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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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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62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5.22 01:19
조회
269
추천
2
글자
11쪽

흡혈귀의 탑 (2)

DUMMY

흡혈귀의 탑 (2)


"아아..."


아아... 머리가 아픕니다. 이 거대한 탑에 들어오기 전까지 환각 식물들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어지럽긴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숲속에 있을때 보다는 점점 나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터벅 터벅


저는 누군가의 등에 업힌 상태였습니다.


"정신을 차린거야?"

"으음...?"


앗! 저를 업고 있던건 인이었습니다. 저는 서둘러 그의 등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쳤습니다.


"야! 야! 그만해! 위험하다고!"


머리가 어지러운 탓인지 그 말이 뭘 뜻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저 이 미치광이에게 업혀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뿐이었으니까요.


"아...?"


그의 등에서 벗어나자 저를 기다리고 있던건 딱딱한 돌 덩어리였습니다. 아, 이곳은 탑의 내부였지요.


우당탕!


"우으으..."


다행히도 손과 발부터 바닥에 떨어져서 많이 다치지는 않았습니다만... 피부가 많이 까졌겠습니다. 아아 맞다. 정말이지 적응이 되질 않습니다. 까지는 쪽은 인이 되겠네요.


"뭘 하는거야... 정말이지."




어... 어라? 평소와는 다른 반응이었습니다. 살이 까졌으면 미친듯이 화를 내며 '죽어!'를 연발해야할 텐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제 어깨를 붙드는게 아닙니까.


"으... 으앗?!"


그대로 절 번쩍 들어 등에 다시 태우고는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멋대로 떨어지지 말라고. 이거 봐, 내 손이 까졌잖아."


이 남자... 정말로 제가 알던 그 미치광이가 맞을까요... 만들어진 인격과 말투라고 하지만... 정말로 그런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인은 다시금 어딘가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인의 양 옆에는 대장님과 한 여자 아이가 걷고 있었습니다. 환각 때문에 기억이 두리뭉실하지만 중간중간에 '바토리'라는 이름을 들은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바토리라는건 이 아이의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앗! 부하 언니가 일어났다! 정~말 잠꾸러기네."

"그렇다니까. 내가 놀러가자고 해도 맨날 잠만잤어."


대장님이 퉁명스레 말했습니다.


으으... 뭔가 변명하고 싶은 기분이 드네요. 잠을 많이 잔다는건 인정합니다. 그래도 드렌 마을에서는 매일 매일 밭일에, 허드렛일에, 성당 청소까지... 바쁘게 살았으니 그 정도는...! 하아... 제가 애를 상대로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그냥 귀여운 말로 들어야지요. 바토리가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바토리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아아... 안녕. 바토리...?"

"안녕! 나나나나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정말로 말하고 싶은게 있나봅니다.


"미안해요 부하 언니~! 아, 맞다. 대장님도!"


갑자기 바토리는 앞으로 쪼르르 달려나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습니다. 하고 싶었던 말이 사과였다뇨. 얼마나 귀여운지 제 집에 있는 인형옷들을 하나씩 하나씩 입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요~ 한참동안 배가 고파서... 대장님과 그 부하들인지 모르고 그만 빨아버렸어요~!"


그런데 잘못한걸 사과하는 말투라기엔 약간 신나보이네요...


대장님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습니다.


"괜찮아. 이정도 쯤이야."

"정말~!? 그럼 더 먹어도 되는거야~?"

"아... 하핫. 지금 더 빨리면 죽을지도..."


대장님께 몰래 물어보니, 바토리는 오래전부터 어지러운 숲에 살고 있었던 흡혈족의 후손이라고 하네요. 흡혈족은 본래 인간과 함께 어울리며 살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격리되어 이 탑에서만 살게 되었는데 가끔 숲을 돌아다니는 나무꾼들이나 사냥꾼들을 습격해서 강제 헌혈을 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어지러운 숲'이라는 이름이 붙은 진짜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숲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저는 흡혈족이란 잔인한 본성을 지닌게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바토리의 순진무구한 표정을 보면 그렇지 않을것 같기도 했지만...


"대장님. 요즘도 사람이 죽잖아요. 흡혈 하는건 막아야 하는거 아니예요?"

"엣헴! 이 대장님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부터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걸 막기 위해 어지러운 숲 전체에 환각 식물들을 잔뜩 심어두어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었지! 요즘 죽는 사람들은 경고를 무시하고 숲에 들어가서 환각 식물들한테 당한거야!"

"호홋... 자랑은 아닌것 같으신데..."


대장님의 목소리가 좀 큰 듯 싶습니다. 이런걸 바토리가 들으면...


"언니! 그래서 대장이 대장이 된거야~! 우리도 사람 피같은거 먹고 싶지 않지만! 끌리는건 어쩔 수 없어. 차라리 이렇게 만나지 않는게 좋을지도~?"


이미 들어버린 모양입니다. 밝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바토리의 말이 조금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인간과 똑같은 지성, 비슷한 외모를 지니고 있는데... 덧붙여서, 옛날에는 인간들과 어울리며 살기까지 했는데... 이런 낡은 탑에 모여 살 수 밖에 없다니... 흡혈족들을 죄다 이 탑에 몰아넣은 인간들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토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거 먹어도 돼. 고기 같은거!"


고기라는 단어를 듣자 저를 업고 있던 인이 피식 웃었습니다. 신기하네요... 이 사람이 웃다니...


"왜?"

"훗. 흡혈족이라더니 역시 인육인가."


괜히 들은것 같습니다. 고기라는 단어에서 곧 바로 '인육'을 떠올리다니... 최악입니다. 역시 미치광이는 미치광이군요. 그래도 이제는 이 고장난 마음을 고쳐주고 싶습니다. 만들어진 인격과 말투 말고 진짜 이 사람과 대화해 보고 싶으니까요.


바토리와 대장님은 앞장서서 걸어가며 재잘거리며 이야기했습니다.


"여긴 새가 많아! 나는 새고기 좋아해~"

"그래? 후훗. 어지러운 숲의 대장으로써 새를 사냥할 권리를 주겠다."

"정말~!?"

"물론이지. 적인지 아군인지 구별도 못할정도로 배를 곯아서야 그쪽 대장의 체면이 서질 않잖아."

"으응...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난 새를 못잡는다구..."

"으이그~! 그럼 토끼랑 여우까지."

"못 잡아~!"

"으으으...! 인심 썼다! 딱 곰까지야. 곰. 더이상은 안돼~!"

"곰...? 내가 잡아 먹힐것 같아..."


대장님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습니다.


"하아아아아... 알았어! 그럼 이번 일이 끝나면, 다른 흡혈족 어른들이 돌아올때까지 내가 사냥해 주지."

"저엉마알~?"

"훗. 이 대장님을 뭐라고 생각한거야?."


잠깐, 그러고 보니 다른 흡혈족들은 전부 테라손에 일하러 간다고 했습니다. 혼자서 동물을 못잡는 바토리 혼자서... 얼마나 오랬동안 굶고 있었을까요.


저는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혹시... 몇 일간 굶었니...?"

"30일~!"


하아아... 이렇게나 어린 소녀가 30일이나 굶다니... 인간이었으면 죽었겠지만 흡혈족이라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아무리 일이 중요하다고 해도 어린 동족을 혼자 냅두고 테라손으로 떠난 흡혈족들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이상하군."

"...?"


인이 중얼거렸습니다. 또 무슨 말을 할까 무섭네요.


"흡혈족의 '일'이라는거... 분명히 뭔가가 있다."

"어...?"

"상식적으로 이런 애를 냅두고 가지는 않겠지. '일'이라고 해도 데려가는게 정상이야. 그리고 주위를 둘러봐."


눈에 들어오는건 탑의 내부입니다. 그러고보니 저희는 탑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네요. 지금까지 한참을 올라온것 같지만 계단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탑이야. 살고 있던 흡혈족들의 숫자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하겠지. 그런 대규모 노동력이 테라손에 필요하다? 뒤가 구려."


이번엔 제대로 말했네요. 그의 말대로 뭔가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그 이질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던중, 바토리가 갑자기 우뚝 멈춰섰습니다.


"음~ 이정도면 충분해!"

"응?"

"언니는 바보구나! 이정도 올라왔으면 절벽을 넘는데는 충분하다는 거야~!"

"무슨..."


바토리는 탑 벽면쪽에 달린 커다란 창문을 열었습니다.


휘이이잉~


창문 너머로 강한 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을 정신없이 휘날렸습니다.


"와..."


저는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그저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자연 경광이 저를 압도했습니다. 그렇게 광활했던 어지러운 숲이 고개를 살짝만 돌려도 전부 살펴볼 수 있을만큼 작게 보였고, 구불구불 이어진 강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제가 자라난 드렌 마을도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우리를 가로막았던 절벽까지, 지금은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이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자아~ 전부 이쪽을 바라보세요!"

"응...?"


바토리는 우리를 향한채 특이한 손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선이 모이자 그녀는 오른손을 둥글게 말아 왼손과 세게 부딪혔습니다. 그 순간, 조그만한 두 손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파앗!


"읏!"


눈부신 그 빛을 쬐자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몸이 두둥실하고 가벼워지는 느낌...?


"일단 언니 오빠부터. 대장은 그 다음에 뛰어~!"

"알았어."


대장님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는것 같습니다.


번쩍


하지만 물어볼 틈이 없었습니다. 바토리가 인의 두 발을 잡고 번쩍 들어올린 탓에요!


"으으윽! 이게 무슨...! 뭐하는 거냐아아~!"

"바... 바토리?!"


방금전 그 이상한 빛이 저와 인의 몸을 가볍게 한것이군요. 거기까진 괜찮습니다. 그런데... 바토리는 '히히' 하고 웃으며 창문을 향해 다가가더니 우리를 들어 올린 채로 뛰어 내렸습니다.


"아...?"


뛰어 내렸습니다... 그래요. 뛰어 내렸습니다!!!


"꺄아아악~!"


엄청난 풍압이 얼굴을 스치고, 어지러운 숲이 매서운 속도로 제 얼굴을 향해 다가오... 지 않았습니다.


"아아아... 악?"


펄럭~!


그 대신 거대한 크기의 날개가 시야를 가렸습니다.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 바토리의 등 뒤로 박쥐 비슷한 날개가 솟아나와 있네요... 지금... 우리는... 날고 있는... 걸... 까요...


"간다, 바토리~!"

"준비 됬어~! 대장~!"


위에서 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곧이어 대장님도 창문에서 뛰어 내렸습니다.


툭!


대장님은 바토리의 날개 위로 착지했습니다. 아주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이예요.


"이... 이게 뭐야아아아~!"


저는 소리쳤습니다. 지금, 저보다도 조그만한... 키가 제 허리께 까지밖에 되지 않는 작은 소녀 위에 3명이 올라타 있다고요...!


하아아...? 놀란건 결국 저밖에 없는 건가요. 인이야 처음엔 당황한듯 했지만 지금은 아무런 표정도 짓고있지 않습니다. 역시나 마음이 부서진 사람은 대단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냉정해 질 수 있다니...


"자 간다~!"


바토리는 신나보였습니다. 저를 놀래킨게 마음에 든 모양입니다. 하아아... 이런 여행, 계속 하다가는 심장이 늙어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의말

생겨납니다.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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