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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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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52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5.26 03:22
조회
407
추천
9
글자
12쪽

흡혈족 (1)

DUMMY

흡혈족 (1)


"...정말이예요?!"

"쉿. 아가씨, 목소리가 커."


믿기 힘든 정보였다. 바토리는 연보랏빛 피부 때문에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고 치자. 그런데 조개 껍데기를 뒤집어 쓰고 있을뿐인 꼬맹이를 '어지러운 숲의 대장'이라고 정확히 찝어낸건 무언가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꼬맹이가 자신을 소개할때 어지러운 숲의 대장이라고 한건 허풍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딴게 존재할리가 없으니까. 그런데도 이 덩치큰 바텐더의 날카로운 눈빛에선 진심이 느껴진다.


분하지만 믿기 힘든 정보가 아니라 믿기 싫은 정보인게 맞는것 같다.


"우리가 노려지고 있는것, 어떻게 알았어."

"나는 내 손님들을 정확히 기억하거든. 지금 우리 술집에 있는 사람들중 내 단골은 단 한명도 없어."

"... ..."


나는 조용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평범한 술집인양 소소한 담소가 오가는 분위기... 아니다. 각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억지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내려는게 느껴진다. 그 증거로, 한번씩 우리를 바라보는 저 시선이 증거다. 아무리 곁눈짓이라지만 나에겐 전부 보인다. 틈만 생기면 송곳니를 박아넣을 만큼 강한 살기가... 훌륭한 짐승들이다.


"11... 13... 15명? 많이도 납셨군."

"싸울 생각인가. 그만두는게 좋아. 저놈들은 '쉐딩거의 늑대'라 불리는 잔악한 정예 집단이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흥... 웃기는군."

"맞아요. 아이들을 두고 도망칠 수는 없어요."


망할 여자가 끼어들었다.


나는 늑대들의 사각을 이용해 가슴 주머니에서 접이식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끼릭


그러자 바텐더가 한번 더 말렸다.


"너는 사람을 죽이는 싸움에 익숙하군. 하지만 지금은 칼날을 꺼낼 때가 아니다. 난전속에서 지켜야할 사람이 3명이나 있는데 15명을 전부 죽일때까지 아가씨와 꼬마들이 안전할거라고 생각하나."

"... ..."


바텐더의 말은 정확했다. 나는 사람을 죽이는데엔 도가 텄지만 누군가를 지키는 싸움 따위는 해 본적이 없었다. 절대로 죽으면 안되는 망할 여자와 앞으로 이용해 먹을게 많이 남아 있는 바토리. 조개 껍데기는 어떻게 된다고 해도 상관이 없지만... 어쨋든 이건 치명적이다. 마치 심장을 드러내고 싸우는것과 같았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어젯밤까지만 해도 머릿속엔 온통 '죽인다'라는 단어밖엔 없었다. 운이 좋게도 6명의 명예로운 기사들의 구원 덕분에 갈증을 어느정도 푼 상태였고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할 여유도 있었다.


"아까 말했듯이, 너희 둘은 도망가. 아이들은 내가 지키지."

"무책임한 소리를 짓거리는군."

"미안하게 됐어. 아이들이라면 몰라도 너희를 지켜주기엔 내 역량이 부족하다. 부디 잘 도망쳐라."

"그쪽 이야기가 아니지."

"뭐...?"


나는 비어있는 잔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이게 뭐랬지? 아, 맞다. 환각곡주. 한잔 더 줘."


바텐더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소리야. 빨리 도망쳐."

"잔말 말고 빨리 따라주라고."

"인...! 지금 술을 마실때야?!"


망할 여자가 자꾸 귀를 간지럽힌다. 나는 오른쪽 눈썹을 살짝 올리며 잔을 내밀었다. 그는 답답한 표정으로 빈 잔에 술을 따르려 했다. 나는 나이프를 손에 쥔채 정신을 집중했다.


"하아아아..."


이 힘... 이 세계로 넘어오면서 새롭게 얻은 기술이랄까... 아니, 기술이라기엔 너무 본능적으로...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레 스며든 힘이다.


이 세계에서의 첫 살인. 그건 길가를 지나가던 어린 소녀였다. 앙증맞게 땋은 양갈래 머리가 귀여워서 정수리부터 시작해서 두동강 내줬던 걸로 기억한다. 그 뒤로 목적없이 길을 떠돌며 만나는 사람을 죽이고, 만나는 마을을 죽이고... 남녀노소, 귀천 따지지 않고 전부 죽였다.


이 세계에서 나는 강했고, 내 욕망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살인 행진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었던 '기사단'은 기사 3명을 파병했는데, 우습게도 나와 만나는 즉시 거름이 되었다. 내가 범상치 않은 힘을 지녔다는걸 파악한 기사단은 대규모 토벌 작전을 실행했다.


60명에 달하는 기사와 5명의 2급 마법사, 7명의 신관이 내 앞을 막아섰다. 신관들의 '성스러운 힘'이라 했던가? 그게 내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고, 그 뒤를 따라 쏟아지는 속성 마법들이 몸에 부딪히자 강철 같았던 피부가 찢어져 피가 새기 시작했다. 마법사와 신관을 죽이려 했지만,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기사들의 행렬에 나는 꼼짝없이 죽어가고 있었다.


생존의 본능 덕분일까. 위기의 순간, 나는 몸속에 스며들었던 힘을 미약하게나마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몸 밖으로 방출한 힘은 아주 조금이었다. 그 눈꼽 만큼 작은 힘... 그 힘은 토벌 작전이 끝나고 나서 피로 흠뻑 젖은 대지 위에 홀로 서서 살 수 있게 해주었다.


그 뒤로 기사단의 토벌 인원은 매우 줄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보내는 듯한 기분이었다. 불가항력이라고 생각하는지, 내 이동 경로를 조사하고 주의를 돌리는 방법을 사용하곤 한다.


그렇게 해서 나는 세계 최고의 살인마, 인이 되었다.


아, 이 힘에 리스크가 없다는건 아니다. 힘의 반동이라고 해야하나. 사용하고 난 뒤엔 나이프를 휘두를 힘도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이번엔 이 힘을 쓸 수밖에 없을것 같다.


심장을 드러내고 싸운다면, 적이 내가 심장을 드러냈다는걸 알아차리기도 전에 전부 죽여버리면 된다.


"왜곡."


화악~!


몸 안에 있던 힘이 주위에 퍼져 나간다. 이 술집 정도는 가뿐히 집어 삼킬만한 역장(力場)이다.


드르륵


나는 의자를 밀어 제끼며 일어섰다. 바텐더의 손에 들린 술병에서 흘러나오던 환각곡주가 멈춰 있었다. 재잘거리며 과자를 먹고 있던 바토리와 꼬맹이도, 바텐더의 말에 안절부절 못하던 망할 여자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늑대들도 전부 멈췄다.


"후우우..."


사실 멈춘건 아니다. 저들이 있는 장소엔 내가 있는 곳에 비해 터무니없이 느린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일뿐.


'네놈, 무슨 짓을 한거지.'

"꽃잎...?"


꽃잎의 목소리가 갑작스레 들려왔다. 없을게 분명했던 꽃잎이 어느새 망할 여자의 귓가에 앉아 있었다. 왜곡시킨 시간의 비율은 내 시간 1초당 망할 여자의 시간 0.00000001초. 말은 커녕 인식조차도 힘든 시간이다. 그런데...


'이건... 인간의 힘을 뛰어 넘었군.'

"... ..."


흠... 꽃잎은 예상보다도 훨씬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것 같다. 내 왜곡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말을 하고 있다... 어쩌면 테라손 도시에서 속박을 풀 방법을 찾는다는건 오만일지도 모르겠다.


'뭘 할 생각이냐.'

"저놈들을 전부 죽일거다."

'...인간들에겐 언제나 그 방법 뿐이냐.'


웃기는 소리였다.


"쟤들은 우리를 죽이러 온거야. 그러니까 우리도 쟤들을 죽여야해.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죽겠지. 아니면 인간이 아닌 너에겐 다른 방법이라도 있어?"

'...없다.'

"그럼 잠자코 있어."

'경고하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힘은 육체에 무리를 가한다. 언젠가 이 힘이 네놈에게 독이 될 수도 있을거다.'


독이라...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겐 워낙 자연스러운 힘이었으니까.


"흥."


꽃잎의 말대로 육체적 부담때문에 이 역장은 오랜 시간동안 유지할 수 없다. 재빨리 주변을 훑어 보았다. 좌측 테이블 2개, 5명. 출입구쪽 테이블 1개, 2명. 좌측 창가쪽 테이블 1개, 4명. 중앙 테이블 1개, 4명.


나는 나이프 그들에게 향했다. 그러자 나이프의 검신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공간과 함께 긴 실처럼 늘어난 나이프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쇄도했다.


소란을 피우면 안된다. 내가 또 사람을 죽인걸 본다면 망할 여자에게 악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곳은 쉐딩거의 본거지. 함부로 움직이다간 대규모 토벌때처럼 힘든 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


푸욱!


맥주를 마시려던 늑대의 뒷목에 실로 변해버린 나이프가 꽂혀 들어갔다. 절단할 곳은 목동맥이 아니다. 고통을 주며 죽이기 딱 좋은 부위지만 비명을 지를 수 있는 틈이 생긴다. 아예 그런 반응조차 못하게 그들의 뇌를 산산조각 낼 것이다.


나이프의 모습이 마치 기생충 같다. 뇌로 파고들어 숙주를 죽인다는, 어디선가 많이 본 sf 소설처럼 늑대들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었다.


하아아... 손맛이 느껴진다. 부드러운 뇌조직이 갈라지는 그 느낌은 마치 잘 익힌 비곗덩어리를 나이프로 써는듯한 기분을 준다.


... 넷... 다섯... 여섯...


"하아... 하아..."


이건 쾌감에서 오는 신음이 아니다. 몸이 지쳐가고 있었다. 이렇게 섬세한 왜곡 컨트롤은 해 본적이 없었으니까.


조금만 더 잘라내면 완벽하다. 조금만 더...


열 둘... 열 셋... 열 넷...


하나만 더...!


촤아악!


마지막 늑대의 뒷목으로 부터 나이프의 검신이 뽑혀나왔다. 하아... 하아... 전부 잘라내는데 성공했다.


'네놈. 조금은 신사적으로 변한듯 싶군.'

"흥."


나는 꽃잎의 말을 무시한채 다시 자리에 앉았다. 바텐더는 아직도 술을 따르고 있었다.


"흐으읍... 하아아아..."


나는 심호흡을 하며 주변에 풀어두었던 힘을 거두기 시작했다. 역장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어 마지막에 가선 사라져 버렸다.


팟!


"이게 마지막이야. 어서 도망가."


역장이 풀리자 마자 이 바텐더는 도망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구로 부터 도망가야 하는 것인가? 이미 늑대들은 뇌가 산산조각난 시체일 뿐이다. 시체로 부터서 도망가라? 3류 좀비 영화도 아니고... 개소리다.


나는 환각곡주를 들이켰다. 이 고소하고도 톡톡 쏘는 오묘한 향이 마음에 든다. 도수도 그럭저럭 높은 모양인지 고된 일(?)이 끝나고 마시자 더욱 구미가 당긴다.


"글쎄. 두 세잔 더 따를 시간은 있을것 같은데."

"...뭐?"


바텐더는 멀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테이블에 쓰러져 있는 늑대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는 깜짝 놀랐다. 뭐, 당연하다. 이 조그만한 술잔에 술을 채우기도 전에 적들을 전부 해치운다는것... 검성이 와도 불가능할 것이다. 꽃잎의 말대로 이건 인간이 부릴 수 있을만한 힘이 아니었으니까.


"뭐야... 뭐가 일어난거지? 니가... 한거냐? 어떻게?"

"있어. 그런게."


역장을 푼지 한참이 지나, 이제서야 정신을 차린 망할 여자는 주위를 휙휙 둘러보더니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인! 저거 니가 한거지?!"


역시 여자의 직감은 죽여준다. 그런데 귓바퀴에 앉은 꽃잎에는 아직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인지... 참... 직감은 좋으면서 어딘가 둔한 여자다. 그러니까 망할 여자지. 음음.


"응."

"설마 죽인거야?!"

"아니. 기절시켰어. 아마 일주일은 못 일어날걸."

"하아... 다행이다. 그래도 사람 죽이지 말라는거 잘 지켰구나. 위해를 가한건 감점이지만 그래도 많이 발전했어. 고마워."


그녀는 싱긋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아, 물론 기절시켰다는건 거짓말이다. 뇌만 잘려 죽었으니 기절한것과 유사해 보일지 몰라도 그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역시 거짓말은 적절하게 진실이 섞여 들어가야 비로소 완성된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한거야?"


역시나 바텐더와 똑같은 질문. 하아아... 온 몸에 밀려오는 피곤 때문인지 대답해 주는게 귀찮았다. 호감을 얻기는 해야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냥 한잔이라도 더 환각곡주를 마셔보고 싶다.


"있어. 그런게. 나 이거 한잔만 더 줘."


나는 대충 대답해 버리고 빈 잔을 내밀었다.


작가의말

기대합니다.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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