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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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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43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5.3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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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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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쉐딩거를 부숴라! (1)

DUMMY

쉐딩거를 부숴라! (1)


꼬맹이가 어디로 사라지던 내 알 바가 아니다. 이용해 먹을 가치는 개미 다리보다도 모자란데다,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것도 아니다. 그냥 커다란 조개 껍데기를 쓰고 있을 뿐인 어린 꼬마에 불과하다.


'인, 나랑 자렉스씨는 흡혈족 분들을 돌봐야겠어. 대장님좀 찾아줄래?'


이게 망할 여자가 나에게 남긴 말이었다. 괜히 말을 꺼냈다고 생각했다. 바토리, 꽃잎, 망할 여자에 관련된 일이라면 발벗고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인격에도 꽤나 적응이 된 상태였고 호감을 얻는 노하우도 생겼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터벅 터벅


모두가 잠든 도시의 밤. 나는 달빛이 비추는 어둑한 거리를 따라 걷고 있었다. 자렉스의 술집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꼬맹이? 왜 찾으러 가겠는가. 그딴 이용가치도 없는 도구는 죽이는것 이외에는 사용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그 유일한 방법도 망할 여자의 감시하에 놓여 있으니... 그 꼬맹이는 말 그대로 쓰레기인 셈이다.


"하아아..."


깊은 한숨이 나온다. 망할 여자에게 빌빌거리며 호감을 따야하는 처량한 내 신세... 도대체 어디부터서 잘못된 것인가. 아, 전에도 이 생각을 해본적 있다. 답도 이미 나와 있었다.


내가 잘못한건 없다. 전부 꽃잎과 망할 여자가 잘못한것이니.


"하아암..."


한숨이 길게 늘어지더니, 하품으로 변했다. 음음... 조금 졸릴지도. 드렌 마을에서 나올때 뗏목 위에서 밤을 샛고, 어제는 손수 마중을 나와주신 기사들을 요리하느라 밤을 샛었지. 그리고 오늘까지 3일째... 아이고. 죽겠다.


그딴 무쓸모 꼬맹이를 찾으러 가는것 보다 잠을 자두는게 훨씬 낫다는게 내 판단이다. 내일이면 바텐더와 망할 여자가 쉐딩거를 부수자고 방방 뛸게 분명하니까. 어차피 부수는 역할은 전부 내가 맡을테고... 하... 피곤하다.


사실,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6명의 기사를 상대하고 나서 그 다음날 꽤 오랜 시간동안 왜곡 역장을 펼쳤고 의식장에서도 왜곡을 몇번이나 써버렸다. 늑대들을 제압할때가 몸을 제대로 놀릴 수 있는 한계였다.


변수는 쉐딩거 놈들한테서 일어났다. 외알 안경에서 뿜어져 나온 흰 광선은 상당히 위험했다. 광선을 한번 더 쏘기 전에 제압하기 위해서, 한계에 다다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왜곡을 쓰고 말았다.


덕분에 걷기만 하고 있어도 지쳐버린다. 누워서 쉴 곳이 눈에 띄면 바로 잘 생각이었다.


아니 근데 맞으면 소멸한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가.


그렇게 따지자면, 아직도 의식장에서 '사랑'을 외치고 있을 쉐딩거 사람들과 늑대들도 말이 안된다. 하지만 그 모든건 눈 앞에서 일어났으니...


"음... 말이 될지도."


하아. 이제 생각하는것 마저도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내 몸은 쉴 곳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지만 마땅히 좋은데가 없었다. 벤치가 이렇게 그리워질줄은.


"아, 졸려."


나는 참는게 세상에서 가장 싫다. 꽃잎도 없고, 망할 여자도 없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참아야 할 이유는 없다.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죽이고 싶으면 죽일 수 있다. 이 '사랑의 단검'도 몸에 접촉만 하지 않으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듯 해서 방해될것 또한 아무것도 없다.


잠깐의 자유를 나에게 준건 망할 여자가 날 신뢰하고 있다는걸 나타낸다. 음... 꼬맹이를 찾으라는 시간을 자유로 바꾼거긴 하지만... 큰 상관은 없다.




나는 길가에 자리잡은 집들중 하나에 다가갔다. 나무로 이루어진 문이 굳게 잠겨 있었지만, 문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경첩이 바깥쪽으로 드러나 있었다.


틱! 틱!


나는 손가락으로 그 경첩을 떼어냈다.


우드드득


그리고 문틈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문을 통채로 뽑아냈다.


문 안으로 보이는 집은 어두컴컴했다. 나는 흐릿하게 보이는 윤곽선들을 의지한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음."


좋은 냄새가 나고 있었다. 구수한 곡물의 냄새... 빵이 풍기는 냄새임에 틀림없다. 냄새가 진해지는 곳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보니, 버터 한덩어리와 맛있어 보이는 빵이 놓여진 식탁 앞에 다다랐다.


좋아. 이걸 먹고 자야겠다.


집 안을 뒤져 성냥과 초를 가져다가 식탁 위를 환하게 밝혔다. 이제 먹을 일밖에 남지 않았다.


철컥


"누구야. 손들어."


남자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뒷머리에 차가운 금속이 부딪혔다. 총인건가.


그건 나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 전에 살던 세계처럼 철판을 뚫는다던지, 몇 백미터 떨어진 목표도 살상한다던지... 이쪽 세계엔 그런 괴랄한 기술력은 없다.


"손 들으라고!"


그 남자의 목소리는 매우 고양되어 있었다. 그는 당황, 공포, 불안... 여러가지 감정들이 표출하고 있다. 그에 비해 총구가 뒷머리에 자리하고 있는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나는 그저 덤덤하게 빵에 손을 얹었다.


"머... 멈추라고!"

"야, 좀 먹자."

"뭐....? 웃기지마! 당장 멈추지 않으면 쏜다!"


총구의 흔들림이 그대로 느껴졌다. 떨고 있는 건가. 흥, 같잖군.


나는 빵에다 버터를 발라 한입 베어물었다. 이 집 마누라는 제빵에 상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하며 부드러웠다. 씹는 내내 구수한 향도 사라지지 않았다. 으음.. 맛있다.


크으... 이 빵에 환각곡주를 곁들이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식사가 될것 같다.


"먹지 말라고!"


그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조각 남은 빵마저 전부 씹어 삼켰다.


그는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문을 통채로 뜯어낸 괴한이 식탁에서 버터를 바른 빵을 먹고 있다는건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일이니 이해한다.


"... ..."


이해한다... 라. 나... 뭔가 조금 이상하다. 내가 언제부터 도구들의 사정을 이해했는가. 내가 언제부터 도구의 관점으로 해석하는데 익숙해졌는가...


실로 더러운 기분이었다. 내 새하얀 마음에 얼룩이 진것 같은 느낌. 최악의 살인마 김 인의 고결한 행보가 어긋난 느낌...


으드득


이게 다 망할 여자 때문이다. 아, 짜증난다.


"이 도둑놈이...! 우리 집에서 꺼지라고!"


나는 인상을 찌푸린채 집주인을 노려보았다. 나만한 키에, 시원스레 쳐낸 금발... 그의 뒤엔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 2명과 그들을 안고 있는 아내가 서있었다.


"... ..."


기분이 나쁘다... 나쁘다... 아니. 나는 지금 기분이 나쁜 건가. 나는 불쾌한 것인가? 사실 잘 모르겠다. 이런 기분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오로지 쾌락을 쫓아 살아온 인생. 텅 빈 가슴에 남은것이라곤 쾌락과 불쾌뿐이었다. 나는 그걸로 모든걸 판단하고, 움직인다. 이성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 이성조차 쾌락을 위해 만들어진것이다. 이 인격처럼 말이다.


그런데... 지금 내 가슴엔 알 수 없는게 들어차 있었다. 텅 빈 가슴 한켠에 자리잡은 그것은...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 힘들었고 말로 표현하기란 아예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쾌락도 아니고 불쾌도 아닌 이 덩어리 때문일까. 이 사내의 목을 비틀어 버리겠다던 의지가 사그라든다.


결국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죽어'가 아닌, 처음 말해보는 문장이었다.


"화내지마."

"당신, 정신이 나간거 아니야? 문을 뜯어내고 멋대로 빵을 집어먹었는데 화내지 말라고?!"


그의 감정이 더욱 격해져서 총구로 내 뒤통수를 더욱 밀어제꼈다. 조금만 더 날 자극한다면 난 이들을 죽일지도 모른다. 왠지 죽이기가 싫었다.


"착각하고 있군."

"뭐라는거야! 당장 꺼지라고!"


서걱


나는 단검을 뽑아들어서 총을 반토막으로 잘라내었다.


"으... 으윽... 총이..."

"여보...!"

"으아아앙~!"

"엄마, 무서워!"


총이 부서지자 집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착각하지마. 화내지 말라는건 명령이야."

"젠장..."


반토막난 총. 이런걸로 자신의 가족을 지킬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역시 나약하다.


"흐에에엥..."

"엄마아아아..."

"울지마! 소리 지르지마!"


아이들의 울음 소리가 시끄러웠다.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시끄럽다면 그들의 목을 베어버리면 그만인데...! 왜 손이 움직이지 않는거냐고!


"나는 잠잘곳이 필요해. 내일이 되면 그냥 나갈거야."

"으으으... 정말... 인가?"


남자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날 훑어 보았다. 확연히 드러난 힘의 차이. 이곳의 지배자가 누구인줄 깨달은 남자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알았으면 당장 다른곳으로 꺼져. 난 여기서 잘거야."

"알았다..."

"아빠~!"

"여보..."


남자는 자신의 가족들을 데리고 조심스레 물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식탁 위에 드러누웠다. 알 수 없다... 나는 변해 가는 걸까. 설마, 망할 여자가 말했던 대로 나는 치료되어 가는 걸까...


아, 머리가 지끈거린다. 생각하는건 그만둬야 겠다.


나는 쾌락도 불쾌도 아닌 이상한 느낌을 안은채 잠을 청했다.






"빨리 빨리 움직여 새끼들아!!!"


시끄러운 고함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나는 어젯밤 그대로 식탁 위에 누워 있었다.


"뭐지."


식탁에서 내려와, 길쪽에 나있는 창문으로 걸어갔다. 소리는 그쪽에서 계속 들려왔다.


"더러운 일족들이 감히 자유를 원해? 너희는 전부 녹여지는게 운명이야!"


더러운 일족... 자유... 녹여지다...?


아직 몽롱했던 머릿속이 말끔해졌다.


"걸어! 이 새끼들아!!!"


창문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 나마저 놀라게 만들었다. 손목에 수갑을 찬 여자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들은 연보랏빛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저들은 흡혈족이었다!


"뭐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자렉스의 아지트는 허술하긴 해도 발각될리가 없는 장소에 위치해 있었다. 지하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는 보통 바닥에 있기 마련이지만, 자렉스의 아지트는 다락방을 통해 지하로 들어가는 구조였다.


내 날카로운 시각으로도 분간하지 못할 수준인데... 어떻게 늑대들이 아지트를 습격하여 흡혈족들을 잡아낸 것인가!


"빨리 가라고! 니들은 전부 사형이야!"

"아, 밀지 말아요~! 아파요!"

"시끄러 이년아! 네년은 분명히 의식장을 공격했던 년이지. 죽음보다도 더 혹독한 일을 치르게 될거니까 기대해라. 흐흐흐..."


그중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있었다. 흡혈족들이 잡혀가는 행렬의 가운데, 망할 여자가 끼어 있었다. 바토리와 자렉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렉스는 늑대들에게 저항을 심하게 한건지 기절한 상태로 옮겨지고 있었고, 바토리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이건..."

"당신, 아직도 안나간거야? 해가 중천에 떳다고. 제발 우리 집에서 나가줘."


집주인인 금발의 남자가 멀찌감치 떨어진 채로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늑대들? 흡혈족 잡아가는게 한두번이야? 그보다 빨리..."

"그게 아니라 어떻게해서...!"


남자는 애원하듯이 말했다.


"그냥 우리 집에서 나가줘..."

"내가 잘때 일어난 일을 설명해."

"... ...아침에 일어나보니 늑대들이 열심히 전단을 뿌리고 있더군. 그건 당신을 포함해서 리아, 바토리, 자렉스. 총 4명의 지명 수배지였지."


지명 수배?


"그러니까 제발 좀 나가줘. 더이상 지명 수배자를 데리고 있다간 우리 가족도 위험에 빠질거야."


어떻게... 자렉스와 내 이름은 그렇다 쳐도 바토리의 이름까지...?


"제발...! 응? 시간이 없다고. 늑대들의 순찰 시간이 곧 돌아올거야. 문짝이 뜯겨진걸 보면 의심을 할테고 당신과 함께 있다는걸 들키면... 끝장이야."


나는 깨닫고 말았다. 우리중에서 지명 수배된건 4명. 제외된 사람은 단 한명.


아지트의 장소를 알고 있었으며, 우리의 이름 또한 알고 있는 사람.


"... ..."


미친! 그 꼬맹이가 쉐딩거 쪽에 붙기라도 했단 말인가!


작가의말

기대봅니다.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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