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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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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69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5.30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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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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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흡혈족 (5)

DUMMY

흡혈족 (5)


하아아... 일이 귀찮게 되었다. 하지만 이건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용사... 내가 싫어하는 단어중 하나지만 지금은 그 행세를 좀 해야겠다. 바토리와 망할 여자에게 호감을 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죽어라!!"


등을 노린 창. 살짝 옆으로 피하고나서 창을 내지른 늑대의 손목을 잡아 손목을 꺾음과 동시에 안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끌려들어오면서 뒷목을 드러냈다. 나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푸욱!


"커헉..."


얼마 안되는 살점을 가르며 파고드는 단검. 손가락 끝으로 그의 목뼈를 관통했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그 늑대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한채 쓰러졌다.


"으아아아!!"


두 눈이 빨개진채 달라드는 늑대 한마리. 아마도 내가 방금 죽인 놈과 인연이 있겠지. 이대로 슬픈채 살게 할 수는 없다. 외로울테니 빨리 올려 보내야겠다.


단검을 역으로 고쳐쥐었다. 이 늑대가 들고 있던 무기는 조잡하게 주조된 쇠몽둥이였다.


오른쪽 어깨로 파고드는 쇠몽둥이. 단검을 쥔 손으로 쇠몽둥이를 강하게 맞받아 쳤다.


깡!


경쾌한 소리를 내며 박살이난 철조각들이 그 늑대의 얼굴 위로 쏟아졌다.


"윽!"


빈틈이 생겼을때, 고쳐쥔 단검으로 그의 정수리를 세게 내리찍었다.


"크하... 악..."


이 단검... 의외로 쓸만하다. 사람의 뼈는 은근히 단단해서 잘못 찔러 넣으면 날이 망가지거나 내구성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칼질을 할땐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한다. 내 접이식 나이프가 끼릭끼릭 거리는 소리를 내는것도 그 탓이었다.


그런데 이 단검은 육중한 무기들을 받아치고, 궤도를 틀어냈으며, 투사체들까지 전부 잘라냈는데도 아무일 없다는 듯이 멀쩡했다.


"한꺼번에 공격해!"


누군가의 외침에 다시 한번더 대열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나와 망할 여자를 원모양으로 둥글게 감싼 늑대들은 한걸음씩 한걸음씩 포위망을 좁혀갔다.


무의미한 일이다. 동시에 공격하는것. 약자들이 강자를 상대로 사용하는 전술임에는 틀림없지만 이건... 너무 심각한 수준이다. 정말로 정예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한심하다.


그들은 무기가 닿을 거리까지 좁혀왔다.


"찔러!"


그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 말 한마디에 있는 힘껏 나를 향해 무기를 내질렀다. 그럴 수 밖에. 그들은 자기들이 나보다 약하다는걸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푹! 푹! 푹! 푹!


살갗을 꿰뚫는 무기들의 소리가 연이어 일어났다. 안타깝지만 그 소리가 난건 내가 망할 여자를 업은채 공중으로 도약한 뒤였다.


"으아악!"

"허...억...!"


둥글게 둘러싼 늑대들끼리 서로 찔러버린 것이다. 그래도 늑대들은 내가 뛰어오른걸 인식했는지 무기의 궤도를 조금씩 비틀어 치명상은 피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발버둥도 무의미하다.


나는 밑으로 떨어지면서 단검으로 땅을 그었다. 푸딩처럼 썰린 돌조각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곡."


투두둑


이번엔 무리하게 역장을 펼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원하는 대상만 왜곡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발 밑에서 조각난 돌조각들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트드득 트득!


수십개의 돌조각들의 모양이 날카롭게 변했다. 나는 그 돌조각들이 주위 적을 전부 찔러버리길 바랬다.


촤아아악!


그러자 돌조각에서 고슴도치처럼 날카로운 가시들이 튀어나와 늑대들을 관통했다. 그 가시들은 돌조각이 왜곡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공격은 중갑을 입고 있는 늑대들도 가뿐히 관통한다. 돌일 뿐이지만 이 가시들의 꼭지점은 인간의 상식으로는 인지조차 하지 못할만큼 좁고, 미세하다. 강철 따위로는 원자 단위보다 작게 찔러 들어오는 공격은 막을 수 없다.


"으아악!"

"흐으윽..."

"쿨럭! 쿨럭!"


서로 사이좋게 찌르기 놀이를 하던 늑대들이 전부 쓰러졌다. 그런데 그 뒤에 또 다시 원으로 둘러싸고 있는 늑대들이 보였다. 아무래도 이놈들은 둥글한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쉽사리 접근하지는 못했다. 내가 서있는곳을 제외한 주위에는 날카로운 가시들이 솟아있었으니까.


"이이익...! 원호 사격!!!"


아, 그러고 보니 머리 위는 비어있엇다. 귀찮게. 또 계단 위에서 공격을 해 올 셈인가.


나는 바닥에서 돌 부스러기들을 주워 공중에 던졌다.


"왜곡."


늑대들이 몇층, 어떤 장소에 자리를 잡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인간의 몸은 너무 나약해서 어느곳 하나라도 뚫리면 금세 죽으니.


촤아아악!


하늘로 솟구친 돌조각들에서 미세한 바늘들이 튀어나와 계단 위에 있던 늑대들을 향했다. 말 했듯이 그들이 숨어 있는곳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왜곡. 왜곡. 왜곡."


촤아악! 촤악! 촤아아악!


돌맹이에서 뻗어나온 무수한 돌바늘들이 계단 위로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저기서 살아 남으려면... 내 손바닥만한 몸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흥, 그런 사람은 없겠지.


후두둑


폐허가 된 돌계단에서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그외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아... 흐으읍... 후우우..."


역시, 이 힘을 마구 쓰는건 몸에 무리가 간다. 하지만 나는 애써 태연한척 숨을 돌렸다.


"아아... 아..."

"괴물이냐..."

"뭐야..."

"젠장...! 이건 사기잖아."


드디어인가. 300명이라는 숫자는 나에게도 조금 많다.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진다는건 아니지만 이딴 놈들을 죽이는건 내 취미에 맞지 않는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 놈들을 죽인다고 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쾌락은 눈꼽만큼도 없다. 도구도 못되는 쓰레기라서 그런것 같다.


왜곡을 무한정 쓸 수 있다면 금방 정리할 수 있을테지만 나는 이 힘을 다룰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딴 쓰레기들과 투닥거리며 검놀이를 할빠엔 이런 작전이 훨씬 낫다.


"무기를 버려."


나는 그들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뭐야. 꼬챙이가 될 사람, 더 있는거냐?"

"으으으으..."

"아..."

"으윽..."


여기저기에서 탄식이 들려왔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사실 방금게 전부지만, 이들은 내 한계를 모른다. 인간은 항상 모르는것을 두려워 했다. 이들도 마찬가지다. 내 힘의 끝을 모르는 이들은 이미 싸울 사기따윈 사라진지 오래다.


"늑대! 뭐하는 거냐! 빨리 저 녀석을 죽여버리라고!!!"


외알 안경을 쓰고 있는 쉐딩거 남자가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말은 설득력이 별로 없는 모양이었다.


툭.


바닥에 떨어진 무기 하나.


챙그랑! 쿵! 캉!


둘, 셋, 넷.


와르르르르


늑대들은 내 말대로 각자의 무기를 전부 버리고 있었다. 나는 망할 여자를 데리고 쉐딩거 일원들에게 향했다. 저녀석들을 죽여야 나에 대한 호감이 쭉쭉 오를 것이다. 뭐, 쉐딩거 녀석들은 나에게 신선한 쾌감을 선사해 주었지만... 내 자유가 더 시급하다. 그러니 죽어줘야겠다.


"비켜."


앞을 가로막고 있던 늑대들도 말 한마디면 전부 길을 터주었다. 그러나 가시에 꽂힌채 널브러져있는 시체들은 비켜주지 않았다.


"비키라고."




나는 그들을 발로 걷어차며 이동했다. 분명 이런 행동을 하면 망할 여자가 땍땍거리며 소리칠텐데... 이번엔 잠잠했다. 말없이 내 뒤를 따라오는 망할 여자. 그녀의 굳은 얼굴은 내심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살인을 혐오하던 여자가 이제 와서 나에게 살인을 허락하다니.


"사랑..."

"... ..."


나는 귀를 긁어보았다. 무언가 잘못 들은게 틀림 없었다.


"끄으으... 사랑합니다..."


아니었다. 주위에는 온통 그런 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그 소리를 내고 있던건... 내가 죽였던 늑대들이었다!


"뭐야?!"


퍽!


무슨 사랑 좀비라도 되는 것인가. 나는 기분이 나빠져서 그들중 하나의 머리를 세게 밟았다.


"악!"


뚜렷히 들려오는 비명 소리.


"...안 죽은거냐."


내 완벽한 살인 기술에 어떤 오차가 있었다고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일까. 이 오만하기 짝이 없는 쓰레기를 빨리 죽여야 마음이 편할것 같았다.


"죽어!"


푹!


단검으로 그 늑대의 목을 뚫어버렸다.


"으아아악! 사... 사랑합니다..."


분명히 성대가 잘려 말이 나오지 않을텐데, 그는 보란듯이 비명을 지르고도, 사랑한다고 꿋꿋히 말했다.


"... ..."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문장이 있었다. 그건 망할 여자에게서 들었던 말이었다.


'그걸로는 생명이 꺼지지 않아.'


설마... 그 우스꽝스럽고 판타지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하는 것인가. 놀랐다. 머리를 내려 찍을때 느껴진 손맛, 상대방을 찔렀을때 느껴지는 저항감. 전부 완벽한 살인을 증명하는 감각들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리아... 설마..."

"안죽는다고 했잖아."


망할 여자는 덤덤하게 말했다.


"인은 몰랐겠지만, 드렌 마을은 작긴해도 마데하솔님의 신전이 있는 곳이야. 그래서 마을에선 박애의 정신이 담긴 여러가지 물건들을 만들어내는데 그중에서도 두드린 아저씨의 무살상 무기가 가장 유명해."

"무살..상... 무기?"

"말 그대로 대상을 죽일 수 없는 무기야."


그럼... 지금까지 내가 죽인 놈들은 전부...


"전부 살아있을거야. 찔리는 순간, 마데하솔님의 박애의 정신을 배웠겠지. 아마 회복될때까진 저 말만 할걸... 나도 두드린 아저씨가 만들어준 파리채로 파리를 잡았는데... 그러더라고."

"도대체 어떻게 해서?! 아니, 그보다 바늘에 찔려 죽은 놈들은 왜 아직도 살아있는데? 이 단검으로 찌르지도 않았다고."


처음 봤을때부터 좋은 단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단검에 대해 모르는것 투성이였다. 이용해 먹으려면 좀 더 알아야 했다.


그러나 망할 여자의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훔... 어려운건 나도 몰라. '신의 흔적'이라고 뭐라고 한것 같은데... 나는 드렌 마을에서 밭일이랑 청소만 했으니까 그쪽으론 대답해 줄 수 없네."

"그래도 이거 너무 신기하잖아."

"인, 저런걸 해놓고 신기하다라고 하면... 난 뭐라고 해야해?"


망할 여자는 손가락으로 아직도 뻗어있는 가시들을 가리켰다. 쳇... 할 말이 없군.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인... 그 무기가 싫은거야? 그럼 나랑 또 싸워야 할텐데... 나는 이제 너랑 싸우기 싫어."


나와 싸우기 싫다라... 호감이 -에서 벗어난듯 싶다. 이제 좀 더 구슬려서 +로 만들고 가장 방심하는 틈을 타서 속박을 걷어내고... 음음...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만 더 '상냥한 김 인'으로 지내야 한다.


"싫은거야?"


그녀가 다시 한번 물었다.


찔러도 죽지 않는 무기라... 비명을 지르는 것으로 봐서 고통은 느껴지는것 같고... 이건 좋은 수확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쪽 세계의 사람들은 너무 약하다. 재미좀 느껴보려 하면 픽픽 쓰러지는게 다반수, 몇군데 도려내지 않았는데 기절하는건 일상, 가끔 주먹 한대에 뇌사해서 허무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단검은... 최고일지도...?


"아니. 쓸만해. 이 여행을 하기 전에, 니가 나에게 '살인을 하지 말것'과 '아무나 찌르지 말것'을 부탁했잖아.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게 안될거라고 생각했어. 모험에는 여러가지 일이 따르는 법이거든. 하지만 이 단검이라면 내 충동을 커버할 수 있을것 같아. 봐, 지금이 그렇잖아. ...정말 고마워."

"...다행이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거짓말이다. 이거라면... 내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엄청난 일을 벌일 수 도 있을것이다. 산채로 @!#@%%@%#을 꺼내다가 !@#$%$%$^에 쑤셔넣고 !@#$%$^$%^을 드러낸채 @#%%$^%& 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 기대된다. 빨리 해보고 싶다.


"사랑합니다..."

"으어어어... 사랑..."

"사랑... 합니다..."

"사랑..."

"커헉.... 합니다... 사랑..."


우리는 사랑 좀비밭을 밟아가며 제단쪽으로 걸어갔다.


작가의말

의지합니다.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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