸미고 보니 인형처럼 귀여웠다. 역변하지 않으면 미인이 될 싹이다. 옆구리를 찌르는 아내의 눈은 누가 봐도 하트로 변했다.


“귀여워!”


보는 눈이 없으면 납치라도 할 기세에 꼬맹이는 주춤 뒷걸음쳤다. 그래도 품위를 잃지 않고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했다.


“타샤 오브라이언이에요.”


후원이 보이는 테라스로 자리를 옮겼다. 강선아를 알은체하는 관계자도 있고 꼬맹이에게 말 붙이려는 어른도 있었다. 전이라면 요조숙녀처럼 모두 받아줬겠지만 타샤는 악동 타이틀이 맘에 들었는지 귀찮은 티를 팍팍 냈다.


“후아!”

“자.”


꼬맹이는 지오가 건넨 사과주스를 술처럼 꿀꺽꿀꺽 소리 내어 마셨다.


“캬!”


어쭈! 추임새까지 완벽했다.


“아줌마는?”

“저기.”


파리 패션위크를 통해 인맥을 늘린 강선아는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였다. 그 틈을 타 꼬맹이랑 몰래 빠져나온 것이다. 지오는 비즈니스에 여념 없는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녀는 사진을 찍지 않아도 활기찬 사람이다. 뭐 사진을 찍을 때 제일 빛났지만 어떤 일이든 열정 가득한 강선아를 사랑했다.


“좋은 여자네.”

“그치?”


어린애의 인물평가에 혹하는 자신이 어이없지만 기분 나쁘진 않았다.


“내겐 과분한 여자지.”

“사랑이 영원할까? 엄마는 좋은 배우가 되려면 사랑을 많이 해봐야 한대.”

“내 전문이 아니라 뭐라 해줄 말이 없네.”

“아저씨는 많이 해봤어?”

“솔직히?”

“솔직히.”

“아내가 첫사랑이야. 그리고 마지막 사랑이겠지.”


꼬맹이는 헤! 입을 벌렸다.


“오빠는 매달 여자친구가 바뀌던데...”


타샤 위로 오빠와 언니가 한 명씩 있었다. 둘 다 하이틴 스타로 활동 중인데 남자 형제는 평판이 썩 좋진 않았다.


“몇 살인데?”

“열여섯.”


미국에서 열여섯 살이면 한국으론 열여덟쯤 된다. 고딩이면 한창 여자에 환장할 나이긴 했다.


“아빠는 오빠가 한 번만 더 사고 치면 해병대에 처박아버리겠다고 말했어.”

“뭐 어떤 사고를 쳤길래?”

“아빠의 오스카 트로피를 팔아서 대마초를 샀거든.”

“오우.”


많이 미친놈이구나. 열여섯에 이 정도인데 크면 더 큰 미친놈이 될 싹이 보였다.


“엄마의 오스카 트로피는 그래도 전당포에서 찾아서 다행이었어. 아빠가 안 말렸으면 엄마한테 죽었을 거야.”

“그래도 셋 중 둘은 정상이라 다행이네.”

“누가? 우리 언니가 정상 같아?”


꼬맹이는 누가 들을까 가까이 붙어 속삭였다.


“할아버지가 준 대학 등록금계좌를 털어서 남자한테 그대로 갖다 바쳤어.”

“왓?”

“결혼사기를 당했다고.”


오브라이언가家의 장녀는 남자 형제와 연년생으로 올해 열일곱이었다. 열일곱 살이 결혼을 생각할 나인가? 물론 열여섯 살부터 부모의 허락 아래 결혼할 수 있는 나이긴 했다.

어메이징한 집구석이다.


“그리고 이제 너도 어엿한 악동이 됐고?”

“엣헴!”


꼬맹이는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폈다. 사람을 패고 명성을 얻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애들싸움이라 법정으로 가지 않아 다행이다.

결혼사기를 당한 마샤 오브라이언은 금방 만날 수 있었다.


“그쪽이 막내 쿵푸선생?”


애새끼 주제 혀가 짧았다. 하지만, 난 어른이니까 이해해줘야지. 결혼사기를 당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꽐라가 돼 진상이나 안 부리면 다행이다. 하이틴 드라마를 보면 음주에 관대한 것 같지만 미국도 프랑스도 미성년자 음주는 처벌이 빡빡했다.


“사기꾼한테 걸렸다고?”

“아니거든!”

“아니면 아니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지오의 유들유들함에 상대는 부들거렸다.


“없으면 죽고 못 살 거 같아도 안 보이면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지.”

“...”


부루퉁하지만 부인하진 않았다. 실연이든 뭐든 시간이 해결해주는 법이다. 오늘 죽을 듯이 아파도 내일이 지나고 모래가 흐르면 고통은 점점 옅어졌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


세월이 흐르면 언젠가 기억날 수도 있다.

아주 가끔 그런 일이 있었다는 희미함으로 남으면 좋겠지만 경우에 따라선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지만 망각과 치매는 다르다.


“바보 같아.”


마샤는 소파에 드러눕듯 앉았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미니드레스가 마구 구겨졌지만 신경 안 썼다.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미친년처럼 매달렸는지 모르겠다.

잘생겼나? 뭐 반반하게 생기긴 했다.

그렇다고 할리우드에서 난다 긴다는 미남들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했다. 나는 왜 그 사기꾼에 빠졌을까? 바보 같다. 바보 같아서 너무 화가 났다. 그리고 위로와 동정을 건네는 사람들이 짜증 난다. 위선을 떨 거면 차라리 비웃어라.

그래서 오늘도 나오기 싫었다.

더 찔렀다간 진짜 지랄염병할 것 같아서 꼬맹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곧 돌아갈 건데 넌 어쩔래?”

“같이 가도 돼?”

“제이슨에게 물어보면 되겠지.”


밥 먹으러 왔는데 밥은 구경도 못 했다.

적당히 얼굴이나 비출 요량으로 왔으니 이 정도면 체면치레는 한 셈. 호텔로 돌아가서 룸서비스나 주문해야겠다. 마침 미팅을 끝낸 강선아가 다가오자 꼬맹이는 내 뒤로 숨었다. 의외로 자길 아주아주 좋아해 주는 사람한텐 화를 못 냈다.


“일 다 봤어?”

“응.”

“그럼 돌아가자.”

“그래도 돼?”


강선아는 눈이 동그래져 물었다.


“제이슨이랑 인사도 했고 만날 사람은 더 없잖아?”

“오브라이언 부인은?”


지오는 꼬맹이를 돌아봤다.


“엄마는?”

“엄마는 안 왔어. 오빠랑 돌체 쇼에 참여한댔거든.”

“바쁜 가족이네.”


남편과 아내가 각자의 비즈니스에 바빴다.

지오는 곧장 제이슨을 찾았다. 그는 여전히 손님 접대에 여념이 없었는데 다가오는 지오를 보곤 손을 흔들었다.


“제이. 즐기고 있어?”

“돌아가려고.”

“왜?”

“걍 얼굴이나 보러 온 거지.”

“이대로 보내기는.”

“왓! 제이!”


누군가 제이슨의 말을 끊고 지오를 덥석 끌어안았다.


“파리는 언제 왔어? 왔으면 연락을 하지!”

“일리야.”


일리야 로빈은 진심으로 반갑다는 얼굴이다. 할리우드 거물이 주최한 파티에 일리야 로빈이 참석하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지오도 알고 있었다.


“아, 쏘리. 제이슨.”


그제야 제이슨을 본 일리야가 사과했다.


“둘이 어떻게 알아?”

“얘기했잖아. 제이슨. 존나 큰 빅 트러블을 해결해준 사람이 있다고.”


대체 Fuck이 몇 번 나오는지 모를 존나 저렴한 대화다.


“그 친구가 제이라고?”


지오를 바라보는 제이슨의 눈빛이 조금 변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니라며?”

“일리야는... 부탁받았지.”

“제이는 샘이랑 일해.”

“샘? 내가 아는 그 샘?”

“맞아. 그 샘.”


그샘누? 누구긴 주인공이다.

아메리칸 갓스피드 사무엘 G. 오는 할리우드에도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일리야 로빈 성공의 절반은 주인공 덕분이니까. 영화사도 하나 가지고 있다.

제이슨이 정말 몰랐다고 믿지 않는다.

나는 엄연히 성조 직원으로 등록돼있으니까. 알아보고자 했으면 모를 리 없다. 다만 주인공과의 연결고리를 파악하긴 어려웠으리라.


-경고! 파리 공격이 임박함!


머릿속을 울리는 G의 외침.


-병력배치 중! 공격 개시까지 20분 남았습니다!


설명하기보다 필요한 정보가 단번에 주입됐다. 원인은 반돌프 공작이 의뢰한 로젠버그 클럽 구출작전이었다. 이라크에서 납치된 반전과 평화 시위대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물리적 충돌이 있었고 많은 무슬림이 죽거나 다쳤다.

반군 혹은 갱단, 테러리스트 뭐라고 부르던 같은 신을 받드는 신앙의 형제였다. 이슬람의 안방인 중동에서 서구침략자의 승리를 바라는 무슬림은 한 명도 없었다. 테러 계획은 각국에 침투한 이슬람 점조직을 통해 수년 전부터 준비된 상태다.

중요한 건 지도자의 결심이다.

고작 20분이다. 20분 만에 파리에서 공격이 실행될 수 있다니 이슬람 지하디스트의 역량을 얕보면 큰코다친다.


-하무드 이븐 알리의 명령으로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로젠버그 클럽 구출작전 중에 사살된 무슬림 가운데 하무드 이븐 알리의 가족이 있었다. 알라의 믿음을 가장한 극히 사적인 복수였다.


-VIP를 대피시키는 중입니다.


장모님과 에밀리야, LA패밀리를 파리에서 대피시키는 중이다. 굳이 내가 전화로 연락할 필요 없다. G의 다중통신프로토콜로 동시에 조치가 취해지는 중이다.


-두 명의 신원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Who?

-제니퍼와 케이틉니다.

-가출팸?

-에이프릴 강의 베스트 프랜드죠.


LA패밀리는 크게 두 세력으로 나뉜다.

주인공의 동생들과 강선아의 이복동생인 강봄의 가출팸.

뭐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유교탈레반의 나라에서 온 주인공 여동생들과 달리 강봄의 가출팸 출신은 좀 발랑 까지긴 했다. 길거리에서 마약을 가지고 놀던 애들이니 그 거친 성향이 어디 가겠는가.

그래도 어려서 그런지 잘 어울렸다.


-제니퍼와 케이트는 현재 콘서트를 관람 중입니다.

-경호원을 배치하지 않았어?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하긴 전원에게 개인경호원을 배치할 이유는 없다. 냉정하게 말하면 윤소정과 이씨자매, 강봄을 빼면 나머지는 들러리다.


“그래서 말이야. 다음에는 내 생일파티를 그리스에서 열.”

“일리야.”


지오는 다음 달 자기 생일파티를 신나게 떠벌리는 일리야의 어깨를 강하게 쥐었다.


“아리는 어디 있어?”

“아리? 아리는...”


일리야의 시선을 쫓으니 누군가와 대화 중인 할리우드 거물에이전트 아리엘을 볼 수 있었다.


“내 말 잘 들어. 아리한테 가서 지금부터 경호원이랑 붙어있으라고 전해. 저택 밖으로 나가지 마.”

“응?”

“시키는 대로 해.”


일리야를 밀친 지오는 폰을 꺼내 통화하는 척하며 제이슨을 돌아봤다.


“경호책임자가 누구야? 제이슨.”

“무슨 일인데?”

“파리가 공격당할 거야.”

“What?”

“15분 남았어. 당장 부인이랑 아들을 찾아.”

“그게 무슨?”

“14분 후면 파리는 쑥대밭이 돼.”


믿어도 좋고 안 믿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몇 분 후면 결과가 증명할 테니까. 이제 겨우 두 번째 만남이 얼마큼 믿음을 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결국 제 운명이다.

제이슨의 입이 떡 벌어지든 말든 지오는 저택 보안책임자를 찾았다. 이곳은 드뷔시 소유이니 보안책임자는 따로 있었다.


“무기고가 있나?”

“...?”


그걸 왜 묻느냐는 대머리의 표정에 아차 싶었다. 지오는 드뷔시에게 전화했다.


“제이?”

“13분 후에 파리가 공격당할 겁니다.”

“What?”

“샤를리나 11월 테러와는 비교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겁니다. 파리에 있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잠깐! 잠깐! 확실해?”

“12분 남았습니다.”

“미치겠군! 정부에 연락하면...”

“협상은 안 하는 게 좋을 겁니다.”


임박한 테러를 가지고 정부와 줄다리기했다간 드뷔시가 아니라 드뷔시 할아비라도 멀쩡할 수 없었다.


“반돌프 쪽은 내가 알리지.”

“그러십시오. 아, 무기고 좀 쓰겠습니다.”

“무기고?”

“저번에 초대했던 그 저택입니다.”

“거긴 왜?”

“초대받았거든요.”

“오브라이언이랑 친분이 있었나?”

“호텔 옆 방이더군요. 어쨌든 무기고 좀 쓰죠.”


폰을 넘기자 드뷔시와 몇 마디 대화를 마친 책임자는 그를 무기고로 안내했다. 저택 지하의 넓은 와인 보관고 옆에 무기고가 있었다. 어떤 명령을 받았는지 저택 고용인 몇몇도 무장을 갖추기 시작했다.

지오도 무기를 챙겼다.


-성조 유럽본부에 경고합니다. J.

-주재원들을 대피시킬 수 있나?

-그냥 숙소에서 대기하는 게 제일 안전합니다. 가정집을 공격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G는 지금 지오를 호출한 모든 통신을 응대하는 중이다.


-이택기가 호출 중입니다.

-알아서 해.

-Sir


준비를 마치고 올라오니 흥겨움은 온데간데없고 우려와 혼란으로 뒤숭숭했다. 떠벌렸나? 하긴 어쩔 수 없었으리라. 제이슨은 호스트고 그냥 입 다물고 있을 순 없었다. 그의 말을 믿고 전화통을 붙잡은 사람과 믿지 못하는 사람, 부랴부랴 저택을 떠나는 사람이 뒤섞였다.

지오는 곧장 강선아를 찾았다.

미리 호출한 경호원들이 아내를 보호했다.


“장모님이랑 봄이가 곧 이쪽으로 올 거야. 별관으로 가서 같이 있어.”

“무슨 일이야?”


강선아의 걱정스러운 물음과 동시에 한편에 있던 대형 벽걸이 TV에서 속보를 전했다. 아나운서의 다급한 외침과 더불어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 야경을 배경으로 희미한 총성과 사이렌이 울린다.


Paris under attack!


선명하게 떠오른 자막.

사람들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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