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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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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65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6.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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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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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쉐딩거를 부숴라! (5)

DUMMY

쉐딩거를 부숴라! (5)


"허어... 억..."


뭐... 지?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파악하는데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분명히 왜곡을 사용했고, 그의 시간축을 비틀어 반항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목에 단검을 들이밀었을때, 그는 우스운 장난이라도 쳤다는 듯이 '정말 초라하게 변했군.' 이라는 가증스러운 말과 함께 내 복부에 구멍을 뚫어버렸다.


투툭 후두둑


그루모아의 팔뚝과 관통된 복부 사이로 피가 새고 있었다. 출혈이... 심하다. 젠장. 너무 방심했던 탓인가.


나를 마주하고 있어도 그는 여유로웠다. 그걸 알았는데도 왜곡을 사용한건 무리수였을까... 왜곡이 통하지 않는 상대가 있다는건 리아의 귓가에 앉아있는 꽃잎을 통해 깨달으니 말이다.


냉정한 판단 이전에, 이놈을 죽여야 한다는 본능에 휩싸인 탓이다. 나는 그만큼 이놈이 싫다.


"쿨럭!"


기침을 할때마다 피가 튀어나와 그루모아의 흰 옷을 붉게 물들여갔다.


"죽지마세요! 저기요!"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아, 그러고보니 왼손에 듄까지 들고 공격을 했군. 나는 그루모아가 정말 정말 싫었나보다.


듄은 심각한 얼굴을 짓고 있었다.


"여기서 쓰러지시면 제 사랑은 어떻게...!"

"하아... 하아... 사랑이 아니라 사지겠지."

"아... 죄송합니다!"

"시끄러."


나는 그를 리아가 있는 쪽으로 던져버렸다.


휙!


"으아아아~"


얼떨결에 듄을 받아든 리아.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사지를 최대한 깔끔하게 잘라냈는데도 그녀의 기준을 넘기는 힘들었나보다.


"꺄아악!!"

"리아. 소리지를 시간에 꼬맹이랑 흡혈족좀 추스려주는게 어때. 덤으로 그놈도 말야."

"아아악..."


리아는 비명을 다 마쳤는지 날 바라보고 있었다. 곧 이어 탐탁치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아... 응."

"뭐야. 뭐가 잘못되기라도 했어?"


그녀의 눈빛은 강렬하게 '잘못됬잖아'라고 말하고 있었다.


"난 괜찮으니까 빨리 해."

"알았어..."


음... 복부가 뚫린게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 것인가. 하지만 난 이정도 상처로는 죽지 않는다. 드렌 마을에서 쓰러졌던건 너무 경황이 없었던 터라 응급 처치를 하지 못한 탓이다.


리아는 듄을 들고 피렌에게 뛰어갔다.


그루모아가 비웃는듯한 미소를 띄웠다. 미소일 뿐인데 썩은 생선에서 나는 비린내가 풍기는것 같았다.


"오호라. 날 상대로 한눈을 파는건가."

"불만이라도 있는거냐."

"없지...!"


카가가가각!


몸 안에서 무언가가 쉴 새 없이 갉는 소리가 퍼져나갔다. 갉히는건 내 갈비뼈였다.


"허어억...!"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 자식이 복부에 찔러넣은 손을 윗쪽으로 끌어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기가 뒤틀리고, 폐가 심하게 압박당했다.


"크으윽..."

"역시 힘을 잘 주지 않으면 잘리지 않는군."


그의 손이 복부에 박혀 있어서 잘 알 수 있다. 그의 손에는 무언가가 휘감겨 있었는데, 전기톱처럼 닿는 곳마다 사정없이 분해하고 있었다.


"갈라주지!"


그는 복부로부터 정수리까지 단번에 잘라버릴 힘을 모으고 있는듯했다.


우선 복부에 박힌 그의 손을 잘라내던, 끄집어내던 무슨 수를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동강이 날지도 모르니까.


그의 손에 휘감긴 기운에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덕분에 그에게서 빈틈을 읽어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오른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올려쳐내며 그의 손을 잘라냈다.


캉!


...잘리지 않았다. 소매가 긴 옷을 입고 있어서 확인하지 못했는데 아마도 그의 손목을 금속으로 된 무언가가 휘감고 있었다.


아대?


손목을 보호해주는 기구인 아대. 그런데 그것에서 무척 기분 나쁜 기운이 느껴진다.


난 알고 있다. 이건 의식장에서 만났던 외알 안경 사내와 똑같은 기운. '신의 흔적'이라고 불리는 상식을 파괴한 무기... 무기? 그렇다는건 저 아대가 손에 전기톱을 둘러 주는 것인가...!


"헛수고다!"


카가가가각


"으으윽...!"


내 뼈가 미스릴보다도 단단한 뼈라고 해도 그의 이상한 힘에 계속 당하다가는 정말 뼈도 못추릴것 같았다. 이미 내장이 심각한 수준으로 분쇄된 상태였으니, 정말 시간이 없었다.


"왜곡!"


이렇게 되면 이판 사판이다. 나는 혼심의 힘을 다해 외쳤다.


"이미 깨달았을 텐데? 그 힘은 나에겐 통하지 않아!"


틀렸다. 그를 왜곡하는게 아니다. 내 단검을 왜곡하는 것이다. 노리는건, 아대!


왜곡에 의해 공간이 직접 비틀리며 단검을 뾰족한 모양으로 만들어냈고, 단검은 아대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돌진했다.


쐐에엑


캉!


적중. 정확하게 맞아들어갔다.


쩌저적 쩌적


아대에선 단검이 닿은 부분을 시작으로 파열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


그는 놀란 표정이 되었다.


텅 빈 가슴... 덕분에 전투시 쓸데없는 감각들이 사라지고, 아무리 불리한 싸움이라고 해도 침착하게 만들어준다. 예를 든다면 나는 온 몸의 근육이 파열 되었더라고 해도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 침착하게.


하지만 그루모아는 다르다. 그는 나와는 반대로 꽉 찬 가슴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전투중 일어나는 변수에 일일이 놀라며, 전투 감각을 다시 재정비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가히 엄청난 차이다. 초식 동물과 육식 동물의 선을 긋는, 압도적인 차이.


촤아아악~


그가 당황하고 있는 틈을 타서, 그의 손목을 잘라내었다. 더이상 아대가 보호하고 있지 않아서 잘리는 감촉이 매우 부드러웠다.


"큿!"


그는 잘린 단면에서 피를 뿜어대며 나에게서 두걸음쯤 물러났다.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난도질 할까? 아니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그건 동반 자살과도 같다. 보통 아대란 양 손에 끼는것... 왼손에도 전기톱을 두를 수 있는 아대가 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내쪽의 상처가 더 심각하다. 약 30%의 내장이 파열되었고 갈비뼈는 다섯군데에 금이 가 있었다. 이정도면 출혈도 꽤 심각한 수준이다.


철퍽!


나는 뚫린 복부에 그대로 박혀있는 그루모아의 잘린 손을 끄집어내서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피가 철철 새는 복부를 바라보며 정신을 집중했다.


"왜곡."


찢겨진 피부들이 엉겨붙어서 더이상 피가 새지 않도록 상처를 막아버렸다.


"으윽..."


역시 더럽게 아프다. 주위의 시공간을 조종하는 왜곡의 특성상, 피부를 생성하지는 못한다. 그러니 피부가 늘어난 고통은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말 그대로 응급처치. 이건 절대로 치료가 아니다.


"그분의 성물이...!"

"하아... 하아..."


이 고통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공간과 함께 고무줄처럼 늘어난 피부. 너무 아프다...


"으아아아아!!!"


그루모아는 광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손이 잘린것 보다는 아대가 부서진게 더 화나는 모양이다.


"...죽여버리겠다!!!"

"하아... 하아... 웃기시네."


적은 헛점이 많다. 근접 육탄전이라면 이쪽이 한수 위다. 그에게 왜곡을 쓰는게 아니라, 주변 사물을 잘 이용하면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승산은 있다.


번쩍!


그의 왼손이 한순간 빛났다. 곧, 흰 광선이 내 이마를 향해 비춰졌다.


"이건...!"


젠장할. 저 아대... 외알 안경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근거리가 아니라 원거리 공격까지 가능하다니!


이미 피할 방법은 없었다.


"먼지 한톨도 남기지말고 죽어라!!!"

"으으윽...!"


광선이 이마에 닿자, 몸이 점점 희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바위처럼 순식간에 소멸되지는 않았지만 죽어가고 있다는건 확실하게 느껴졌다.


"으으으...!"


흰 색으로 물든 부분은 뜻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계속 이 광선을 맞으면... 난 정말로 소멸한다...!


화악!


... 그림자...? 흰 광선으로부터 생긴 그림자가 내 위로 드리워졌다.


"!"


나와 그루모아 사이로 리아가 끼어든 것이었다! 그녀는 광선을 등지고 서서, 흰 광선을 몸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뭐해. 이 멍청아!!!"

"으흑...!"

"당장 거길 비켜! 니가 죽으면 나도 죽는거 몰라?! 둘 다 죽으려고 미쳤냐!"


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인이 죽는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걸!"

"이익...!"


리아... 이 망할 여자가 무슨 멍청한 짓을!


흰색으로 물들었던 몸이 차차 본래의 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회복되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이러다간 리아가 새하얗게 물들어 죽을 것이다.


"비키라고!!!"

"나... 이제 발이 떨어지지 않아... 미안해."


그녀는 이미 허벅지까지 흰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인이 죽을바엔 같이 죽는게 낫다고 생각했어... 내가 죽으면 인이 죽잖아? 그런데 인이 죽을때 내가 안죽는다는건... 불공평해. 그러니까..."


그녀는 미소를 띄우고 있었지만 동시에, 울고 있었다.


"헷... 나 조금 바보같을지도..."


으드득


화가났다. 그녀의 멍청한 짓거리에? 아니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쉐딩거에 대해? 아니다. 그루모아 때문에? 아니다... 내가 화내고 있는건, 너무나도 약한 내 자신이었다.


"둘 다 그분의 심판을 받아라! 미개한 이단들이여!"


그루모아가 소리쳤다.


"으흐윽..."

"그만둬!!"


내 외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걸 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더이상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렇게 굳은채로 그녀가 죽는걸 바라보며, 그녀의 목숨이 끊길때 나도 같이 죽는다.


쾅!


그때,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진 것이다. 사람만한 크기의 검은 막대기였다. 그것은 마치 의도한 것처럼 흰 광선의 궤도 중간에 박혔다.


그 막대기는 방패가 되어 리아를 지켜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 막대기... 광선을 맞고 있는데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


"하아... 하아..."


리아가 숨을 몰아쉬었다. 사지는 이미 흰색으로 물든지 오래였고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심장까지 닿았을 것이다.


리아가 살아있는걸 본 나는 나답지 않게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무... 무엇이냐!"


그루모아가 당황했다. 이번엔 나도 조금 놀랐다.


쾅! 쾅! 쾅!


그것은 하나가 아니었다. 하늘에서 연이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각형을 이루며 땅에 박힌 4개의 검은 막대기들.


쾅!


마지막으로 검은 널판지 하나가 떨어져 막대기들과 합쳐졌다. 이것은... 영락없이 4개의 다리를 가진 검은색 선반의 모습이었다.


우우웅~


선반 위로 이상한 글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세계의 언어라면 대부분 마스터 했지만... 이런 문자는 한번도 본적이 없다.


팟!


문자들이 사라지며 환한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선반 위에,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남자였다. 폭탄을 맞은것처럼 부스스하고 길게 뻗은 갈색 머리칼과 게슴츠레한 눈, 콧등을 스쳐지나가는 커다란 흉터자국까지. 본래 험악해 보여야할 인상이 왠지 모르게 가볍게 느껴진다.


그는 가방을 많이 메고 있었다. 허리에 두른 조그만한 가방, 어깨에 메고있는 가방, 등 뒤에 붙어있는 가방까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외투와 바지에도 수많은 주머니들이 있었고 전부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그는 선반 위에 앉아서 장난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이야~ 큰일날뻔 했네. 어이쿠! 우리 리아가 고생하고 있었구나~"

"누...구?"


정작 리아는 모르는 사람인것 같았다.


"리아는 날 기억 못할거야. 너무 어렸을때 만났으니까. 난 길터라고 한다!"

"길터씨요...?"


갑작스런 괴짜의 등장에 나도, 리아도, 그루모아까지 전부 할 말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이런 분위기에도 말을 참 잘했다.


"길터씨라... 거리감이 느껴져서 싫은데. 나는 말야. 리아가 가지고 있는 손수건의 주인."

"네... 네?"


리아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손수건이라. 아, 드렌 마을을 빠져 나올때 신부가 건네줬던 그걸 말하는 것이군. 그렇다는건... 이 사람이 리아를 드렌 마을에 맡겼던 사람. 리아의 아버지라도 되는 것인가?


"의 친구야."


이때까지만 해도 갑작스레 나타난 괴짜라고만 생각했다.


작가의말

ㅜㅡㅜ; 요즘 연재가 시원치않습니다. (일거리들이 막 생겨나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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