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68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6.16 21:46
조회
230
추천
2
글자
11쪽

돌아가는 길 (1)

DUMMY

돌아가는 길 (1)


드렌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지금, 우리는 테라손과 빌룬으로 향하는 갈림길에 서있었다. 하레가 있는 신전을 향해 가려면 일단 브브륜에서 벗어나, 동쪽으로 향해야한다. 그러니 어딜 선택하던 거대한 절벽을 올라가야 하는건 변하지 않아서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선택하면 된다.


한번 더 바토리의 도움을 받아도 되는 일이고... 어떤걸 선택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쪽이 좋겠어요."


리아의 선택에 길터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리아. 아저씨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쪽은 어때."

"아니예요. 이쪽이예요."

"이야~ 고집이 대단한데. 리아는 모르겠지만 이 아저씨도 한 고집 한다?"


이 두명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건지. 아니, 어딜 선택해도 상관 없는 갈림길인데.


아니다. 괜히 끼어들었다가 어처구니없는 소리나 들을테니, 그냥 냅두는게 좋아보인다.


그보다 자꾸 신경쓰이는게 있다.


쉐딩거를 무너트리고, 가슴속에 생긴 콩알에 대한것이다. 이놈은 아주 자기 멋대로 행동을 한다. 내게 불쾌감을 일으킬 정도로 말이다.


이곳까지 걸어올때, 리아가 발목이 접질린적이 있었다. 그때 괘씸한 콩알은 날 충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 결과, 나는 그녀를 한참동안 업어야 했다. 아무런 느낌도 없어야할 그 행동에,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걸 느꼈다. '가슴이 두근거리다니? 그건 사람을 죽일때 일어나는 신체 반응인데?' 라며, 수없이 자문자답을 해댔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알 수 없었다.


콩알이 가져다주는 혼란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과거를 돌아보는 일따위는 없었다. 누군가에겐 섬뜩한 추억이 될만한 일들. 물론 나도 살면서 그런게 있었다. 하지만 감정이 결여된 추억은 무의미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 콩알이란놈은 나에게 과거를 돌아보라고 자꾸 시킨다. 과거라고 해도 콩알이 생기고 난 다음 기억들이라 몇가지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뚜렷하게 떠오르는 기억. 잠깐 회상하는것 뿐인데도 너무나도 비참했던 그 무력함이 등골을 쑤신다.


저승의 문턱에서 길터가 나를 다시 살려줬을때부터서 드렌 마을에서 쉴 때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과거가 날 붙잡은채 놓아주질 않는다.


그 과거는 벤다... 아니, 로베른과 싸울때의 기억이다. 나는 그때 뼈저리게 실감했다. 이길 수 없는 상대... 그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처음으로 내 자신을 파리보다도 작게 여겼다. 하지만 이기지 못한다는걸 알아도, 나는 싸우고 있었다.


리아가 죽는게 싫었으니까.


결과는 참담했다. 나는 그에게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한채로 온 몸이 분해되어 석고상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하하, 웃기지 않은가.


죽기 직전 느껴졌던 가슴속 무거움...


죄책감...? 이라고 해야하나. 그래. 나는 그것에 시달린다. 왜냐하면 나는 너무 약했으니까. 내 자신을 죽일 각오로도 리아를 지켜주지 못할 만큼 약해서.


내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나와있다. 그랬는데도 가슴속 콩알은 계속 씨부렁거린다. 혼란스럽다. 갑자기 찾아온... 이 감정이라는건 부자연스럽고, 귀찮고, 힘들다. 자꾸 과거를 꺼내들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인, 왜그래?"

"원래 남자란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동물이야. 하하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


그제서야 깨달았다. 두명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야. 그보다 어디로 갈건지 정했어?"

"응! 빌룬쪽으로 갈거야!"

"흡혈족의 탑으로 향해서 바토리한테 부탁해도 되잖아."


리아는 뭔가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아하... 그런 방법이. 역시 인은 똑똑해!!"

"이 아저씨도 그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지... 하하!"


흥, 거짓말을 청산유수처럼 흘려대는군.


나는 리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래?"

"음..."


리아는 지도를 말아, 길터의 가방에 쑤셔넣으며 고민하는 척을 했다. 아, 이미 그녀는 바토리를 찾아갈 생각이 없을 것이다.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녀라면 '우리의 얼굴을 본다면 흡혈족의 비극이 다시 떠오를지도 모를테니까...' 라고 말하겠지.


"탑은 안 갈래. 바토리도 쉬어야지."


조금 틀렸군.


"길터씨랑 여러가지로 이야기를 해봤는데, 역시 빌룬쪽으로 가는게 좋을것 같아. 가는 도중에 말을 몇마리 살 수 있는 마을도 있어. 이름이... 로렌? 로렌이네. 여기서 6일정도만 걸어가면 나올거야. 거기서 식량도 사두고..."

"꽃잎의 말에 의하면 빌룬도 로베른의 숭배자가 판치는 도시니까. 가서 한번 혼쭐을 내줘야지. 그리고 나서 하레의 신전을 향해도 늦지 않을거다."


중간에 길터가 끼어들었다. 그는 로베른을 매우 싫어하는것 같았다. 그런데 꽃잎에 대해 아는건가.


"꽃잎과 대화가 가능해?"

"아니. 리아에게 들었지."

"그렇군."


길터가 나에게 성물의 존재를 가르쳐줬을때, 꽃잎의 정체는 성물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적이 있었다. 꽃잎이 성물이었다면 길터의 눈을 피해갈 수 없었을 것이다. 꽃잎... 역시 그리 간단한 존재는 아닌것 같다.


"그럼 일단 로렌으로 가요!"

"앗...!"


어느새 내 손을 붙잡은 리아가 앞으로 이끌었다.


어...?


잠깐.


로렌... 로렌... 로렌?! 로렌으로 가는것인가?!


"잠깐...!"

"왜?"

"로렌... 로렌은..."


기억났다. 드렌 마을에 도착하기 일주일전, 나는 로렌에서 살육 파티를 벌였다. 지하 창고에 마을 사람들을 가둬두고 내킬때마다 꺼내 죽였으며, 5살 이하의 아이들을 가진 여성들에겐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가 곧바로 빼앗았다. 어머니를 잃은 아이들이 펑펑 울어대는 꼴을 보며 쾌락을 누렸던...


로렌. 내가 죽였던 마을이다.


꿀꺽


"로렌이 왜?"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물어보는 리아.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도착까지 6일이라고 했던가. 그래도 도착했을땐, 살육 파티를 벌인지 한달도 지나지 않는다. 그 많은 인간들이 벌써 육탈했을리가 없다. 시체 냄새를 풀풀 풍기며, 온갖 짐승들이 반쯤 썩어 문드러진 시체를 물어뜯고 있겠지.


"아... 아냐."


나는 가까스로 고개를 저었다. 리아는 내가 로렌을 죽였다는걸 모른다. 그러면 그냥 넘어가면 된다... 괜히 로렌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티를 내는건 바보같은 일이다. 그래. 그냥 넘어가자. 산적이라던지, 탈영병들이 저지른 짓이라고 얼버무리면 넘어가 줄 것이다. 남김 없이 전부 죽여버렸으니, 목격자라고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 잔혹한 살인 행각에 리아가 실망하지 않았으면 했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비밀이다.


"출발하자. 로렌에선 말도 판다고 했지?"

"응! 인, 혹시 말 잘타?"

"탈줄 알지."

"과연, 이 몸의 스피드에 따라올 수 있을까? 하하하!"

"길터씨~! 우리는 놀러가는게 아니라고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리아도 마치 놀러가는 사람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아주 잠깐이라고 해도 그녀의 즐거운 모험을 망가트리고 싶지 않았다.


로베른이 세상을 파멸시키기 위해 꺼내든 무기는 인간의 이기심. 알게 모르게 세상은 파멸로 밀려나고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쉐딩거가 일으킨 일은 아무것도 아닌, 참혹한 사건, 사고가 몰아닥칠 것이다. 그러니까.... 잠깐이라도 그녀의 즐거운 모험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러니... 로렌의 일은 넘어가도록 하자.






리아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로렌에 도착하기 전날부터 '말'을 계속 되뇌었다. 이제 이 언덕만 넘어가면 로렌의 처참한 모습이 드러날테지.


"말~! 말 보고 싶어요!"

"그럼, 말부터 사도록 할까. 리아는 어떤 말이 좋냐. 백마? 흑마? 갈색마?"

"백마요! 왕자님이 타고 다니는... 눈부시게 새하얀..."


길터는 호탕하게 웃으며 리아의 머리를 헝클어 놓았다.


"으이그~! 아직 소녀네! 그런 말은 없어요. 말은 몸을 보고 사야하는거야. 일단 털이 짧고 윤기가 나야해. 다리도 튼실해야하고. 이 아저씨가 좋은놈으로 하나 골라주지."

"아, 맞다! 그러고보니까, 돈이 없어요. 그때 썼던 3골드가 전부였는데..."

"어어어~ 어쩌냐. 좋은 말을 사려면 마리당 최소 5골드가 넘어가는데."


깉터는 가방을 뒤적거리다가, 돈주머니를 꺼냈다.


"자랑은 아니지만, 이 아저씨는 부자예요~ 성물이란게 돈벌이로 쓰면 딱 좋거든."


그는 우리에게 손을 벌려보라고 했다. 그는 리아의 손에 2골드를 얹어 주었다. 이어서, 내 손에는 5골드였다.


"와~ 용돈이예요?"


5골드... 큰 돈이었다. 이쪽 세계에서의 돈의 구조는 아주 간단하다. 1실버는 1인분의 빵을 살 수 있는 돈이고, 100실버가 모여야 1골드가 된다. 따라서 골드라는 화폐 단위는 일반 서민들은 만져보기 힘든, 그런 돈이다.


"인한텐 3골드 더 줬지. 그건 여관비야. 인은 여관을 잡아줘. 3골드면 로렌이라는 곳에서 가장 좋은곳에 숙박할 수 있겠지. 우리는 말을 보러 갈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면 집이건, 가구건 전부 망가지기 마련이다. 여관? 마굿간? 무너지지만 않았으면 다행이지...


"알았어."


그래도 일단은 돈을 받아들었다.


"길터씨! 그럼 바로 말을 탈 수 있는 거예요?!"

"물론. 그런데 너무 기대는 하지마라. 하하하..."

"거의 일주일간 걷기만해서 다리도 아프고... 따뜻한 물에 씻고나서 푹~ 잤으면 좋겠어요. 아, 물론 말을 타고 난 뒤예요!"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호응해주긴 했지만, 리아에겐 미안할 뿐이다. 그녀는 말도 못탈테고, 씻고 자는것도 불가능하다.


"...!"


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은 언덕을 넘어서 완전히 부서지고 말았다. 나는 그저 멍한 얼굴로 로렌 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인. 좋은 여관으로 좀 잡아봐. 우린 먼저 마굿간으로 가겠어. 일이 끝나면 광장쪽에서 만나도록 하자고."

"아... 알았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 상상과는 너무도 다른 마을의 모습에 깜짝 놀라버렸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마을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으로 가득차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여러 건물들 사이, 골목길에서 뛰놀았다. 푸근한 인상을 지닌 아줌마는 시장가에서 고기 몇덩이를 들고 집으로 향한다. 중절모를 쓴 남자 한명은 길가에 앉아 기타를 멋드러지게 연주하며 마을의 생기를 돋구었다.


리아는 가만히 서있던 나에게 물었다.


"인, 왜 그래? 아까부터 별로 안색이 안좋아보여. 무슨 일이 있는거야?"

"아냐..."


아니긴.


초조했다. 내 손으로 직접 죽여버린 로렌이 버젓이게 살아 있었으니까.


작가의말

요즘 시간에 쫒겨 사느라 업뎃이 많이 힘듭니다 ㅜ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1 15.06.24 246 0 -
공지 연재 공지입니다. [2015.06.11] 15.05.28 217 0 -
33 돌아가는 길 (3) +1 15.06.24 238 1 12쪽
32 돌아가는 길 (2) 15.06.24 128 1 11쪽
» 돌아가는 길 (1) 15.06.16 231 2 11쪽
30 [검은 머리] +1 15.06.12 155 2 5쪽
29 [1부 마무리] 캐릭 설정 + 배경 설정 = 세계관 (1) +2 15.06.12 297 1 9쪽
28 시작 +2 15.06.11 140 5 16쪽
27 쉐딩거를 부숴라! (10) +2 15.06.10 222 2 11쪽
26 쉐딩거를 부숴라! (9) +1 15.06.09 231 2 11쪽
25 쉐딩거를 부숴라! (8) +2 15.06.08 217 2 11쪽
24 쉐딩거를 부숴라! (7) +2 15.06.05 219 2 13쪽
23 쉐딩거를 부숴라! (6) +2 15.06.04 209 2 13쪽
22 쉐딩거를 부숴라! (5) +1 15.06.04 216 4 12쪽
21 쉐딩거를 부숴라! (4) +2 15.06.02 209 2 11쪽
20 쉐딩거를 부숴라! (3) +1 15.06.02 346 2 11쪽
19 쉐딩거를 부숴라! (2) +2 15.06.01 255 2 12쪽
18 쉐딩거를 부숴라! (1) +1 15.05.31 188 1 12쪽
17 흡혈족 (6) +2 15.05.30 249 3 12쪽
16 흡혈족 (5) 15.05.30 218 1 12쪽
15 흡혈족 (4) 15.05.29 229 2 11쪽
14 흡혈족 (3) 15.05.27 220 2 11쪽
13 흡혈족 (2) +1 15.05.27 197 1 10쪽
12 흡혈족 (1) 15.05.26 408 9 12쪽
11 환영받지 못하는 자들 (2) 15.05.25 247 1 12쪽
10 환영받지 못하는 자들 (1) 15.05.24 334 1 11쪽
9 흡혈귀의 탑 (2) 15.05.22 270 2 11쪽
8 흡혈귀의 탑 (1) +1 15.05.20 276 2 9쪽
7 어지러운 숲의 대장 (2) +2 15.05.20 250 1 12쪽
6 어지러운 숲의 대장 (1) +2 15.05.19 381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