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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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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63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5.27 23:31
조회
219
추천
2
글자
11쪽

흡혈족 (3)

DUMMY

흡혈족 (3)


망할 여자의 눈은 진짜로 쉐딩거를 부술 거냐고 묻고 있었다. 흥, 개소리. 그거야 당연히 호감을 얻기 위한 멘트일 뿐이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지금 나는 목줄걸린 개처럼 망할 여자를 따라다닐 수 밖에 없는 신세다. 예상보다 꽃잎의 속박은 강력했고, 마법같은 하찮은 잔재주로는 깨트릴 수 없다는걸 알게 되었다.


하아아... 다시 자유를 되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것 같다...


한참을 걸었다. 다리가 아프다며 내 등에 업힌 바토리는 어느새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고 꼬맹이는 자렉스의 등에 업혀 있었다. 아마 그녀석도 자고 있나보다.


"자, 다왔다."


그의 아지트는 많이 소박했다. 그냥 통로가 끊기는 지점에 탁자와 조그만한 의자 몇개를 가져다 놓은 모습이었다. 탁자 위에는 많이 녹아있는 양초 하나가 있었는데 꽤 음산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그는 랜턴에서 불씨를 가져다가 양초에 옮겨 붙였다. 주위가 밝아지자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자렉스는 꼬맹이를 침대 위에 눕혀 주었고 나도 그를 따라 바토리를 눕혀 주었다.


"좋아. 앉아라. 내가 여기에 너희들을 데려온 이유를 말해주지."


자렉스가 자리를 권했다. 엉덩이도 받쳐주지 못할 만큼 작은 의자였다.


"잠깐. 그 전에 당신이 누군지 알아야겠어."


이 남자는 흡혈족과 어지러운 숲의 대장, 테라손의 관계에서 부터서 쉐딩거의 만행과 늑대라는 정예 조직의 정체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분명히 그만한 정보를 얻을만한 위치에 있는 남자일 것이다. 쓸모 있는 도구인지 쓸모 없는 도구인지 구별을 해 두어야 한다.


"나? 나는 자렉스다."

"아니. 그거 말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줘야 지금부터서 당신이 부탁할 일들을 우리도 믿을 수 있을것 아니야. 이해 관계가 겹치는지에 대해서는 그 다음에 판단할거야."

"으으... 그러네요. 생각해보니까 우리는 자렉스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말해주세요."


좋은 도움이다 망할 여자.


자렉스는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참... 나는 그냥 자렉스야. 흡혈족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평범한 술집 마스터라고."

"웃기지마. 그러면 어떻게 그런 정보들을..."

"인...! 말이 거칠어."

"하아아... 나는 흡혈족을 좋아 했으니까."


이번엔 낮게 깔린 목소리였다. '흡혈족을 좋아했다'라는게 그런 쪽이었다니. 그럼 그런 정보에 대해 모르는게 이상하지.


"아직도 테라손 도시에는 숨어사는 흡혈족들이 있다. 내 아내도 그 중 하나였지. 그녀는 이 아지트에 숨은채 오랬동안 나와 함께했어. 다른 부부처럼 나도 그녀를 데리고 맛있는 음식점에 가고 싶었고, 손을 잡은채 산책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햇빛을 보여줄 수 없었지. 지상에는 아직도 늑대들이 후각을 날카롭게 세운채 돌아다녔으니까."

"그럼... 지금 아내분은..."


역시 멍청한 여자다. 그야 뻔한 결말이다.


"그녀는 괜찮다고 했지만... 내가 참을 수 없었어. 그녀가 어둑한 곳에서 촛불 하나에 의지한채 매일 매일을 보내야 한다는게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거든. 그래서 나는 그녀를 데리고 외출했다."


역시 뻔한 결말이다.


"사냥당했군."

"맞아. 그때 나는 무력했어. 늑대들은 만신창이가 된 아내를 끌고 어딘가로 향했지. 그게 1년전 이야기이야. 오래 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어제 그 일을 겪은것 처럼 생생해."


덩치에 맞지 않는 감수성을 지녔군. 그딴 과거쯤 1년이나 지나면 기억도 나지 않아야 정상일텐데...


"지독해요..."


망할 여자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도구의 됨됨이를 보고 내 주위에 둘 것인지 죽일 것인지 정한다. 큰 등치는 합격이지만 저 성격이 문제다.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불합격.


"그래서 나는 쉐딩거의 뒤를 캐기 시작했다. 어디에 흡혈족들을 가둬놨는지... 그리고 도대체 왜 사냥을 하는지..."

"혹시 아내분은 살아 계신가요...?"

"그렇지. 만약 죽었다면 나는 폐인이 되었을 거야."

"다행이예요... 혹시 탑에서 잡혀들어온 흡혈족 분들도 그곳에 있는 걸까요."

"어. 한달전 내 눈으로 확인했다."

"정말 다행이예요..."


본론이 나오려 하는데 말을 끊다니... 망할 여자의 쓸데없는 감성이 거슬렸다.


"그래서. 쉐딩거가 뭘 하는지 밝혀낸거야?"

"그래. 그건..."

"구해줘..."


아아... 또 누구야! 왜 자꾸 말을 끊는거냐고. 적이 뭘 하는지 모르는데 이해 관계고 뭐고 판단할 수가 없잖아.


"아저씨... 언니... 오빠... 흡혈족을 구해줘..."


말을 끊고 나타난건 바토리였다. 잠을 자고 있는줄 알았는데... 대화를 전부 엿듣고 있었던 건지 바토리의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바토리는 아직 울음기가 남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응? 언니... 바보라고 안놀릴게...! 제발 구해줘..."

"바토리..."


망할 여자는 의자에서 일어나 바토리를 꽉 안아주었다.


"과자도 조금먹고... 떼도 안쓰고... 착한 바토리가 될게... 응?"

"당연하지! 우리 귀여운 바토리가 이렇게 슬퍼하는데 언니가 안도와주겠어? 울지마. 울지마..."

"고마워 언니... 고마워..."


그러면서 자기도 울고 있었다. 역시 도구들의 감정은 이해할 수 없다. 눈물은 몸이 아플때 흘러나오는 것이다. 지금 그녀들은 아픈 것인가. 아프다면 어디가 아픈 것인가. 오래 걸어서 종아리가 아픈 것인가... 아닌것 같다. 아파 보이지만... 어디가 아픈지 모른다.


불쾌했다. 도구들 주제에 내가 모르는걸 가지고 있다니. 나는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감옥은 어디야. 지금 당장 가지."

"바토리라고 했나. 꼬마 아가씨는 여기서 대장이랑 쉬고 있어. 아저씨랑 언니 오빠가 다녀올테니까."


자렉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 눈꼴시린 장면을 계속 보고 있다가는 만들어진 인격이 파괴될것만 같았다.


"리아. 빨리 가자."

"응..."

"나도 갈래..."


바토리는 망할 여자의 품속에서 모깃 소리 만큼 작게 말했다.


"나도... 구해 줄거야. 내 언니들이니까..."

"그래... 같이 가자."

"... ...정말로 위험할 수도 있다. 자기 몸 하나는 지켜야 할거라고. 나는 사실 리아도 오지 않았으면 해."


그러자 망할 여자는 어디다 숨겨놓은 건지 단검을 꺼내들었다. 그건... 드렌 마을에서 떠나기전, 한 대장장이에게 받은 단검이었다.


"바토리도 제가 지킬 거예요."


으으... 아무래도 상관 없다. 그냥 빨리 이 짜증나는 얼굴들과 마주치기가 싫었다.


"...알았다."

"아, 잠시만요."


망할 여자는 탁자에다가 단검으로 무언가를 새기고 있었다.


"아직 대장님이 일어나지 않았잖아요. 이렇게... 메세지를... 다 됬어요. 출발하죠. 자렉스씨."

"좋아."


그그극


자렉스는 갑자기 탁자를 밀어냈다. 탁자가 가리고 있었던 바닥 부분에는 쇠고랑이 달린 다락문이 있었다. 설마 여기보다 더 지하로 가는 건가.


"가자."


감옥이 매우 깊숙한 땅속에 있다고 해도 상관 없다. 그곳에 가면 감옥을 지키는 늑대들도 있겠지. 이 불쾌한 기분을 살인으로 전부 해소 해야겠다.






다락문을 내려가자 긴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길고 긴 계단을 걸었다.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이런 분위기라고 해야하나. 하여튼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빨리... 누구라도 죽이지 않으면 폭발할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아름다운 광경에 심취하게 되었다. 짜증? 불쾌? 전부 날아갈 정도로 화려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광경. 땅 안에 이런 장소를 만들 생각을 하다니... 쉐딩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 ..."

"... ..."

"아..."


나머지 셋도 입을 벌린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야 나도 놀란 광경이니 당연하다. 자렉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말도 안돼... 벌써 숙청의 날이라니... 그럴리가...!"

"안돼!"


갑자기 망할 여자가 소리치며 바토리의 눈을 가렸다. 하지만 바토리는 이미 석상처럼 굳어 있었다. 혼자서 이 절경을 독차지할 셈인가...는 아니겠지. 도구들의 관점으로 본다면 이건 분명히 끔찍한 광경임에 틀림없다.


"하아아..."


나는 들리지 않게 작은 소리로 신음했다. 이런 기분... 이런 쾌감...! 생명이 속박 되고 나서 처음으로 맛보는 최고의 맛이었다.


이곳도 드렌 마을처럼 지하에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지하 공간을 반절쯤 메우고 있는 거대한 가마솥이 떠 있었다. 아... 떠 있는건 아니었다. 굵은 쇠사슬들에 연결되어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줄로 길게 늘어선 흡혈족들의 모습이 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들은 하나같이 좌절하고 있었다. 희망따위는 한점도 찾아 볼 수 없는 완벽한 어둠이 그녀들의 얼굴에 자리잡고 있었다.


"하아아... 하아..."


그들은 일렬로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아~ 그렇다. 자렉스의 말대로 '숙청'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가 죽을 때를 기다리고 있단 말이다!!!


자기 차례가 된 흡혈족 하나가 가마솥 옆에 놓인 제단 위로 올라갔다. 그녀의 눈동자에선 그 무엇도 찾을 수 없었다. 저항? 없다. 감정?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 오랜 세뇌의 결과일 것이다...


"숙청!"

"숙청!"

"숙청!"


제단 옆에 서있던, 보라색 체크 무늬 망토의 남자 3명이 소리쳤다. 그들은 쉐딩거 가문의 일원일 것이다. 드렌 마을에서 죽였던 돼지도 딱 저 망토를 두르고 있었으니까.


그들이 숙청이라고 외치자, 제단에 누워있던 흡혈족은 큰 목소리로 무언가를 외우기 시작했다.


"흡혈족은 하레의 피가 섞여 균형을 어지러트리는 더러운 일족이다! 흡혈족은 하레의 피가 섞여 균형을 어지러트리는 더러운 일족이..."


그녀의 목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쉐딩거 가문의 사람들이 제단을 밀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대로 가마솥으로 굴러 떨어졌다.


"꺄아아악~!"


하아아... 비명소리. 가마솥엔 어떤 장치를 해 두었는지, 불이 없어도 아지렁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 정도의 열... 안에 들어간다면 살, 뼈, 머리카락 할것 없이 전부 녹아버리겠지.


내가 서있는 곳은 윗자리라서 가마솥의 내용물이 훤히 보였다. 얼마나 많은 흡혈족들이 죽은 것일까! '죽'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대단하다. 실로 대단하다 쉐딩거. 내가 만들었던 스프보다 훨씬 대단하다!!!


작가의말

기대합니다.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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