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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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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48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5.29 00:03
조회
228
추천
2
글자
11쪽

흡혈족 (4)

DUMMY

흡혈족 (4)


콧속 깊숙히 파고드는 퀴퀴하고 역한 냄새, 뻘겋게 타오르는 아지랑이와 음산한 지하 공간의 분위기, 광기 어린 쉐딩거 일원들, 가마솥 앞에 줄을 서서 죽기만을 기다리는 흡혈족 사람들까지...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바토리를 데려온건 실수였습니다. 바토리는 정신을 잃은채 숨만 겨우 쉬고 있었습니다. 너무... 심합니다. 인간으로써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는 걸까요. 도대체 왜... 쉐딩거는... 이토록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걸까요.


어린 소녀가 이토록 심한 일을 겪을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겠습니까. 서로 사랑했던 부부를 갈라놓을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겁니까... 이유가 있어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절대로요.


너무나 분하고 가여워서... 눈물이 자꾸만 흘러나옵니다. 지금은 인이 부러웠습니다. 그는 지금,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테지요.


저는 바토리를 편한 자세로 눕혀주었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흡혈족들을 구해내야 합니다.


"이건... 숙청의 날이다... 3년마다 한번씩 이뤄지는 대규모 처형식이지. 아직 기한이 2년이나 남아 있을텐데... 젠장...!"

"빨리 구하러 가요!"


자렉스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구하는건... 불가능해. 숙청의 날에는 특별한 용무가 없는 이상 모든 늑대들이 집결한다. 본래 10명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경비의 수가 300가까이 불어난단 말이다."

"그래서 지금 아내분이 죽는걸 보고만 있겠다는 거예요?!"

"아니. 구하지 못할거라는 거다. 아내가 죽으면 난 살아갈 수 없어. 여기서 나는... 싸우다 죽는다."


비장한 표정을 띄고있던 자렉스씨도 반쯤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인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인, 빨리 내려가자."

"... ..."


제 말을 듣고 있는 것인지 완전히 풀린 눈으로 밑을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제발... 지금 이 순간에도 흡혈족들은 하나씩 죽어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단 말입니다!


"인! 빨리!"

"... ..."


인은 완전히 굳어 있었습니다. 침울해진 자렉스씨도, 이런 상황에 멍때리고 있는 인도... 너무 미웠습니다.


저는 계단 난간 위에 올라갔습니다. 드렌 마을의 병원에서 뛰어 내렸던 5층의 높이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대략 50m쯤은 가뿐히 넘어보입니다. 흡혈족분들이 새끼 손가락만큼 작아 보였으니까요.


자렉스씨가 깜짝 놀라며 저를 말리려 했습니다.


"어이... 아가씨! 위험해!"

"아내분을 구하고 싶으셨다면서요. 위험하다는것쯤은 알고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침울해 있을 시간에 저처럼 목숨이라도 던져보란 말이예요!"


탓!


저는 말을 끝내자 마자 난간에서 뛰어 내렸습니다. 이대로라면 쉐딩거 일원들이 있는 제단 쪽으로 떨어질것 같습니다. 어어... 그런데... 속도가 너무 빠른것 같은데요?


5층이라는 높이에서 붙은 속도는 별것 아니었습니다. 짜릿한 재미를 느낄 만큼 짧은 높이지요. 떨어졌을땐 아프긴 했지만요. 그런데 50m의 높이에서는... 아픈것보단 목숨을 걱정해야 할것 같습니다. 속도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빨라지기만 할 뿐이었으니...


제가 아까전에 했던 말 그대로 목숨을 던져버린 겁니다.


지면이 가까워집니다. 저는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하아아아... 리아. 이런 높이에서 무방비로 떨어지면 아무리 나라도 죽어."


인의 목소리...? 저는 감았던 눈을 떠보았습니다.


"인...?!"


제 바로 옆에서 말을 걸고 있었네요. 자... 잠깐. 옆이라고요? 물론 내려와 주는건 예상했지만...


"왜곡."


이라고... 인이 중얼거린 짧은 단어를 들은것 같습니다.


"... ..."


그리고 어느새 저는 땅 위에 서있었습니다. 제 옆에는 보란듯이 팔짱을 끼고 있는 인이 있습니다. 이건... 뭐... 뭐죠?!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너희들은 누구냐!"

"성스러운 숙청의 날에 불청객이라니..."

"어디로 기어들어온 거지?!"


제단 앞에서 다음 흡혈족을 밀어죽일 준비를 하고 있던 쉐딩거 일원의 남자 3명. 그들은 갑작스러운 우리의 등장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일겁니다.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까요.


저는 세명중 호리호리하고 외알 안경을 쓴 남자에게 물었습니다.


"쉐딩거는...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거예요... 도대체 누가 행복해 진다고..."

"하... 네년은 그분을 모르는군. 그러니 이 영광스러운 의식을 이해할 수 없겠지.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어차피 곧 죽을 것이니. 그 보다, 다시 한번 묻겠다. 너희는 누구냐."

"알아서 뭐하게. 니 말대로 우리는 죽고 죽일 사이잖아."


인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죽인다...라. 그런 말이 간단하게도 나오네요.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박애의 여신인 마데하솔님의 가르침대로 살아온 과거가 이들을 죽여서는 안된다고 그럽니다. 하지만 일렬로 줄을 서있는 흡혈족들을 보면, 이들을 정말로 죽이고 싶은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늑대!"


그 남자의 외침에 어둠속에서 번뜩이는 눈빛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으아... 자렉스씨의 말대로 그 숫자는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세상 모든 불량배를 모아 놓은 듯한 느낌이네요.


"인..."


이제 선택할 시간입니다.


"전부 쓰러트리자..."

"물론이지. 300명가량이라며? 어차피 이놈들, 정예라고 해도 기사단에 비하면 약골중 약골이야. 좋아. 순식간에 끝내주지."


제 선택은 이러했습니다.


"...대신 죽이지마."


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습니다.


"뭐?! 무슨 소리야! 지금 이 상황에 그런 말이 나와? 안돼. 죽일 기세로 하지 않으면 언제 다 정리할지 모른다고!"

"그럼 죽일 기세로 하면서... 죽이지는 마."


그는 잔뜩 불만인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게 말이 쉽지 될것 같아?! 저쪽은 우리를 죽이려 하는데?"

"좋은게 있지."


그렇습니다. 살인을 불가능하게 하면서, 최선을 다 할수 있게 해 주는 무기... 드렌 마을의 대장장이, 두드린 아저씨가 마데하솔님의 신념을 담아 만드신 무기... 바로 이 단검입니다!


저는 인이 들고 있던 나이프를 빼앗았습니다.


"하! 정말로 이딴곳에서 죽고 싶은 거야?"

"그럴리가. 잊지는 않았겟지. 난 너와 함께 신탁의 모험을 끝내야해."

"죽고싶지 않으면 나이프를 빨리 돌려줘!"

"자."


저는 그의 손 위에 나이프 대신 단검을 올려주었습니다.


"뭐야. 결국은 죽이라는 거잖아."

"그걸로는 생명이 꺼지지 않아."

"이건 또 무슨 영문 모를 소리를... 이렇게 날도 시퍼렇게 서있는데..."


그때 외알 안경을 쓴 쉐딩거 남자가 소리쳤습니다.


"뭘 그렇게 수근거리는 거냐!!! 늑대! 저 녀석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려!"


절그럭 절그럭


쇠붙이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옵니다. 제단 주위는 물론 윗쪽으로 이어지는 계단에서부터 가마솥 밑, 지하수 부근까지 전부 늑대들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손에 별의별 무기들을 쥔채 웃고 있었습니다.


"낄낄낄... 여리여리하게 생겨가지고... 나는 남자쪽을 쑤시지."

"웃기지마! 저 녀석은 내 먹이다."

"크큭... 한번씩만 찔러도 누더기가 되겠는데...?"

"난 여자다. 아아... 빨리 귀를 자르고 싶어."

"귀를 모으는 습관좀 버려! 나처럼 손톱을 모으란 말야."


미치광이들이네요. 인과 처음 만났던 그때가 기억납니다. 이들은 그때의 인과 조금 닮아 있었습니다.


으드득


인이 이를 갈기 시작했습니다. 정말로 화가 났나 봅니다...


"우리를 사냥감으로 보는군."

"...응."

"누가 죽을 사람이고 누가 죽이는 사람인지 확실히 해야할 시간이다."


한 늑대가 거대한 도끼를 머리 위로 치켜세우며 달려들었습니다. 그는 과격하게 소리쳤습니다.


"우릴 위해 빨리 죽지 마라!"


부웅~!


거대한 도끼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내며 인의 오른쪽 어깨를 향해 내리쳐졌습니다. 인은 방어하지 않았습니다.


도끼와 어깨가 부딪히는 순간 늑대들을 당황케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캉!


"아아앙? 캉이라고?"


음... 저도 이제 잘 압니다. 저렇게 무딘 도끼날로는 인의 피부를 뚫을 수 없다는걸.


"아하! 옷속에 체인 메일이라도 걸치고 있나보네. 그럼 이건 어떠냐!"


부우웅~


늑대의 도끼날은 한번 더 인을 향해 쇄도했습니다. 이번에 노리는 곳은 머리였습니다.


카앙!


푹!


"'어떠냐'라니. 평가를 원하는거냐?"

"끄으으으..."


숨한번 들이쉴 짧은 순간이 지났습니다. 늑대의 도끼는 땅에 박혀있었고, 살짝 옆으로 이동한듯 싶은 인이 늑대의 왼쪽 가슴에 단검을 찔러 넣은 모습이 보입니다.


"그럼 제대로 맞춰보든가. 평가를 해줄 수 없잖아. 아, 이제 못하겠군."


심장이 관통당한 늑대는 바닥에 쓰러져 굴러다녔습니다. 심장이 뚫렸으니 당연히 아프겠지요! 이건 벌입니다. 지금까지 죽어간 흡혈족들의 고통과 눈물을 흘렸던 사람들의 슬픔을 전부 무시했던 죄에 대한 벌이죠.


"늑대는 사냥할때 무리지어 공격하지... 너희도 '늑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래야 할거야. 너흰 약하고 난 강하니까..."


주위에서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들립니다. 이들도 폭탄같네요. 조금만 건드려도 터지려 하니...


인이 차갑게 내뱉었습니다.


"알았냐. 한꺼번에 덤벼. 한번에 죽이게."

"죽여어어어!"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늑대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습니다. 계단 윗쪽에서는 화살과 돌맹이, 투척용 도끼들이 날아와 시야를 가렸습니다. 사방이 살의가 담긴 날카로운 날붙이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탓!


인이 도약했습니다. 그리고 조그만한 단검으로 공중을 훑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은 너무 빨라서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었습니다. 와... 위에서 쏟아지던 모든 무기들이 두동강이 난채로 흩어졌습니다. 역시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강하네요.


공중에서 내려온 인은 무방비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원래부터 무방비 상태였고요. 인이 착지하자 우리를 둥글게 감싸고 있던 늑대들이 무기를 치켜세우고 한번에 달려왔습니다.


캉! 캉! 캉! 캉! 캉!


이번엔 가까이 있어서 잘 보였습니다. 단검은 부드럽고도 강하게 움직이며 적이 찔러 들어오는 무기의 궤도들을 전부 차단했습니다. 단 한번의 회전으로 전부 튕겨낸 것이죠.


"무슨...!"

"방금 뭐야!"


늑대들이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은 이 상황을 꽤 즐기고 있는것 같네요.


저는 뭐... 싸움에는 소질이 없으니 가만히 앉아서 늑대들이 벌받는 모습이나 봐야겠습니다. 전부 정리되면 제단 앞에 서있는 쉐딩거 일원 3명과 이야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저는 지금 화가 단단히 나있으니... 간단한 이야기로는 끝나지 않을 겁니다.


작가의말

부탁합니다.  의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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