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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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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70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6.10 15:14
조회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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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쉐딩거를 부숴라! (10)

DUMMY

쉐딩거를 부숴라! (10)


압도적인 힘의 차이. 냉철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할 머릿속은 온통 '죽는다'라는 단어로 가득차 있었다. 이 압도적인놈을 상대로 왜곡이 통할리는 만무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건 단검을 오른손에 쥐고, 그를 찔러보는것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난 이번일의 결말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상대는 신. 신중의 신인 주신이다. 방금, 길터가 터지는 것으로 뼈저리게 깨달았다.


"윽!"


나는 로베른의 손가락을 노리고 단검을 휘둘렀다.


캉!


온 힘을 다해 휘둘렀는데도 손가락이 잘리긴 커녕 움찔거리지도 않았다. 마치 거대한 산... 아니, 행성을 향해 공격한것 같은 무기력함이 쏟아진다.


"끄으으... 끄으..."


또 알 수 없는 말을 짓거리고 있는군. 하...


딱!


손가락이 튕겨졌다. 그 순간, 로베른의 공격에는 시간이란게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물리력, 마력에서 벗어나 있는 신비한 힘이다. 그것을 설명해줄 단어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권능'. 그저 로베른의 세력권 안에 들어왔다는 것으로 죽음을 명령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능이다. 신은 신이라는 건가...


몸이 진동하고 있었다. 나도 길터처럼 터져버리는 것일까. 그런데... 조금 오래 걸리는것 같은데.


"... ..."


권능. 나는 상식을 벗어난 이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내 몸은 터지지 않았다. 어떠한 기운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서, 그의 권능을 막아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뭐야..."

'네놈! 멍하니 서있지 마라!'


꼬... 꽃잎?!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에,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리아와 아름다운 빛을 뿜고 있는 꽃잎이 눈에 들어왔다.


'흐으읍... 로베른은 주신이다. 내 힘으로 계속 막아낼만한 상대가 아니란 말이다! 빨리 방법을 찾아라!'


꽃잎이 나를 보호해주고 있었다. 로베른은 꽃잎을 처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손가락을 튕길 뿐이었다.


딱!


죽음의 명령이 내 몸을 휘감을때마다,


화아악!


꽃잎이 만들어낸 신비한 기운이 명령을 튕겨내주고 있었다. 하지만 내 눈에도 그것은 아주 가까스로, 힘겹게 방어하는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없다! 로베른이 힘을 다 드러내지 않을때...'


딱!


'흡!'


꽃잎은 말을 할 틈도 없는것 같았다. 점점 사라져가는 꽃잎의 신비한 빛. 방법...? 그딴게 있을리가 없다.


딱!


'흐으으... 빨리...!'


꽃잎의 목소리는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아...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힘들다. 사실, 죽음이란게 궁금하기도 했다. 그냥 죽을까.


아니다.


라고, 가슴속 조그만한 콩알이 외친다.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인가? 적은 너무 강대하다. 이길 수 없는 상대다. 그가 우릴 죽이려 하고 있다. 그럼 죽어야 한다.


아니다.


라고, 가슴속 조그만한 콩알이 되뇌었다. 죽는건 무섭지 않다. 공포의 감정이 없는 나로써는 그저 흥미로운 단어일뿐 그 이상의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포기하고, 죽을 것이다.


아니다.


라고, 콩알이 계속 가슴을 두드린다. 왜! 왜! 왜! 만약 감정이란게 이렇게 귀찮게 구는 것이라면 전부 지워버리고 싶다. 아무리 물어봐도 콩알은 '아니다'만 반복하며, 날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죽으면 안돼.


왜 안된다는 것인가. 왜? 도대체 왜?!


죽음과 죽음의 갈림길. 그냥 죽을지, 발버둥치다 죽을지 선택하는 굴욕적인 선택. 압도적인 적의 앞에서 죽음을 강요받을때,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냥 듣고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 콩알의 목소리를 제외한다면 꽃잎의 힘겨운 신음소리도, 로베른의 시끄러운 신어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 콩알의 목소리마저 무시하고, 나는 그냥 죽고 싶었다. 나는 죽음이란게 무섭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으니까.


"인...!"


하지만 내 마음속 정적을 뚫고 들어오는 가련한 목소리가 있었다.


죽으면 안돼.


"아..."


죽으면 안된다. 눈물 범벅이 되어 있는 리아를 보자, 콩알과 내 의견은 일치했다. 내 죽음은... 내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가 포기하는건 내 목숨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가 죽으면 로베른이 리아도 죽일게 분명하다. 나는 그녀를 감싸는 마지막 방패인 셈이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신과 싸우려 들었다. 무모하다는건 이미 머릿속에서 판단이 내려진 상태였다. 그래도 나는 죽고싶지 않았다.


죽음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다면, 내가 길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아니, 그래야 한다.


난... 리아가 죽는게 싫다.


"으아아아!"


양 손으로 단검을 쥐고 로베른을 향해 뛰어올랐다. 그는 날 보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그의 세력권. 내 움직임은 전부 파악된 상태일 것이다. 이대로 반격을 당한다면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포기할 수 없다.


그의 흰 정수리에 단검을 내리꽂았다


캉!


쩌저적


그의 두개골이 쪼개지는 소리가 아니다. 단검의 끝부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끄으으..."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겼다.


챙그랑!


이번에 그가 노린건 내가 아니었다. 내 단검이었다. 마데하솔의 흔적이 깃든 단검임에도, 단 한번의 손짓으로 검신이 가루가 되어 검자루밖에 남지 않았다.


"젠장!"


공중에서 무방비상태로 떨어지던 나에게, 로베른은 팔을 휘둘렀다. 그가 처음으로 하는 물리적인 공격이었다. 그의 주먹은 내 왼쪽 허리에 적중했다.


퍽!


"우윽!"


시야가 심하게 흔들렸다. 난 단 한번의 일격으로 반쯤 접힌 허리를 한채, 구석으로 날아갔다.


쾅!


"으허억... 허억... 허억..."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왼쪽 갈비뼈들이 심각하게 부러지면서, 폐와 장기들을 찔러버린 것이다.


"커헉..."


기침을 한번 할 때마다 입가에 비릿한 피맛이 감돌았다. 나는 침과 섞인 끈적한 피를 질질 흘리며 일어섰다. 왼쪽 허리가 너무 아팠다. 온 몸에 구멍이 난 것처럼 욱씬거리는게 멈추질 않는다...


그래도 나는 일어섰다.


로베른은 정말 기계같았다. 우리를 죽이겠다고 말한 뒤로, 철저하게 죽이기만 하고 있었으니까. 내 흐릿한 시야 앞으로 로베른이 손을 내밀었다. 그는 튕길 준비를 끝낸지 오래였다.


딱!


'흐으읍!!! 하아... 하아...'


꽃잎도 한계에 이른것 같았다. 내가 선택한건 발버둥하다 죽는 길인가. 아니다. 아직 죽지 않는 이상, 내가 어떤 길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다. 아직 나는 살아 있다. 그러니 나는 검신이 없는 단검이라 할지라도 절대 놓지 않는다.


이번엔 로베른이 손아귀를 펼쳤다. 이번엔 뭘 할 셈이지... 저 괴물자식... 젠장...


이번엔 날 노리고 있지 않았다. 그는 리아쪽으로 몸을 틀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


처음엔 리아를 노리는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나는 알 수있다. 그가 공격한건 꽃잎이었다. 꽃잎을 먼저 제거하기로 한 것인가...!


그가 손을 움켜쥐었을때, 하늘에서 흰 빛이 내려와 꽃잎을 내리쬐었다.


'위험하다! 소녀여!'

"꽃잎님!"


꽃잎은 리아의 귓가에서 떨어져, 홀로 그 빛을 받아들였다. 하늘에서 내려온 한줄기 빛은... 쉐딩거 놈들이나 드루모아가 사용하던 그 광선이지만 위력은 엄청났다.


꽃잎을 감돌던 신비한 빛은 순식간에 사그라들고 점점 흰색으로 물들어갔다.


"꽃잎님!!"

'다가오지마라!'

"하지만...!"

'하아... 하아... 소녀여. 네가 죽으면 저놈도 죽는다는걸 잊으면 안된다.'


꽃잎은 지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하아... 네놈에게 맡기겠다. 소녀를... 지켜다오. 신탁의 모험을... 지켜...'


그것을 끝으로 꽃잎의 모습은 흰 석고상처럼 완벽하게 굳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루를 흩날리며 사라져갔다.


"꽃잎님!!!"


리아의 외침소리.


... ...


갑자기 자렉스가 떠올랐다. 목숨을 버려가면서도 무언가를 지키려 했던 그의 모습이 가슴을 두드린다.


"끄으으으..."


듣기 싫은 로베른의 목소리.


아아... 사실 나에겐 자렉스처럼 '지킨다'라는 거창한 말을 할 자격이 없는걸지도 모른다. 나는 이미 지키고자 하는것과 지키려 하던 사람들을 수없이 죽였으니까.


이번에도 나는 길터와 꽃잎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나는 무언가를 죽이는 사람이다. 자렉스처럼 무언가를 지킬 수 있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살인마에 미치광이인 사이코패스란 말이다!


"허억... 허억..."


아직도 호흡이 고르지 않았다. 몸은 점점 회복되고 있지만 로베른이 기다려 줄리가 없다.


"끄으으..."


그는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는 나를 터쳐 죽일 생각이다.


"흐으읍..."


그래. 나는 무언가를 죽여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이코패스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를 죽여서라도


리아만은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설령 나를 죽인다고 해도 말이다.


로베른이 손가락을 튕겼다.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소리쳤다.


"왜곡!!!"


그루모아에게도 통하지 않은 왜곡이다. 로베른에게 통할리가 없다. 그래도 나는 해야만 한다.


정신을 집중했다. 외부로부터 내 몸에 다가오는 모든것을 차단했다. 라고, 생각했다.


반절정도인가. 거의 반절정도 막아낸것 같다.


"으윽..."


왜냐하면 내 하반신이 터져버렸으니까. 로베른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다시금 손가락을 튕길 준비를 했다.


아직이다. 아직이다...!


아직 내 안에 있는 힘을 전부 꺼내지 못했다. 로베른의 손가락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튕겨졌다.


딱!


"왜곡!!!"


내 몸으로 덮쳐오는 죽음의 명령. 나는 그걸 가까스로 비틀어내고 있었다. 이번엔 3/4가량 막아냈다. 왼팔이 조각난채 하늘에서 피를 흩날렸다.


"커헉... 커어억..."


몸이 뒤틀리고 있었다. 너무 많은 힘을 끌어낸 탓이다. 하아... 하아... 하지만 난 이정도를 원한게 아니다. 더욱 많은 힘이 필요하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나는 죽는다. 그래. 내 몸 같은건 죽어도 된다. 그러니 로베른을 물리칠 수 있을 만큼... 좀 더 많은 힘을...!


"왜곡!!!"


이번엔 내가 그를 공격했다.


우드드득


그의 오른팔이 공간과 함께 뒤틀려, 기능을 상실했다. 대롱대롱 매달린 팔뚝. 그에게도 데미지가 있을 것이다. 좋아. 이정도로만... 이렇게만 더 하면...!


"왜고..."


...?


더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하반신이 사라지고, 왼팔이 날아간 지금 나는 그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아니, 피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지...


나는 지금 하늘에서 내려온 흰 광선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굳 바이 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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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쉐딩거를 부숴라! (9) +1 15.06.09 231 2 11쪽
25 쉐딩거를 부숴라! (8) +2 15.06.08 21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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