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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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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60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6.09 12:54
조회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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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쉐딩거를 부숴라! (9)

DUMMY

쉐딩거를 부숴라! (9)


꽃잎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리아가 소리쳤다.


"서로 제물로 삼는다니... 그만 두세요!"


벤다에겐 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도 처음 리아를 만났을때 그랬듯이.


"뭘 그만 두라는 거죠? 끝났습니다! 그들은 제물로써 훌륭한 역할을 마친거죠. 자아. 한번 보시죠. 그분께서 내려주신 영광스러운 힘을!"


우드득 우드득


벤다의 몸이 조금씩 뒤틀리고 있는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던 그의 몸이 점점 근육들로 차오르고 있었다. 키도 두배는 커져서, 나와 길터를 합쳐도 약간 모자랄 만큼 거대해졌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점점 흰 색으로 변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선 흰 쫄쫄이를 입고 있는 근육질 남자처럼 탈바꿈을 했다.


제물과 교환한건 아마 힘인듯 싶었다. 벤다의 전신에서 로베른의 성물의 기운이 느껴진다. 외알 안경이나, 그루모아가 사용했던 아대처럼 기분 나쁜 기운이다.


"그흐흐흐... 제 계획을 망쳐버린 대가로 목숨을 받도록 하겠어요."


나는 리아에게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손짓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열심히 뛰었다.


그녀가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자마자, 나는 단검을 꺼내 벤다의 이마를 겨눴다.


"이 모습 때문에 공포에 질려 아무 말도 못하는 것이죠... 그흐흐흐... 당연한 겁니다! 저는 다른 인간과는 다른 초월체. 세상 모든건 제 도구에 불과합니다. 자, 어서 다음 제물이 되세요!!!"


벤다가 주먹을 치켜세우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본래 있던 세계에서, 나같은 인간에겐 '사이코패스'라는 명칭이 붙는다.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거지?'라며 공포와 경멸의 시선을 보내곤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 잘난 심리학자들께서 낱낱히 연구했다며 갱생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그래서 난 이 세상이 좋았다. 내 발목을 잡는건 그 무엇도 없었다. 마치... 날 위해 존재하는 단순한 살육의 터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로베른, 마데하솔, 하레. 그리고 셀 수 없을만큼 수많은 신들과 성물까지. 이 세계는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훨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나와 같은... 동족을 잡아먹는 괴물들도 있다.


잘 생각해 보면 본래 세계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세계의 구조가 다르더라도, 이곳에도 미친놈들이 있고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전 세계에서도 존재했고, 이 세계에도 존재하는 사이코패스. 이제 인정할 때가 된것 같다. 사이코패스는 병이다. 자신도, 주위 사람들도 고통스러워지는 병. 이빨을 드러낼 때마다 가슴은 더욱 공허해지고 무고한 사람들은 죽어간다.


가슴속에 자리잡은 작은 콩알이 마구 날뛰면서, 그건 잘못된 일이란걸 가르쳐 주고 있었다.


이렇게 단기간에 내게 마음과 비슷한것이 생겨난건 이 단검의 힘일지 모른다. 또는, 저 당돌한 여자 때문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중요한건 이 콩알이 전보다는 훨씬 따뜻한 심장고동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엽게도 벤다는 그걸 모른다. 과거의 나처럼 동물적인 쾌락에 빠져 허우적대는 불쌍한 놈이다.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건 단 한가지밖에 없었다.


"너에게도 사랑을 가르쳐 주지."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군요!!"


부우웅!


좌측 관자놀이를 노리고 파고드는 주먹. 피하지 않아도 될것 같았다. 그의 주먹보다도 훨씬 빠르게, 검은 물체가 날아와 방어해주고 있었으니까.


쾅!


"이건!"

"이야~ 아무리 육체가 진화했다고 해도 기본적인 전투 센스와 감각은 늘어나지 않는 모양이네? 몇명이나 제물로 바쳤는데... 거 참 로베른도 쩨쩨한놈일세!"


관자놀이를 보호해준 검은 물체는 길터가 보낸 선반이었다. 나는 벤다의 시야가 선반에 가린 틈을 타서, 아랫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날 보긴 했으나 반응하지 못했다. 나는 그의 허벅지부터, 복부까지 위로 올려 베었다.


촤아악!


"그으윽..."


그는 자신의 몸에 쩍! 하고 벌어진 상처를 보자,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이봐아아~! 한눈 팔 시간은 없을텐데?"

"!"


푹! 푹! 푹! 푹!


길터가 보낸 4개의 선반 다리. 그것들은 벤다의 사지를 세게 쥐어 박으며 계속 뒤로 밀어냈다.


쾅!


"커헉...!"


선반 다리들은 뭉툭한 끄트머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의 팔다리를 완벽하게 꿰뚫었다. 결국 벽까지 내몰리자, 선반 다리들은 벽과 벤다를 고정시키는 못이 되었다.


철컥


벤다에겐 매정하게 들렸을 장전소리. 어느새 길터는 벤다 앞에 서서 총을 그의 이마에 겨누고 있었다. 보통 총이 아니다. 그건 성물이었다.


"이놈은 로베른의 따까리처럼 날아가는걸로는 끝나지 않을거다. 맞으면 뒈질걸."

"으으으...! 으으으윽!!"


벤다는 팔과 다리를 움직이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단단하게 고정되어 탄환을 피하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마!!!"


그는 처절하게 소리쳤다. 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띄우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흐흐... 지금쯤이면 내 정예 부대가 너희들의 꼬맹이들을 전부 반죽음으로 만들어 놨을거다. 내가 죽거나, 내 명령 하나면 꼬맹이들의 목숨은 끝이다!"

"정예?"


화악!


그때, 길터의 주머니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건 테라손 도시에 들어가기전, 우리들에게 나눠줬던 성물과 비슷해 보였다.


"이야~ 정말인가보네. 애들이 많이 위험한가봐. '소환'을 요청하고 있어."


늑대들만 있는게 아니라, 정말로 정예가 있었던 것이었나. 계산 착오다. 애들이 인질로 잡힌다면...!


팟!


"!"


갑자기 길터의 모습이 사라졌다. 나와 리아, 심지어 벤다까지 당황하며 그가 사라진 자리를 보고만 있었다.


팟!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나타난 길터. 그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게 정예야? 너무 약하잖아. 자, 그럼 하던거 마저 하지."

"뭐... 뭐?!"

"뒈질 시간이라고. 아, 단검의 힘때문에 죽지는 않겠네. 그럼 분해될 시간으로 하자!"


설마... 그 짧은 시간안에 아이들을 구해내고 상황을 정리했다는 것인가. 역시 이 남자... 강하다.


"강함."


쿠구구구구


그의 손에 들린 총에 무형의 기운이 휘감기기 시작했다. 그건 묵직한 힘이었다. 힘의 덩어리가 공간을 왜곡하여 눈에 보이는 것이다.


"으아아아... 으아아아아!!!"

"이 아저씨는 떼쓰는 인간들이 가장 싫어요~"


탕!


콰아아아앙!!!


탄환 단 한발로 저택의 내벽을 뚫고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냈다. 그 거대한 참상에서 멀쩡한건 길터의 선반밖에 없었다.


"끄으으으..."


그리고 너덜너덜해진 벤다가 축 쳐진채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야~ 몸이 단단하네. 한발 더 먹여야 겠는데."

"끄으으으..."

"말했잖아! 아저씨는 보채는 놈들이 가장... 잠깐, 너 뭐라고 했어."


푸욱!


"... ..."


잘못 본 것일까. 벤다의 몸이 뾰족하게 늘어나서 길터의 왼쪽 어깨를 찔렀던것 같다. 그것도 본래 심장을노린 공격이지만 간발의 차로 피한 결과다.


"젠장."


길터는 뒤로 물러나며 어깨를 감쌌다. 그의 어깨에선 피가 한움큼씩 터져나왔다.


"끄으으으... 끄으으으... 끄으으..."

"... ..."

"뭐라는거야."


무언가 말을 하고 있는것 같았다. 하지만 나에겐 그저 신음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신어(神語)다. 신의 흔적이지."

"저게?"

"... 빨리 끝을 낼걸 그랬어. 맞아. 이곳의 의식이 끝났다고 그랬지."

"그게 왜."

"의식이란 신들의 권능이 닿을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세력권 확장이야. 그렇다는건 지금 이 테라손 도시는..."


설마.


"로베른이..."

"강림할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럼 벤다가..."

"육체가 저렇게 강화된건 신이 담길 그릇이 되기 위해서였을거야."


길터는 인상을 찌푸렸다. 덩달아 내 인상도 찌푸려졌다. 괴물, 인간, 마법사... 수많은것들과 싸워왔던 나로써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신? 신과 싸우는건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쾅!


벤다... 아니, 로베른은 사지에 박혀 있던 선반 다리들을 뽑아다 구석에 던져버렸다. 그의 몸에 생긴 구멍들은 놀랄정도로 빠르게 메꿔지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우리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끄으윽... 끄으으... 끄으..."

"저건 뭐라는거야."

"우리를 죽일거라는데?"


나는 전과 확연히 분위기가 달라진 벤다를 주시하며 물었다.


"방법은 없어?"

"신이랑 싸우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지. 상대하는 신보다 강한 신의 힘을 빌리거나, 동급인 힘이 있어야해."

"가지고 있는 성물중에 그런게 있는거야?"

"로베른은 주신(主神)이야."

"...뭐?"


길터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하레와 로베른. 그 둘만이 주신이야. 로베른을 이기려면 하레의 힘이 필요해."

"있는거야? 없는거야?"

"있긴 한데. 하레가 종적을 감춘 뒤로 많이 약해진 상태라서."


그러면서, 길터는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검은 선반을 가리켰다. 저것도 성물이었던 것인가.


"끄으으...!"


이번엔 묻지 않아도 잘 알아들을 수 있었다. '죽어라'라던지 '끝이다'라던지... 흔한 대사겠지. 안타깝지만 나는 이딴 곳에서 죽을 생각은 전혀 없다.


"일단 후퇴다!"


길터가 소리쳤다. 그의 말은 맞을게 분명하다. 나보다 이 세계에 대해서 훨씬 더 잘 알고 있고. 여러 신과 맞붙어본 경력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내린 판단. 도주.


하지만 그러기 싫었다. 죽기도 싫었지만 나는 지금 여기서, 벤다를 쓰러트려야만 한다.


"후퇴하자고!"

"그럴 수는 없어. 리아가 벤다한테 할 말이 남아있단 말이지? 그럼 나는 때려 눕혀서라도 듣게 만들어 줘야해."

"... ..."


길터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킥킥대며 웃기 시작했다.


"핫핫핫! 리아는 골때리는 놈과 같이 다니는 구나. 좋아. 그럼 어디 하는데까지 해보자고!"


딱!


손가락 튕기는 소리. 로베른이 낸 것이었다.


펑!


"아..."


길터의 몸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그런데 터져버렸다. 실없이 웃기를 좋아하던 턱이 찢어진채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고, 분리된 사지는 멀리 날아가 있었다. 몸통은 이미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분해되어 있었다. 말 그대로 터져버린 것이다.


나는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이제 의문까지 들었다. 손가락을 튕기는걸로 사람을 폭파시켜...? 그게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젠장...!"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냉철한 판단을 내리기까지 너무 오랜시간이 걸렸다. 로베른은 날 내려다 보면서 손가락을 튕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굳 바이 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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