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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망가! 그리고 고양이!

지오 디 오리진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강철신검
작품등록일 :
2020.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3.04.25 21:13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561,372
추천수 :
18,147
글자수 :
839,717

작성
22.06.0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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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6
추천
189
글자
18쪽

지오 디 오리진 -63화-

DUMMY

-진짜 개년이네. 저거.


끝까지 통수행이다. 일라이자의 행적을 추적한 G의 보고에 지오는 혀를 내둘렀다. 그녀는 애국심으로 똘똘 무장한 완벽한 양키였다. 미국은 정의고 우리가 하는 일은 무조건 옳다고 믿었다.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어?

-너무 일찍 두각을 드러내긴 했습니다.

-...주인공. 아니, 결국 나 때문이군.

-실패했어야 할 많은 작전이 성공했습니다.


주인공과 CIA 사이에서 소통을 맡은 일라이자의 승리다. 결과적으로 지오가 물어다 준 정보로 승승장구한 셈. 그런데 은혜를 통수로 갚다니 이래서 도둑고양이는 키우면 안 된다.


-큰 건은 없었잖아?

-실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CIA라고 모든 작전을 성공시키진 못했다. 아니, 100번의 작전 중에 절반은 채 시도도 못 하고 접어야 했고 나머지 절반의 절반은 실패였으니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 건 전체의 ¼이 안 된다.


-이제 170억 달러짜리 빅딜이 성사됐으니 주인공과 CIA의 신뢰는 더욱 깊어졌습니다.

-서로에게 족쇄를 채웠어.


냉전 당시 서로에게 핵무기를 겨눴던 미·소의 상호확증파괴나 다를 바 없었다. 어느 한쪽만 폭로해도 둘 다 죽는다.


-저들끼리 짝짜꿍이나 하지 난 왜 찔러보는 거야?

-당신이 어디까지 알고 있나 궁금한 겁니다.

-이러다 암살당하는 거 아님?

-미국의 이익에 반하면 암살자를 보내겠죠.

-와우! 이거 무서워서 살겠어?

-시민권을 얻으면 나을 겁니다. 적극적으로 포섭하려는 것 같은데 모른 척 넘어가죠.


반년 전 미국에 부동산을 구매했다.

LA패밀리가 머무는 저택은 주인공 명의니 내 집이 아니다. 당장 넘어가도 되지만 장모님의 비즈니스가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다. 은퇴는 아니다. 단지 친손주와 가까이 지내고 싶은 할머니의 간절한 바람이다.

미국에서 원격으로 경영할 계획이다.

양국을 오가게 될 아랫사람의 고생이 심하겠지만 사장이 그러자는데 누가 말릴까. 미국의 조력을 구한 주인공의 다음 행보는 더욱 파격적일 테고 나는 바다 건너로 도망칠 것이다.

아직 여유가 있으리라 예상했는데 백악관까지 나선 걸 보니 더는 시간이 없었다. 조만간 한반도는 총성 없는 전쟁에 휩싸이리라.

아내를 픽업해 돌아오는 동안 이민을 언급했다.

꾸준히 대화를 나눴던 주제라 큰 혼란은 없었다. 그녀는 취소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취소하고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일주일 사이에 해치워버렸다.

뉴스에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내보낼 때 우리는 태평양을 건너고 있었다.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지오와 가족은 LA 국제공항에 안착했다.

LA패밀리 일부가 마중 나왔다.

학교와 직장에 나간 이들은 어쩔 수 없고 남은 사람은 오디션을 준비 중인 이수영이었다.


“아저씨! 언니! 고모!”


나는 왜 아저씨고 강선아는 언니일까? 우리 가족 중에 선오를 제외하면 내가 제일 어린데 말이다. 아들은 이수영이 보이자 팔을 뻗어 안아달라고 보챘다.

원래 잘 큰 건지 아니면 미국에 와서 성장한 건지 이수영의 발육은 아시아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가슴에 코를 박은 선오의 행동에 지오의 눈빛이 짜게 식었다.


-저거 일부러 저러는 거지?

-그 나물에 그 밥이네요.

-...


내 아들이 맞다.


“소정이는?”

“오늘 시험.”


항상 붙어있던 윤소정이 보이지 않자 의아했는데 시험 중이란다. 제니퍼는 모델 연수 중이고 케이트는 간호사를 준비 중이다. 이씨자매의 첫째 이수진은 대학을 졸업하고 주인공놈의 부친 오태양의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갔고 막내 이수현은 이제 고등학교 졸업반이다.


“모델? 케이트랑 같이 간호사를 준비했잖아?”

“학교는 관뒀어.”

“괜히 헛바람 들어간 거 아니야?”

“제니는 잘할 거야.”


케이트와 제니퍼는 간호사를 준비했는데 아무래도 제니퍼는 적성이 아닌가보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관두는 건 그녀 맘이지만 등록금은 내 주머니에서 나갔다.


“사기꾼한테 속아서 호구 잡히는 건 아니지?”

“로빈의 에이전시랑 계약했다던데?”

“아리엘?”

“아니, 그 사람이랑 같이 일하는 파트너 에이전트래.”


할리우드 거물에이전트 아리엘은 SNK 엔터의 세 창업자 중 한 명이고 PnC의 미국 진출을 돕는 파트너였다. 뭐 나중에 알아보면 되겠지.

내가 구매한 집은 LA패밀리 저택에서 도보로 약 10분쯤 떨어진 곳이었다. 미화 약 470만 달러짜리 단독주택이다. LA의 입지를 고려하면 그리 비싼 가격도 아니란다.

서울이 비싸다 비싸다 지랄하는데 미국 대도시의 땅값은 하늘 높은 줄 몰랐다. 센트럴 파크가 내려다보이는 뉴욕의 아파트 펜트하우스는 기본이 2000만 달러부터 시작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간 강선아는 짐 정리를 진두지휘했다.

앞으로 오랫동안 지내야 하니 가구 배치부터 뭐든 제 손으로 맞춰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장모님이랑 싸우는 건 아닌지 걱정되긴 했는데, 모녀가 알아서 타협하겠지 싶었다.

이수영은 훌륭한 일꾼이었다.

계집애가 경호원들이나 아가씨라고 떠받들지 강선아 밑으론 톱스타 윤소희도 이등병일 뿐이다. 연예인이 꿈이라면 아내에게 밉보이면 큰일 난다. 강선아는 누굴 괴롭히는 성격은 아니지만 의외로 보수적이었다.

선오를 안은 지오는 마당을 거닐다 밖으로 나왔다.

경호원 둘이 멀찌감치 떨어져 따라왔다.

햇빛을 막는 챙이 넓은 모자를 씌우자 아들은 그게 신기한지 계속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솔솔 부는 바람과 아빠의 체온 때문인지 금방 잠에 빠졌다.

어린애는 시시때때로 먹고 자고 싼다.

잠든 아들의 등을 살살 두드리며 도착한 곳은 익숙한 저택이다. 지오는 대문 앞에서 귀가하는 케이트와 정말 우연히 마주쳤다.


“아저씨?”

“일찍 왔네.”

“새집에서 걸어온 거야?”

“짐 푸느라 정신없거든. 찾아갈 생각은 하지 마.”

“오늘 수영이가 마중 나간다고 했는데...”

“그래서 노예로 부려지는 중이지.”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고용인들이 인사했다. 씻으러 올라간 케이트를 기다리며 아이용 침대에 선오를 눕혔다. 이게 왜 저택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오가 미국에 온다니 미리 준비한 것 같다.


“보스.”

“쉿.”


LA패밀리 경호책임자인 엘레나 화이트는 손가락을 입에 댄 지오의 행동에 목소리를 줄였다.


“알려줄 게 있어. 보스.”

“제니퍼가 중퇴한 거?”

“...”

“아리엘이 아니면 누구랑 계약한 거야?”

“팀 레이튼, 본명은 티모시 가버 레이튼.”

“그쪽이 모델 카테고리를 관리하는 건가?”

“정확히는 신인 개발이 레이튼의 주업무야. 비주얼이 훌륭한 신인은 대부분 모델부터 시작하거든.”

“비주얼? 너도 한국인처럼 영어를 쓰네.”


Visual은 한국에서나 외모를 뜻하는 거지 미국에선 못 알아듣는다.


“이상한 놈은 아니지?”

“레이튼?”

“괴팍한 성벽을 가졌거나 소속 아티스트와 놀아나는 걸 즐기는 변태는 곤란해.”

“그랬으면 안 보냈지. 우리 회사를 무시하지 마.”


엘레나는 팀 레이튼의 백그라운드를 샅샅이 털었다. 마리화나와 각성제 등 가벼운 마약 전과나 음주운전, 신호위반, 폭행으로 벌금형이 나온 적은 있지만 심각한 중범죄는 없었다.


“마호란가 뭔가 거기는 아직도 기웃대?”

“놉, SNK가 붙자 도망쳤어.”


마호라 에이전시도 할리우드에서 나름 잘나가는 회사였지만 SNK 엔터테인먼트와 비교할 순 없다. SNK의 세 창업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매년 초대받는 거물이었다.

웃기게도 LA패밀리 중 몇 명은 일리야 로빈의 그녀로 타블로이드에 실리기도 했다. 주인공의 강력한 조치로 널리 퍼지진 않았지만 애들은 때아닌 유명세를 치렀다.

타인의 시선을 즐길 수 있으면 미국에 적응한 것이다. 때마침 케이트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내려오자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응. 응. 맞아. 거기야. 어. 케이트밖에 없어. 응. 알았어. 자는 중. 응. 이따 봐.”

“써니?”

“출장요리사가 필요하다네. 알아?”

“어. 자주 불렀어.”

“예약해.”


어딘가로 전화를 마친 케이트는 아이용 침대 앞에 섰다.


“자?”

“응.”


그녀는 선오의 볼을 검지로 살살 찌르며 관심을 보였다. 전 마약딜러이자 노숙자, 지금은 예비 간호사란 파란만장한 삶의 주인공이었다.

나이도 어린데 굴곡이 장난 아니다.

아픔이 많은 애는 금방 성숙해진다. 음! 몸이 아니라 마음! 마음 말이다... 뭐 몸도 성숙하긴 했다.


-착한 앤데 왜 딜러가 됐지?

-인간의 삶은 99% 성장환경으로 결정되죠.

-그러고 보니 부모 얘긴 한마디도 안 했어.

-약쟁입니다.

-...

-다행히 둘 다 사망했으니 발목 잡을 일은 없습니다.

-부모가 없는 건 다행이 아니야.

-약쟁이 부모라도 말입니까?

-그래. 약쟁이 부모라도 있는 게 나아.


약에 취해 해롱거리지 않을 때는 그래도 아이를 사랑해주지 않을까. 사랑 없이 자란 아이는 어딘가 망가졌다. 케이트는 겉으론 멀쩡해 뵈지만 그녀의 가장 큰 두려움은 혼자 남는 것이다. 그래서 멀쩡한 자기 방을 놔두고 꼭 친구랑 함께 잤다.


-지금은 괜찮아. 아직 어리니까. 하지만, 친구가 하나둘 애인을 만들고 독립하면 어떻게 될까.


지금이야 남자를 모르니까 친구를 찾는 거지 나중에는 남자 없이는 못 자는 색녀가 될지도 몰랐다.


“학교는 다닐 만해?”

“응. 좋아.”

“새 친구는 사귀고?”

“음... 어려워.”


상처가 있는 사람은 자기보호본능이 강했다.

이게 누구나 친해지는 양키 감성과는 180도 달랐다. 어쩌면 케이트는 미국이란 나라와 어울리지 않았다. 이 나라는 은근히 약자를 멸시했다. 나서길 꺼리고 내성적인 사람을 바보 취급한다.


“억지로 사귈 필욘 없어.”


그렇다고 그녀가 사교성이 꽝인 너드는 아니었다. 새 친구를 꺼릴 뿐 활달하고 밝은 성격이다.


“아저씨!”


죽치고 앉았으니 하나둘씩 귀가했다.

제일 늦게 돌아온 사람은 의외로 제일 어린 이수현이다.


“매일 이렇게 늦어?”

“프롬 때문에 준비할 게 많다고.”


올해 졸업하는 그녀의 진로는 정해졌다. 형제자매를 끔찍이 아끼는 주인공은 이씨자매가 함께 미 서부에 머물길 바랐지만 에밀리야의 꾐을 당한 막내는 아이비리그로 진학을 결정했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

그녀는 이수현보다 먼저 대학의 낭만을 만끽하는 중이다.


“집들이는 언제 해?”

“선아가 알려줄 거야.”


집들이 일정은 아내 소관이다.

그는 여전히 잠에 빠진 아들을 안고 새집으로 돌아왔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난 집에 몇몇 손님이 오갔다. 지오의 미국행을 가장 반긴 건 웃기게도 에밀리야 코르센코였다.

그녀는 북미대륙의 극과 극을 단숨에 주파했다.

뭐 도착한 뒤에는 노예 1호 이수영과 함께 노예 2호로 부려졌지만 싫은 얼굴은 아니었다. 에밀리야도 상처 많은 어린 시절을 보내선지 결핍과 집착이 장난 아니다.

대충 정리를 끝내고 식사했다.

선오를 장모님에게 안겨준 지오는 강선아와 짧은 포옹과 키스를 나눴다. 오늘 하루 칼로리를 제대로 소모한 이수영의 젓가락질은 매우 전투적이다.

배우를 한다는 애가 다이어트도 안 하나?


“다이어트 안 해?”

“맛있게 먹으면!”

“영 칼로리 같은 소리 하면 김치로 때린다?”


이수영은 입을 비쭉였다. 얘도 뻔뻔해졌다.


“넌 왜 왔어?”

“아저씨 보러 온 거 아니거든?”


얘길 들어보니 다들 특별한 일은 없었는데 파파라치가 쫓아다니는 정도는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 웃프긴 했다. 다들 평범이란 개념이 이상해진 거 아닐까.

다행인 점은 에밀리야는 예전만큼 사고를 치진 않았다. 약도 끊고 술도 끊고 아, 하나만 못 끊었다. 사교계 문제아는 다른 표현으론 슈퍼관종이란 뜻이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던데.


“저택도 있으면서 펜트하우스는 왜 샀어?”

“그냥.”


센트럴 파크가 내려다보이는 고급맨션 펜트하우스 구매 후 에밀리야는 셀피로 자랑질에 여념 없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통합팔로워가 3000만 명에 육박하는 그녀의 소식은 곧장 인터넷 황색언론의 가십으로 팔려나갔다.


“너 그러다 납치당한다?”

“납치당하면 아저씨가 찾아줄 거지?”


장화 신은 고양이의 그 애처로운 표정, 에밀리야도 겁나 뻔뻔해졌다. 식사를 마치고 이수영은 돌아갔는데 에밀리야는 당연하다는 듯이 방을 요구했다.

다음날부터 지오는 셔터맨의 일과를 시작했다.

아내는 새집 꾸미기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LA에 새 스튜디오를 만드느라 정신없었고 장모님도 하나신투 LA 지역사업장을 꾸리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지오와 선오 부자만 느긋한 삶의 여유를 즐겼다.

LA패밀리는 돌아가면서 찾아와 아들을 돌봐줬다. 굳이 유모를 고용할 필요가 없었다. 미국 생활은 대체로 괜찮았지만 딱 한 가지만 불만이다.


“아부부! 까꿍!”

“그만 꺼져주지 않을래?”

“왜?”


얼굴을 기괴하게 일그러뜨리며 아들에게 즐거움을 주던 일리야 로빈은 무슨 뜻이냐며 돌아봤다.


“내 아들이 왜 네 아들이냐?”


지오는 순진무구함을 연기하는 개새끼를 향해 잡지를 던졌다.

●톱스타 일리야 로빈! 혼외자가 있다?

○일리야 로빈의 하렘에 초대합니다!

●할리우드 바람둥이의 그녀는 누구?

매일 매시간 업데이트된 타블로이드에는 어느새 선오가 일리야 로빈의 혼외자로 둔갑했다. 대한민국 기레기는 양키 기레기에 비하면 양반이다. 이 새끼들은 빠꾸가 없다.


“익숙해지라고. 친구.”

“시발 꺼! 죽이고 지옥 간다.”

“살려줘!”


목 조르는 시늉을 하자 일리야는 과장되게 도망치다 소파에 드러누웠다.


“힘들어.”

“또 왜 징징이 모든데, 말해봐. 뭐가 좆같은 거여?”

“결혼하고 싶어.”

“누구랑?”

“아무나?”

“미친놈.”


이 새끼는 뭐 여자를 돈으로 살 수 있는 장신구로 보나? 연애든 섹스든 불륜이든 뻥뻥 터지는 할리우드지만 의외로 결혼은 보수적이었다. 왜냐면 이혼 잘못하면 패가망신이기 때문이다.


“테러 추모 중에 프랑스 모델들이랑 놀아났다며?”

“놀아나긴... 서로 즐겼지.”

“너 우리 애들 건드리면 뒤진다. 진짜 죽어.”


주인공과 일리야는 나이를 떠나 우정 나눴지만 경계하는 이유가 있다. 얘는 양친이 살아계신 유복한 가정에서 컸는데 뭔가 나사 하나가 빠졌다. 배역과 연기에 지나치게 몰입해 미쳐버렸나? 뛰어난 예술가는 하나같이 비정상이었다.


“결혼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아이를 원하는 거야?”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후자?”

“그럴 바엔 차라리 입양해.”

“남의 아이가 아니라 내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를 원해.”

“왜?”

“내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라면 최고로 사랑스럽지 않을까?”


미친놈이 맞다. 나르시시스트, 자기애로 가득한 정신병자.


“로빈?”

“써니!”


귀가한 아내의 환대에 어물쩍 포옹하려던 일리야는 지오의 응징을 받았다. 길로틴 초크를 당한 그는 죽는다고 비명을 질렀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구시렁거리는 일리야를 뒤로한 채 아내와 짧은 키스를 나눴다.


“어바바.”

“우리 선오! 엄마 기다렸쪄요?”


강선아는 잠에서 깬 선오를 안아 들고 우쭈쭈 했는데 아들은 엄마 뺨을 찰싹찰싹 때리며 즐거워했다. 미리 모은 모유를 먹이려 주방으로 향하는 아내를 따뜻하게 바라봤다.


“여전히 신혼인가 봐?”

“네 녀석도 언젠간 운명의 여자를 만나겠지.”

“...그럴 수 있을까.”


일리야는 음울한 썩소를 띠었다.

할리우드 최고미남배우의 화려한 삶에도 그림자는 있다. 말 한마디로 어떤 여자든 넘어올 것 같지만 스캔들로 얼룩진 삶치곤 항상 사랑에 굶주렸다.

뭘까 저 엄청난 결핍은? 일주일은 굶은 사람처럼 허기 대신 사랑을 갈구했다. 내가 만든 캐릭터지만 세세한 설정은 잘 모르겠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만든 시나리오에서 멀어졌다.


“일을 줄이는 게 어때?”

“악랄한 노예주가 날 쉬게 해줄 리가...”

“휴식을 주면 항상 사고를 치고 다니니까 그렇지.”


아리엘이 일리야를 사정없이 굴리는 이유는 바쁘지 않을 때 휴식은커녕 온갖 사고를 몰고 다녔던 과거 때문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애먼 짓 못 하도록 바쁘게 굴리는 것이 최선이다.


“한번 말해볼게.”

“정말?”

“단!”


일리야는 언제 시무룩했느냐는 듯이 벌떡 일어났다.


“수현이 프롬 파트너가 돼줘야겠어.”

“프롬? 아, 걔 올해 졸업이지? 근데 내가 가도 되나?”


Promenade dance, 줄여서 프롬의 파트너는 보통 같은 학교에서 찾는다. 물론 아니어도 상관없는데 일리야 로빈의 에스코트를 받는다면 당일의 뉴스 1면을 장식할 것이 뻔했다.


“자매들 파트너는 샘으로 고정된 거 아니었어?”

“못 올 거야. 아마도?”


어제 방한을 마친 미국 대통령은 아시아에 핵폭탄을 떨어뜨리고 돌아갔다.

‘대한민국은 미합중국의 진정한 혈맹이 될 자격이 있다.’

우방友邦이 아니라 혈맹血盟을 여러 번 언급했다.

이것은 중화인민공화국의 발작버튼이나 마찬가지였다.


‘주인공은 일단 친중파를 일소할 계획이겠지.’


주인공과 야스형을 연결하지 못했다면 친일파는 다음 목표였을 것이다. 사카가와 야스히토를 통해 일본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이상 전면전은 계획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이택기의 전화를 받았다.


‘유부남한테 프롬 파트너를 해달라니 미친 거지.’


그렇다고 이수현 혼자 보낼 순 없다. 그나마 일리야 로빈쯤 되면 체면치레는 하지 않을까 싶다. 스캔들이 터지는 거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이씨자매는 첫째 이수진을 빼곤 둘 다 관종이었으니 일리야의 에스코트를 쌍수 들고 환영할 것이다.


“내가 얻는 건?”

“얼마간의 자유?”

“음.”

“딜?”

“...딜.”


톱스타면 뭐해 악덕 농장주 아래 노예처럼 굴려지는데.

그런데 별로 불쌍하진 않았다. 워낙 사고를 많이 쳐서 오히려 아리엘이 더 불쌍했다. 저 잘생긴 얼굴과 천재적인 연기력으로 꼴값을 못했으면 진즉 범죄자로 전락했으리라.

아닌가? 여자 등쳐먹는 호스트 클럽 남창도 썩 어울렸다.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J.


주인공VS대한민국 재벌들

드디어 페이즈1의 대미를 장식할 대한민국 기업전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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