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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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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71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6.02 01:53
조회
346
추천
2
글자
11쪽

쉐딩거를 부숴라! (3)

DUMMY

쉐딩거를 부숴라! (3)


지금 나는 쉐딩거 사람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나는 늑대들을 따라가며 흡혈족과 망할 여자를 구해낼 틈을 노리고 있었다. 그들이 도시에서 제일 큰 탑으로 들어갈때, 내 눈에 걸린게 바로 이놈이다. 늑대들과 대화를 나누던 이놈을 빼돌리는건 간단한 일이었다. 나에겐 왜곡이 있었으니까.


나는 그를 어둑한 골목으로 끌고가서 여러가지를 물었다. 쉐딩거의 병력에서 부터 주요 시설까지... 지금 내게 필요한 정보들을 전부 캐냈다.


그런데 거기까지 정보를 캐내니 이놈이 걸레짝이 된게 아닌가. 사랑의 단검으로 난도질을 한것이니 죽지는 않겠지만...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물어볼게 있었다.


추측하는것 보다는 자세한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묻는게 훨배 빠르고 정확하다.


이놈, 처음엔 저항이 심했다. 하지만 내 훌륭한 솜씨로 완벽하게 조련하는데 성공했다.


결국 마지막 정보까지 전부 들었다. 길들이니 의외로 쓸모있는 놈이었다. 슬슬 탑 위쪽으로 올라가야한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망할 여자의 목이 떨어진다면 내가 죽게 된다는걸 잊으면 안된다.


이놈에게 듣길, 탑의 꼭대기에서 대규모 숙청이 일어날 거랬다.


나는 팔다리가 잘린채 몸통과 몸만 남아 중얼거리고 있는 그에게 한번 더 물었다.


"그래서 그게 전부냐."

"네...! 그러고 말고요! 아, 사랑합니..."

"그거 말하지 말랬지."


나는 그의 복부를 세게 쳤다.


퍽!


"크아악..."


발버둥치지 못하게 사지를 잘라놓은건 잘해둔것 같다. 그놈의 '사랑 사랑' 거리는것도 하지 말라고 그렇게 때려봐도 말을 듣지 않는놈이니, 팔 다리가 있었다면 벌써 저 멀리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곤란하지. 아직 이놈에겐 해야할 일이 더 있으니.


"저 탑인가."

"사랑...이 아니라. 숙청은 이미 시작했을 거예요. 시간이 조금 늦은것 같네요."

"시끄러."

"아, 죄송합... 사... 사..."


단검의 힘이라고 해도 이러다간 신경증으로 내가 먼저 뇌사당할지 모른다.


"하지마라."

"네... 넵!"


나는 탑을 올려다 보았다. 흰 옷을 입은 미친놈이 양 팔을 벌리고 뭔가를 하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왠지 그에게서 매우 나쁜 감정이 올라온다.


"... ..."


불쾌.


망할 여자와 같이 다니면서 진정한 불쾌함을 맛본적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습관적으로 올라온 순간적인 불쾌감이였지 이토록 가슴을 검게 물들이는 불쾌감은 정말이지 오랜만이다.


으드득


저 미친놈이 뭘 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죽이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스스로 '왜'라며 묻지도 않았고 물었다 해도 이유가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저 미친놈과 나는 물과 기름처럼 처음부터 갈라져 있는듯한 그런 느낌. 그저 불쾌하다.


"사랑이 시작됐어요!"

"뭐라했냐?"


나는 손아귀에 잡힌놈을 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제대로 말 하랬지."


그의 복부는 움푹 패인 푸딩처럼 찌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용서란 없다. 잘못한 것에는 벌이 따르는 법이니까.


퍽!


"쿠악!"


나는 그를 데리고 탑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흡혈족들이 사는 탑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때에 맞춰 도착하려면 조금 뛰어야 겠다.


나는 그를 한손에 든채 물었다.


"제대로 말해라."

"하아... 하아... 그러니까... 사랑이 아니라! 숙청이 시작되었다구요!"

"그럼 아까 그 미친놈은 누군데."

"그루모아님이세요. 그분의 신전에서 파견오신 신부님이죠."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더라. 그분과 관련된 놈들은 하나같이 죽이고 싶다니까.


"걘 뭐하러 온거야."

"에이~ 농담도... 신부님이 파견와서 할게 뭐겠어요."

"내가 농담하는것처럼 들리냐."

"히이익... 사... 사랑합니다!"


퍽!


"끄으으으... 죄... 죄송합니다라고... 하려 했는데..."

"계속 말해봐."

"신부님들은 믿음이 깊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신께 기도를 전달할 수 있어요."

"기도?"


음. 신부라고 하면 그냥 성당 지킴이가 아니던가.


"쉐딩거는 그분을 섬기고 있어요. 그분은 다른 신들과는 다르게 기도를 하면 곧 바로 응답을 해주시죠. 금전은 물론이고 원하는것이라면 뭐든지 전부 들어주세요."

"대가는."


세상엔 꽁짜가 없다고 누군가 그랬다. 그건 세상에 인간이 존재한다면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진리였다.


"하레의 피가 섞인 제물이에요."

"하레..."


한번 들어봤던 이름이다. 으음... 왠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의식장에서 흡혈족들이 중얼거렸던 그 세뇌 문구에 있었던... 아니, 그보다 더 오래전에 들었었다. 분명히... 드렌 마을의 병원에 누워있을때 망할 여자가 '하레의 신전'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말했었다.


아이러니하다. 다른 신의 피가 섞인 제물이라니. 아니, 그런데 애초에 피가 섞일수나 있나.


"그러니까 본래 기도는 의식장을 통해 하던거지만, 지금은 전부 엉망이 되서... 기도를 하기 위해 신부님을 불러온 거예요."

"그렇군."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게 생겨났다. 도대체 쉐딩거는 어떤 기도를 하고 있었길래 그렇게나 많은 흡혈족들을 사냥하고 다닌 것인가.


"누가, 무슨 기도를 빌었지?"

"그건 사랑이예요."


퍽!


"흐억... 죄송해요! 쉐딩거의 우두머리이신 벤다 영주님께선 왕을 원하셨어요."

"그럼 한명만 제물로 바치면 되잖아."

"제물의 수는 이루고 싶은 기도의 수준만큼 많아져요. 왕이라는 기도를 이루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제물이 필요해요."


분명 자렉스가 해줬던 이야기중 '쉐딩거 녀석들이 강력한 세력을 이끌고 도시에 정착했다'라는 대목이 있었다. 쉐딩거가 급 성장을 거듭해서 도시까지 집어 삼킬정도로 거대해진 이유가 바로 이곳에 있었다.


이들은 흡혈족을 사냥하며 그분이라는 신에게 '왕'을 위한 소원을 빌었고 테라손 도시 뿐만 아니라 드렌 마을을 포함해 7개의 마을을 통치하게 된 것이다.


피로 쌓아올린 왕국이라... 볼만 하겠네.


"으아아! 앞을 보세요!"

"응?"


잠깐 딴 생각으로 빠졌다가, 늑대들이 계단을 가로막고 있는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딱히 큰일은 아니였다.


쾅!


나는 손에 쥔 쉐딩거놈을 방패삼아 돌진했다. 늑대들은 하나같이 얼이 빠진 표정이 되어 소리쳤다.


"으아아아! 듄님!"

"듄님이 잡혀계신다!"


늑대들은 무기를 거둬들이며 길을 터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늑대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만나면 길을 터주고, 만나면 길을 터주고. 이러다간 탑의 꼭대기까지 가는데 많은 시간이 허비될 것이다.


"야. 이름이 듄이라고? 빨리 어떻게 좀 해봐."

"알겠습니다!"


듄은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계단 위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비켜 늑대들아!!! 나 죽는꼴 보고 싶냐!!! 얼른 비켜라!!! 사랑하니까!!!"


그 소리를 들은 늑대들은 벽에 달라 붙은채 내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역시 이놈... 아니, 듄. 의외로 쓸모가 있다니까.


계단의 끝이 보였다. 나는 더욱 스피드를 내서 탑의 최상층에 도착했다.


"... ..."


아수라장이 될것 같았던 최상층은 조용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람. 넋을 놓은채 돌출부쪽을 바라보고 있는 망할 여자와 좌절하고 있는 흡혈족들. 그리고 탑의 돌출부 위에는 한 거대한 환도로 누군가를 내리친 한 꼬맹이가 있었다.


그 꼬맹이는 듄에게 들었던 대로 피렌이었다. 사형 집행인을 시킨다더니, 망할 여자에게 이런걸 보여주기 위함이었나. 쉐딩거는 역시 날 놀라게 만든다.


"...뭐야."


그런데, 돌출부 위에 올라선 사형수는 흡혈족이 아니였다. 사형 집행 순서는 흡혈족 다음으로 지명 수배자일텐데.


"윽..."


아니였다. 분명히 흡혈족의 사형이 집행되고 있었던게 분명하다. 하지만 꼬맹이는 그녀의 목을 자르지 못했다.


"꼬마야..."


묵직한 목소리와, 흡혈족을 감쌀 수 있을만큼 커다란 덩치를 지닌 남자... 꼬맹이의 환도를 맞은건 자렉스였다!


그는 웅크린채 흡혈족을 감싸고 있었다. 그의 몸은 지독한 상처 투성이었다. 아직도 핏기가 가시지 않은 상처... 의식장때 입었던 상처들도 다시 벌어져 있었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건 오른쪽 어깨에 뚫려있는 총상. 마지막으로, 꼬맹이가 등에다가 박아 넣은 환도까지...


저런 몸인데도 흡혈족을 감싼건가.


"꼬마야..."

"아아아... 아아아..."


꼬맹이는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자렉스는 쉬다 못해 완저히 나가버린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아이들은... 전부 순수하고 착하다... 말썽을 피워도... 그건 전부 순수한 마음으로 부터... 쿨럭! 쿨럭!"


자렉스는 피를 토해냈다. 그게 지금 자신의 몸에 검을 박은 사람에게 할 말인가. 나라면 즉시 두개골을 쪼개버렸을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이해 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지... 아이들이 하는 일은... 죄다 엉망에다가, 앞뒤도 맞지 않지만... 순수한 이유가 있거든..."


자렉스는 아이를 달래듯이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꼬맹이는 우는건지, 어깨를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어른들은... 너희를 보면서... 살아간단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잃어버린 순수함을... 너희들에게서 충전하는걸지도... 몰라..."

"자렉스 아저씨..."


꼬맹이는 울고 있었다. 후회인가. 아니면 절망인가. 알 수 없는 눈물이다.


"너에게도...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 이해해... 그러니까 울지 마라. 그러니까...!"


그는 웃어보이며 꼬맹이와 이마를 맞대었다.


"그 새하얀 마음을 버리지 마라... ..."


그는 말을 마친뒤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본래 기절하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아저씨...!"


꼬맹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렉스를 마구 흔들고 있었다.


자렉스가 그랬었다. 내가 죽이는 싸움에 익숙하다고. 그렇다. 나는 죽이는것 밖에는 할 줄 모른다. 내 쾌락을 위해 죽이고, 망할 여자의 호감을 얻기 위해 죽이고, 바토리를 이용해 먹기 위해 죽인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그는... 지키는 싸움에 익숙했다. 흡혈족을 지키려 했고 아이들을 지키려 했다. 그는 이번에도 두가지를 지켜냈다. 흡혈족의 목숨과, 꼬맹이의 마음을. 나와는 달리 아무도 죽이지 않고서도 훌륭하게 지켜낸 것이다.


쓰러져 있는 그의 모습보다 왠지 내 모습은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는 나보다 많은걸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죽여오면서 생겨난 내 가슴속, 텅 빈 공간과는 정 반대로... 그의 가슴은 가득 차 있을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보다 초라했다.


이해할 수 없고, 내게 없는걸 가지고 있는 도구... 아니, 사람... 자렉스.


가슴이 뜨거웠다. 불쾌한건 아니다. 그렇다고 쾌락도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가슴속에 자리한 그 덩어리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건... 도대체 어떤 감정일까. 알 수 없다.


예전이라면 관심도 없었을 이 기분.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이게 무엇인지... 알고 싶다.


"... ..."


나도... 자렉스처럼, 무언가를 죽이지 않고... 지킨다면... 이 가슴속의 뜨거움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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