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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망가! 그리고 고양이!

지오 디 오리진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강철신검
작품등록일 :
2020.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3.04.25 21:1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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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39,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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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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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지오 디 오리진 -68화-

DUMMY

지오는 조용히 입국하고 싶었지만 이미 전용기를 굴리는 시점에서 의전은 자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인천공항 게이트를 나서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장 과장?”

“환영합니다. 이사님.”


이택기의 손발 중 하나인 장원상이다.

준비한 차량에 오르자 파일철부터 건넸다.


“꼴이 말이 아니군.”

“너무 바빠서 죽어버릴 거 같습니다.”

“사람은 쉽게 죽지 않아.”

“하하.”


장원상은 쓰게 웃었다.


“상황은?”

“이기고 있습니다만... 복잡합니다.”

“경일이랑 다른 재벌을 그렇게 조져놨으니 기득권도 가만있진 않겠지. 그 정도는 예상했잖아?”


주인공 맘에 안 든다고 재벌을 해체해버렸으니 대한민국 기득권층의 경계심은 절정에 달했다.


“명광은 잘 처리했어?”

“김형철 사장이 우리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부회장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아무리 부회장이라도 원로를 건드릴 순 없습니다. 여사님께서 두고 보지 않으실 테니까요.”


답답한 연공과 서열은 친족 간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범성조 찬조회 회장인 김형철이 주인공 쪽으로 돌아서자 오장군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졌다. 쿠데타는커녕 소소한 반항도 힘들어진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딱 두 가지다.


“이제 부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약속대로 성조를 나가서 창업하거나 힘 있는 외부인을 끌어들여 반전을 도모하는 겁니다. 특히 중국에서 노골적으로 얼쩡거립니다.”


중국 입장으론 한반도는 턱밑을 겨눈 비수와 다를 바 없다.


“대한민국 일등그룹의 총수가 미국인이다? 중국은 상상하기도 싫을 겁니다. 지석 씨가 당한 작업도 그 불편한 우려가 담긴 셈이죠.”


주인공이 미국대통령과 청와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이유는 한국인들에게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건 주인공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들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지오를 태운 차량은 성북동으로 향했다.


“피곤해 보이십니다.”

“나이는 이길 수가 없어.”

“그럴 리가요. 아직 젊으신데.”


여든을 넘은 전미란은 나이에 비하면 젊어 보였지만 노환을 막을 순 없었다.


-그녀가 언제 가지?

-시나리오상으론 2년 후에 사망합니다.

-더 끌어봐.

-알겠습니다.


G가 만드는 건강보조제?는 시중에 나도는 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 진짜로 건강을 되찾아준다. 물론 시판되는 물건은 아니었다.

김지석 일이 있고부터 전미란은 지오를 완전히 신뢰했다.


“미국인이 되니 어때?”

“별다를 건 없었습니다. 아, 하나 있네요. 이제 예비군 훈련은 안 받아도 됩니다.”

“하하. 남자들은 그게 스트레스지. 그러고 보니 지석이도 얼마 전에 입대했어.”

“강제로 보낸 겁니까?”

“아니, 자원했어. 나도 놀라는 중이야.”


김지석은 해병대에 자발적으로 입소했다.

무력하게 억류당한 것이 분했을까? 싸우는 기술을 익힌다고 한 손이 열 손을 당할 순 없지만 맞는 쪽보다 때리는 쪽이 어쨌든 낫다.

전미란의 안부 겸 하소연을 들어준 지오는 오채령과도 똑같은 대화를 나눴다. 언제부턴가 그는 상담사 비슷한 위치가 됐다.

이택기는 제일 마지막에 등장했다.


“인기 좋습니다. 이사님.”

“큰일 날 소릴 지껄이는구먼.”


전미란이나 오채령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여자들이고 넘봐서도 안 된다. 스캔들이 터졌다간 파멸적인 후폭풍이 불 것이다.


“입국한 이유는... 이것 때문이겠죠.”


이택기가 건넨 파일철을 훑어본 지오는 피식 웃었다.


“부랴부랴 알아봤나 봐.”

“들어올 이유가 없는데 들어왔으니까요. 꽤 신경 쓰시네요?”

“누구에게나 고향은 중요한 법이지.”

“그런 것치곤 작년에 미국으로 초대한 거 빼고는 교류는 별로 없지 않았습니까.”

“무소식이 희소식이거든.”


물론 비겁한 변명이었다. 사실은 그냥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보육원에 대한 지오의 추억은 제로에 수렴했으니까.


“특별한 공작은 없습니다. 그저... 불행한 사고죠.”

“알아.”


보육원 원생이란 꼬리표를 떼고 당당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던 한유현에게 닥친 사건은 우연한 사고에 불과했다.


“업계에서 나름 인정받는 강소기업이지만 가족기업이 다 그렇듯 여러 가지 문제가 산적했죠. 공장장이 저지른 횡령이 도박과 사채업자랑 만나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어졌습니다.”


한유현이 다니던 공장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도박에 탕진하는 것도 모자라 사채업자에게 빚까지 졌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덩치들이 공장으로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한유현은 용감하게 맞섰고 중환자실 직행이라는 불행한 결과를 낳았는데 회사는 공장장의 비리나 사채업자의 행패보다 직원의 병원행을 더 싫어했다.

안타까워서? 아니다.

산재보험 처리를 싫어하는 것이다. 조폭과 혈투로 다쳤다는 이유를 보험공단이 좋아할 리 없으니까. 어쩌면 보험조사관이 온갖 핑계를 대고 승인을 거부할지도 모른다.


“병원을 옮길까요?”

“병원은 중환자 이송을 싫어하지 않아?”

“우리 성조의료원은 다릅니다.”


다를 리가 있나. 그냥 권력에 눈치 보는 거지.

한유현은 곧 동암대학병원에서 성조의료원으로 이송될 것이다.


“내가 치러야 할 대가는 뭔데?”

“마음에서 우러난 호의라고 말해도 안 믿겠지요?”

“퍽이나.”


개가 똥을 끊지. 새꺄.

우리 사이는 철저한 비즈니스였다.


“조사를 부탁할 게 있습니다.”

“줘.”


이택기에게 넘겨받은 파일을 들추던 지오는 미간을 모았다.


“호세 산타나.”

“아십니까?”

“해럴드 기관이잖아.”


뜻을 좀 더 자세히 풀면 전령傳令기관, 즉 브로커연합이다.


“몬테카를로는 보스랑 친하지 않아?”

“작년에 모나코 국왕이 바뀌었거든요.”

“아, 맞다.”


세계엔 이상한 나라가 많은데 모나코도 그중 한 곳이다. 그냥 존나 이상한(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나라다.


“마지막 페이지를 봐주십시오.”

“잭 다니엘? 부모가 위스키를 사랑하나.”


시답잖은 혼잣말이다.

잭 다니엘 47세, 미국 출생의 전형적인 양키다. 해병대에서 15년을 복무했고 용병으로 8년을 근무했다. 지금은 은퇴해 콜로라도에서 가족과 함께 목장을 경영했다.

슬하에 3남 2녀를 두었다.

그런데 아내의 이름이 공란인 걸 보면 이혼했거나 사별했단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는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잭의 아내가 보스의 선생이자 친구였군.”


안젤라 다니엘의 옛 성은 윌러.

안젤라 윌러는 주인공의 과외 선생님으로 미국문화를 익히는 것에 큰 도움을 주었다. 영어를 문법적으로 구사하는 것과 실생활에 알맞은 회화는 전혀 달랐다.


“설마 그렇고 그런 관계는 아니지?”

“아닙니다.”

“진짜?”

“...”


10대 남자애의 머릿속엔 자위와 섹스밖에 없다. 본인은 다르다고?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십중팔구는 여자에 환장했다. 돈에 관심 없다는 놈이 더 돈에 미쳤듯 여자에 관심 없다는 놈이 더 여자에 미쳤다. 그러니 성인군자인 척하는 사람이 위선자일 확률이 높다.


“이거... 판도라의 상자구먼.”


누구도 알고 싶지 않은 비밀.


-어때?

-죽은 안젤라 윌러의 모든 기록물을 확인한 결과... 성관계는 없었습니다.

-썸?

-글쎄요.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50점?

-애매하네.

-본능 같은 거죠.


남자는 예쁜 여자에게 절로 호감이 생긴다. 그게 인간의 본능이다. 반대로 여자 역시 잘생긴 남자에겐 허들이 낮다. 주인공은 수도승이 아니었고 히로인 후보들을 만나기 전까지 연애를 한 번도 안 했을까? 말도 안 된다.


“그러고 보니 사만다의 성도 윌러인데...”


SNK의 세 창업주 중 한 명인 사만다의 성도 윌러였다.

사만다 윌러.


“자매 맞습니다. 사만다가 언니죠.”

“그래서 우리 위스키 씨는 뭐가 문젠데?”

“한 달 전 다니엘가의 목장에서 목 없는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검시관은 도축용 칼로 절단됐다고 판단했죠. DNA로 밝혀진 신원은 폴라 존슨 27세로 매춘과 마약으로 여러 번 체포된 기록이 있습니다.”


CCTV가 막 널린 도시가 아니라 한적한 교외니만큼 수사는 난항 중이다.


“어떻게 연결된 거야?”

“잭 다니엘의 큰딸이 연락해왔습니다. 변호사를 보냈는데 잭 다니엘 본인은 접견을 거부하더군요. 무죄이니 변호사는 필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조사원을 따로 보냈습니다.”

“그가 저질렀나?”

“사망한 폴라 존슨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치르고 성매매했다는 건 시인했습니다. 하지만, 살인은 부인하는 중입니다.”


탐정의 보고서는 간결했다.

▶증거불충분, 무죄 확률 UP!


“문제는 검찰이 다니엘 씨를 놔줄 맘이 없다는 겁니다.”

“전적이 있구먼.”

“네. 이미 사람을 죽인 기록이 있거든요. 정당방위가 인정된 사건이지만 검찰은 그를 치료가 필요한 잠재적 위험인물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PTSD?”

“법원에서 정신과 진단을 명령했으니 조만간 결과가 나옵니다. 정신적으로 불안하거나 문제 있다는 소견이 나오면...”

“정신병원으로 보내겠네. 근데 위스키가 무죄라면 진범이 따로 있다는 뜻이잖아?”

“그걸 알아보고자 합니다.”

“먼저 보냈다는 이들은?”

“진범은 못 찾고...”

“뜬금없이 해럴드 기관이 튀어나왔다?”


주인공과 관련된 일이니 어수룩한 탐정을 보냈을 리 없다.


“통신코드의 전권을 넘겨.”


콜로라도 파견팀은 총 아홉 명으로 변호사 셋에 나머지는 민간조사원이었다.


-잭 다니엘이 범인이야? 아니야?

-이번엔 아닙니다.

-이번엔 아니다? 그럼 저번에는 맞았어?

-정당방위가 아니었거든요.


3년 전 잭 다니엘은 목장에 침입한 도널드 클라인이란 사람을 총으로 쏴 죽였다. 깊은 밤 낯선 자가 사유지에 몰래 들어왔으니 총에 맞아도 할 말 없었다.

그러나 보안관은 그를 체포해 검찰로 넘겼고 지방검사는 과실치사 및 3급 살인으로 기소했었다. 군인이자 용병으로 살아온 잭 다니엘의 삶은 당연히 평온하지 않았다. 평균 이상으로 거친Tough 성향은 불필요한 적을 만들기 마련이다.

미국과 미국인은 분명 군인을 존중하지만 그만큼 폭력에 민감했고 공동체의 평화를 위협하는 과도한 폭력성을 경계했다. 미식축구 같은 격렬한 스포츠를 즐기면서 현실은 빡빡한 절차와 보수적인 규정에 얽매였다.

카우보이는 모두 황야의 무법자일까?

사실 대다수 양키는 초식동물이고 소총은커녕 권총도 쏠 줄 몰랐다. 총기를 다루는 건 큰 용기와 오랜 숙련도를 요구했다. 방아쇠만 당긴다고 총을 쏠 줄 아는 것이 아니다.


-도널드 클라인은 용병이자 청부업잡니다.

-킬러?

-용병과 킬러는 비슷하죠. 잭 다니엘은 패러독스란 PMC에서 용병으로 일했습니다. 하지만, 델타나 네이비씰 같은 1티어 특수부대를 나오지 않으면 대우가 박하죠.

-마누라에다 자식이 다섯, 다 쓰러져가는 목장을 건사하려면... 어지간한 벌이론 안 될 텐데?

-패러독스는 무늬만 PMC지 마피아나 다를 바 없는 집단입니다. 그쪽 세계에서 돈과 폭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위스키 씨... 무서운 사람이었구나.


전쟁을 경험한 자는 모든 것이 바뀐다.

이제껏 가지고 있던 꿈과 희망, 사상, 인격 등 한 인간을 이루었던 모든 가치관이 바뀌었다. 우리의 인간성은 커리큘럼으로 만들어진 사회관계망 안에서만 제대로 작동한다. 법과 제도 안에서만 선한 자의 정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악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악에 굴복할 건지 저항할 건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 잭 다니엘은 악에 굴복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절박한 자의 절박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평범한 수단과 방법으론 불가능했다.

그리고 잭 다니엘 같은 전직 군인이 한두 명일 리 없다.


-패러독스는 주로 라틴아메리카를 오가는 사업가의 경호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말이 경호지 오히려 폭력을 쓰러 갔죠. 더구나 미국의 외교 및 안보는 북미든 남미든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습니다.


육로로 통하는 건 큰 이점이자 약점이었다.

캐나다는 미국의 혈맹이나 다름없으니 논외였다. 멕시코는? 가끔 불편한 점도 있지만 나름 눈치는 챙기는 이웃이다. 파나마는 운하 때문이라도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거점이고 나머지는 크게 사고 치지 않으면 간섭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중남미는 하루라도 사고를 안 치면 입에 가시가 돋는 미친 동네였다. 독재자와 빨갱이, 카르텔, 부패한 정치인과 관료, 군벌과 반란군 등 역사의 온갖 문제가 잡탕처럼 뒤섞인 복마전이다. 그리고 이 크고 작은 트러블이 국경을 넘어 미국에 상륙할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미국은 다른 어떤 곳보다 라틴아메리카를 확고한 통제 아래 두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군사력을 투사하는 건 항상 부작용을 낳죠. 그래서 민간에서 하는 일이 중요해졌습니다.

-대리전이군.

-국익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편법은 눈감아줄 수 있죠. 패러독스와 비슷한 집단은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정점에 코쉬 인더스트리얼이 있죠.

-몬테카를로는 어떻게 엮이는데?

-패러독스는 몬테카를로의 위장기업 중 한 곳입니다.

-아하!


그렇게 이어지는구먼.


-잭 다니엘과 도널드 클라인의 관계는?

-같은 팀에 있었습니다.


도널드 클라인도 잭 다니엘과 비슷한 경우로 패러독스에 합류한 전직 군인이었다. 다른 점은 잭 다니엘은 최소한 마지막 선은 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면 도널드 클라인은 폭력을 즐겼다는 것이다.


-아내의 불치병과 목장 그리고 다섯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 그는 큰 건수가 필요했습니다.


무력이 뒷받침되면 뭐든 할 수 있는 곳이 정글이다.


-약 1200만 달러어치의 마약과 현금을 빼돌렸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닌데?

-팀이 함께했죠.

-회사는 모르나?

-퇴직예정자의 한탕을 오히려 장려하는 편입니다. 물론 책임은 본인이 지는 걸로.

-미친 회사군.

-근데 1200만 달러짜리 한탕은 회사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죠. 보통은 50만에서 100만 달러 사이거든요.

-강탈당한 조직이 가만있지 않았을 텐데?

-1200만 달러가 큰돈이긴 하지만 미국을 공격하기엔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전면전보단 암살을 택했죠. 그들은 일이 조용히 처리되길 바랐습니다.


양키놈들이 털어간 건 알지만 정확히 누가 털어갔는지는 몰랐다.


-인간은... 실수합니다.


제 몫을 챙겨 마이애미에서 술집을 연 팀원이 있었다.


-장사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수완이 부족하면 망하는 건 차치하고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죠. 술집이 망하자 그 팀원은 강한 유혹을 느꼈고 끝내 굴복했습니다.

-밀고?

-밀고 직전 도널드 클라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했었죠.


도널드 클라인은 생각했다. 비밀을 아는 자를 다 죽이지 않으면 언젠가 카르텔이 보낸 암살자를 마주할지도 모른다고.


-도널드 클라인은... 비밀을 아는 자를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했고 잭 다니엘은 마지막 목표였습니다.

-거꾸로 당했네?

-도널드 클라인을 제거한 잭 다니엘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느라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최후생존자임을 깨달았죠.


잭 다니엘은 생각했다. 이제 숨겨둔 마약을 처리할 때라고.


-폴라 존슨은... 딜러로 삼았구나.

-대다수 매춘부는 부수입이 필요합니다.


싸구려 성매매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


-참수는 지역 경쟁조직의 경고?

-아니요. 콜롬비아로부터의 전언이죠.

-...발각됐군.


1200만 달러를 강탈당한 콜롬비아 범죄조직의 끈질긴 추적은 마침내 잭 다니엘을 찾아냈다. 마약은 다 똑같은 것 같지만 조직마다 고유의 배합비가 있고 마치 지문처럼 변하지 않는 단서가 됐다.

이는 명백한 잭 다니엘의 실수다.


-잭 다니엘을 단숨에 죽이지 않은 건 쓸만하다고 판단해섭니다. 그의 군 경력과 용병으로서의 이력이 쓸만해 보이는 거죠. 더구나 미국 국적을 가진 협력자는 귀합니다. 단순한 하수인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만들고 응용할 배짱과 경험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경고와 거래를 동시에 진행했죠.

-폴라 존슨의 죽음은 함정이군.


검찰의 압박에도 태평한 이유가 있었다. 폴라 존슨의 죽음은 함정이고 아마 물밑에서 협상이 진행 중일 것이다.


-콜롬비아 똘마니가 적당한 시기에 자수하려나?

-합의에 이르면 그렇게 되겠죠.

-아직 결정하지 않았어?

-잭 다니엘 관점에선 카르텔은 못 믿을 족속입니다. 가족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한 쉽게 결정 내리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끌며 옛 전우를 불러들이는 중이죠.


해병대에서 함께 복무했던 전우들을 불러들여 가족을 보호하게끔 부탁했다. 거래가 무산되면 카르텔의 무자비한 암살자가 잭 다니엘의 가족을 도륙할 것이 뻔했으니까.


-시기를 봐서 알려줘야겠군. 타이밍을 재봐.

-얍!


이택기의 부탁은 부탁이고 지오는 보육원에 도착했다.

여기는 올 때마다 먹먹한 기분이 든다. 행복한 추억은 없지만 바라보기만 해도 우수에 잠긴다. 어린 원생을 돌보던 오지은은 지오를 보자마자 애들과 함께 달려와 안겼다.


“아저씨!”

“어이쿠!”


작은 악마들이 몰려오자 식은땀이 절로 나왔다.

작년 크리스마스를 미국에서 함께 보낸 원생들은 지오와 친해졌다. 격한 환영을 뚫고 원장실에 도착하기까지 30분도 넘게 걸렸다.


“아버지.”


오길강 원장은 푸근한 미소를 그를 마주 안았다.


“미안하구나.”

“더 빨리 연락하셨어야죠. 유현이는 병원을 옮길 겁니다.”

“어디로?”

“성조의료원이요.”

“거긴...”

“병원비는 걱정하지 마세요.”

“미안하구나.”

“사과도 그만하시고요. 회사는 뭐래요?”

“...”


지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거기도 제가 알아서 할게요.”


오길강은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훌륭한 어른이지만 능력은 썩 대단치는 않았다. 작은 보육원을 운영할 정도? 그쯤이 그의 한계다.


“애들 좀 불러주세요.”

“애들?”

“거 예전에 가출한 애들 있잖아요.”

“아. 가영이네 패거리 말이구나. 알았다.”


원장실을 나오자 오지은이 쭈뼛거리며 다가와 안겼다.


“아저씨. 보고 싶었어요.”

“아부해도 아무것도 안 나와.”

“아이참!”


순수와 영악의 경계에 선 아이.

오지은은 똑똑한 아이다.


-특이사항은?

-윤가영은...

-응?


G가 말끝을 흐렸다.


-윤가영은 현재 클럽 로열에 있습니다.

-뭐?

-호스티스로 일하는 중입니다.

-최치수는 알아?

-네.


이 영감탱이가 노망이 났나? 아니면 뒤지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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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지오 디 오리진 -60화- +17 22.06.03 4,730 196 27쪽
59 지오 디 오리진 -59화- +18 22.06.02 4,441 207 12쪽
58 지오 디 오리진 -58화- +23 22.06.01 4,436 184 15쪽
57 지오 디 오리진 -57화- +25 22.05.31 4,701 189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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