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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가 님의 서재입니다.

신궁강림 이계싹쓸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실가
작품등록일 :
2019.12.10 22:17
최근연재일 :
2020.02.04 21:58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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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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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9
글자수 :
281,105

작성
20.01.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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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Ep11. 배신자(1)

DUMMY

- 오너가 접근을 허락합니다.

- 예정돼있지 않은 스킬을 획득합니다. 최초 기술 점수가 보너스로 자동 부여됩니다.

- 스킬의 이름은···



“듀낰카 아툰 퀘랔타.”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가슴에 깊은 검상이 새겨진 야만전사였다. 그는 구슬을 가리키며 오크어를 내뱉었다.


라이센은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라이센은 오크어로 말을 뱉을 수 있기까지 했다.


“마침 잘 왔군. 이 구슬은 뭐지?”

“너, 너 어떻게 우리 말을 쓸 수 있는 거냐? 설마 그 구슬을?”


오크어는 인간이 발음하기 굉장히 어려운 언어다. 오크는 인간과 구강구조가 상당히 다르다. 외국어를 배우듯 배울 수가 없다.



- Lv1. 오크어

- 기본적인 오크어를 듣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 본 스킬의 최대 레벨은 Lv3입니다. Lv3이 되면 높은 수준의 어휘구사까지 가능해집니다.



그 순간 라이센은 깨달았다. 카이세린 사람들이 배신자라 부르는 저들은 단순히 오크어를 배워서 익힌 게 아니었다. 마력의 힘을 빌려 오크어를 쓰는 것으로 보였다.


자그니스란 자가 마력으로 저들에게 오크어를 쓸 수 있게 한 건가. 하지만 그러기 전에 저들은 인간의 말도 잘 하지 못했는데.


‘그나저나 마력이란 거, 생각 외로 별 이상은 없군.’


라이센이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머리에 뿔이 나지도 않았다.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알싸한 기운이 머리를 스치는 게 다른 스킬을 익혔을 때와 똑같은 느낌이 들 뿐이었다.


그때 야만전사가 도끼를 젖혀 들고 라이센에게 다가왔다. 라이센도 재빨리 활을 겨눴다.


“감히 인간 따위가 구슬에 손을 대?”

“너는 인간이 아닌가?”

“네 이놈!”


야만전사는 상처가 깊었음에도 크게 소리쳤다. 그가 도끼를 뒤로 젖히려는데,


스각.


등을 베인 야만전사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뒤에서 스칼과 아이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라이센, 괜찮은 거야?”

“보다시피 멀쩡하오. 그건 그렇고 이걸 보시오.”


아이라와 스칼이 라이센에게 다가왔다. 그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마력을 내뿜는 구슬로 향했다.


쨍그랑.


순간, 구슬이 그대로 깨지고 말았다. 쓰러진 야만전사가 어느새 단검을 던졌다.


스칼이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는 단검을 던진 직후 그대로 눈을 감았다.


“방금 구슬에서 마력이 흘러나오는 걸 봤어. 맞아?”

“그렇소. 나도 막 확인해 보려던 참이었소.”

“마력을 다룰 줄 아는 자는 거의 없어. 분명 자그니스가 배후임이 틀림없어.”


아이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라이센은 마력의 힘으로 오크어를 익혔다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그런 말로 굳이 의심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




어느새 동이 텄다.


토얀은 망루 위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멀리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고, 들판이 그 빛을 받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탓인지 그의 얼굴은 매우 수척했다. 행정관 무스피가 말했다.


“영주 님, 새벽 바람이 찹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이곳은 제가 대신 지키고 있겠습니다.”

“너무 늦는 게 아닌가?”

“이제 반나절이 지났습니다. 좀 더 기다려 보시지요.”


토얀은 성벽 위의 초병들을 둘러보았다. 동이 트는 이 새벽, 꾸벅꾸벅 졸만도 하지만 누구 하나 그러는 이가 없었다. 모두가 눈을 치켜뜨고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자의 말만 믿고 내가 섣불리 군사를 내준 건 아닌가?”

“영주 님, 심려 마십시오. 설사 그자가 틀렸다 해도 매 대가 당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동이 틀 때까지도 오크가 퇴각하지 않으면 다시 돌아오라 명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긴 하네만···”

“저희만 아는 길로 돌아서 갔으니 행여 다른 오크에게 발각될 일도 없을 겁니다.”


토얀은 어젯밤 라이센의 말대로 매복대를 급파했다. 이미 독이 퍼져 도망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을 거라는 그의 말을 믿어서였다.


“전쟁은 이제 시작입니다. 아직 놈들이 그것을 끌고 나타나지도 않지 않았습니까?”

“자네는 오크가 그것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보는가?”


“글쎄요. 확실한 건 놈들이 그걸 끌고 나타나는 순간, 그것이 마지막 전투가 될 거라는 겁니다. 우리로서도 목숨을 걸어야 할겁니다.”


“그렇겠지. 그때가 되면, 틈만 나면 성 밖으로 돌진하려는 마르둑 경의 용기가 외려 필요할 수도 있겠지.”

“잘 보셨습니다. 이제 자리는 저에게 맡기시고, 그만 들어가십시오.”


그 말에 토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스피의 말이 맞았다. 언제 다시 전투가 벌어질지 몰랐다. 그때를 대비하려면 하루도 빠짐없이 멀쩡한 정신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그가 계단을 다 내려왔을 무렵이었다.


“공격대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기사단과 매복대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초병 하나가 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토얀은 황급히 다시 성벽 위로 올랐다. 밑에서 휴식을 취하던 다른 병사들도 우르르 위로 올랐다.


“정말인가?”

“저길 보십시오! 다들 무사히 돌아오고 있습니다.”


토얀의 눈에 복귀하는 공격대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의 표정이 서서히 환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성벽 위를 가득 메우고 있는 병사들. 그들 또한 공격대의 복귀를 밤새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성문을 열어라!”


드르르르.


성문이 열렸다. 기사단, 매복대, 그리고 라이센 일행이 차례로 성안으로 들어왔다.


와아아아-


그러자 병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공격대의 수는 거의 줄지 않았다. 게다가 오크에게서 탈취한 병장기를 잔뜩 쟁여오고 있었다.


마르둑이 소리쳤다.


“오크 우두머리의 목이 여기 있다!”


와아아아-


그가 잘린 머리를 위로 들자 성안은 다시 한 번 떠나갈 듯한 함성이 퍼졌다.


문을 걸어 잠그고 있던 주민들까지 모두 밖으로 뛰쳐나왔다. 병사와 주민을 가리지 않고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전쟁이 시작된 이래 감행한 최초의 섬멸전.


그것도 수성전이 아닌 야전에서 거둔 최초의 승리였다.


“모두 정말, 정말 수고가 많았소.”


토얀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공격대를 맞았다. 그가 소리쳤다.


“술과 곡식을 풀어 함께 나누라! 내일부터는 다시 놈들의 침략에 대비해야 할 터. 오늘 하루만이라도 이 기쁨을 마음껏 만끽하도록 하라!”



영주의 통 큰 결단에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




작전 회의실.


밤새 이어진 전투에 피곤할 법도 했지만, 모두의 표정은 밝았다. 토얀이 기쁜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라이센 경, 그대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솔직히 반신반의했소. 설마 독이 이 정도까지 효과가 좋을 진 꿈에도 몰랐소.”

“하하, 과찬이십니다. 제가 살던 곳에서 배웠던 대로 했을 뿐입니다.”

“그렇소? 그런데 그 독은 대체 어떻게 만든 것이오?”

“저와 함께 독을 만들었던 기사들에게 제조법을 완전히 전수해 두었습니다.”

“그게 정말이오?”


라이센은 마굿간에서 부려먹었던 기사들을 가리켰다. 그들에게 다가간 토얀이 하나씩 손을 잡아주며 칭찬을 건넸다.


“정말 고생들이 많았네.”

“과, 과찬이십니다!”

“자네가 카이세린 성을 살렸네.”

“감사합니다. 목숨을 걸고 성을 지킬 것입니다!”


기사들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토얀의 손을 맞잡았다. 더럽다며 투덜거리던 어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저놈들, 똥 씹은 표정 할 때는 언제고.’


토얀은 그들뿐 아니라 나머지 지휘관들에게도 하나씩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마지막 마르둑의 차례가 되자 무겁게 입을 열었다.


“경은 들으시오. 경은 기사단을 끌고 나가 큰 공로를 세웠소. 그대의 용기는 모든 병사와 기사들에게 본보기가 될 만 하오. 하지만···”

“···”

“영주인 내 말을 거역한 것도 사실이오. 이번엔 공로를 인정하여 특별히 용서할 터이니, 앞으로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하시오. 행실을 반성하라는 의미에서 사흘 동안 근신을 명하오.”


마르둑은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뭔가 마뜩잖은 눈치였다.


“명을 어겼으니 처분은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이 전투의 승리가 그깟 독 때문만은 아닙니다. 저와 기사단이 누구보다 용감하게 나아가 싸웠기 때문입니다.”

“그대와 기사단이 용감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소.”

“독이 아니었더라도 놈들이 우리 손에 박살 나는 것은 똑같았을 겁니다. 그 점 영주 님도 꼭 알아주십시오. 성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


독이 없었으면 기사단은 통째로 거기서 전멸했을 텐데. 자존심만 살아서는.


어쨌거나 마르둑은 그 말만을 내뱉고는 밖으로 휑하니 나가버렸다. 아무리 봐도 그는 영주와 서로 맞지 않아 보였다.


토얀은 승전보가 있는 날이라 그런지 그런 그를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 마르둑의 뒷모습을 떨떠름하게 보던 그가 곧 회의의 종료를 알렸다.


“전쟁이 끝난 건 아니지만, 오늘만이라도 푹 쉬시오.”



모두가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라이센 일행이 마지막으로 나가려는 데, 토얀이 그들을 잠시 불러 세웠다.


그는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더니 조심스럽게 회의실의 문을 닫았다. 영문을 모른 아이라가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사실 경들에게만 터놓을 얘기가 있어 이리 불렀소.”


라이센은 토얀에게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음을 직감했다. 대개 영주는 행정관을 대동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토얀은 무스피까지 내보낸 후 일행을 불렀다. 뭔가 비밀스러운 말을 할 것이 분명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토얀이 입을 열었다.


“카이세린 성안에 첩자가 있는 것 같소.”


“첩자요?”

“그렇소. 오늘 회의의 참석자 중에 분명히 첩자가 있소.”


작전회의에 참여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기사단의 전원, 단장 마르둑, 행정관 무스피, 그리고 성기사 피오나.


마르둑을 제외하고 그들 대부분은 토얀과 막역한 사이로 보였다.


‘그런 사람 중에 첩자가 있단 말인가?’


라이센 일행은 어떻게 대처할지를 몰라 서로를 바라봤다. 자기들은 이제 막 이 성에 도착한 손님일 뿐이었다. 첩자를 의심한다면 오히려 자기들부터 의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정보가 오크 놈들에게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은 그대들이 오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소. 그러니 확실히 첩자가 아닌 사람들은 그대들뿐인 거요.”


라이센은 고개를 끄덕였다. 토얀은 확실히 주도면밀한 사람이었다. 그는 잔마다 포도주를 따르며 말을 이었다.


“이곳에서 오크들이 퇴로로 삼는 길은 딱 두 곳뿐이오. 하지만 보다시피 우리 병사는 턱없이 부족하오. 두 군데를 모두 차단하는 것은 언제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소.”

“그럼 지키고 설 퇴로를 미리 정해두셨겠군요.”

“그렇소. 혹시나 놈들을 추격할 상황을 대비해 딱 한 곳을 점찍어 뒀소. 작전 회의에 참가하는 사람들 모두가 그곳을 알고 있소.”

“그렇게 이번 작전에 성공하신 것 아닙니까?”


토얀이 술잔을 탁하고 내려놓더니 말했다.


“아니요. 이번에 매복대를 내보낼 때, 일부러 정해진 곳과 다른 퇴로에 숨어있으라 명했소. 다른 사람은 전혀 모르게 말이오.”

“···!”

“그러니 누군가 매복대가 숨을 곳을 미리 발설한 게 분명하오.”

“오크는 이전의 첩보에 따라 매복이 없을 퇴로를 선택했고, 반대로 그곳에서 매복대를 맞닥뜨렸다는 뜻이군요.”

“그렇소. 이번 일로 인해 나는 첩자가 있음을 확신했소.”


토얀은 첩자가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 작전을 이용했다. 아울러, 반대로 허를 찔러 성과를 만들어낸 셈이기도 했다.


“내가 이런 사실을 누구와 함께 나눌 수 있겠소? 그 누가 첩자일지도 모르는데. 이런 말을 나눌 상대가 그대들밖에는 없었소.”



토얀은 침울해진 듯 고개를 떨궜다.


작가의말

이제부터 스무고개가 시작 되는 검니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살짝 수정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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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Ep13. 지나가던 선비(1) +7 20.01.31 2,356 91 12쪽
47 Ep12. 야만전사(3) +8 20.01.30 2,645 95 12쪽
46 Ep12. 야만전사(2) +7 20.01.29 2,907 100 12쪽
45 Ep12. 야만전사(1) +12 20.01.28 3,299 120 13쪽
44 Ep11. 배신자(4) +9 20.01.27 3,449 122 13쪽
43 Ep11. 배신자(3) +7 20.01.25 3,781 128 12쪽
42 Ep11. 배신자(2) +17 20.01.24 3,846 118 15쪽
» Ep11. 배신자(1) +6 20.01.23 4,139 121 12쪽
40 Ep10. 명예 혹은 실리(6) +6 20.01.22 4,343 137 13쪽
39 Ep10. 명예 혹은 실리(5) +7 20.01.21 4,475 125 12쪽
38 Ep10. 명예 혹은 실리(4)(수정) +12 20.01.20 4,594 129 13쪽
37 Ep10. 명예 혹은 실리(3) +24 20.01.19 4,826 137 13쪽
36 Ep10. 명예 혹은 실리(2) +17 20.01.17 5,226 144 13쪽
35 Ep10. 명예 혹은 실리(1) +16 20.01.16 5,439 136 13쪽
34 Ep9. 산맥을 뚫고(3) +17 20.01.15 5,616 134 12쪽
33 Ep9. 산맥을 뚫고(2) +8 20.01.15 5,703 142 13쪽
32 Ep9. 산맥을 뚫고(1) +10 20.01.14 6,085 146 14쪽
31 Ep8. 잊혀진 옛 신의 집(6) +17 20.01.13 6,084 154 13쪽
30 Ep8. 잊혀진 옛 신의 집(5) +12 20.01.12 6,188 149 12쪽
29 Ep8. 잊혀진 옛 신의 집(4) +11 20.01.12 6,169 137 14쪽
28 Ep8. 잊혀진 옛 신의 집(3) +6 20.01.11 6,139 139 12쪽
27 Ep8. 잊혀진 옛 신의 집(2) +6 20.01.10 6,184 137 12쪽
26 Ep8. 잊혀진 옛 신의 집(1) +10 20.01.09 6,469 146 13쪽
25 Ep7. 하늘을 나는 난쟁이(3) +12 20.01.08 6,504 151 13쪽
24 Ep7. 하늘을 나는 난쟁이(2) +8 20.01.07 6,828 15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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