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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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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90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5.17 16:09
조회
258
추천
4
글자
10쪽

모험의 시작 (3)

DUMMY

모험의 시작 (3)


"잠시 딴 생각좀 하겠어. 빨리 끝내 신부. 죽여버리기 전에."


미치광이가 또 미친 말을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뭐,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니,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하아아아..."


성당 안은 여느때와 같이 기분 좋은 달빛이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쏟아집니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산속에 있는듯한 상쾌한 공기가 느껴집니다. 그런데도 어딘가 장엄한 느낌. 저는 그게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마지막인것 같습니다. 저와 미치광이, 꽃잎님을 바라보는 신부님의 표정은 꽤나 굳어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야심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성당안에 꽉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모두가 신부님께서 말을 꺼내길 기다리고 있는것 같습니다. 쉐딩거 사람이 죽어버렸고, 그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니까요.


신부님은 무겁게 입을 떼셨습니다.


"쉐딩거 가문의 일원이 죽어버린 이상, 우리 마을은 위험에 빠졌습니다. 그들은 일원이 죽은걸 핑계로 우리 마을을 집요하게 수탈해갈게 분명해요. 아무래도 죄를 뒤집어 쓸 사람이 필요합니다."

"... ..."


그게 우리라는거겠죠. 제 씁쓸한 얼굴을 보셨는지, 신부님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가셨습니다.


"하아... 리아양, 피렌을 기억하세요?"

"피렌이요..."


모를리가 없습니다. 피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마을의 개구장이니까요. 혼자 살고 있는 저를 위해 가끔 놀러오거나,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 주곤 했죠. 항상 '헤헤' 거리며 웃어대는데, 그걸 보고 있는 사람들도 전부 기분이 좋아지는 신비한 아이입니다.


이번에 쉐딩거 사람의 손아귀에 잡혀 발버둥쳤던 그 아이죠. 지금, 성당 안에는 없는듯 싶었습니다.


"피렌이 그렇게 쉐딩거 가문을 싫어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무슨..."

"사실, 피렌의 부친은 쉐딩거 가문에 잡혀가 노역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친이 잡혀간 그 다음날부터 피렌은 성당을 매일 매일 찾아옵니다. 새벽 3~4시쯤 되서 사람들 보는 눈이 없을때 말이죠. 마을 안에서 웃고 다니던 그 아이가 펑펑 울어대며 기도를 하기 시작해요. 강한 힘을 달라고, 그래서 부친을 구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이죠. 그리고는 성당 뒷터에 나가 열심히 검술을 갈고 닦았습니다."

"피렌이요...?"


그렇게 해맑던 아이에게 어두운면이 있다는건 참 안타까웠습니다. 아마도 자신보다 더 가슴이 아플 어머니를 위해 밝은척을 하고 다닌게 아니었을까요.


신부님은 미치광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당신이 죽인 그 남자. 그 사람이 바로 피렌의 부친을 잡아간, 쉐딩거의 일원중 한명. 젤입니다."

"아..."

"... ..."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관계가 있다는건 생각조차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나 미치광이는 말을 듣는둥 마는둥 하고 있었습니다.


"피렌의 관점에서 복수는 성립된 것이죠. 하지만... 복수는 무한히 반복됩니다. 이번 일을 빌미로 쉐딩거가 드렌 마을을 수탈해 가는건 시간문제가 되었죠. 무엇보다, 쉐딩거를 극도로 싫어하는 피렌은 수탈에 굴복하지 않을테고 제 1순위로 살해당할겁니다."

"... ..."

"그래요. 결국은 죄를 뒤집어 쓸 사람이 필요합니다. 모든 죄를 가지고 이 마을을 떠날 사람. 그건 바로 리아양밖에 없습니다."


죄. 라는 말에 약간 울컥했습니다. 마데하솔님의 말씀에 의하면 죄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할때 생기는 것이라 그러셨지만... 역시 현실은 뜻대로 되는건 아닌가봅니다. 저는 신부님을 이해합니다. 마을의 지도자이니,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려고 그러는 것이겠죠. 이 판단에도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겁니다.


"네..."


마을을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신부님께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만 차가운 말만 들어버렸네요. 17년간 이 마을에서만 쭉 살아왔는데 마치 쫒겨나는듯한 분위기라서 가슴이 아픕니다. 저는 이런식으로 모험을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게 전부 미치광이 때문입니다. 마데하솔님께 죄를 짓는게 되겠지만 저는 도저히 이 남자를 사랑할 수 없을것 같습니다. 정말로 미쳐있는 그의 머릿속은 더이상 궁금하지도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정나미만 뚝뚝 떨어집니다.


"마을 길을 따라 이동하는건 우리가 리아양에게 협조하고 있다는걸 들킬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성당 지하실, 어지러운 숲으로 향하는 비밀통로를 통해 마을을 빠져나가는게 좋겠군요."

"네..."


저는 힘없이 대답했습니다. 신부님께선 고개를 들어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여러분, 오늘 있었던 일은 전부 입 밖으로 내면 안됩니다. 젤을 죽인건 리아양이고. 우리가 리아양을 감옥에 가뒀는데, 리아양이 멋대로 탈출한 겁니다. 알겠습니까?"


마을 사람들도 전부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미안하다. 리아야."


36년도 더 된 대장간을 운영하는 두드린 아저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제 손 위에 조그만한 단도를 올려 주었습니다.


"꼭 건강해야 한다. 정말로... 미안하다."

"리아양... 미안해!"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두드린 아저씨를 시작으로, 마을 사람들의 사과행렬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아... 잊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부모도 없고, 돈도 없고, 심지어 자기 앞가림도 못할만큼 어렸던 저를 받아준 따뜻한 분들입니다.


나쁜 사람들이었다면 말도 안되는 이유를 붙여가며 매몰차게 쫒아낼 수 도 있고, 정말로 감옥에 가둬서 누명을 씌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과라뇨... 역시... 이 분들은 정말이지... 따뜻합니다.


괜히 시무룩하고 있었네요. 호홋... 제가 이분들을 위해 못할게 뭐가 있겠습니까.


꽈악


저는 두드린 아저씨가 건네준 단도를 꽉 쥐었습니다. 그깟 살인죄 하나쯤, 인생에서 짐 하나 더 든 셈 치고 살아가면 됩니다.


저는 환하게 웃으며 마을 사람들을 향해 외쳤습니다.


"걱정 마세요!"


제 외침에 마을 사람들의 얼굴도 조금은 풀린듯 싶었습니다. 신부님이 박애의 꽃이 놓여 있는 제단의 뒷편으로 향했습니다. 정면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제단 뒷편으로 가보니 지하로 들어가는 문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자, 리아양. 이제 가야합니다."

"네."


그런데 이렇게 얌전한 미치광이는 처음이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이렇게나 골똘히 하고 있는 건지, 제 뒤를... 아니, 꽃잎님 뒤를 잘 따라오더군요. 아무런 군말도 하지 않구요.


저희는 신부님을 따라 어두컴컴한 지하 계단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비밀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하 통로라기에 걸어가는 길인줄 알았습니다만, 의외였습니다.


"이건..."

"우리 마을은 지하 동굴이 크게 뚫려 있지요. 그리고 이렇게. 물이 흐른답니다."


보통 동굴속 지하수라고 하면 바위틈을 흐르는 아주 조그만한 물줄기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건... 정말로 큰 물줄기였습니다. 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거대한 규모였으니까요. 신부님은 손가락으로 물가를 가리켰습니다.


"저기, 뗏목이 있습니다. 그걸 타고 물이 흐르는 대로 가다보면 어지러운 숲을 쭉 관통하는 강으로 나올텐데, 조금 더 타다보면 빌룬 도시가 보일거예요. 빌룬 도시도 아직은 쉐딩거 영지에서 벗어나지는 못합니만 비밀 통로로 가장 멀리 갈수 있는 곳이죠. 리아양... 행운을 빕니다."

"신부님도 걱정 마세요. 호홋..."


신부님은 가슴 주머니에서 새하얀 손수건을 꺼내 제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아마... 이것도 신탁의 일부일지도 모릅니다. 결국은 이 사내와 함께 떠나는게 되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걸 전해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리아양이 처음 이 마을에 왔을때... 아니, 맡겨졌을때. 그 남자에게서 받은 물건입니다. 리아양이 이 마을을 떠날때가 된다면 전해주라고 했죠."


뭐... 뭐라고요...? 저를 맡긴 사람...?!


"마... 맡기다뇨? 제게... 아버지가 있었다는 말씀이예요?"

"아버지인지... 아닌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손수건이 있다면 반드시 어딘가에서 이어질 것이라 했습니다. 리아양. 이제 제가 해야할 일은 전부 끝난듯 싶습니다."

"...네."


저를 맡긴 사람. 과연 누굴까요. 산속에서 절 주워 데려다 준 걸까요. 아니면... 저를 길러주신 아버지일까요... 아니면... 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너무 많은 일들이 겹쳐져 있어서 머리가 복잡하거든요.


"빨리 타. 미치광이."

"이제 반말하네? 죽고싶어?"


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미치광이를 데리고 뗏목 위에 올라탔습니다. 물가에 박힌 말뚝과 뗏목이 밧줄로 단단히 고정되어 아직 떠내려 가지는 않았지만... 이걸 자르는 순간, 모험의 시작입니다.


신탁, 쉐딩거, 살인죄, 손수건... 몇 개월에 한번 터질까 말까한 거대한 일들이 순식간에 밀려오니 머리가 어질거리네요. 하지만 전 힘을 낼 겁니다. 언제나 말했듯이, 저는 새로운 일을 싫어하지는 않으니까요.


신부님이 뗏목에 가까이 와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마데하솔님의 은총이 함께하길..."

"신부님도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툭!


쏴아아아~


저는 두드린 아저씨가 준 단검으로 밧줄을 잘라내었습니다. 그러자 뗏목은 빠른 속도로 어두컴컴한 동굴속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칠흑같은 어둠속. 마치 지금 제 심정같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요. 지금 당장 가야할 길은 보이지 않지만... 일단은 가고 있다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언젠간 닿을지도 모르니까요!


작가의말

그립습니다.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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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쉐딩거를 부숴라! (8) +2 15.06.08 21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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