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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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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64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5.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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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어지러운 숲의 대장 (1)

DUMMY

어지러운 숲의 대장 (1)


뗏목은 동굴속을 헤쳐나와 어느새 커다란 강 위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아마도... 이곳은 신부가 말했던 어지러운 숲인것 같았다.


"... ..."


그런데... 마음을 고치러 떠나는 여행? 하, 개소리. 이딴 망할 여자한테 도움을 받는것도 짜증났고 꽃잎이라는 강력한 존재에게 속박받는것도 짜증난다. 아니, 무엇보다 짜증나는건 내가 정상이라는데 나를 계속 정신병자 취급한다는것이다.


하아아... 입에서 욕이 튀어 나올뻔한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망할 여자의 면상에 나이프를 박아넣고 다시 나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속박 때문에 그건 불가능하니... 하아아아...


나는 망할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의 이마에 나이프가 박힌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데 내 생각을 읽은 것인지 그녀는 인상을 팍 찌푸리며 손을 휘둘렀다.


"또 날 죽이려 했지!"


짝!


"악!"


왼쪽 뺨이 뜨겁게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아, 실수였다. 나도 모르게 나이프를 쥐고 그녀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크흐으윽... 이 천하의 김인님이... 이딴 도구 새끼한테 가만히 처맞고만 있어야 한다고...?! 으아아아! 다 필요 없어! 이제 죽여버리겠어!


'허튼 수작 부리지 마라. 네놈의 얼굴에서 살기가 느껴진다.'


그 잘나신 꽃잎이 주절거렸다.


그래. 참아야 했다. 그런 짓을 했다간 상황이 더욱 악화될 뿐이다. 좀더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해서 죽여야 한다. 지금은... 아니다. 참자. 김인. 조금만 더 참아보자.


분명히 방법이 있을 것이다. 생명을 덧씌우는건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일. 아마도 이것은 마법일지도 모른다. 이 강을 따라 쭉 나아가면 빌룬 도시가 나타난다고 그랬지. 좋아. 그곳에서 마법을 풀 방법을 찾아봐야 겠다.


그렇게 곰곰히 생각하고 있을때, 자신의 주제도 모르는 망할 여자가 내 미간에 단검을 겨누었다. 정면에서 봐도 날이 똑바로 서있었고, 균형도 잘 잡혀 있었다. 한눈에 봐도 상당한 실력으로 제련된 단검이었다.


그녀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잘들어. 나랑 같이 다닐때는 사람을 죽이지 말것, 그리고 내 허락 없이 위해를 가하지 말것. 이 두가지만 지키면 별 문제 없이 여행을 끝마칠 수 있을거야. 참고로 난 너한테 매우 화가 나있어."

"웃기는군. 도구 주제에."

"정말이야. 넌 완전히 미쳐있어. 최악이라고. 그런데 너랑 같이 모험을 떠나는게 신탁이니... 어쩔 수 없이 같이 이동하는 거야."


... ...지금 당장 저 오만한 입을 바늘과 실로 꿰메버리고 싶었다.


아니, 참자.


나는 전에 살던 세계에서 죽을뻔한 고비를 몇번이고 넘겨왔다. 그곳은 도구들이 지배하는 세계. 인간인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감정 죽이기'에 있었다. 쾌락과 불쾌의 사이속에서 벗어나 완전한 무(無)의 상태에 놓이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공부했던 도구들의 감정을 연기하며, 내가 도구인것처럼 사회의 구멍속을 파고들어간다. 아주 깊숙히.


그게 지금 필요한듯 싶었다. 일단은 호감을 얻어두는게 중요하다.


"... ..."


나는 망할 여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처다보았다.


"... ...뭘봐."


말로는 차갑게 대하지만 여자로 태어난 이상 내 매력적인 외모로부터 벗어날 길은 없다.


나는 최대한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것보니 이름도 묻지 않았네. 이름이 뭐야."

"... 너 왜그래."


그녀의 표정을 훑어보았다. 약간 찡그려진 표정과 당황하는 기색. 나는 감정에 대한 것을 잘 배워놔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것은 부적응의 감정에서 나타나는 얼굴이다.


아마도 내가 젤이라는 쉐딩거 가문의 남자를 죽인걸 목격해서 그런듯 했다. 그렇다고 해서 호감을 얻지 못하는건 아니다. 지금은... 도구의 감정이 많이 상해있을테니 살살 달래줄 필요가 있다.


계속해서 내 매력적인 얼굴을 어필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냥... 여행이라며. 이름은 알아둬야지."

"리아."

"리아?"


나는 살짝 웃어 보이며 흔한 작업 멘트를 날렸다.


"예쁜 이름이네."

"... ..."

"난 김 인이라고 해. 인이라고 불러줘"


리아는 듣는척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번 여행의 목적과 그녀의 바램을 적절히 섞어 만든 문장을 내뱉었다.


"내게 문제가 있다는건 잘 알았어. 리아, 니 말대로 나는 살인귀야. 사람을 죽이는걸로 쾌감을 얻는 변태지."

"... ...?"


그녀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이번 표정에서는 '의외'를 읽을 수 있었다. 아, 물론 이 문장은 '만든'문장이라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나도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가에 대해 잘 알아. 하지만 내 힘으로는 멈출 수 없었어. 이 미칠듯한 충동에 집어삼켜지면서 살아왔지. 너를 만날때쯤엔 충동에 저항할 의지도 송두리채 사라진 뒤였어."


참... 나는 왜 이렇게 거짓말을 잘 하는것인지.


"성당에서부터 뗏목을 타고 지금까지 계속 생각해 봤어. 그리고 난 결심했어. 날 고칠 수 있는 여행이라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를것 같아. 그러니까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는거야."

"거짓말 치지마 미치광이야."


한낱 도구 따위가 내 거짓말에 안 넘어 올 수 있을까. 본래 거짓말이란건 진실을 교묘히 섞어야 비로소 완성되는것.


"맞아. 거짓말일지도 몰라. 지금 내가 이렇게 말하는것도 만들어진 말투중 하나지. 너를 이렇게 대하는것도 만들어진 인격중 하나고.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해. 내 고장난 마음을 고치고 싶다는 생각말야. 왜냐하면 그 생각이 이 말투와 인격을 끌어냈으니까."

"... ..."


아주 약간 넘어온듯 싶었다. 결정타를 먹일 시간이다.


"마음을 고치는것... 그건 나 혼자서는 불가능해. 분명히 충동에 먹혀버리고 말거야. 리아, 니 도움이 필요해."

"... ..."


그녀의 고개가 미미하게나마 끄덕이고 있었다. 훗. 먹혀 들어갔다. 호감을 쌓는건 -상태에서 시작하는게 아니다. 0또는 +상태에서 시작하는것. 이것도 내 생존 기술에 포함되어 있는 지식중 하나다.


이 세계에 넘어와 많이 녹슬었다고 생각했던 생존 기술. 뭐, 그래도 아직까지는 쓸만한듯 싶다.


아아~ 불쾌하다. 이 짜증나는 상황은 꽤 오랬동안 유지될것 같다. 강은 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까지 뻗어 있었고 양쪽 강변엔 우거진 정글림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렇게 뗏목을 탄채 나, 꽃잎, 망할년... 그리고...


부스럭 부스럭


저 쥐새끼같은 꼬마까지. 4명이서 얼마나 더 가야할지 모른다. 아아~ 짜증난다.


부스럭 부스럭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자꾸 들려온다. 그 꼬마의 것이었다. 언제 뗏목 위에 올라 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뗏목 뒷쪽에 놓여 있던 천쪼가리 밑에 숨어 있었다.


그런데 저 꼬마는 도대체 왜 따라온것인지... 숨으려면 제대로 숨던가 낼 소리 다 내고... 물론, 그러더라 하더라도 한 둔감하시는 망할 여자로썬 절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때였다. 그 꼬마가 천막을 들춰내며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왁!"

"꺄아악~!"

"... ..."


꼬마의 얼굴에는 거대한 조개 껍데기가 씌워져 있었다. 그건 구 문명의 원주민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보다 더 경관인것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는 망할 여자의 모습이었다. 음음... 쌤통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난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누... 누구세요?"

"나는 어지러운 숲의 대장! 피레엔이다!"

"피... 피레엔씨...? 왜 여기에..."

"어지러운 숲이 고통스러워 하기 때문에 찾아왔지!"


아직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터라 꼬마의 목소리는 귀를 쟁쟁 울릴 뿐더러 살이 진동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순간, 죽여버릴까? 하고 생각했다.


"인간놈들의 만행 때문에 숲이 파괴되고 있다! 만약 도와 준다면 후하게 보상을 줄 것이다!"


웃기지도 않는 개소리였다. 나는 피레엔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보상을 줍니까."

"보... 보상은 보상이지! 하여튼 줄 것이다!"

"인간의 만행이란 뭡니까."

"흥!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군! 쉐딩..."


피레엔의 말이 끝나기 전에 끼어들었다.


"쉐딩거라?"

"마... 맞다!"

"뭘 했는데?"

"나무를 자르고... 음... 그리고... 새도 막 쏴죽이고... 불지르고..."


나는 손을 저으며 대꾸했다.


"아냐 아냐. 걔들은 이제 부터서 드렌 마을을 수탈해야 하니까 그런짓 할 여유가 없지."

"...!"


어린 아이는 조개 껍데기로 얼굴을 가린다고 해도 감정이 드러난다. 흥, 역시 웃기지도 않는다. 보상은 개뿔. 쉐딩거를 처부수고 싶을 뿐이다.


이놈이 곧 바로 서투른 거짓말을 하며 반박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말을 꺼낸건 망할 여자쪽이었다.


"인... 수... 수탈이라니?"

"그거야 당연한거 아니야? 거기서 가문의 일원이 죽었잖아."

"그래서 그 살인죄는 내가...!"

"뭐야. 아직도 몰랐어?"


아아~ 안된다. 감정을 자제하자. 하마터면 너무 몰아세울뻔 했다.


"그러니까~ 쉐딩거라는 가문말야. 세금을 부당하게 걷는걸 보면 썩어 빠진 가문인게 분명해. 그러니까 이미 명분이 생긴 이상, 니가 아무리 죄를 뒤집어 써봐도 수탈은 피할 수 없어."

"말도 안돼...!"

"그 사람들은 어찌됬건 그 마을에 사는거잖아. 결국은 도망쳐봤자 쉐딩거의 손바닥 안이란 말이지. 그런데 듣자 하니 넌 타지인인데다가 이번 일로 모험을 떠나게 되었잖아? 그래서 너만이라도 도망치게 해주고 싶었던 건가봐."

"아아... 아아아..."


그녀는 절망하고 있었다. 아아~ 결국 참지 못했다. 무너져 내리는 표정은 언제봐도 최고라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던 어지러운 숲의 대장님께서 빽! 하고 소리쳤다.


"그럴리가 없다!"

"응?"

"쉐딩거는... 이 몸과 너희들이 함께 부숴버릴 테니까! 너무 걱정마라! 어지러운 숲의 대장인 이 몸이 있으니!"

"그럴 생각은 없는데. 아, 참고로 너 혼자 가면 개죽음당할걸."

"이이... 이이익...!"


꼬마의 조그만한 주먹이 부들거리고 있었다. 그 주먹엔 상처가 많았고 굳은살도 꽤 박혀 있었다.


저 고된 수련의 끝이 개죽음이라니. 이렇게 웃긴 경우가 또 있겠는가. 그래. 너도 절망해라. 하아아아... 빨리 우는 모습을 보여봐 꼬맹이!


안타깝게도 꼬마가 울기 전에 망할 여자가 말을 걸어주었다.


"대장님. 같이 가요."

"응...?"

"쉐딩거를 부수는것까지는 무리일지 몰라도 이번 일의 죄가 누구에게 있는지는 분명히 할 수 있을거예요. 우리, 쉐딩거를 찾아가요."


순간 기분이 나빠지려 했다. 귀찮은 일에 휘말릴게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일이 잘 풀릴지도 모르겠다. 쉐딩거는 상당히 큰 규모를 가진것 같은데... 작은 도시에 있을리는 없고 분명히 거대한 도시를 꾸리고 있을 것이다. 도시가 크면 클수록 마법에 관련된 사람들이 많을테고 꽃잎의 속박에 대한 마법을 풀 확률도 늘어난다.


덤으로 마을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려는 망할 여자의 꼴사나운 모습도 볼 수 있을테니... 이거야 말로 1석 2조가 아니겠는가! 아, 역시 나는 똑똑하다.


작가의말

생각납니다.  떠오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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